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번 생은 그의 형을 선택했다: Capítulo 51 - Capítulo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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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새로 고르시오

“따님의 뜻도 같다고 들었습니다.”진북후의 말에 서문백은 예령을 보았다.예령은 무릎 위에 모았던 손을 풀고 고개를 들었다.“예. 제가 큰공자님께 혼인을 청했습니다.”진북후의 눈썹이 움직였다.“무천에게 보란 듯이 하려는 마음은 아니냐?”“그랬다면 아버지까지 모시고 오지 않았을 겁니다.”서문백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예령은 아버지를 돌아보지 않았다.“무천 공자와의 혼담은 끝났습니다. 오늘은 제가 누구와 혼인할지 말씀드리러 왔습니다.”“그 둘을 남들이 따로 보겠느냐.”“그런 말이 나올 줄은 압니다.”예령은 곁에 앉은 무겸을 한 번 보았다.“하지만 큰공자님께서는 제가 곤란할 때 약속을 지켜 주셨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의논할 수 있는 분이라고 판단했습니다.”그녀는 다시 진북후를 바라보았다.“남들이 어떻게 말할지만 생각해서, 제가 믿을 수 있는 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진북후의 시선이 그녀 곁으로 옮겨 갔다.무겸은 끼어들지 않고 앉아 있었다. 예령이 답하는 동안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네가 선택한 사람이라고 했지.”진북후가 다시 물었다.“무겸의 사정은 알고 있느냐?”탁자 아래로 지팡이 끝이 보였다.예령은 진북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함께 나루에 갔습니다. 걸음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진북후가 입을 열기 전에 서문백이 말했다.“공자의 다리를 보러 온 것은 아닙니다.”아버지의 목소리는 낮았다.“제 딸을 어디에서 어떻게 살게 할지 들으러 왔습니다.”무겸이 탁자 위에 접힌 종이를 놓았다.“성 동쪽에 나온 집 두 곳을 알아보게 했습니다. 상단주께서 보시고, 예령도 살핀 뒤 정하겠습니다.”서문백이 종이를 펼쳤다. 집의 위치와 크기, 주인이 요구한 값이 적혀 있었다.진북후는 아들을 보았다.“아직 내 허락도 받지 않았다.”“그래서 아직 사들이지는 않았습니다.”무겸의 대답은 차분했다.“다만 오늘 무엇을 약속하는지는 보여 드려야겠기에.”서문백은 집의 위치를 짚어 보더니 예령 쪽으로 종이를 밀었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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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화. 누가 혼인한다고?

