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66 Capítulos

21화 — 내 이름으로 열리는 문

“해외 투자자 측에서 연락이 끊겼습니다.”긴급 주주총회장은 한마디에 얼어붙었다. 칠천억을 약속했다던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화상 연결 화면에는 회색 대기 표시만 떠 있었다.최명희가 백나리를 노려봤다.“분명 오늘 입국한다고 했잖아.”“비행기가 지연된 것 같아요. 제가 다시 연락해 볼게요.”나리의 손가락이 휴대전화 위에서 헛돌았다. 건우는 굳은 얼굴로 회의를 수습했다.“십 분 휴회하겠습니다. 기존 주주 변동 내역부터 재확인하세요.”그때 회의장 밖이 소란스러워졌다.“등록되지 않은 분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오늘 오전 아홉 시 기준 주주명부를 다시 보시죠.”재하의 목소리였다. 문이 열렸다. 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회의장 안에 들어섰다. 어제까지 며느리의 자격으로도 밀려났던 문이 오늘은 내 이름으로 열렸다.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은채야, 여긴 어떻게…….”“주주총회에 주주가 참석했습니다. 문제 있나요, 이 대표님?”재하가 전환청구 확인서와 변경된 주주명부를 의장석 앞에 놓았다.재하는 아크파트너스가 보유한 전환사채 전액이 금일 보통주로 바뀌었고, 의결권 제한 없는 단일 최대 지분이라고 설명했다.이사들의 서류 넘기는 소리가 한꺼번에 났다. 최명희가 책상을 쳤다.“아크의 실소유주를 밝히지도 않고 지배권을 넘기겠다는 건가?”“밝히러 왔습니다.”나는 주주 신원 확인서 첫 장을 돌려 보였다.“아크파트너스 창업자 겸 대표, 서은채입니다.”숨 삼키는 소리가 번졌다. 나리는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언니는 그냥 컨설턴트였잖아요.”“그 직함조차 당신들이 없앴죠.”“누가 이름만 빌려준 거겠지. 아크 같은 회사가 어떻게…….”나는 첫 위기 때 매출채권을 인수했고, 두 번째엔 면세점 지급보증을 세웠으며, 세 번째엔 지금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최종 승인도 모두 내 몫이었다.화면에 계약서 세 장이 차례로 떴다. 내가 밤새 살린 회사에서 내 이름만 지워졌던 시간들이 이제 숫자가 되어 돌아왔다.건우의 입술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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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 전남편의 해임안

“이건 불법적인 경영권 찬탈입니다!”최명희가 주주명부를 바닥에 내던졌다. 흩어진 종이 위로 아크파트너스의 지분율이 몇 번이고 뒤집혔다.나는 의사봉 대신 마이크를 들었다.나는 전환 조건도 위반 사유도 태림이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의는 법원에서 다투게 두고 표결을 계속했다.“네가 내 며느리였을 때부터 꾸민 일이구나.”“며느리였을 때 세 번이나 막아 드린 일이죠.”건우가 굳은 목소리로 회의장을 정리했다.“경호팀, 소란 없이 진행되게 해 주세요.”처음으로 그의 지시가 어머니가 아니라 회의를 향했다. 너무 늦은 변화라 감동은 없었다.나는 첫 안건을 화면에 띄웠다. 최명희 부회장 직무정지와 법인카드, 인사권, 대외계약 권한의 즉시 회수. 찬성표가 출석 지분 과반을 넘자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건우야, 보고만 있을 거니?”건우는 한참 뒤 입을 열었다.“의결 결과를 따르겠습니다.”“내가 널 그 자리에 앉혔어!”“그래서 회사가 여기까지 온 겁니까?”그의 질문보다 내 두 번째 안건이 빨랐다.나는 위조 명품 납품 전 과정과 브랜드전략실 예산의 특별감사를 발의하고, 관련자 전원의 전산 접근을 제한했다.나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저를 범죄자 취급하는 거예요?”“보직 해제입니다. 결백하다면 기록이 증명하겠죠.”“루미에르 프로젝트는 제가 없으면 멈춰요. 해외 브랜드도 전부 제 인맥이고요.”“그 인맥의 계약서는 왜 아크 서버에서 발송됐을까요?”나리의 입이 다물렸다.감사팀이 즉석에서 원격 보전 현황을 띄웠다. 나리의 노트북에서는 회의 시작 십 분 전 대량 삭제 명령이 실행됐지만, 이미 복제 서버에 원본이 남은 뒤였다.“이것도 제가 한 게 아니에요. 누가 제 계정을 해킹했어요.”“본인 휴대전화 생체 인증으로 접속했습니다.”“오빠, 내 휴대전화가 어디 있었는지 알잖아.”건우가 고개를 들었다.“주총 내내 네 손에 있었어.”나는 인사책임자에게 손을 내밀었다.“백나리 실장의 출입증과 업무 기기를 회수하세요. 삭제 시도에 대비해 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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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 그녀의 빈방

