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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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그의 곁에 서는 사람

“예령을 데려오라는 말까지 했다고?”무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예. 마차도 보내겠다고 했답니다.”“마차를 모는 자부터 확인해라. 서 아가씨는 보내지 않는다.”예령은 문서를 내려다보았다. 곡식을 받았다는 거짓 기록에 자신까지 데려다 놓으면, 변명할 틈도 없이 죄인이 될 터였다.“제가 가지 않으면 저들이 눈치챌 겁니다.”“기다리게 두시오.”무겸은 문서를 곽진에게 건넸다.“군영에서 나온 자의 소속과 명령서를 확인해라. 창고도 지켜보고. 서 상단주께는 따로 알려 드려라.”곽진이 나가자 예령은 더 고집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움직일 때를 골라야 했다.그때 하인이 문밖에서 고했다.“후작님께서 두 분을 서실로 부르십니다.”무겸이 대답하려는데 예령이 먼저 일어섰다.“저도 가겠습니다. 제 이야기는 직접 듣고 싶습니다.”무겸은 그녀를 잠시 보다가 문을 열었다.회랑에는 타다 남은 나무 냄새가 배어 있었다.서실 문 앞에서 무겸이 멈췄다.“아버지가 내게 묻더라도, 그대가 답할 일이면 직접 말하시오.”“공자님께 불리한 말이어도요?”“먼저 들어 봐야겠군.”그가 옆으로 비켜섰다.진북후는 탁자 앞에 홀로 앉아 있었다. 무천에게서 거둔 열쇠와 후부의 출입패가 그의 앞에 놓여 있었다.“내 집에서 험한 일을 당하게 했구나.”“무천과 조씨는 내가 직접 문초하겠다. 다만 오늘 밤의 일은 당분간 밖에 알리지 않았으면 한다.”“어느 일을 말씀하십니까?”진북후가 눈을 들었다.“불을 지르고 사람을 해친 일입니까. 아니면 제가 후부에서 밤을 보냈다는 사실입니까?”“이미 제 이름으로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입을 다물면 그 말만 남습니다.”“네 명예는 후부에서 책임지고…….”“어떻게 책임지실 생각이십니까?”진북후는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예령은 그 침묵이 낯설지 않았다. 전생에도 집안에서 알아서 해주리라 믿었다. 기다리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줄었다.“저는 한무천 공자와 혼인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전제로 말씀해 주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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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함께 가는 이유

“제가 쓴 것이 아닙니다.”예령은 영수증을 무겸에게 건넸다.“남문 밖 창고에는 간 적도 없습니다.”무겸은 곡식의 수량과 날짜를 살핀 뒤 호위에게 물었다.“그 관리는 아직 창고 앞에 있나?”“예. 곽진이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게 하고 있습니다. 창고는 잠겨 있고, 주인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안은 확인하지 못했고?”“그렇습니다.”예령은 영수증에 적힌 제 이름을 내려다보았다.저곳에 갔는데 창고가 비어 있다면, 관리는 자신이 곡식을 빼돌렸다고 몰아갈 수 있었다. 받았다는 증거라며 이 종이를 내밀면서.“영수증이 거짓이라는 것도 밝혀야 하지만, 곡식부터 찾아야 합니다.”그녀가 말했다.“필체를 따지는 동안 저들이 곡식을 처분할 수도 있습니다.”무겸은 호위에게 창고 뒤편까지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예령은 그가 말을 마치길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저는 남문 근처 운송소로 가겠습니다.”“창고 바로 옆이오.”“그래서 가려는 겁니다. 그곳에서 수레와 일꾼을 구했는지 확인하겠습니다.”“곽진에게 시켜도 되오.”무겸의 시선이 그녀의 붕대로 내려갔다.예령은 소매를 당겨 손을 가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대로 두었다.“기록이 없으면 일꾼들에게 물어야 합니다. 