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66 Capítulos

11화 — 범인은 아내였다

보안요원이 내 출입증을 빼앗았다.“대표님 지시입니다. 조사 종료 전까지 본사와 전 사업장 출입이 정지됩니다.”로비 대형 화면에는 위조 명품 샘플 유출 속보가 떠 있었다. 그리고 유출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나였다.기사에는 ‘대표 부인의 경영 개입’이 반복됐다. 익명 관계자의 문장은 나리의 말투와 같았다.“증거를 보여 주세요.”“감사회의에서 설명드린답니다.”직원 수십 명이 지나가며 나를 봤다. 며칠 전까지 해고를 막아 달라며 찾아오던 사람들도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나는 임시 출입증을 받아 회의실로 올라갔다.나리가 화면에 보안 기록을 띄웠다.나리는 그제 새벽 한 시 십팔 분 내 출입증으로 격리 창고가 열렸다고 했다.이어진 영상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여자가 샘플 상자를 들고 나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체격과 코트 색까지 나와 비슷했다.“얼굴은요?”“일부러 가렸겠죠.”나는 영상 속 인물이 오른손으로 카드를 댔지만 그날 내 오른손은 부목에 묶여 있었다고 지적했다.나는 진료 사진을 화면에 띄웠다. 손목부터 손가락까지 두꺼운 붕대가 감겨 있었다.나리가 말했다.“왼손으로 들고 오른손으로 댈 수도 있죠.”“상자는 십이 킬로그램이에요. 어깨 타박상 진단도 있습니다.”“아픈 척했을 수도 있고요.”“응급실 의사까지 매수했다는 말인가요?”감사실장은 신체 상태만으로 동일인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그럼 동일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죠.”“영상의 초 단위 글꼴도 다릅니다. 원본을 내세요.”나리가 빠르게 시선을 내렸다.“내가 그 시각 어디 있었는지 확인했습니까?”“집에 있었다고 주장하시겠죠.”건우가 책상 위로 사진 한 장을 밀었다. 기자에게 전달된 위조 가방 옆에 내 명함이 놓여 있었다.“이 명함, 당신 것 맞아?”“맞아. 하지만 반년 전에 쓰던 구형이야.”“어디에 보관했어?”“회사 사무실 서랍.”나리가 차분히 말했다.“지금은 제 방이죠. 인수할 때 서랍은 비어 있었어요.”“당신이 비웠으니까.”“또 저를 범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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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 한 장의 녹음

명희는 서명하면 내 책임을 더 묻지 않겠다고 했다.최명희가 펜을 내 쪽으로 밀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화면이 아래로 가게 놓았다.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 켠 녹음기는 내 앞의 대화를 한 줄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제가 하지 않은 서명을 인정하라는 뜻이군요.”명희는 보조 업무에서 난 사고니 내 책임이라고 몰았다.백나리는 미리 준비한 펜을 내 앞에 놓았다.나리는 한 줄만 쓰면 모두 끝나며 건우도 원한다고 거들었다.“내 입을 막으면 끝난다는 말이네요.”“말을 꼭 그렇게 받아들이세요?”나는 확인서를 천천히 넘겼다.“공급업체 승인서의 원래 결재자는 부회장님이었죠?”명희의 눈이 가늘어졌다.명희는 원래 결재선보다 지금 남은 내 이름이 중요하다고 했다.“제 이름으로 덮었으니까요?”그녀는 회사에 가장 잡음 없는 방법이었다고 말했다.나리가 명희를 흘끗 봤다. 녹음 파형은 내 손바닥 아래에서 계속 움직였다.“원본 결재선이 복구되면 부회장님 서명도 나와요.”나리가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얘가 자기 실수였다고 쓰면 된다는 거야.”“위조품이 매장에 풀렸어도 같은 말을 하셨겠어요?”명희는 물건도 안 풀렸는데 내가 일을 키웠다고 나무랐다.누군가의 피해를 막은 일이 그들에게는 쓸데없는 방해였다.나는 다음 장을 펼쳤다.“루미에르 자료도 나리 씨 지시에 따라 썼다고 돼 있네요. 내가 만든 최초 파일은 왜 지웠어요?”나리의 입술이 굳었다.“회사 컴퓨터에 있던 자료를 정리했을 뿐이에요.”“내 방에서 가져간 원본 도면도 회사 자료라서 숨겼고?”나리는 초승달 낙서 하나가 무슨 도둑질이냐며 루미에르에 쓸 것이라 우겼다.“서지안 표식인 걸 알고도?”명희가 나리를 노려봤지만 이미 늦었다.“그 이름은 다시 꺼내지 마.”“왜죠? 어머니에게도 이런 확인서를 받으셨어요?”“네 어미는 자기 분수를 몰랐다. 납품 원장을 쥐고 회사를 흔들려 했지.”“그래서 횡령범으로 만들었습니까?”명희는 과거를 더 캐면 입을 닫게 하겠다고 협박했다.협박까지 또렷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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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 마지막으로 믿어 본 밤