“비밀번호가 바뀌었습니다.”세 번 틀리고서야 바뀐 건 번호가 아니라 내 기억이라는 걸 알았다. 은채의 어머니 기일을 조합한 숫자. 나는 그 날짜조차 정확히 떠올리지 못했다.관리실에 본인 확인을 하고 문을 열었다. 집 안은 놀랄 만큼 조용했다.“은채야.”대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름부터 불렀다.거실 소파와 식탁은 그대로였다. 그런데 은채가 고른 쿠션, 창가의 작은 화분, 자주 덮던 회색 담요만 사라져 있었다. 가구는 남았는데 집이 텅 비어 보였다.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다. 은채의 목소리가 자석 메모처럼 차례로 떠올랐다.“아침 약은 식사 뒤에 먹어요. 어머니 저염식은 목요일에 오고, 이사회 서류는 위 칸에 뒀어요.”“알았어. 비서한테 말할게.”“당신한테 하는 말이에요.”나는 그 말을 한 귀로 흘렸다. 이제는 메모도, 그것을 붙인 사람도 없었다.휴대전화가 울렸다. 어머니였다.“나리를 집에 들여라. 기자들이 진정될 때까지 보호해야 해.”“안 됩니다.”“이제 아내도 없는데 누구 눈치를 보니?”“아내도 없다.” 그 말이 낯설게 박혔다.“여긴 은채가 살던 집입니다.”“살던 집이지, 제 집은 아니잖아. 네가 사 준 것도 두고 갔다며?”나는 통화를 끊었다. 은채가 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는지 이제야 두려워졌다. 돌아오기 위해 자리를 비운 사람이 아니라, 자기 것이 아닌 것을 정확히 구분해 떠난 사람이었다.침실 옷장에는 은채의 옷이 고작 열두 벌뿐이었다. 언젠가 이유를 묻자 그녀는 담담히 답했다.“나머지는 어머님이 행사에 입으라고 보낸 옷이에요.”“당신 옷이잖아. 두고 입어.”“내가 고른 적 없는 옷은 내 것이 아니에요.”화장대에는 결혼식 날 선물한 귀걸이가 상자째 남아 있었다.“왜 한 번도 안 했어? 마음에 안 들어?”“금속 알레르기가 있어요.”“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당신이 물어본 적 없잖아요.”욕실 선반에는 내 흉터 연고만 남아 있었다. 화재 뒤 굳은 어깨가 아플 때마다 은채가 말없이 발라 주던 약이었다.“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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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 훔친 기획의 첫 질문

