예령의 얼굴에는 아직 핏기가 없었다. 연화가 몇 번이나 쉬어야 한다는 눈치를 보냈지만 예령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유덕수는 예령을 보자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아가씨, 오해가 있으신 듯합니다.”예령이 서신 한 통을 펼쳤다.“이 필체도 오해입니까?”유덕수의 입술이 굳었다.“최만석에게 우리 상단의 사정을 알리고 은자 스무 냥을 받았더군요. 일이 끝나면 북방 거래처까지 넘겨받기로 했고요.”“최만석이 저를 모함한 것입니다.”“그렇다면 오늘 밤 동쪽 비단 창고에 사람이 나타난 이유는 무엇입니까?”유덕수가 대답하지 못했다.예령은 또 다른 장부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지난 오 년 동안 중앙 창고에서 사라진 물건을 다시 계산했습니다.”예령이 장부를 펼치자 행수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비단 스물여덟 필, 약재 열세 상자, 북방에서 들여온 가죽 마흔 장. 장부에는 운송 중 상했다고 적었지만 전부 다른 상단으로 팔아넘겼더군요.”예령은 물건을 사들인 상단과 날짜까지 차례로 읽었다.“부행수께서 폐기했다고 기록한 비단은 사흘 뒤 왕씨 상단으로 넘어갔습니다. 약재는 남문 의원 세 곳에 팔렸고요. 받은 돈은 부행수의 집 마루 아래에서 나왔습니다.”유덕수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그 장부만으로는 제가 했다는 증거가 없습니다.”“그래서 부행수의 집을 확인했습니다.”예령이 거래처 명부를 펼쳤다. 명부의 가장자리에는 빼돌린 물건의 수량과 받은 돈이 유덕수의 필체로 적혀 있었다.대청에 앉은 행수들이 술렁였다.서문백은 배신감을 감추지 못한 채 유덕수를 노려보았다.“내가 자네를 얼마나 믿었는데.”유덕수가 서문백을 향해 무릎으로 기어갔다.“상단주님, 제가 잠시 욕심에 눈이 멀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예령이 유덕수의 앞을 막았다.“잠시라기에는 오 년이 너무 깁니다.”유덕수는 다급하게 예령을 올려다보았다.“아가씨께서 어릴 때부터 제가 얼마나 아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그래서 더 오래 속일 수 있었겠지요.”예령은 유덕수의 허리에 달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