“서명해.”건우는 저녁 식탁 위에 새 책임 확인서를 놓았다. 같은 집에 사는 부부가 아니라 조사관과 피조사자처럼 마주 앉은 밤이었다.“내용은 읽었어?”“법무팀이 당신 책임을 최소화했어.”“루미에르 기획도 나리 씨 지시에 따라 작성했다고 돼 있는데?”그가 문서를 다시 펼쳤다. 처음 보는 문장인 듯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표현은 수정할 수 있어.”“누가 초안을 만들었는지는 안 궁금해?”“지금은 위조품 사태를 막는 게 먼저야.”“내 서명을 훔친 사람을 찾는 것보다?”“그건 조사 중이잖아.”“내 접근권을 끊고 나리 씨에게 조사를 맡겨 놓고?”건우는 피곤한 얼굴로 넥타이를 풀었다.건우는 하루 종일 이 일만 봤으니 이제 싸우지 말자고 했다.“난 하루 종일 내 결백을 증명했어.”“그러니까 회사가 정리할 시간을 줘.”“회사가 아니라 당신에게 묻는 거야.”나는 서류를 옆으로 밀었다. 오늘은 녹음도, 복구한 결재선도, 나리의 원격 출입 기록도 꺼내지 않았다. 그것들이 없을 때도 그가 나를 아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단 하나만 대답해.”“뭔데?”“증거가 없어도 나를 믿어요?”그의 손이 멎었다.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나는 서명을 위조하지 않았다는 내 말을 믿느냐고 다시 물었다.“그런 식으로 단순하게 물을 일이 아니야.”“나한테는 단순해.”“대표인 내가 정황을 무시할 순 없어.”“남편인 당신은?”그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나리가 거짓말할 이유가 없어.”창밖에서 자동차 불빛이 스쳐 갔다. 방 안은 그대로인데 무언가 완전히 꺼진 것 같았다.“그럼 나는?”“당신이 거짓말했다는 게 아니야.”“둘이 반대되는 말을 했는데 둘 다 진실일 수는 없어.”나는 나리가 그 시각 전략실에 있었고 원격 단말 기록도 있다고 밝혔다.건우의 눈빛이 흔들렸다.“그 기록은 어디서 났어?”“중요한 건 출처야, 내용이야?”“불법으로 확보한 자료라면 회사에서 쓸 수 없어.”“내용이 사실인지 먼저 묻지는 않네.”“나리에게도 설명할 기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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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 서른 날의 유예