“루미에르관의 손익분기점이 왜 십팔 개월이죠?”내 첫 질문에 백나리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이 썼다고 인터뷰한 기획서의 첫 장도 설명하지 못했다.공개 실무검증장은 이사회, 브랜드 담당자, 협력사 대표들로 가득했다. 화면에는 나리 이름으로 발표된 루미에르 재개장안이 떠 있었다. 감사 보존을 위해 질의 전 과정도 녹화됐다.나리는 애써 웃었다.“브랜드 가치란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어요. 고객의 감동이 중요하죠.”“질문은 감동이 아니라 계산식입니다.”나는 첫 장 아래 숨은 셀을 열었다.“고정 임대료, 매출연동 수수료, 보증매입 위험을 어떤 비율로 반영했죠?”“그건 재무팀이…….”재무팀장이 마이크를 켰다.“백 실장이 직접 만든 모델이라고 전달받았습니다.”“당연히 제가 큰 방향을 만들고 실무자가 계산했죠.”“그 실무자 이름은요?”감사위원은 질문을 바꿨다.“개장 첫 분기 핵심 고객군을 세 가지로 나눠 보십시오.”“VIP, 외국인, 젊은 고객이죠. 그건 누구나 알아요.”나는 기획서의 고객군이 구매 목적에 따라 복원·순환·체험 고객으로 나뉜다며 각 층의 배치를 물었다.나리는 페이지를 급히 넘겼다.“그런 건 현장에서 바뀔 수 있어요.”“그 구분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방향과 임대료 산식이 달라집니다.”나는 세 고객군을 반대로 입력했다. 예상 체류 시간은 줄고 혼잡 비용이 두 배가 됐다. 숫자가 붉게 변하자 협력사 대표들이 고개를 저었다.“저 수식도 재무팀이 정리했어요.”“방금 큰 방향은 본인이 만들었다고 했죠.” 감사위원이 지적했다.“제가 모든 문장을 기억해야 해요?”나는 답을 기다리지 않고 변수 하나를 바꿨다. 해외 브랜드 두 곳의 입점이 석 달 지연되자 손익분기점이 스물일곱 달로 늘었다. 그러나 임대보증 상한을 적용하자 다시 이십 개월로 줄었다.“이 상한 조항은 계약서 어디에 있습니까?”“별첨에 있을 거예요.”“없습니다. 제가 아크를 통해 조건부로 받아 둔 약정이니까요.”나리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언니가 제 자료를 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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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 사과는 결재되지 않습니다

“꽃은 회의실에 반입할 수 없습니다.”나는 문 앞에서 멈췄다. 건우는 흰 꽃다발을 내려다보다 비서에게 건넸다.“차에 두고 와 주세요.”“은채야.”“지금부터 호칭은 서 대표입니다.”회의실에는 의자 두 개와 결재 서류만 있었다. 건우는 마주 앉지 않고 한동안 서 있었다.나는 먼저 그가 제출한 피해 보고서를 펼쳤다. 첫 문장부터 ‘브랜드전략실의 판단 오류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적혀 있었다.“주어가 틀렸습니다.”“무슨 뜻이지?”“최종 판매 승인자는 대표였어요. ‘이건우 대표가 검증 미비 상태에서 판매를 승인했다’로 고치세요.”“법무팀은 개인 책임을 확정하면 배상 협상에 불리하다고 했어.”“고객에게는 이미 불리한 상품을 팔았습니다. 이제 회사가 유리할 문장을 고를 때가 아니에요.”건우가 펜을 들어 직접 주어를 바꿨다. 두 번째 장의 ‘일부 고객 불편’도 ‘위조 상품 구매 피해’로 고쳤다.“피해자가 마흔두 명입니까?”“현재 접수된 인원은 그렇습니다.”“교환만 받고 신고를 철회한 백열세 명은 왜 뺐죠?”그는 즉시 비서에게 전수 연락을 지시했다. 보고서는 사과보다 먼저 그가 무엇을 보지 않았는지 드러냈다.“호텔 사진은 사실이 아니야.”“보고서 첫 장에 적혀 있네요.”“나리와 단둘이 묵은 적도, 그런 관계였던 적도 없어.”“알고 있습니다.”“알면서 왜…….”“육체적 배신만 배신이라고 생각해요?”나는 정정 보도 초안을 밀어 돌려보냈다. ‘오해를 불러일으켜 유감’이라는 문장은 세 번이나 들어가 있었고, 내게 미안하다는 표현은 어디에도 없었다.나는 그가 진실을 알면서도 회사 앞에서 나를 버렸다고 짚었다. 나리와 주가를 걱정하는 동안 내가 어떤 얼굴로 세상을 견딜지는 늘 마지막이었다.“그땐 투자만 들어오면 다 해결될 줄 알았어.”“또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지워도 된다는 말이네요.”건우가 손에 든 서류봉투를 열었다. 안에는 스캔들 유포 경위, 이혼 합의서 작성자, 브랜드실 지출 내역을 조사해 달라는 대표 지시서가 있었다.“내가 바로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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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 진짜 투자자의 조건

