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쪽을 택하는 편이 현명하리라는 결론을 내렸다.금속 문고리 몇 치 위에서 얼어붙어 있던 손이 마침내 움직였다. 머릿속에서 당장 멈추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손가락이 손잡이를 비틀었다. 카펫을 스치는 나직한 쓸림과 함께 연결된 문이 스르르 열렸고, 나는 그 틈을 넘어섰다.알파 디미트리는 셔츠를 벗은 맨몸이었다.그는 방 한가운데에 서서 한 손으로는 두꺼운 침대 기둥을 거세게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은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어깨가 팽팽히 굳어졌고, 등 근육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운 형벌인 양 잔뜩 뒤틀려 있었다. 척추를 따라 땀방울이 번들거렸다. 그의 가슴은 짧고 불규칙하게 오르내렸는데, 매 호흡이 처절한 사투처럼 쌕쌕거렸다. 집중하느라 가늘어진 짙은 숲빛 눈동자는 그 선명한 색감 탓에 오히려 그의 창백한 얼굴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할 뿐이었다.그 밖의 모든 것이 시야에서 지워졌다.수많은 협박도, 또 다른 알파의 곁에 갇혔다는 사실도, 스칼렛 베인이라는 거짓 신분도, 옷 속에 숨겨둔 아이도, 내 온 존재를 뒤흔들었던 혈통의 비밀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헐떡이는 모습을 마주한 순간 잡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치유사로서의 본능이 이성을 집어삼켰고, 나는 달렸다.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차가운 타일 바닥을 맨발로 박차며 그에게 짓쳐 들었다. 내 두 손은 지체 없이 그를 찾아갔다. 한 손은 병세가 도사린 가슴을 짓눌렀고, 다른 한 손은 목덜미에서 요동치는 가쁜 맥박을 짚었다. 의식적인 계산도 없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온기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고, 내 능력은 필사적인 격류가 되어 그에게 쏟아져 들어갔다. 그 뒤에 따를 후폭풍 따윈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그의 몸이 휘청거렸다.맨살을 더 강하게 짓누르며 어떻게든 그를 지탱하려 애썼지만, 그는 이미 균형을 완전히 잃은 뒤였다. 그의 무릎이 꺾였다. 그가 뒤로 쓰러지며 본능적으로 뻗은 한쪽 팔이 내 허리를
Last Updated : 2026-09-1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