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176 Capítulos

31화. 놓지 않는 손

무겸의 말이 귓가에 남았다. 그대 옆에 서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듯하니. 예령은 대답하지 못한 채 시선을 돌렸다. 조금 전까지 차갑던 바람이 갑자기 뜨겁게 느껴졌다. 그때 회관의 처마 위에서 빛이 번쩍였다. 예령이 고개를 들었다. 검은 화살촉이 붙잡힌 사내를 겨누고 있었다. “엎드려요!” 예령의 외침과 동시에 화살이 날아왔다. 무겸이 예령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화살은 두 사람의 옆을 스쳐 지나가 붙잡힌 사내의 어깨에 박혔다. 사내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회관 앞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구경꾼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지붕 위다!” 검은 옷의 호위가 처마를 밟고 달아나는 자를 뒤쫓았다. 복면인이 기왓장을 걷어차며 달아나자 깨진 기와가 아래로 쏟아졌다. 검은 옷의 호위는 난간을 짚고 몸을 띄워 그의 앞을 막았다. 복면인은 짧은 칼을 버리고 골목으로 뛰어내렸다.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왔다. 이번 화살은 예령을 향하고 있었다. 무겸이 예령을 품에 감싸고 몸을 돌렸다. 화살이 무겸의 어깨를 스치며 옷자락을 찢었다. “공자님!” 예령이 놀라 무겸의 옷을 붙잡았다. “다친 곳은 없소.” 무겸은 예령을 놓지 않은 채 주변부터 살폈다. 서씨 상단의 무사들이 예령과 쓰러진 사내를 둘러쌌다. 상단 연합의 경비들도 회관 문을 닫고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다. 잠시 후 골목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검은 옷의 호위가 복면을 쓴 자의 팔을 뒤로 꺾은 채 끌고 돌아왔다. 복면인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잡았습니다.” 호위는 복면인에게서 빼앗은 쇠뇌와 빈 화살통을 내려놓았다. 복면인은 처음부터 두 발만 준비한 것이다. 무겸이 복면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누가 시켰지?” 복면인은 이를 악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예령은 바닥에 떨어진 화살을 집으려 몸을 숙였다. 무겸이 먼저 화살을 주워 그녀에게 건넸다. 화살 깃에는 희미한 푸른 물감이 묻어 있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3
Leer más

32화. 사라진 자의 흔적

붙잡힌 자들이 끌려간 뒤에야 무겸은 예령에게서 팔을 풀었다.예령이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무겸이 그녀의 팔을 받쳤다가 예령이 자세를 바로잡자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마차를 가져오라.”“걸어갈 수 있습니다.”“오늘은 그 말을 믿지 않겠소.”무겸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마차에 오른 예령은 맞은편에 놓인 화로가 자신의 쪽으로 옮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겸은 창밖을 살피며 호위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지시했다.예령은 목에 다시 피가 밴 줄도 모르고 있었다.무겸이 깨끗한 천을 내밀었다.“상처가 벌어졌소.”“감사합니다.”예령이 천을 받아 목에 대는 동안 무겸은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령은 그가 자신을 구한 책임 때문에 신경을 쓰는 것이라 여겼다.그 순간 마차 밖에서 호위의 목소리가 들렸다.“공자님, 후부에서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무겸이 창문을 열자 봉인된 서신이 들어왔다.진북후가 보낸 짧은 명령이었다.조씨가 별채의 감시를 뚫고 사라졌다.습격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무겸이 서신을 접었다.마차 안에 떨어져 있던 화살 하나가 그의 발끝에 닿았다. 무겸은 그것을 집어 들고 부러진 화살촉을 살폈다.“후부로 돌아간다.”짧은 명이 떨어지자 마차가 거칠게 방향을 틀었다.예령은 무겸의 손에 들린 화살을 바라보았다.“방금 습격과 조씨 부인의 탈출이 이어져 있다고 보십니까?”“시각이 너무 정확하오.”조씨가 감시를 뚫은 직후 두 사람을 노린 화살이 날아왔다. 습격자들은 예령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두 번째 화살 이후 미련 없이 물러났다.처음부터 목숨을 노린 것이 아니었다.무겸을 후부에서 멀리 붙잡아 두려는 수작이었다.“한무천 공자를 빼내기 위해서군요.”무겸은 대답 대신 곽진에게 보낼 명령을 적었다. 후부의 문을 모두 닫고 경비를 교대시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마차가 돌길을 내달렸다. 바퀴가 깊게 팬 홈을 지날 때마다 차체가 크게 흔들렸다. 예령이 창틀에 부딪치기 직전, 무겸의 손이 먼저 모서리를 가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Leer más