“오늘 자정이면 백스물일곱 명의 해고 통지가 자동 발송됩니다.”인사팀장의 보고에 회의실이 얼어붙었다. 전산 예약을 건 사람은 직무정지된 최명희였고, 사유는 긴급 비용 절감이었다.“취소하세요.”“이미 퇴직충당금을 별도 계정으로 옮겨 시스템상 취소가 어렵습니다.”건우가 재무자료를 넘겼다.“취소하면 이번 달 협력업체 결제액이 부족합니다. 둘 다 지키려면 삼백억이 필요합니다.”이사 하나가 나를 떠보듯 말했다.“아크에서 추가 투자하면 간단하지 않습니까?”“조건 없이 돈을 메우면 같은 구멍이 다시 납니다.”나는 구조조정안 첫 장을 띄웠다.나는 임원 성과급을 보류하고 사택과 전용차를 매각하며 브랜드실 행사비를 동결해 백십억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나머지 백구십억은요?”반품 예정 재고는 태림이 매입해 공동기획전으로 소진하고, 아크는 매입대금만 에스크로에 넣어 판매대금에서 회수하는 구조였다.유통담당이 고개를 저었다.“재고를 본사가 떠안으면 위험합니다.”“지난달 폐기율이 얼마죠?”“십이 퍼센트입니다.”“실제는 이십일 퍼센트예요. 반품 처리 뒤 협력업체 창고에서 폐기한 물량을 빼셨으니까.”나는 숨겨진 폐기비와 운송비를 원가에 복원했다. 부풀어 보이던 태림의 영업이익이 본래 크기로 줄었다.“이 숫자부터 인정해야 살릴 방법도 정확해집니다.”나는 공급망 자료를 화면에 띄웠다. 협력사 대표들의 표정이 달라졌다.위험을 약한 쪽에 넘기는 건 구조조정이 아니라 연명이었다. 태림이 발주한 재고는 태림이 책임져야 했다.건우가 물었다.“기획전으로 전량 소진할 근거가 있습니까?”나는 해외 브랜드 세 곳의 조건부 동의서를 건넸다.정품 인증을 외부기관에 열고 피해 보상기금을 먼저 적립하면 공동 프로모션에 참여한다는 조건을 아크가 받아 두었다.“백나리 실장 인맥이라던 브랜드들인데…….”마케팅팀원의 중얼거림에 브랜드 한국지사장이 화상 화면에서 답했다.한국지사장은 백 전 실장과 계약한 적이 없으며, 지난 두 해 실무 조건을 조율한 상대는 나였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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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 목걸이의 감정서

“오늘 정오, ‘은인의 유산’ 캠페인을 공개하겠습니다.”보직 해제된 백나리가 개인 방송으로 발표했다. 화면 속 그녀의 목에는 내 어머니의 은빛 나침반이 걸려 있었다.홍보팀장이 급히 내 집무실로 들어왔다.“백 전 실장이 태림 이름까지 넣은 보도자료를 뿌렸습니다. 이건우 대표를 화재에서 구한 증표라고요.”“배포 중지 공문을 보내세요. 상표 무단 사용도 명시하고요.”“이미 기자들이 본가 앞에 모였습니다.”나는 감정서와 보안영상 원본이 든 봉투를 들었다.“그럼 물건부터 돌려받죠.”본가 응접실에서 나리는 촬영팀과 조명을 배치하고 있었다. 최명희는 직무정지 상태인데도 소파 한가운데 앉아 기자 명단을 골랐다.“누가 들이라고 했지?”“이 집의 자산이 감사 대상이라 들어왔습니다.”내 뒤로 감사위원과 집행관이 들어오자 최명희의 얼굴이 굳었다.나리는 펜던트를 손으로 감쌌다.“이건 제 개인 물건이에요. 건우 오빠를 구한 날부터 가진 거고요.”“직접 샀다는 뜻인가요?”“아뇨. 그날 불탄 창고 근처에서…… 오빠가 나중에 제 것이라고 인정했어요.”“말이 바뀌었네요. 갈라에서는 원래 당신 것이라고 했잖아요.”“같은 뜻이죠.”나는 감정서를 펼쳤다. 제작자는 삼십이 년 전 서지안의 주문을 받은 유성금융 전속 세공사. 잠금장치 안쪽에는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 ‘S.J.A.’ 이니셜과 주문번호가 남아 있었다.“소유자는 서지안, 상속인은 나입니다. 분실 신고 기록도 있어요.”나리가 코웃음을 쳤다.“길에서 주운 건 주운 사람 거예요.”집행관이 단호하게 말했다.“유실물은 소유권이 자동 이전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보관 장소에서 가져간 기록이 확인됐습니다.”화면에 본가 복도 영상이 재생됐다. 갈라 사흘 전 새벽, 나리가 내 서재로 들어갔다. 십 분 뒤 작은 보석함을 가방에 넣고 나오는 모습이 선명했다.본가 관리인이 증언석 앞으로 나왔다.“백 실장님이 부회장님 지시로 사모님 물건을 정리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열쇠를 드렸습니다.”“어떤 물건인지 들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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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 아내가 막은 세 번의 파산