짐을 얼마나 실었는지, 포대는 어떤 것이었는지. 제가 들으면 알아볼 수 있습니다.”“그대가 찾는 곡식이 그곳을 거쳤다는 보장도 없소.”“확인해 봐야지요. 저들이 적어 놓은 말이 어디까지 거짓인지.”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예령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납품 기한이 닷새 남았습니다. 곡식을 찾지 못하면 아버지께 책임이 돌아갑니다.”전생에 아버지를 죽인 것은 무천이었다.살아 계신 아버지를 두고 또 그자가 움직이는 대로 기다릴 수는 없었다.“무작정 창고에 들어가겠다는 게 아닙니다. 제가 하게 해주십시오.”무겸의 눈이 다시 그녀에게 돌아왔다.잠시 뒤 그가 연화를 불렀다.“마차를 준비해라.”예령은 미처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함께 가겠소. 운송소에서는 그대가 묻고, 주변은 내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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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남아 있는 흔적

“여섯 대를 한꺼번에 내주셨습니까?”예령이 묻자 운송소 주인이 장부를 짚었다.“네 대는 동틀 무렵에, 두 대는 조금 전에 나갔습니다. 짐을 내리고 돌아올 때까지 빌린 겁니다.”“어디에 내린다고 했지요?”“그건 마부들이 압니다. 저희는 수레만 내주었으니까요.”예령은 문밖을 보았다. 호위가 따라간 수레는 이미 골목 끝을 돌아 사라졌다. 앞서 떠난 네 대까지 놓치면 곡식이 여러 곳으로 흩어질 수 있었다.“빌려 간 사람은 누구입니까?”“유덕수 행수께서 보냈다던데요.”예령의 표정이 굳었다.유덕수는 갇혀 있었다. 그러나 그가 미리 시킨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밖에 남아 있었다.“그 사람이 다시 오면 제가 다녀갔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주인은 그녀의 얼굴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무겸이 주인에게 물었다.“빌려준 수레를 알아볼 사람이 있겠나?”“수레를 손보는 일꾼이 있습니다. 제 손으로 고쳤으니 알아볼 겁니다.”“그 사람에게 호위를 붙여 남문 쪽을 살피게 해라.”곽진이 고개를 숙였다.예령이 덧붙였다.“빈 수레도 확인해 주세요. 짐을 내리고 돌아오는 길이라면 마부에게 행선지를 물을 수 있습니다.”운송소 주인이 장부를 덮으려다 손을 멈췄다.“참, 포대를 싣고 온 일꾼 하나가 뒤뜰에서 쉬고 있습니다. 품삯을 받으러 왔다가 잠든 모양인데…….”“만나 볼 수 있을까요?”주인이 안쪽 문을 열었다.뒤뜰의 처마 아래 사내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는 사람들을 보자 황급히 일어섰다.“저는 수레를 따라온 것뿐입니다.”호위의 칼을 본 사내의 눈이 흔들렸다.예령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무겸이 호위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자 사내의 어깨가 조금 내려갔다.“어느 창고에서 짐을 실었습니까?”예령이 묻자 사내가 담 너머를 가리켰다.“저기요. 밤새 옮겼습니다.”“곡식 포대였나요?”“예. 무거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포대에 상단 이름이 있었습니까?”사내가 입술을 달싹이다 고개를 저었다.“모릅니다. 저는 글을 못 읽습니다.”“괜찮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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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함께와서 다행이군