33화. 아직 이 안에 있다

호위 하나가 횃불을 들고 벽에 귀를 댔다. 무겸은 칼자루를 쥔 채 예령의 앞으로 반걸음 옮겨 섰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으나 예령의 시야에서는 어둠이 절반쯤 가려졌다.족쇄 한쪽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피 묻은 붕대가 떨어져 있었다. 무천의 손등을 감고 있던 붕대였다.“늦었군.”무겸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예령은 철창 안으로 들어가 바닥을 살폈다. 젖은 흙 위로 발자국이 여러 개 겹쳐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밖으로 향하지 않고 벽 앞에서 끊겨 있었다.그녀가 손바닥으로 벽을 눌렀다.돌 틈에서 찬바람이 새어 나왔다.“뒤에 통로가 있습니다.”호위들이 벽을 밀어 내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틈이 나타났다. 오래전에 막았던 배수로였다.안쪽에는 등잔 하나가 아직 타고 있었다. 바닥에는 여인의 비단신이 한 짝 떨어져 있었다.조씨의 것이었다.무겸이 호위 둘을 안으로 들여보냈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짧은 휘파람 소리가 돌아왔다.아무도 없다는 신호였다.통로 끝은 후부 북쪽 담장 밖의 마른 우물로 이어져 있었다. 우물가에는 밧줄과 말 두 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경비가 급히 성문을 확인하러 달려갔다.예령은 말발굽 자국 앞에 쪼그려 앉았다. 흙은 깊게 파였지만 이상하게도 흔적이 일정한 자리에서 여러 번 겹쳤다.떠난 말의 자국이 아니었다.말을 제자리에서 돌려 일부러 흔적을 만든 것이었다.“성을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무겸의 눈빛이 바뀌었다.바로 그때 후부 안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별채 쪽이었다.무겸이 몸을 돌리자 예령이 먼저 말했다.“조씨 부인이 일부러 밖으로 흔적을 냈습니다. 한무천 공자는 아직 안에 있어요.”두 사람이 별채로 돌아왔을 때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열려 있던 문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하나씩 벽에 부딪쳤다.쿵. 쿵.가장 안쪽에는 예령이 조금 전까지 타고 있던 마차가 세워져 있었다.닫혀 있어야 할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무겸이 예령을 등 뒤로 물리고 천천히 칼을 뽑았다.마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Leer más