“세 번 모두 서은채 대표가 작성했습니다.”감사팀장의 보고가 끝나자 건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면에는 태림의 세 차례 유동성 위기 기록이 시간순으로 떠 있었다.“작성자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잖습니까.”“아크가 비밀유지 조항을 해제했습니다. 원본 인증서와 전달 경로까지 일치합니다.”나는 첫 번째 문서를 열었다.결혼 직전, 태림백화점 매출채권 만기가 한꺼번에 돌아왔던 때였다. 나는 채권을 지역별로 나누고 상환 기일을 재조정하라고 건우에게 메일을 보냈다.감사팀장이 내 메일과 건우의 답장을 읽었다.감사팀장은 건우가 결혼 준비에 집중하라며 재무팀에서 이미 검토했다고 회신한 사실을 확인했다.이사들의 시선이 건우에게 향했다.그 뒤 아크가 부실채권을 인수하지 않았다면 급여 계좌가 이틀 뒤 정지될 상황이었다.건우가 나를 봤다.“왜 당신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처음부터 내 이름으로 보냈어요. 당신이 읽지 않았죠.”두 번째는 면세점 보증 위기였다. 최명희가 한 금융사에 지급보증을 몰아 금리 인상을 자초했고, 나는 분산안을 만들어 건우의 서재에 두었다.당시 비서실 직원이 증언석에 앉았다.비서실 직원은 건우가 내 자료를 공식 보고서가 아니라며 반려했고, 그날 밤 내가 채권은행 연락처를 다시 확인했다고 증언했다.“그 결과 유성금융이 보증단을 꾸린 겁니까?” 감사위원이 물었다.“아크가 실무안을 냈다는 건 오늘 알았습니다.”두 번째 문서 끝에는 내 음성 회의 기록이 있었다.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열두 시간 동안 채권단을 설득하는 목소리. 건우는 마치 처음 듣는 사람처럼 화면을 바라봤다.“그날 새벽 당신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을 때…….”“친구 일을 돕는다고 했죠.”“왜 거짓말했어?”아내의 조언은 무시하면서 낯선 투자자의 제안은 받아들이는 그에게 진실을 밝힐 이유가 없었다.그가 입을 다물었다.세 번째 문서는 최근 전환사채 발행 검토안이었다. 위조 공급업체의 실소유주 확인, 브랜드 철수 시 조기 전환, 직원 고용승계 조건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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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 비어 있는 옆자리

