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존재하지 않는 상단최만석이 무천의 처소를 찾은 것은 다음 날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방 안에는 새 거울이 놓여 있었고, 향로에서는 평소보다 짙은 향이 피어올랐다. 최만석은 무천의 손등에 남은 상처를 발견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오랫동안 남의 비밀을 팔아 살아온 사람은 궁금한 것이 있어도 함부로 입 밖에 내지 않았다.“찾으셨습니까, 공자님.”최만석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무천은 앉으라는 말도 없이 탁자 위에 은자 주머니를 던졌다.“서씨 상단에 거래를 넣어라.”“물건을 사시려는 겁니까, 파시려는 겁니까?”“어느 쪽이든 상관없다.”최만석이 눈을 가늘게 떴다.“그렇다면 거래 자체가 목적은 아니시군요.”무천은 대답하지 않았다.최만석이 주머니를 들어 무게를 가늠했다. 상당한 은자가 들어 있었지만, 곧바로 소매에 넣지는 않았다. 돈이 많은 의뢰일수록 뒤에 감춰진 위험도 컸다.“누구를 불러내면 됩니까?”“서예령이다.”“서씨 상단의 아가씨 말씀이십니까?”“그렇다.”“그분을 만나려는 것이라면 직접 서신을 보내시는 편이 빠를 텐데요.”무천의 눈빛이 서늘해졌다.“그랬다면 너를 부르지 않았겠지.”최만석은 더 묻지 않았다.서예령과 무천의 파혼 이야기는 이미 황도에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무천이 서씨 상단에서 가져간 물건값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소문도 들었다.자신을 만나 주지 않는 여인을 거래로 끌어내려는 것이라면, 실패했을 때 모든 책임을 떠안을 사람까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작은 거래로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최만석이 말했다.“서씨 상단은 황도에서도 손에 꼽히는 곳입니다. 비단 몇 필이나 약재 몇 상자로 아가씨가 직접 나오지는 않겠지요.”“그래서 큰 거래를 만들라고 한 거다.”“큰 거래에는 큰돈이 필요합니다.”“얼마면 되지?”무천이 망설임 없이 묻자 최만석의 시선이 달라졌다.“거래가 진짜처럼 보이려면 물건과 창고, 어음이 있어야 합니다. 상단의 인장도 필요하고, 과거에 다른 곳과 거래한 기록까지 있어야 하지요.
최신 업데이트 : 2026-09-0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