34화. 닫힌 문 안의 신부

예령은 바닥을 살피며 천천히 안으로 걸었다. 먼지 위에는 발자국 대신 길게 끌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가장 안쪽의 궤짝을 옮기자 바닥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드러났다.계단 아래에서는 희미한 촛불 냄새가 올라왔다.누군가 방금까지 불을 피우고 있었다.무겸이 먼저 아래로 내려갔다. 예령이 뒤따르자 그는 횃불을 들지 않은 손을 계단 벽에 짚었다. 천장이 낮아지는 곳마다 손등이 먼저 닿아 예령의 머리가 부딪치지 않게 막았다.예령은 그가 어둠 속에서 길을 가늠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계단 끝에는 붉은 문이 있었다.문틈으로 촛불이 흔들리고 있었다.무겸이 문을 밀었다.안쪽을 본 호위들이 일제히 굳었다.창고 아래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넓은 방이었다. 벽에는 붉은 비단이 걸렸고 천장에는 길한 날에만 다는 매듭이 늘어져 있었다. 탁자 위에는 한 쌍의 술잔과 아직 김이 남은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혼례를 치르는 신방이었다.예령은 방 한가운데 놓인 혼례복을 바라보았다.두 달 전 무천과의 혼인을 위해 맞췄다가 돌려보낸 옷이었다. 치수를 재던 날 잘못 놓인 바늘 자국까지 그대로 남아 있었다.“어떻게 이것이 여기에…….”옷을 가져간 침방 주인이 무천에게 넘긴 것이 분명했다.병풍 뒤에는 예령이 사용하던 향유와 머리 장식, 서씨 저택에서 사라졌던 작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줄 알았던 손거울까지 있었다.그녀는 열두 살 무렵 그 거울을 잃어버렸다. 당시 무천은 함께 하인을 꾸짖으며 반드시 찾아 주겠다고 약속했다. 예령은 그 말을 믿고 내내 고마워했다.찾아 주겠다고 했던 사람이 처음부터 훔쳐 간 것이었다.전생의 기억 하나가 뒤늦게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무천은 그녀에게 무관심했던 것이 아니었다. 곁에 두고도 돌아보지 않다가, 떠나려 할 때만 부수어 가며 붙잡았다.그것은 연정이 아니었다.자기 손에 들어온 것은 사람이라도 마음대로 버리고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 오만이었다.무천은 파혼을 거절한 뒤 이곳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훨씬 전부터 예령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Leer más

35화. 타지 않는 혼례

예령은 무천이 무엇을 노렸는지 깨달았다.불이 꺼져도 이 방의 붉은 비단과 혼례복은 남는다. 사람들은 진실보다 눈에 보이는 흔적을 믿을 것이다. 무천은 또다시 그녀의 명예를 족쇄로 삼으려 했다.한때 기다렸던 혼례의 빛깔이 이제는 감옥의 벽처럼 보였다.밖에서는 곽진과 호위들이 문을 부수고 있었다. 하지만 붉은 문은 쇠로 덧대어져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쿵!문이 울릴 때마다 천장에서 잿가루가 떨어졌다.무천의 시선이 무겸의 팔에 머물렀다. 예령의 얼굴을 가린 소매와 그녀를 감싸듯 앞에 선 몸이 그의 눈을 뒤틀리게 했다.“언제부터였습니까?”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내가 가지지 못하게 되니 형님이 탐이 났습니까?”“네가 가졌던 적은 없다.”짧은 한마디에 무천의 얼굴이 굳었다.예령 역시 순간 무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이미 무천이 든 심지와 기름 항아리 사이의 거리를 재고 있었다.무천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예령에게 직접 물어보시지요. 열두 해를 함께한 저와 이제야 나타난 형님 중 누구를 택할지.”예령이 무겸의 소매를 조용히 내렸다.매캐한 향이 목을 찔렀지만 정신은 아직 맑았다. 그녀는 탁자 위의 술병과 바닥을 따라 번지는 불길을 살폈다.불은 기름을 먹고 문 쪽으로만 번지고 있었다. 무천이 선 곳까지는 닿지 않았다.그의 발밑에 가느다란 홈이 파여 있었다.기름이 흐르는 길이었다.“한무천 공자.”예령이 그를 불렀다.무천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녀가 이름을 불러 준 것만으로도 분노가 기이한 기쁨으로 바뀌었다.“이리 와. 내가 전부 없던 일로 만들어 줄게.”예령은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무겸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말리는 힘은 단단했지만 아프지는 않았다. 예령이 손끝으로 그의 손등을 한 번 눌렀다.탁자 위 술병을 보라는 신호였다.무겸의 손에서 힘이 조금 풀렸다.예령이 다시 한 걸음을 내디뎠다.“심지를 내려놓으세요.”“내게 오면.”무천은 다른 것은 보지 못했다. 예령이 자신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에 취해 무겸의 움직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Leer más