서실을 나왔을 때는 해가 높이 올라 있었다.예령은 회랑 끝에서 걸음을 늦췄다. 아버지는 집사와 함께 대문 쪽으로 먼저 가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펼쳐져 있던 혼례 물목이 떠올랐다.“비단까지 전부 바꾸실 필요는 없었습니다.”무겸이 그녀를 보았다.“마음에 둔 것이 있었소?”“아닙니다. 다만 비용이 적지 않을 텐데요.”“그럼 더 문제없군.”그가 지팡이를 옮겨 짚었다.“내 혼례에 아우가 쓰려던 것을 가져다 쓸 생각은 없소.”예령은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물건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말하는 사람을 굳이 만류할 이유도 없었다.“그럼 새 물목으로 정리해서 보내겠습니다.”“함께 보러 갑시다.”예령이 고개를 들었다.“공자님께서 직접요?”“내 것도 필요한데 혼자 고르라고 할 생각이오?”“집사에게 맡기셔도 되지 않습니까?”“예령 낭자는 맡길 생각이오?”예령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혼례복 정도는 자신도 직접 볼 생각이었다.무겸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그렇다면 나도 가겠소.”“옷감을 고르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그날은 비워 두지.”대답이 너무 당연했다.예령은 무심코 그의 옷깃을 바라보았다.무겸은 평소 짙은 색 옷을 즐겨 입었다. 검은색이나 먹빛, 가끔 짙은 남색 정도였다.혼례복을 입으면 어떤 모습일까.넓은 어깨에는 지나치게 화려한 무늬보다 깊은 색의 비단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예령 낭자.”그의 목소리에 생각에서 깨어났다.무겸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왜 그렇게 보시오?”예령이 곧장 시선을 거두었다.“공자님 옷을 잠깐 생각했습니다.”무겸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벌써?”“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않았습니다.”예령은 괜히 그의 옷깃에서 시선을 떼었다.“공자님께서도 원하시는 것이 있으면 생각해 두십시오.”잠깐의 침묵 뒤 무겸이 말했다.“나는 예령 낭자가 고르는 것을 먼저 보겠소.”예령이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무겸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그저 그녀를 보는 눈에 희미한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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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그럴 리 없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하인이 팔을 빼려 하자 무천이 다시 거칠게 움켜쥐었다.“똑바로 말해.”문가의 호위가 다가와 두 사람 사이를 막았다.“공자님. 손을 놓으십시오.”무천은 하인을 밀쳐 내고 그대로 문으로 향했다.호위가 문턱을 가로막았다.“비켜.”“나가실 수 없습니다.”“아버지를 뵙겠다.”“말씀은 전해 드리겠습니다.”“당장 비키라고 했다.”호위는 움직이지 않았다.무천은 그의 어깨 너머로 멀어지는 하인을 보았다.“예령이 오늘 왔느냐?”하인의 발이 잠시 멈췄다.“오늘 여기 왔느냐고!”“예.”하인이 마지못해 돌아보았다.“서 상단주님과 함께 오셨다가 조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무천의 손이 문설주 위에서 멎었다.예령이 다녀갔다.자신이 이 안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 번 찾아오지 않았다.아니.찾아오지 않은 정도가 아니었다.형님과 혼인하겠다는 말을 하러 이 집에 왔다.무천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문이 닫히고 걸쇠가 맞물렸다.철컥.식탁 위에는 아직 김이 오르는 국이 놓여 있었다.무천은 의자를 끌어 앉았지만 수저를 들지 않았다.그럴 리 없었다.예령이 형님과 혼인할 리가 없었다.자신에게 화가 나서 벌이는 일이었다.그녀는 원래 그랬다.서운하면 며칠씩 말을 아끼다가도 결국 자신이 먼저 불러 주면 찾아왔다.어린 시절부터 늘 그랬다.이번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었다.무천은 다시 문 앞으로 갔다.“예령에게 사람을 보내라.”대답이 없었다.“할 말이 있다고 전해.”잠시 뒤에도 아무 소리가 없자 목소리를 낮췄다.“사과하겠다고 해.”그 말이면 올 것이다.예령은 자신이 사과하는 것을 한 번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었다.한마디면 충분했다.문밖의 호위가 잠시 침묵했다.“전할 수 없습니다.”무천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무슨 뜻이지?”“서씨 집안에는 공자님의 서신이나 사람을 들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와 있습니다.”무천은 천천히 문 가까이 다가갔다.“누가 그런 지시를 했지?”호위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그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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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화. 그 색이 더 어울리오

이틀 뒤, 무겸은 약속한 시각보다 조금 일찍 서씨 상단에 도착했다.예령이 이층에서 내려왔을 때 그는 마차 곁에 서 있었다.“어디로 가는지는 정하셨습니까?”“예령 낭자가 잘 아는 곳으로 가시오.”“저한테 맡기시는 겁니까?”“오늘은 그러려고 왔소.”예령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마차에 올랐다.황도에서 비단으로 이름난 상점은 서씨 상단과 오래 거래해 온 곳이었다.주인은 예령을 보자 반갑게 맞이하다가 뒤이어 들어온 무겸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큰공자님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나도 입어야 한다고 하더군.”무겸의 말에 주인의 시선이 예령에게 향했다.예령은 괜히 헛기침하며 안쪽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탁자 위에 비단이 하나씩 펼쳐졌다.붉은빛이 도는 것부터 짙은 남색, 검은빛이 섞인 자색까지 색이 다양했다.예령은 손끝으로 천의 결을 확인했다.“이건 너무 밝습니다.”“그럼 이쪽은 어떻습니까?”주인이 짙은 자색 비단을 펼쳤다.예령은 잠시 그것을 바라보다가 무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그가 입고 있는 검은 옷 위로 비단을 겹쳐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잘 어울렸다.“이게 낫겠네요.”무겸이 그녀를 보았다.“벌써 정했소?”“공자님께 어울립니다.”“그럼 이걸로 하지.”예령이 눈썹을 살짝 올렸다.“직접 보신다더니 너무 빨리 정하시는 것 아닙니까?”“예령 낭자가 골랐지않소.”또 그 말이었다.예령은 대꾸하지 않고 다른 비단으로 시선을 돌렸다.주인이 이번에는 붉은색 천을 몇 장 꺼냈다.“아가씨께서는 이쪽이 어떻습니까? 혼례복에는 이 색이 가장 많이 나갑니다.”예령이 천을 들어 보려는데 무겸이 먼저 한 장을 집었다.짙은 붉은색이었다.그는 예령의 어깨 가까이 천을 대 보았다.예령이 순간 몸을 굳혔다.무겸의 손이 어깨 바로 옆에 있었다.닿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움직이면 손등이 스칠 거리였다.“이건 너무 어둡지 않습니까?”예령이 물었다.무겸은 천보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아니.”짧은 대답이었다.“잘 어울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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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화. 같이 살 집