“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태림 채권을 오늘 회수하마.”외조부 서문석은 인사 대신 통보부터 했다. 유성금융 명예회장실의 긴 탁자 위에는 태림의 만기표와 아크파트너스 전환사채 계약서가 펼쳐져 있었다.“안 됩니다.”“아직도 그 집을 지킬 셈이냐?”“그 집이 아니라 직원들을 지키는 겁니다.”외조부의 지팡이가 바닥을 한 번 울렸다.“네 이름을 지워 가며 살린 회사다. 이제 쓰러지게 둬.”“제가 살린 만큼, 망하게 둘 권리도 제게 없어요.”문재하가 두 사람 사이에 계약 요약본을 놓았다.재하는 태림이 두 번째 이자 유예를 요청했으며, 위조 공급망 위반이 확인되면 아크의 전환사채를 즉시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보고했다.“정확히 언제죠?”자동 전환일은 삼십 일 뒤였다. 중대 위반과 브랜드 재동의가 먼저 끝나면 긴급 총회도 소집할 수 있었다.나는 달력을 바라봤다. 마음속에 적어 둔 숫자와 같았다.외조부가 물었다.“한 달 더 그 집 며느리로 모욕받겠다는 말이냐?”“며느리로 기다리는 게 아닙니다. 채권자로 준비하는 거예요.”“이건우를 아직 사랑해서가 아니고?”대답이 늦었다. 사랑은 남아 있었다. 다만 남았다는 이유로 나를 또 내어 줄 생각은 없었다.“사랑이 제 판단을 늦춘 건 맞아요. 이제 판단은 제가 합니다.”외조부는 한동안 내 얼굴을 보더니 계약서를 내 쪽으로 밀었다.“좋다. 아크로 돌아와라. 네 회사인데 빈 대표실을 언제까지 둘 셈이냐.”아크파트너스. 대학을 졸업한 뒤 작은 부실 브랜드 하나를 되살리며 시작한 회사였다. 유성의 공동투자는 받았지만 의결권 계약과 투자 결정은 처음부터 내가 쥐었다. 외조부의 외손녀가 아니라 ‘E. Seo’의 실적으로 키운 내 이름이었다.결혼 뒤 나는 공식 석상에서 물러났을 뿐, 세 번의 태림 위기 때마다 아크를 통해 익명 자금을 넣었다. 건우는 그때마다 얼굴 없는 채권자에게 감사하면서도 내 조언은 무시했다.첫 번째는 백화점 차입금이 막힌 겨울이었다. 나는 부실 점포를 담보에서 빼고 매출채권을 묶어 급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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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 아내를 해고한 남편

“오늘부로 루미에르 프로젝트에서 빠져.”건우는 등기 통지를 보낸 뒤에야 내게 말했다. 대표실 책상 위에는 이미 내 권한 삭제와 자료 반납 절차가 결재돼 있었다.“내 설명은 들을 필요도 없었어?”“당신을 위한 조치야.”“어떻게?”그는 잠깐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보호하려 했다는 말조차 끝내 설명하지 않았다.건우는 조사 중인 내가 프로젝트에 남으면 더 공격받을 거라며 합리화했다.“그래서 공격한 사람에게 내 자리를 주고 나를 내보내?”“백 실장은 정식 책임자야.”“내 기획을 설명하지도 못하는 책임자.”“당신이 뒤에서 계속 흔들면 누구도 일할 수 없어.”서류의 해임 사유에는 ‘권한 없는 개입과 내부 자료 유출 의혹’이 적혀 있었다. 아내를 지킨다는 사람이 회사 기록에는 나를 범인으로 남겼다.“이 문구도 당신이 승인했어?”“법무팀 표준 문안이야.”“당신 서명이 있잖아.”“나중에 혐의가 풀리면 정정할 수 있어.”“내 이름을 지우는 건 늘 지금이고, 돌려주는 건 늘 나중이네.”건우의 턱이 굳었다.건우는 회사가 위험해 자신까지 감정적으로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당신은 아주 일관되게 움직이고 있어. 언제나 나를 비용으로 계산하지.”“그런 뜻이 아니야.”“그럼 설명해.”나는 기다렸다. 그가 정말 나를 보호하려 했다면, 최소한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지키겠다는 건지 말하면 됐다.하지만 건우는 시선을 피했다.“지금은 말하기 어려워.”“말하지 않은 의도는 없는 것과 같아.”나는 해임 통지 사본에 수령 시각을 적었다. 서명란은 비워 뒀다.“개인 자료를 회수하겠습니다.”“보안팀 입회 아래 가능해.”나는 나리가 먼저 가져간 자료도 반납 목록에 넣으라고 요구했다.대표실 문을 열자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 해임 시간을 미리 알려 준 모양이었다.“서은채 씨, 위조 샘플을 외부에 넘기셨습니까?”“백 실장의 기획을 가로채려 했다는 게 사실입니까?”카메라가 얼굴 앞으로 밀려왔다. 건우는 나보다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건우는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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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 훔친 사람은 질문을 두려워한다