36화. 그 이름을 지우는 손

“서문백.”무겸이 혼인 문서 아래 찍힌 이름을 읽었다.예령은 젖은 소매를 움켜쥔 채 종이를 바라보았다. 모서리는 불에 그슬렸으나 붉은 인장은 선명했다.아버지의 인장이 맞았다.서씨 상단의 큰 거래에만 쓰는 것으로, 예령도 수없이 보아 온 것이었다.기둥 아래 붙잡혀 있던 무천이 웃었다.“이제 알겠어?”호위에게 팔이 꺾인 채로도 그는 예령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네 아버지가 허락한 혼인이야.”예령이 다가가려 하자 무겸의 손이 앞을 막았다.그녀는 그의 팔 너머로 문서를 가리켰다.“가까이서 보겠습니다.”무겸은 무천에게서 충분히 떨어진 탁자 위에 종이를 펼쳤다. 곽진이 등불을 가져왔다.예령은 먼저 날짜를 읽었다.파혼을 선언한 지 사흘 뒤였다.그날 아버지는 예령이 보는 앞에서 무천이 보낸 예물을 돌려보냈다. 그런데 그 뒤에 몰래 혼인을 허락했다는 것인가.“어디서 받았습니까?”무천이 턱을 들었다.“직접 여쭤보지 그래.”“아버지께 받은 것인지 물었습니다.”그의 웃음이 조금 옅어졌다.예령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종이 끝을 들었다.손끝에 익숙한 감촉이 닿았다. 두껍고 결이 거칠었다. 서씨 상단에서 먼 길을 가는 물품의 인수증에 쓰는 종이였다.아버지는 혼인 문서에 이런 종이를 쓰지 않는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예령은 등불을 옆으로 옮겼다. 빛이 비스듬히 닿자 먹이 진하게 밴 곳과 얕게 스친 곳이 드러났다.그녀의 손가락이 인장 위에서 멈췄다.“공자님. 여기를 봐주십시오.”혼인을 허락한다는 문장의 마지막 획이 붉은 인장 테두리를 가로질렀다.무겸이 몸을 낮췄다.그의 어깨가 예령의 어깨 가까이 닿았다. 젖은 옷 너머로 전해지는 온기에 잠시 손끝이 굳었지만, 그녀는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먹이 붉은 자국 위에 올라가 있소.”“예. 인장을 먼저 찍고 글을 나중에 썼습니다.”“미리 날인한 종이라는 뜻이군.”예령이 무천을 바라보았다.“상단에서 가져온 빈 서류에 혼인 문서를 꾸몄군요.”무천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Leer más

37화. 빌려 간 이름

그는 천을 둘러 매듭을 지었다. 짧은 대답이었다. 예령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인장이 찍혀 있어도,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그는 제 대답부터 듣겠다고 했다. 무겸이 손을 놓으려는 순간 예령이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의 시선이 내려왔다. “이번에는 공자님 차례입니다.” 예령은 남은 천을 집었다. “손을 주세요.” “얕은 상처요.” “제 것도 깊지 않았습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무겸이 손을 내밀었다. 예령은 그의 손등을 닦았다. 손가락 마디를 지날 때마다 오래된 흉터가 만져졌다. 칼을 쥐는 손이었다. 조금 전에는 무천을 물러서게 했고, 지금은 그녀가 이끄는 대로 얌전히 뒤집혔다. 천을 감으려는데 그의 엄지가 예령의 손가락 아래에서 멈췄다. “그 손으로 매듭까지 지으면 다시 벌어지오.” “그럼 잡고 계세요.” 예령이 천 끝을 쥐여 주었다. 그가 순순히 따랐다. 두 사람의 손이 탁자 위에서 나란히 붙었다. 예령은 매듭을 다 짓고도 손을 늦게 뗐다. 무겸이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괜히 남은 천을 접었다. 그때 문밖에서 곽진이 불렀다. “공자님. 서문백 상단주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예령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는 겉옷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채 들어왔다. 딸의 젖은 옷과 감긴 손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 “예령아.” “저는 괜찮습니다.” 서문백은 딸의 어깨를 살핀 뒤에야 탁자로 눈을 돌렸다. 무겸이 문서를 펼쳤다. “이 인장을 확인해 주십시오.” 서문백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멎었다. 그는 혼인을 허락한다는 글을 읽지 않았다. 곧장 종이를 뒤집어 아래쪽 모서리를 살폈다. 그곳에는 바늘로 뚫은 작은 구멍 세 개가 나란히 있었다. 서문백의 낯빛이 변했다. “이걸 어디서 찾았느냐?” “무천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령이 아버지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버지께서 미리 날인하신 서류가 맞습니까?” 서문백은 한참 뒤 고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Leer más

