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부터 서씨 상단은 평소보다 분주했다.예령은 유덕수가 관리하던 북방 거래 기록을 전부 자신의 방으로 옮기게 했다.장부만 여섯 권이었다.그 외에 거래처에서 온 서신과 운송 기록까지 합치자 탁자 하나가 금세 가득 찼다.예령은 가장 최근 장부부터 펼쳤다.“진가상회는 두 달 전부터 주문량이 줄었고…….”연화가 옆에서 서신을 날짜별로 정리했다.“백운상회도 비슷해요.”예령은 말없이 다음 장을 넘겼다.이상한 점은 금세 드러났다.거래가 줄어들기 시작한 시기와 유덕수가 북방 거래처를 직접 방문한 시기가 거의 겹쳤다.“이 사람이 다녀온 뒤부터군.”연화의 표정이 굳었다.“처음부터 준비했던 걸까요?”“그랬겠지.”유덕수는 단순히 돈을 빼돌린 것이 아니었다.서씨 상단에서 나갈 생각을 하면서 자신이 관리하던 거래처까지 함께 가져가려 했다.예령은 다른 장부를 펼쳤다.그런데 몇 장을 넘기던 손이 멈췄다.“여기 왜 비어 있지?”연화가 가까이 다가왔다.장부에는 출고 날짜와 수량은 적혀 있었지만, 물건을 받은 사람의 확인과 운송 책임자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한두 건이 아니었다.예령은 비슷한 기록을 골라냈다.네 건.모두 북방으로 보낸 물건이었다.“이 기록을 작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봐.”“네.”연화가 나간 뒤 예령은 의자에 기대지 않고 그대로 장부를 들여다봤다.유덕수가 사라진 뒤 가장 불편한 것은 일이 많아진 것이 아니었다.어떤 일을 누가 알고 있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었다.잠시 후 직원 둘이 들어왔다.예령이 빈 기록을 가리켰다.“이 물건들은 누가 보냈죠?”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봤다.“유 행수께서 직접 지시하셨습니다.”“운송을 맡긴 사람은요?”“그것까지는…….”다른 직원도 고개를 숙였다.“유 행수께서 따로 처리하셨습니다.”또 유덕수였다.예령은 장부를 덮었다.“앞으로 한 사람이 거래처, 운송, 장부까지 전부 쥐는 일은 없도록 하세요.”“예, 아가씨.”“그리고 이 네 건은 출고된 날부터 다시 확인합니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