“손익분기점 산식부터 설명해 주십시오.”파리에서 접속한 메종 베르니에 재무책임자의 첫 질문에 백나리는 입을 다물었다. 화면 속 그녀의 미소가 천천히 굳었다.“산식이요?”“귀하가 작성했다는 재개장안 27쪽입니다. 매출 연동 임대료와 최소 보장액이 동시에 적용될 때 어느 값이 우선합니까?”“그건 담당 재무팀이 계산했습니다.”“문서에는 백 실장 단독 설계라고 적혀 있습니다.”나는 아크 회의실에서 비공개 참관자로 화면을 보고 있었다. 태림 쪽에는 ‘계약 채권자 자문역 E. Seo’로만 표시됐다.건우가 대신 답하려 했다.“세부 수치는 태림 재무팀에서 보완해 전달하겠습니다.”“오늘 회의 목적은 저작자와 책임자를 확인하는 것입니다.”본사 법무이사가 잘라 말했다.“백 실장에게 계속 묻겠습니다. 초승달 표식은 어떤 권리 관계를 뜻합니까?”나리는 대본을 빠르게 넘겼다.“루미에르의 영원한 빛을 상징합니다.”“그 표식 아래 등록된 서지안의 원설계권은 검토했습니까?”“오래전 퇴사한 직원의 낙서까지 검토할 필요는 없다고 봤습니다.”“서지안은 루미에르 총괄 설계자였습니다. 원계약 12조의 사후 권리 귀속처는요?”나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답은 상속인인 나였다.명희가 마이크를 껐다. 화면 너머로 나리를 다그치는 입 모양이 보였다.재하가 내 쪽을 보며 작게 웃었다.“첫 질문도 못 넘기네요.”“웃을 때 아니야. 저쪽이 계약을 끊으면 직원들이 먼저 다쳐.”베르니에 측은 세 번째 질문을 던졌다.“위조 납품사와 정식 공급사의 거래 코드를 어떻게 구분합니까?”“저희 구매본부에 완벽한 검수 체계가 있습니다.”“구분법을 물었습니다.”“보안상 공개하기 어렵습니다.”“그럼 계약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재무책임자가 마지막 표를 띄웠다.“귀하의 예상 매출은 같은 면적에서 수용 가능한 방문객 수보다 2.4배 많습니다. 안전 기준을 무시한 겁니까?”“프리미엄 고객은 회전이 빠릅니다.”“기획서에는 오래 머무는 경험을 핵심 가치로 썼습니다.”나리는 자기 문장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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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 혼자 보낸 기일

“오늘은 꼭 같이 가겠다고 했잖아.”검은 정장을 입은 건우는 현관에서 내 시선을 피했다. 내 손에는 어머니 묘에 놓을 흰 장미가 들려 있었다.“미안해. 나리 수상식에 문제가 생겼어.”“어머니 기일보다 중요한 문제야?”“해외 투자자들이 오는 자리야. 루미에르 계약이 걸려 있어.”“백나리가 받는 상, 주최 단체가 지난달 생긴 곳이야.”그의 손이 넥타이 위에서 멎었다.“그걸 어떻게 알아?”“후원금은 태림 장학재단에서 냈고, 심사위원 둘은 나리 씨 홍보대행사 소속이야. 수상식이 아니라 돈 주고 산 사진 촬영이라고.”“확인되지 않은 말로 사람 깎아내리지 마.”나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법인등기와 후원금 결재서가 확인되지 않은 말이야?”“오늘 투자자가 오는 건 사실이야. 계약만 따내고 바로 묘원으로 갈게.”“폐장 시간까지 두 시간 남았어.”“늦지 않아.”또 지키지 못할 약속이었다. 지난해에도 그는 긴급 이사회를 이유로 오지 못했다. 그 전해에는 나리의 장학재단 행사에 갔다. 올해만은 함께 가겠다고 먼저 말한 사람이 건우였다.“내가 왜 오늘 같이 가 달라고 했는지 알아?”“당신 어머니께 인사드리려고.”“아니. 당신이 어머니 이름으로 만든 기획을 다른 사람에게 줬으니까, 적어도 미안하다고 말해 주길 바랐어.”건우의 얼굴이 굳었다.“그 문제는 조사 중이라고 했잖아.”“당신은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 거야?”“모르는 척하는 게 아니라 근거를 보는 거야.”“근거를 보여 줘도 나리 씨 쪽만 보잖아.”그때 집 앞에 차가 섰다.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고 나리가 손을 흔들었다. 검은 드레스 위로 내 나침반 펜던트가 반짝였다.“오빠, 늦겠어요!”건우가 구두를 신었다.“먼저 가 있어. 정말 금방 갈게.”“오늘 당신이 저 문을 나가면 오지 마.”그가 나를 돌아봤다.“협박하는 거야?”“마지막 부탁이야.”잠깐의 침묵 뒤, 건우는 문손잡이를 눌렀다.“다녀와서 얘기하자.”문이 닫혔다. 차는 망설임 없이 출발했다.나는 혼자 묘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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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 부인하지 않은 밤