38화. 그대를 믿는 이유

무겸이 곽진을 불렀다. “북방으로 사람을 보내라. 군영에 곡식이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창고에서 출발한 수레를 찾아. 내 이름을 내세우는 자가 있어도 먼저 붙잡으려 들지 말고.” “어디로 가는지 보라는 말씀이십니까?” “곡식이 있는 곳까지 따라가라.” 곽진이 나가려는데 예령이 덧붙였다. “창고에 남은 인수 문서도 가져와 주세요. 원본을 가져올 수 없다면 글자와 인장을 그대로 베껴 오시고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 서문백을 돌아보았다. “아버지께서는 서류 세 장을 누구에게 주셨습니까?” 서문백의 눈가가 굳었다. “유덕수에게.” 예령은 손끝으로 탁자를 눌렀다. 북방 거래처를 넘겨 달라던 자. 무천에게 자신의 습관과 상단의 사정을 팔았던 자. 이제야 그가 탐낸 것이 조금 더 분명해졌다. “그자가 관리하던 장부를 전부 확인해야겠습니다.” “날이 밝으면 내가 사람을 보내마.” “지금 가져오게 해주세요. 창고에서 온 서신을 누가 먼저 보았는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서문백은 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눈 밑이 어두웠다.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붙어 있었고, 손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다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장부는 내가 가져오마. 그동안 몸을 씻고 의원에게 상처를 보이거라.” 예령이 대답하기 전에 무겸이 입을 열었다. “연화를 부르겠습니다.” 서문백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문이 닫히자 방 안이 조용해졌다. 예령은 서신을 집으려다 손을 멈췄다. 무겸이 아직 자신을 보고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묻지 않는 것이오?” “무엇을요?” “내가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도 있지 않소.” 예령은 그의 손등으로 눈을 내렸다. 자신이 서툴게 묶은 매듭이 조금 비뚤어져 있었다. “공자님께서 가져가신 곡식이라면, 굳이 제 앞에서 사람을 보내 찾으실 이유가 없지요.” “그것뿐이오?”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등불 아래 그의 눈이 마주 닿았다. 예령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Leer más