“곽진. 먼저 가서 배를 묶어 둬라.”무겸이 말하자 곽진이 곧장 말을 향해 달려갔다.예령도 마차로 걸음을 옮겼다. 접은 포대 천은 품에 넣었다. 이제 곡식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 강으로 나가 버리기 전에 붙잡아야 했다.나루에 닿았을 때는 고함이 오가고 있었다.“돈을 받고 실은 짐이오! 무슨 권한으로 막는 거요!”배 위의 사내가 소리쳤다. 곽진은 밧줄이 감긴 말뚝 앞에 서 있었다. 그의 곁에는 호위 둘이 배로 건너가는 널빤지를 지키고 있었다.무겸이 마차에서 내리자 사내의 목소리가 잦아들었다.예령은 그 틈에 부두를 살폈다. 빈 수레 네 대와 짐이 조금 남은 수레 한 대. 일꾼들이 포대를 멘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이 곡식은 누구에게 샀습니까?”예령이 묻자 사내가 눈살을 찌푸렸다.“물건 주인에게 샀지, 누구에게 사겠소?”“그 주인을 만나고 싶습니다.”“이미 돈 받고 갔소.”예령이 품에서 낡은 천을 꺼냈다.“이 포대에서 곡식을 옮겨 담았다는 일꾼을 찾았습니다. 우리 상단에서 사라진 물건입니다.”사내는 붉은 인장을 흘끗 보았다.“그 천이 여기 실린 곡식과 무슨 상관이오? 곡식에 이름이라도 적혀 있소?”예령은 천을 쥔 손을 내렸다.맞는 말이었다. 포대를 갈아 버린 이상 이것만으로 배에 실린 곡식 전부를 가져갈 수는 없었다.그녀는 말을 고르며 수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때 사내가 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짐 다 실었으면 널빤지 걷어!”곽진이 널빤지 위로 발을 올렸다.“아직 끝나지 않았다.”배 위에서 일꾼들이 멈췄다. 밧줄을 풀려던 자도 손을 거두었다.예령은 무겸을 돌아보았다. 그가 나서면 힘으로 배를 잡아 둘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훔친 곡식이라는 것을 밝히지 못하면 후부의 이름으로 장사를 막았다는 말이 남는다.무겸이 낮게 물었다.“더 확인할 것이 있소?”“마지막 수레의 포대를 보고 싶습니다.”그는 이유를 재촉하지 않았다.“곽진. 저 수레의 짐을 내려라.”예령이 걸음을 떼자 무겸이 곁으로 왔다. 지팡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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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기다리겠소

“한무천 공자를 직접 만났습니까?”예령이 묻자 사내가 무겸의 눈치를 보았다.“사흘 전에 만났소. 돈은 그분이 데려온 사람이 받아 갔고.”“그 사람이 누군지는 압니까?”“유 행수라고 불렀소.”유덕수였다.예령은 증서의 날짜를 확인했다. 무천과 유덕수가 붙잡히기 전이었다. 두 사람을 가두었어도 이미 팔린 곡식은 약속한 날에 맞춰 옮겨지고 있었던 것이다.“오늘 이 창고에서 가져가라고 했습니까?”“그렇소. 원래 포대는 상단에 돌려줘야 하니 바꿔 싣겠다고 했고.”예령은 새 포대에 가려졌던 인장을 보았다.무천은 곡식을 팔아 돈을 받고, 자신에게는 받아 본 적 없는 곡식의 책임을 남겨 두었다.마지막까지 제 손을 더럽히지 않을 셈이었다.“후부에 가서도 지금처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사내가 입술을 굳혔다.“내가 그 집안 형제 싸움에 끼어들어야겠소?”무겸이 증서를 접었다.“내 아우에게 돈을 돌려받으려면, 누구에게 주었는지 밝혀야 할 것이오.”사내는 한동안 강 쪽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예령은 곽진에게 상단 사람들을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배와 수레의 곡식을 함께 세고, 창고에 남은 것까지 출고 기록과 맞춰야 했다.“확인이 끝날 때까지 곡식은 여기 두겠습니다.”사내에게 말하자 그가 겨우 굳은 얼굴을 풀었다.무겸은 곽진에게 나루를 맡겼다.“창고 앞의 관리도 후부로 데려와라. 서 상단주께는 곡식을 찾았다고 먼저 전하고.”예령은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아버지께 알릴 생각은 했으면서도 사람을 보내는 것은 잊고 있었다.무겸이 그녀를 돌아보았다.“더 살필 것이 있소?”“아닙니다. 돌아가겠습니다.”나루를 떠나는 마차 안에서 예령은 매매 증서를 다시 읽었다.몇 번을 보아도 이름은 같았다.무겸이 맞은편에서 물었다.“무엇이 걸리오?”“후작님께서 이것도 집안에서 수습하겠다고 하실까 봐요.”“그럴 수도 있겠지.”뜻밖에 담담한 대답이었다.예령은 종이에서 눈을 들었다.“그럼 공자님께서는요?”마차 바깥으로 장꾼들의 외침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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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혼담을 거두겠다