기사 제목에는 내 남편의 이름과 다른 여자의 이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호텔 스위트룸 앞에서 이건우가 백나리의 어깨를 감싼 사진. 새벽 한 시 십칠 분이라는 촬영 시각까지 선명했다.“대표님, 사실이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 주세요.”기자들의 고함이 휴대전화 너머로 쏟아졌다. 건우는 통화를 끊지 않은 채 내 쪽을 보았다. 식탁 위에는 어머니 기일에 다녀와 벗어 둔 검은 장갑이 놓여 있었다.“지금 부인하면 주가가 더 흔들립니다.”홍보실장의 말에 건우가 눈을 감았다.나는 화면을 확대했다. 나리는 고개를 그의 가슴 쪽으로 기울였고, 건우의 손은 카메라 각도 때문에 허리에 닿은 것처럼 보였다. 아주 잘 만든 장면이었다.“호텔에는 왜 갔어요?”“투자자 미팅이 있었어. 나리가 통역을 맡았고.”“둘만 남았고요?”“아니. 임원들도 있었어. 먼저 내려갔을 뿐이야.”대답은 빨랐다. 거짓말하는 얼굴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참담했다. 사실이 아니라면 부인하면 됐다. 그는 내 상처와 회사의 숫자를 저울에 올려놓고도 망설이지 않았다.홍보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친분을 인정하되 사생활은 확인할 수 없다는 기조로 갈까요?”“아무 입장도 내지 마세요.”내가 말했다.건우가 안도한 듯 나를 바라봤다.“은채야, 이해해 줘서 고마워.”“오해하지 마요. 당신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려는 거예요.”그의 표정이 굳었다. 나는 기사와 원본 사진, 최초 유포 계정의 게시 시각을 차례로 저장했다. 호텔 복도 시계는 한 시 십일 분을 가리키는데 사진 정보에는 한 시 십칠 분이 적혀 있었다. 손댄 흔적이었다.곧 나리에게 전화가 왔다. 건우는 잠깐 망설이다 스피커를 켰다.“오빠, 나 너무 무서워. 집 앞에도 기자들이 있어.”“경호팀을 보낼게.”“언니가 많이 화났지? 내가 직접 설명할까?”목소리는 떨렸지만 숨은 일정했다. 울음을 연기할 때마다 생기는 버릇이었다.“설명해 봐요.”내가 끼어들자 잠깐 침묵이 흘렀다.“그날 투자자분이 취해서…… 오빠가 저를 방까지 데려다준 것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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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 이혼은 전략이라고 했다