39화. 돌아온 가짜

얼마 뒤 서문백이 돌아와 두꺼운 장부 두 권과 얇은 책자 하나를 탁자에 내려놓았다.“유덕수가 맡았던 북방 거래 장부다. 서류를 내준 기록은 여기에 있다.”예령은 얇은 책자를 펼쳤다.종이를 받은 날짜, 장수, 용도.유덕수의 이름 옆에는 세 장을 받았다는 표시가 있었다.그 아래 작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돌려받음.예령이 손을 멈췄다.“이 서류들을 돌려받으셨습니까?”“그렇다. 북방의 운송 일정이 바뀌었다기에 쓰지 않은 채 돌려받았지.”“세 장 모두요?”서문백이 책자 끝을 가리켰다.“안쪽에 끼워 두었다.”예령은 마지막 장을 넘겼다.접힌 종이 세 장이 나왔다.그녀는 한 장씩 펼쳐 탁자 위에 놓았다. 아버지의 붉은 인장. 아래쪽 모서리에 나란히 뚫린 구멍 세 개.무겸이 혼인 문서를 그 옆에 내려놓았다.네 장의 종이가 등불 아래 펼쳐졌다.서문백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분명 세 장만 내주었다.”예령은 인장들을 가까이 맞대었다.겉보기에는 같았다.그러나 돌아온 세 장에는 인장 왼쪽 모서리의 작은 흠집이 없었다. 혼인 문서에는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자국이었다.유덕수가 돌려준 것은 가짜였다.예령은 곧바로 책자를 다시 펼쳤다.돌려받은 날짜를 확인한 순간, 목덜미가 서늘해졌다.“아버지.”그녀의 손끝이 날짜 아래 적힌 이름으로 내려갔다.“이걸 가져온 사람을 직접 만나셨습니까?”“유덕수가 보냈다기에 받아 두었다. 왜 그러느냐?”예령은 대답하지 못했다.서류를 돌려준 사람의 이름.최만석.그 날짜에 그는 이미 후부의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다.“최만석은 그날 감옥에 있었습니다.”예령이 책자를 돌려 놓았다.무겸의 눈이 날짜 위에서 멎었다.“확실하오. 내가 직접 심문한 날이니.”서문백은 의자를 당겨 앉았다. 조금 전까지 딸의 안색을 살피던 눈에 날카로운 빛이 돌아왔다.“내가 받은 것은 봉한 꾸러미였다. 가져온 자는 상단의 심부름꾼이었고.”“그런데 왜 최만석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까?”“서류를 돌려보낸 사람의 이름을 적게 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Leer más

40화. 돌아오지 않은 한 장

예령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보았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젖으면 큰일 난다며 기름종이로 두 번 싸 주셨습니다.”무겸이 곽진을 돌아보았다.곽진은 이미 문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객점을 살피겠습니다.”“주인부터 조용히 만나 봐라. 봉투를 받은 뒤 누구에게 넘겼는지 확인하고.”예령은 청년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그때 객점에서 들은 말은 없었어?”“주인이…… 날짜가 바뀐 것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무슨 날짜?”“모릅니다. 제가 모른다고 하니 그냥 가라고 했습니다.”무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 말도 확인해라.”곽진이 청년을 데리고 나갔다.서문백도 창고에 보낼 공지를 챙겨 일어섰다.“나는 상단으로 가마. 다른 장부에 같은 일이 없는지 확인해야겠다.”예령이 따라 일어서자 아버지가 고개를 저었다.“너는 여기서 소식을 기다려라. 움직일 일이 생기면 반드시 사람을 보내고.”그녀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문이 닫히자 예령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밤새 버티던 눈꺼풀이 무거웠다.탁자 위 글자가 순간 겹쳐 보였다. 눈을 감았다 뜨며 책자를 당기려는데, 무겸의 손이 먼저 그 위에 얹혔다.“잠깐 쉬시오.”“마지막 한 장이 마음에 걸립니다.”“곽진이 돌아오면 깨우겠소.”예령은 대답 대신 눈가를 눌렀다.무겸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의 긴 의자에 놓인 방석을 바로잡았다.“여기보다 편할 것이오.”그녀는 더 버티지 않고 자리를 옮겼다.앉자마자 긴장이 풀렸는지 어깨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무겸이 얇은 이불을 가져다 무릎 위에 덮어 주었다.몸을 물리려는 그의 소매를 예령이 붙잡았다.무겸이 멈췄다.“공자님도 밤을 새우셨습니다.”“나는 익숙하오.”“익숙하다고 피곤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요.”예령은 제 옆에 남은 자리를 바라보았다.말을 꺼낸 뒤에야 너무 가까운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 손을 놓고 물러앉기도 이상했다.무겸의 시선이 그녀의 손에서 빈자리로 옮겨 갔다.“곁에 앉아도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Leer más
ANTERIOR
123456
...
18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