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씨 본가.영채는 집사 이상규의 안내를 받아 은은한 차향이 감도는 조용한 다실로 들어갔다. 문태국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앉거라.”영채는 티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문태국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 “아가씨에 대해서는 내가 좀 조사해 봤어. 두 달 전 태양그룹 유람선 행사에 숨어들어 정호 방에 들어갔고, 그날 밤 아이를 가진 거더군.”문태국 정도의 사람이면 그 정도 사실을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들켰어도 영채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장님, 밤새 생각해 보시니 결론이 났어요?”문태국은 대답 대신 영채를 훑어봤다. “처음엔 아이를 이용해서 정호와 결혼하려 했겠지만 한씨 무너질 줄은 몰랐지. 그래서 정호를 붙들고, 아이를 빌미로 돈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내가 아는 정호라면 너와 결혼하는 것도, 2천억 원을 내놓는 것도 거절했겠지. 맞나?”‘역시 늙은 여우네. 눈치도 빠르고.’영채는 한숨을 내쉬면서 아예 숨길 생각을 접었다. “회장님 손자분은 정말 다루기 힘든 사람이에요.”“흥. 정호와 결혼할 생각은 접어. 대신 2천억 원은 내가 줄 수 있어.”“조건은요?” 영채도 순진하지 않았다.“아이를 낳으면 우리 집에서 키우게 넘겨. 이후엔 면접교섭권도 없고, 정호에게 다시 접근해서도 안 돼.”영채의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정호 씨는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하고, 제 아이는 그 여자의 아이로 올리겠다는 뜻이에요?”“걱정 마. 세림이 걔가 자기 아이처럼 키울 거야.” 문태국이 찻잔을 들면서 찻잎을 가볍게 불었다. “그 아이는 친모가 누군지 모르고 자라게 될 거고. 너한테도, 아이한테도 그게 나아.”영채는 헛웃음을 흘렸다. ‘계산 한번 참 알뜰하게 하시네.’“아가씨, 지금 아가씨 집안이 어떤 상황인지 알지 않나? 이런 때 내가 손을 내미는 것만 해도 큰 호의야.”문태국은 영채의 속셈을 다 안다는 듯 느긋하게 시선을 보냈다. “내가 마음먹고 너희 집안을 치면, 너희 집안의 회사가 경원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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