진북후는 한동안 예령을 바라보았다. 예령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켰다.진북후의 시선이 탁자 위의 매매 증서로 내려갔다. 잠시 뒤, 그가 문가에 서 있던 하인에게 명했다.“무천을 데려와라.”하인이 나간 뒤에도 예령은 탁자 앞에 서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서문백이 딸의 곁에 섰다.“저도 듣겠습니다.”진북후가 자리를 권했으나 서문백은 움직이지 않았다.잠시 뒤 문이 열렸다.무천은 호위 사이로 들어오다가 예령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밤새 흐트러진 옷깃보다 그녀를 향해 굳어지는 눈이 먼저 보였다.“예령.”그가 다가오려 하자 예령은 탁자 위의 증서를 돌려놓았다.“이 곡식을 파셨습니까?”무천의 시선이 종이에 닿았다가 상인에게 옮겨 갔다.상인이 황급히 입을 열었다.“공자님, 말씀하신 대로 값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훔친 곡식이라니요.”“잠깐 나가 있으시오.”무천이 낮게 말했다.상인이 진북후의 눈치를 보며 물러서려는데 무겸이 입을 열었다.“그 자리에서 답해라. 이 사람도 들어야지.”무천의 턱이 굳었다.예령은 증서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마차 안에서 했던 약속대로, 무겸은 증인이 쫓겨나지 않게 했다.“유덕수가 처리한 일이야.”무천이 말했다.“나는 상단 사정을 봐준 것뿐이다.”“무슨 사정이요?”“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했다. 며칠 뒤에 다시 채워 넣으면 되는 곡식이라고…….”“누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더냐?”서문백의 목소리였다.무천이 입을 다물었다.“내 곡식을 팔면서 내게 한마디도 묻지 않았어. 그런데 누구의 사정을 봐주었다는 게냐?”“상단주님께서 유덕수에게 맡기신 줄 알았습니다.”예령이 상인을 돌아보았다.“혼인할 집안의 곡식이라 처분해도 된다고 하셨지요?”상인은 무천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였다.진북후가 탁자를 짚었다.“본 대로 말하라.”“……예.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무천은 예령을 보았다.“너와 나 사이에 이런 것까지 따져야겠니?”예령은 그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전생에도 그는 이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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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남아 있는 약조

무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형님은 끝까지 예령의 편을 드시는군요.”“그만해라.”진북후가 말을 끊었다.“네 처소의 돈과 장부를 확인하겠다. 유덕수에게도 돈을 어디로 보냈는지 물을 것이다.”그는 문가의 호위에게 고개를 돌렸다.“다시 데려가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만나게 하지 말고.”호위가 다가오자 무천이 예령을 보았다.“너도 형님을 믿고 이러는 거겠지.”예령은 의자에서 일어났다.“제가 공자님과 혼인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를 아직도 모르시는군요.”“예령.”“공자님께서 하신 일 때문입니다.”그녀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무천은 무언가 말하려다 호위에게 팔을 잡혔다. 문이 닫힐 때까지 그의 시선은 예령에게 붙어 있었다.서문백이 진북후 앞으로 다가갔다.“혼담을 거두신다는 말씀은 서면으로 남겨 주십시오. 두 집안에서 같은 뜻을 밝혀야 다시 말이 돌지 않을 것입니다.”진북후의 입가가 굳었다.“내 말을 믿지 못하시겠다는 겁니까?”“제 딸이 겪은 일을 생각해 주십시오.”예령은 아버지의 옆얼굴을 보았다. 후작 앞에서도 그 목소리는 낮고 단단했다.잠시 뒤 진북후가 하인을 불렀다.