“육 개월만 이혼해 줘.”건우는 이사회실 문이 닫히자마자 말했다. 사과도, 설명도 없이 내 혼인부터 협상 테이블에 올렸다.“다시 말해 봐요.”“서류상 이혼이야. 해외 투자자가 오너 리스크 해소를 계약 조건으로 걸었어.”긴 테이블 끝에 앉은 최명희가 찻잔을 내려놓았다.“불륜설이 난 마당에 어정쩡한 며느리까지 붙들고 있으면 투자자가 뭘 믿겠니. 건우가 미혼이 되면 나리와의 관계도 전략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스캔들을 만든 쪽과 결혼을 정리당하는 쪽이 다르네요.”“누구 탓을 따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이사들은 내 눈을 피했다. 화면에는 해외 투자 의향서가 떠 있었다. 칠천억 원, 우선협상권, 대표의 가족관계 정리. 서명란은 흐릿했고 법률 검토 도장은 없었다.나는 문서 번호를 노트에 적었다.“상대 투자자의 실사 보고서는요?”재무담당이 헛기침했다.“백 실장이 단독 창구라 아직 공유받지 못했습니다.”“송금 증빙은?”“투자 확약 뒤에…….”“담보 능력 확인도 없이 제 혼인부터 없애겠다는 거군요.”나는 의향서에 적힌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영어 안내음 뒤에 없는 번호라는 한국어 음성이 흘렀다. 재무담당이 황급히 화면을 껐다.“시차 때문에 임시 회선이 닫힌 겁니다.” 나리가 말했다.“시차가 전화번호까지 없애나요?”건우가 관자놀이를 눌렀다.“나리에게 현지 담당자의 개인 연락처가 있어. 투자 조건을 건드리면 상대가 바로 철수할 수도 있어.”“그래서 확인 대신 내 이혼을 내주겠다고요?”“확정되면 내가 책임질게.”문이 열리고 나리가 들어왔다. 보직도 없는 내가 왜 이사회에 있느냐며 쫓아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아무도 막지 않았다.“제가 투자자분을 오래 설득했어요. 은채 언니가 조금만 희생하면 태림 가족 모두가 살 수 있어요.”“당신 가족에 내가 들어간 적이 있었나?”나리의 미소가 잠깐 깨졌다.건우가 서류철을 내 앞으로 밀었다. 이혼 합의서 첫 장에는 위자료와 재산분할 액수가 적혀 있었다. 지나치게 큰 숫자였다. 입막음값처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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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 대가 없는 서명

“위자료도, 집도, 주식도 받지 않겠습니다.”내 말이 끝나자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나를 돈으로 묶으려던 사람들은 내가 빈손을 택하자 오히려 당황했다.건우가 합의서를 내려다봤다.“감정적으로 굴지 마. 받을 건 받아.”“대가를 받으면 당신들은 내가 팔렸다고 생각할 테니까요.”“그런 뜻이 아니야.”“그럼 무슨 뜻인데요?”그는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준비해 온 수정본을 법무팀장 앞에 놓았다.“재산 관련 조항은 전부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혼인 중 창작한 기획 지식재산권, 루미에르관 명칭과 설계에 관한 권리, 민형사상 청구권 포기 조항도 뺐어요.”최명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태림에서 일하며 만든 건 태림 것이다.”“저를 공식 직원이 아니라고 해임했잖아요.”“말장난하지 마라.”“그 말장난으로 제 이름을 지웠으니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죠.”법무팀장이 수정본을 훑었다. 내가 첨부한 파일 생성 기록과 저작권 등록 예고 통지까지 보자 표정이 굳었다.“부회장님, 이 부분은 분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포괄 포기 조항은 강요 논란이 생길 수 있습니다.”나리는 곧장 끼어들었다.“루미에르 기획은 제 건데 왜 언니 권리를 넣어요?”“그러면 삭제돼도 잃을 게 없겠네요.”“그게 아니라…….”“당신이 썼다는 원본을 준비해요. 곧 확인할 테니까.”나리의 손이 가방 끈을 세게 움켜쥐었다.건우는 부속 조항보다 내 얼굴만 보고 있었다.“정말 아무것도 안 받을 거야?”“내 것은 내가 가져갑니다. 당신 집과 돈 말고.”“육 개월 뒤 돌아오면 결국 같이 쓸 거잖아.”그 확신이 마지막 남은 미련을 말끔히 베었다. 나는 돌아온다고 한 적이 없었다. 그가 믿은 것은 사랑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 기다려 줄 거라는 오만이었다.“협력업체 대금 지급 보류는 철회했나요?”재무담당이 확인서를 내밀었다.“오늘 오전 지급했고, 정규직 감원안은 한 달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나는 회사 인감과 전자 승인 기록을 확인했다. 살려야 할 사람들의 월급이 먼저였다. 그제야 펜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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