마차는 성 동쪽의 큰길을 벗어나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섰다.예령은 창밖을 살폈다.상단에서는 멀지 않았다. 걸어서 오가기에는 조금 멀었지만 마차라면 반 시진도 걸리지 않을 거리였다.“전에 말씀하신 두 곳 중 하나입니까?”“그렇소.”“다른 곳은요?”“오늘 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 봅시다.”마차가 멈췄다.먼저 내린 무겸이 발판 옆에 섰다.예령이 치맛자락을 걷어 들고 내려가려는데 그의 손이 앞으로 나왔다.잠깐 멈칫했다.지금까지는 연화나 하인의 손을 잡고 내리는 일이 익숙했다.무겸은 재촉하지 않았다.예령은 결국 그의 손 위에 손을 올렸다.손이 생각보다 컸다.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감아 그녀를 아래로 내려 주었다.발이 땅에 닿자 곧 놓아줄 줄 알았는데 손은 한 박자 늦게 떨어졌다.예령은 괜히 소매를 바로잡았다.“들어가시지요.”집은 바깥에서 본 것보다 안이 넓었다.대문을 지나면 작은 앞마당이 나왔고, 회랑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자 햇빛이 잘 드는 안채가 있었다.예령은 처마 아래에 서서 주변을 둘러봤다.“조용하네요.”“너무 조용한 것은 싫소?”“아닙니다. 상단에서 돌아오면 이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말을 하고 나서 예령이 잠시 멈췄다.상단에서 돌아오면.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인데 마치 이곳에서 살게 될 사람처럼 들렸다.무겸은 그 말을 굳이 짚지 않았다.대신 안채 문을 열었다.“이쪽은 어떻소?”넓은 방과 작은 방이 이어져 있었다.창을 열면 뒤뜰이 보였고, 그 옆에는 별도의 서실이 있었다.예령의 시선이 그쪽에서 멈췄다.무겸이 알아차렸다.“마음에 드는 모양이군.”“장부를 두기에 좋아 보여서요.”“또 장부요?”예령이 그를 돌아봤다.“상단 일을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그만두라고 한 적 없소.”대답이 너무 빨랐다.예령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무겸은 서실 안으로 들어가 창을 열었다.묵은 공기가 빠져나가고 바람이 들었다.“책장은 더 들여야겠군.”“제 장부까지 여기 둘 생각이십니까?”“예령 낭자가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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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화. 끊긴 거래

집을 나올 때는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 있었다.예령은 마차에 오르기 전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조금 전까지 둘이 돌아보던 집이 담장 너머로 보였다.혼례를 치르면 저곳으로 들어오게 된다.아직 정식으로 값을 치른 것도 아닌데 벌써 자신의 방과 서실이 어디가 될지 알고 있었다.무겸은 먼저 마차에 올랐다.예령도 뒤따라 자리에 앉았다.돌아가는 길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그런데도 아까보다 침묵이 어색하지 않았다.예령은 창밖을 보면서도 몇 번이나 맞은편의 무겸을 의식했다.허리를 받쳤던 손의 감각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았다.서씨 상단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등불이 켜져 있었다.마차가 멈추기도 전에 연화가 계단을 내려왔다.평소와 다른 얼굴이었다.예령은 바로 알아차렸다.“무슨 일이야?”“북방에서 사람이 왔어요.”마차에서 내리던 예령의 움직임이 멎었다.“어느 거래처?”“세 곳에서 같이 보냈답니다.”예령은 곧장 상단 안으로 들어갔다.무겸도 말없이 뒤를 따랐다.응접실에는 먼 길을 달려온 듯 옷에 흙먼지가 묻은 사내가 기다리고 있었다.예령이 들어서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서 아가씨.”“앉으세요. 무슨 일입니까?”사내는 품에서 봉투 세 개를 꺼냈다.“북방의 진가상회, 백운상회, 송림상회에서 보내온 서신입니다.”익숙한 이름들이었다.모두 서씨 상단과 십 년 넘게 거래해 온 곳이었다.예령은 첫 번째 봉투를 열었다.몇 줄 읽지 않아 얼굴이 굳었다.다음 서신도 다르지 않았다.세 곳 모두 다음 달로 예정되어 있던 거래를 보류하겠다는 내용이었다.“이유가 무엇입니까?”“서씨 상단에서 북방 거래를 정리한다고 들었다고 합니다.”예령의 눈이 가늘어졌다.“누구에게 들었답니까?”사내가 잠시 망설였다.“유 행수에게요.”유덕수.예령은 서신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합니까?”“두 달 전부터입니다.”유덕수가 붙잡히기 훨씬 전이었다.사내가 말을 이었다.“서 상단주님의 몸이 좋지 않고, 아가씨께서는 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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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화. 답이 없는 서찰

