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도, 집도, 주식도 받지 않겠습니다.”내 말이 끝나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나를 돈으로 묶으려던 사람들은 내가 빈손을 택하자 오히려 당황했다.건우가 합의서를 내려다봤다.“감정적으로 굴지 마. 받을 건 받아.”“대가를 받으면 당신들은 내가 팔렸다고 생각할 테니까요.”“그런 뜻이 아니야.”“그럼 무슨 뜻인데요?”그는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준비해 온 수정본을 법무팀장 앞에 놓았다.“재산 관련 조항은 전부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혼인 중 창작한 기획 지식재산권, 루미에르관 명칭과 설계에 관한 권리, 민형사상 청구권 포기 조항도 뺐어요.”최명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태림에서 일하며 만든 건 태림 것이다.”“저를 공식 직원이 아니라고 해임했잖아요.”“말장난하지 마라.”“그 말장난으로 제 이름을 지웠으니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죠.”법무팀장이 수정본을 훑었다. 내가 첨부한 파일 생성 기록과 저작권 등록 예고 통지까지 보자 표정이 굳었다.“부회장님, 이 부분은 분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포괄 포기 조항은 강요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나리는 곧장 끼어들었다.“루미에르 기획은 제 건데 왜 언니 권리를 넣어요?”“그러면 삭제돼도 잃을 게 없겠네요.”“그게 아니라…….”“당신이 썼다는 원본을 준비해요. 곧 확인할 테니까.”나리의 손이 가방 끈을 세게 움켜쥐었다.건우는 부속 조항보다 내 얼굴만 보고 있었다.“정말 아무것도 안 받을 거야?”“내 것은 내가 가져갑니다. 당신 집과 돈 말고.”“육 개월 뒤 돌아오면 결국 같이 쓸 거잖아.”그 확신이 마지막 남은 미련을 말끔히 베었다. 나는 돌아온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가 믿은 것은 사랑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 기다려 줄 거라는 오만이었다.“협력업체 대금 지급 보류는 철회했나요?”재무담당이 확인서를 내밀었다.“오늘 오전 지급했고, 정규직 감원안은 한 달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나는 회사 인감과 전자 승인 기록을 확인했다. 살려야 할 사람들의 월급이 먼저였다. 그제야 펜 뚜껑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