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천을 둘러 매듭을 지었다. 짧은 대답이었다. 예령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인장이 찍혀 있어도,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그는 제 대답부터 듣겠다고 했다. 무겸이 손을 놓으려는 순간 예령이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의 시선이 내려왔다. “이번에는 공자님 차례입니다.” 예령은 남은 천을 집었다. “손을 주세요.” “얕은 상처요.” “제 것도 깊지 않았습니다.”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무겸이 손을 내밀었다. 예령은 그의 손등을 닦았다. 손가락 마디를 지날 때마다 오래된 흉터가 만져졌다. 칼을 쥐는 손이었다. 조금 전에는 무천을 물러서게 했고, 지금은 그녀가 이끄는 대로 얌전히 뒤집혔다. 천을 감으려는데 그의 엄지가 예령의 손가락 아래에서 멈췄다. “그 손으로 매듭까지 지으면 다시 벌어지오.” “그럼 잡고 계세요.” 예령이 천 끝을 쥐여 주었다. 그가 순순히 따랐다. 두 사람의 손이 탁자 위에서 나란히 붙었다. 예령은 매듭을 다 짓고도 손을 늦게 뗐다. 무겸이 그것을 보았다. 그녀는 괜히 남은 천을 접었다. 그때 문밖에서 곽진이 불렀다. “공자님. 서문백 상단주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예령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는 겉옷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채 들어왔다. 딸의 젖은 옷과 감긴 손을 보자 얼굴이 굳었다. “예령아.” “저는 괜찮습니다.” 서문백은 딸의 어깨를 살핀 뒤에야 탁자로 눈을 돌렸다. 무겸이 문서를 펼쳤다. “이 인장을 확인해 주십시오.” 서문백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멎었다. 그는 혼인을 허락한다는 글을 읽지 않았다. 곧장 종이를 뒤집어 아래쪽 모서리를 살폈다. 그곳에는 바늘로 뚫은 작은 구멍 세 개가 나란히 있었다. 서문백의 낯빛이 변했다. “이걸 어디서 찾았느냐?” “무천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예령이 아버지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버지께서 미리 날인하신 서류가 맞습니까?” 서문백은 한참 뒤 고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