다음 날 아침부터 서씨 상단은 평소보다 분주했다.예령은 유덕수가 관리하던 북방 거래 기록을 전부 자신의 방으로 옮기게 했다.장부만 여섯 권이었다.그 외에 거래처에서 온 서신과 운송 기록까지 합치자 탁자 하나가 금세 가득 찼다.예령은 가장 최근 장부부터 펼쳤다.“진가상회는 두 달 전부터 주문량이 줄었고…….”연화가 옆에서 서신을 날짜별로 정리했다.“백운상회도 비슷해요.”예령은 말없이 다음 장을 넘겼다.이상한 점은 금세 드러났다.거래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와 유덕수가 북방 거래처를 직접 방문한 시기가 거의 겹쳤다.“이 사람이 다녀온 뒤부터군.”연화의 표정이 굳었다.“처음부터 준비했던 걸까요?”“그랬겠지.”유덕수는 단순히 돈을 빼돌린 것이 아니었다.서씨 상단에서 나갈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관리하던 거래처까지 함께 가져가려 했다.예령은 다른 장부를 펼쳤다.그런데 몇 장을 넘기던 손이 멈췄다.“여기 왜 비어 있지?”연화가 가까이 다가왔다.장부에는 출고 날짜와 수량은 적혀 있었지만, 물건을 받은 사람의 확인과 운송 책임자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한두 건이 아니었다.예령은 비슷한 기록을 골라냈다.네 건.모두 북방으로 보낸 물건이었다.“이 기록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봐.”“네.”연화가 나간 뒤 예령은 의자에 기대지 않고 그대로 장부를 들여다봤다.유덕수가 사라진 뒤 가장 불편한 것은 일이 많아진 것이 아니었다.어떤 일을 누가 알고 있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었다.잠시 후 직원 둘이 들어왔다.예령이 빈 기록을 가리켰다.“이 물건들은 누가 보냈죠?”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유 행수께서 직접 지시하셨습니다.”“운송을 맡긴 사람은요?”“그것까지는…….”다른 직원도 고개를 숙였다.“유 행수께서 따로 처리하셨습니다.”또 유덕수였다.예령은 장부를 덮었다.“앞으로 한 사람이 거래처, 운송, 장부까지 전부 쥐는 일은 없도록 하세요.”“예, 아가씨.”“그리고 이 네 건은 출고된 날부터 다시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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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화. 그 가격으로 남는 게 있습니까

다음 날 정오가 가까워질 무렵이었다.예령은 전날 골라 둔 네 건의 운송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마차를 몰았던 사람 둘은 이미 상단을 그만뒀고, 한 사람은 몇 달 전 북방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았다.마지막 한 사람의 행방도 확인 중이었다.연화가 안으로 들어왔다.“아가씨, 손님이 오셨어요.”“누구?”“태성상단에서 왔다는데요.”예령의 손이 멈췄다.어제 이름을 확인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들여보내.”잠시 후 삼십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사내가 들어왔다.허리춤에는 값비싼 패옥이 달려 있었고, 가늘고 날카로운 눈매에는 상대를 재는 듯한 기색이 배어 있었다.“태성상단의 황기문입니다.”“서예령입니다.”황기문은 자리에 앉으며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서 상단주님을 뵐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북방 거래는 제가 보고 있습니다.”그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황기문이 서찰 하나를 탁자 위에 놓았다.“진가상회와 백운상회는 이미 저희와 조건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북방 거래 일부를 정리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왜 그래야 하죠?”“서씨 상단도 최근 일이 많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아가씨께서는 곧 혼인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예령의 눈빛이 차가워졌다.황기문은 태연했다.“북방은 길이 멉니다. 산길도 많고 사람 손도 많이 타지요.”그가 웃었다.“수레 하나쯤 늦어져도 이상할 게 없고,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예령의 손이 장부 위에서 멈췄다.“태성상단에서는 그런 일이 자주 있나 보군요.”“우리는 그런 길을 피할 줄 압니다.”“서씨 상단도 피하라는 말입니까?”“현명한 사람이라면 굳이 위험한 길을 고르지는 않겠지요.”협박이라고 잡아낼 만한 말은 없었다.그러나 뜻은 분명했다.북방에서 손을 떼라.예령은 장부를 펼쳤다.“그래서 일 할을 낮추셨습니까?”황기문의 표정이 조금 변했다.“운송비도 받지 않으신다고 들었습니다.”“거래처에는 좋은 조건이지요.”“태성상단에는요?”예령은 장부의 숫자를 짚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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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화. 검은 옷의 사내