“붓과 종이를 가져와라.”예령은 소매 안에서 손가락을 폈다.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진북후는 상인에게 곡식값을 확인한 뒤 별실에서 기다리게 했다. 무겸은 하인에게 그가 머물 곳을 마련하라고 일렀다.붓이 종이 위를 움직였다.혼담을 거둔다는 문장은 길지 않았다. 그러나 예령은 마지막 글자가 적힐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서문백이 내용을 읽고 같은 뜻을 적었다. 두 사람이 인장을 찍자 하인이 종이를 말리려고 창가로 옮겼다.예령은 그제야 숨을 길게 내쉬었다.진북후가 그녀를 보았다.“이제 돌아가 쉬거라. 남은 일은 네 아버지와 이야기하겠다.”“제 이름으로 된 거짓 영수증도 밝혀 주십시오.”“그 관리가 오면 진술을 듣겠다.”예령은 고개를 숙였다. 오늘 받아 낸 것을 챙기되, 아직 끝나지 않은 일도 잊어서는 안 됐다.서문백은 곡식 수량을 확인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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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그다음은 내가 하겠소

마차가 움직이자 예령은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무겸은 아직 정문 앞에 서 있었다. 예령은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휘장을 놓았다.“어디 불편하세요?”연화가 묻자 고개를 저었다.다음에 만나서 다시 듣겠다는 말이 떠올랐다.무천과의 혼담은 끝났다. 이제 무겸과 맺은 약조를 어떻게 아버지께 말씀드릴지 정해야 했다.집에 도착하자 의원이 기다리고 있었다.상처에 약을 바르고 죽을 먹은 뒤 침상에 눕자 잠이 쏟아졌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방 안에 등불이 켜져 있었다.서문백이 침상 곁에 앉아 있었다.“곡식은요?”잠이 덜 깬 목소리로 묻자 아버지가 이불을 여며 주었다.“찾은 것부터 수량을 맞추고 있다. 혼담을 거둔 문서도 받아 두었고.”“영수증은…….”“그건 아직 확인 중이다. 소식이 오면 네게도 알려 주마.”예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버지가 살아 계셨고, 자신은 제 방에 누워 있었다. 그제야 안심이 되어 다시 눈을 감았다.이틀 뒤, 예령은 연화에게 후부로 사람을 보내 달라고 했다.“큰공자님께 내일 차를 대접하고 싶다고 전해 줘.”“상단주님께도 말씀드릴까요?”“내가 말씀드릴게.”약조를 언제까지 둘만의 이야기로 남겨 둘 수는 없었다.그날 저녁 예령은 아버지에게 무겸을 청했다고 알렸다. 서문백은 잠시 딸을 보더니, 자신도 집에 있겠다고 했다.왜 부르는지 묻지 않으셔서 오히려 마음이 쓰였다.이튿날, 연화가 머리를 빗겨 주는 동안에도 예령은 아버지의 표정을 떠올렸다.“이 비녀로 할까요?”예령은 거울 속으로 눈을 돌렸다.“옆에 있는 것으로.”작은 진주가 달린 은비녀였다.연화가 검은 머리를 반쯤 올려 꽂았다.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던 갸름한 얼굴과 흰 목덜미가 드러났다.예령은 본래 고운 얼굴이었다. 길고 맑은 눈매에 오뚝한 코, 선이 또렷한 입술까지, 단장하지 않아도 한 번쯤 돌아보게 하는 미인이었다.오늘은 입술에 엷게 붉은 빛을 얹고 살구색 비단 치마를 입었다. 며칠간의 피로가 가신 얼굴에 생기가 돌아, 연화도 비녀를 꽂은 뒤 잠깐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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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같은 대문 안에서는