“서은채 대표님은 불참하십니다.”비서의 보고를 듣고도 나는 옆자리 명패를 치우지 못했다. 만찬장은 곧 손님으로 찼지만 ‘서은채’라고 적힌 의자만 비어 있었다.“오빠, 여기 앉으면 되죠?”백나리가 은채의 명패를 슬쩍 옆으로 밀었다. 직무 해제 전에 발급된 초청장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나는 명패를 제자리로 돌려놓았다.“네 자리가 아니야.”“빈자리잖아요. 기자들도 보는데 혼자 앉아 있으면 더 이상해요.”“빈자리와 네 자리는 다르다.”주변 대화가 하나둘 멎었다. 카메라가 우리 쪽을 향했다.나리는 작은 목소리로 매달렸다.“오빠까지 이러면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어요?”“그건 네가 한 일로 판단받아.”“목걸이는 오해였어요. 어머님이 쓰라고 했고, 기획서는 직원들이 정리해 준 것뿐이라고 설명하면 돼요.”“그 설명을 왜 내가 해야 하지?”입 밖에 내고 나서야 알았다. 은채는 수도 없이 같은 질문을 삼켰을 것이다. 왜 나리의 실수를 자신이 설명해야 하는지. 왜 내가 만든 선택을 자신이 견뎌야 하는지.나리가 내 팔을 잡았다.“화재 때 약속했잖아요. 오빠가 평생 지켜 준다고.”익숙한 말에 몸이 굳었다. 검은 연기, 뜨거운 바닥, 손안에 남았던 은빛 나침반. 그 기억만 떠오르면 나는 사실을 확인할 생각조차 못 했다.하지만 오늘은 손을 떼어 냈다.“보호한다는 약속이 네 거짓말까지 대신 책임진다는 뜻은 아니야.”“거짓말 아니라니까!”“그러면 감사에 응해. 은채를 공격하지 말고.”나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결국 돈 많은 여자 편을 드는 거네요.”“돈을 몰랐을 때도 그 사람은 내 아내였어. 그때 지키지 못한 게 내 잘못이고.”플래시가 연달아 터졌다. 나는 행사 책임자에게 나리를 원래 배정된 일반석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다. 나리는 한동안 버텼지만 더는 내 옆에 앉지 못했다.만찬이 시작되자 해외 브랜드 대표가 축사를 청했다. 준비된 원고에는 ‘태림과 백나리의 창조적 협력’이라는 낡은 문장이 남아 있었다.나는 원고를 접었다.“먼저 정정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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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 악녀의 첫 추락

“백나리 씨는 본교 졸업생이 아닙니다.”해외 대학 교무처의 회신이 화면에 뜨자 나리가 의자를 밀치고 일어났다. 감사 청문이 시작된 지 삼 분 만이었다.“동명이인을 조회한 거예요. 제 영문 이름 철자가 달라서 그래요.”“여권에 등록된 철자 세 가지를 모두 조회했습니다.”재하가 인증 서류를 넘겼다.나리가 내세운 경영학 석사 학위는 단기 온라인 강좌 수료증을 고쳐 만든 것이었다. 금박 인장에는 대학 문장이 아니라 서식 판매업체 로고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나는 두 번째 자료를 열었다.“국제 브랜드 혁신상도 주최 기관이 존재하지 않네요.”“신생 단체라 홈페이지를 닫은 거예요.”“상을 제작한 업체는 국내 트로피 가게입니다. 결제자는 태림 장학재단이고요.”기자석에서 카메라 셔터가 쏟아졌다. 나리는 얼굴을 가리며 최명희 쪽을 돌아봤다.“부회장님도 다 알고 계셨잖아요.”최명희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선을 그었다.“개인의 허위 경력까지 회사가 어떻게 알지? 백나리의 단독 일탈이다.”나리의 얼굴이 새하얘졌다.“장학재단에서 만들어 주셨잖아요. 홍보팀도 붙여 주고, 기사도…….”“근거 없는 비방은 책임져야 할 거다.”다루기 쉬운 며느릿감이라며 키운 사람을 버리는 데는 한 문장도 걸리지 않았다.나는 결재선 보존 내역을 화면에 띄웠다.“그래서 누가 알고 있었는지는 기록으로 확인했습니다.”가짜 상 제작비 지출요청서, 해외 프로필 대행료, 대학 동문 인터뷰 섭외비. 최종 승인란마다 최명희의 전자서명이 있었다. 나리의 프로필을 그룹 홈페이지에 올리라는 부회장실 지시도 복구됐다.최명희가 비서실장을 노려봤다.“내 서명을 도용한 거다.”“생체 인증과 부회장실 전용 단말 기록이 일치합니다.”“비서가 대신 눌렀겠지.”“그 비서는 당시 출장 중이었습니다. 승인 직후 백나리 씨와 통화한 녹취도 있어요.”나는 짧은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학위 하나쯤 있어야 건우 옆에 세워도 모양이 나지. 기사에는 최연소라고 넣어.’최명희의 목소리가 또렷했다.나리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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