해가 완전히 진 뒤에도 예령은 상단을 떠나지 못했다.사라진 수레에서 발견된 나무패와 운송 기록이 탁자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사람 셋이 사라졌는데 물건은 손대지 않았다. 단순한 도적질로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았다.무엇보다 황기문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수레 하나쯤 늦어져도 이상할 게 없고, 사람이 돌아오지 않는 일도 있다는 말.그가 아무것도 모른 채 던진 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정확했다.예령은 운송 기록을 다시 펼쳤다. 사라진 세 사람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곳과 수레가 발견된 위치 사이에는 하루 가까운 거리가 비어 있었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야 했다.“아가씨.”문밖에서 연화의 목소리가 들렸다.“큰공자님께서 오셨어요.”예령이 고개를 들었다.잠시 뒤 무겸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뒤에는 곽진이 따르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 검은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예령은 잠깐 그쪽을 보았지만 곧 시선을 거뒀다.무겸은 탁자 앞으로 다가와 나무패를 집어 들었다. 깊게 긁힌 칼자국을 손끝으로 천천히 훑어본 뒤 곽진에게 건넸다.곽진도 한동안 표식을 살폈다.“없애려던 흔적은 아닙니다.”예령이 그를 바라봤다.“왜 그렇게 생각하죠?”“서씨 상단의 표식이라는 걸 숨기려 했다면 부수거나 태웠을 겁니다.”곽진은 칼자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오히려 눈에 띄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 이 수레를 발견하고, 서씨 상단의 것이라는 걸 알아보길 바란 것 같습니다.”예령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사람은 셋입니다. 아직 어디로 갔는지는 찾지 못했습니다.”잠시 나무패를 내려다보던 예령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오늘 낮에 태성상단에서 사람이 찾아왔었습니다.”무겸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예령은 황기문이 찾아왔던 일을 처음부터 설명했다. 진가상회와 백운상회가 태성상단과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부터, 유덕수가 서씨 상단의 거래처를 넘겨준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까지.“문제는 돌아가기 전에 한 말입니다.”예령의 손끝이 나무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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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화. 앞으로 예령 낭자를 따른다

“진가상회와 백운상회부터 만나겠습니다. 태성상단이 어떤 조건을 내걸었는지도 직접 들어봐야 하고요.”예령은 펼쳐 둔 장부 위에서 두 곳의 이름을 차례로 짚었다. 진가상회는 서씨 상단과 십 년 넘게 거래를 이어 온 곳이었고, 백운상회 역시 북방에서 물품을 들여올 때면 가장 먼저 서씨 상단을 찾던 거래처였다.유덕수가 먼저 손을 썼다고 해서 그 오랜 관계까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아닐 터였다. 아직 태성상단과 정식으로 거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직접 만나 다시 이야기를 나눠 볼 여지는 충분했다.무겸은 예령이 짚은 이름들을 잠시 내려다보다가 문가에 서 있는 사내를 불렀다.“장호.”“예.”“앞으로 예령 낭자를 따른다.”장부 위에 있던 예령의 손이 멈췄다.장호는 미리 들은 이야기라도 되는 듯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허리를 숙였다.“명 받들겠습니다.”예령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무겸이 북방 길에 사람을 붙여 주겠다고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 말은 그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 있었다.“북방에 다녀오는 동안만 말씀하시는 겁니까?”“아니.”무겸의 대답은 짧았다.예령은 잠시 기다렸지만 더 이어지는 말이 없자 되물었다.“그럼 앞으로 계속요?”무겸이 고개를 끄덕였다.“공자님의 사람이잖아요.”“내게는 곽진이 있소.”“곽진 공자와 장호는 하는 일이 다르지 않습니까?”“그러니 보내는 거요.”그제야 예령은 두 사람의 역할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떠올렸다.곽진은 늘 무겸의 곁에서 사람을 만나고 소식을 모으며, 그의 지시가 필요한 곳으로 먼저 움직였다. 장호는 달랐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도 위험이 닥치는 순간 가장 먼저 몸을 던지는 쪽이었다.그런 사람을 잠시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곁에서 떼어 아예 예령에게 붙이겠다는 뜻이었다.예령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너무 이르지 않습니까?”무겸이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아직 혼인 날짜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때부터 공자님의 호위를 제가 데리고 다니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을 겁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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