“무천이 다시는 혼인을 구실로 붙잡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무겸이 답했다.서문백은 예령을 보았다가 다시 그에게 눈을 돌렸다.“그래서 자네 아내로 만들겠다는 건가?”“아버지. 제가 먼저 청했습니다.”예령이 말을 받았다.서문백의 얼굴이 굳었다.“네가?”“예.”“언제부터 이런 이야기를 했느냐?”예령은 대답을 골랐다. 무천과의 혼담을 거두기도 전에 그의 형을 찾아갔다고 하면, 아버지는 자신이 얼마나 몰려 있었는지부터 물으실 것이다.그 짧은 침묵에 서문백이 의자를 밀고 일어났다.“공자는 오늘 돌아가게. 내 딸과 먼저 이야기해야겠네.”무겸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두 분이 나누실 말씀은 기다리겠습니다. 다만 제 대답을 아직 드리지 못했습니다.”“무슨 대답이 더 남았나?”“제가 어떤 생각으로 이 혼인을 받아들였는지 말씀드려야 합니다.”서문백의 눈이 가늘어졌다.무겸은 곧게 앉은 채 말을 이었다.“제가 동의한 일입니다. 청한 이유를 예령에게만 묻고 끝내실 수는 없습니다.”예령은 꺼내려던 말을 삼켰다.서문백의 시선이 무겸에게 머물렀다. 잠시 뒤 그가 의자를 당겨 다시 앉았다.“좋네. 말해 보게.”“우려하시는 것이 무천과 같은 집에서 지내는 일이라면, 혼인 전에 거처를 옮기겠습니다.”예령이 무겸을 돌아보았다.자신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후부 밖으로 나오겠다는 말인가?”“예. 따로 살 집을 마련하겠습니다.”“후작께서 허락하시겠나?”“제가 받아 오겠습니다.”서문백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예령은 무겸의 옆얼굴을 보았다. 그는 그녀의 시선을 느꼈을 텐데도 아버지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았다.“그 집을 마련하는 데 우리 상단 돈이 필요한가?”“필요하지 않습니다.”“그럼 자네는 이 혼인으로 무엇을 얻지?”예령은 무겸이 자신과 나눈 조건을 어디까지 말할지 기다렸다.그는 잠깐 그녀를 보았다.“제 아우의 편에 서지 않을 사람입니다.”방 안이 조용해졌다.“내 딸을 형제 싸움에 끌어들이겠다는 소리군.”“무천은 이미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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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제 이름으로 청하겠습니다

무겸은 후부에 도착하자 곧장 서실로 향했다.문밖에 서 있던 하인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후작님께서 잠시 쉬시겠다고…….”“내가 왔다고 전해라.”안에서 들어오라는 말이 떨어졌다.진북후는 탁자에 펼쳐 둔 장부를 덮었다. 아들의 옷차림을 살핀 그가 물었다.“서 상단주를 만나고 오는 길이냐?”“예. 내일 오전에 찾아오시기로 했습니다.”“곡식값 때문에?”무겸은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 앞에 섰다.“혼담을 나누러 오십니다.”진북후의 손이 장부 위에서 멈췄다.“누구의 혼담을.”“저와 서예령의 혼담입니다.”의자 끄는 소리가 날카롭게 났다.진북후가 몸을 일으켰다. 무겸은 지팡이를 짚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느냐?”“정식으로 혼인을 청하겠습니다.”“네 아우와 혼인하기로 했던 아이다.”“그 혼담은 아버지께서 거두셨습니다.”“그래서 형인 네가 데려가겠다고?”진북후의 목소리가 높아졌다.“밖에서 무슨 말이 돌겠느냐. 형제가 여자 하나를 두고 다퉜다고 할 것이다. 네가 아우를 밀어내려고 이번 일을 벌였다는 소리까지 나올 게야.”무겸은 잠깐 아버지를 보았다.“무천이 한 일을 제 혼담 탓으로 돌리시겠습니까?”진북후의 입이 굳었다.“남들이 그렇게 떠들 거라는 말이다.”“그러니 집안에서부터 사실대로 말해야지요.”무겸이 탁자 위의 장부로 눈을 내렸다.“무천이 남의 재산을 팔았고, 그 책임으로 혼담이 끝났습니다. 제가 누구와 혼인하든 달라지지 않습니다.”진북후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그 아이가 원하더냐?”“직접 뜻을 밝혔습니다.”“무천에게 복수하려고 너를 택한 것일 수도 있다.”“제가 판단할 일입니다.”대답은 짧았다.“서 상단주는 뭐라더냐?”“아버지 앞에서도 제가 같은 말을 하는지 보겠다고 했습니다.”“무슨 말을 했기에?”“혼인 전에 거처를 후부 밖으로 옮기겠다고 했습니다.”이번에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진북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장자인 네가 이 집을 나가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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