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디미트리의 시점나는 길고 긴 몇 번의 호흡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아이를 갖지 못한다.내 혈통의 단절.턱 근육이 팽팽하게 굳어졌고, 코로 천천히 숨을 내뿜는 동안 양옆에 둔 손이 단단한 주먹을 쥐었다. “이 저주를 끝장내기 위해 내 혈통이 끊어져야만 한다면,” 키르케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지.”그녀의 얼굴 위로 흡족함에 가까운 기색이 스치더니, 입술에 느릿한 미소가 번져나갔다. “좋습니다.” 그녀가 나직이 읊조렸다. “허나 알파, 태초의 마녀와 맺는 거래는 말 한마디만으로 봉인될 수 없는 법이지요.”무슨 뜻이냐고 따져 묻기도 전에, 그녀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며 내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머리칼을 스치더니, 머리에서 검은 머리카락 한 올을 툭 뽑아냈다.미간을 찌푸렸으나, 그녀가 손가락 사이에 그것을 들어 올려 보이는 동안 침묵을 지켰다.“모든 거래에는 마땅히 바쳐야 할 무언가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녀가 부드럽게 속삭였다.그녀는 머리카락을 가마솥 안으로 떨어뜨렸다. 보글거리며 끓어오르던 액체에 닿는 순간, 그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그리고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키르케가 내 가슴 위에 손바닥을 거세게 내리얹었다.익숙한 통증이 온몸을 거세게 후려쳤고, 그 날카로운 격통에 온몸의 근육이 일순간 굳어버렸다. 통증은 혈관을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가더니, 나타났던 것만큼이나 기이할 정도로 불현듯 사라졌다.그 뒤로 침묵이 내려앉았다.결코 가능하리라 생각지 못했던 사실을 깨닫는 순간 두 눈이 살짝 커졌다. 고통이 사라져 있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무언가가 내 안쪽을 서서히 갉아먹고 있다는 느낌 없이 온전히 숨을 들이쉴 수 있었다.너무나 오랜 세월을 이 저주와 함께 살아왔던 탓에, 내 몸 안에 서 있는 사내가 누구인지조차 낯설 지경이었다.키르케는 손을 거두며 모든 것을 안다는 듯 은밀한 미소를 지었다.“당신에게 약조했던 그 평온의 작은 맛보기라 여기십시오.” 그녀가 담담하게 일
Last Updated : 2026-10-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