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당신이 버린 아내가 태림을 샀다: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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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 남편이 버린 이름

“이 통화 속 결재자는 본인입니까?”건우는 조사관 앞에서 고개를 들었다.“맞습니다. 보고를 받고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최명희 부회장의 지시를 알고 묵인한 겁니까?”“구체적인 범행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모른다는 핑계로 책임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나는 일방 거울 너머에서 그의 진술을 들었다. 재하는 언제든 자리를 뜨자고 했지만 끝까지 남았다. 내 이름을 지우던 사람이 제 이름으로 책임을 쓰는 장면을 피하고 싶지 않았다.건우는 위조 공급업체 승인서, 내 접근권 정지, 호텔 스캔들에 침묵한 경위를 차례로 말했다.조사관은 같은 질문을 표현만 바꿔 세 번 되풀이했다.백나리와 실제 사적 관계나 임신, 호텔 투숙이 있었느냐는 질문이었다. 건우는 모두 아니라고 답하면서도 거짓 보도를 즉시 부인하지 않은 사실은 뺐지 않았다.주가 방어를 명분 삼아 당시 아내가 받을 피해를 알고도 침묵했다고 했다. 법률상 범죄가 아닐 수 있다는 설명에도 그 침묵이 나리의 협박 수단이 됐으니 회사 조사 기록에는 남겨 달라고 요구했다.“서은채 씨에게 책임 확인서 서명을 요구한 사람도 접니다.”“허위라는 걸 알았습니까?”“의심할 자료가 있었는데 보지 않았습니다. 회사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가장 만만한 사람에게 책임을 넘겼습니다.”“그 사람이 당시 아내였고요?”건우의 대답이 한 박자 늦었다.“그래서 더 비겁했습니다.”진술이 끝난 뒤 그는 태림 긴급 이사회에 출석했다. 기자들은 복도까지 몰려왔고 최명희 측 이사들은 표결 연기를 요구했다.“수사 중인 사안을 왜 공개합니까?”건우가 사임서를 화면에 올렸다.“회사가 제 지위를 지키기 위해 사실을 숨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입니다.”“당신이 나가면 태림 신용등급이 흔들려요.”“제가 남아 숨기는 편이 더 크게 흔들립니다.”그는 대표직에서 즉시 사임하고, 보유 지분 전부를 독립 신탁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수사와 손해배상 절차가 끝날 때까지 의결권도 배당도 행사하지 않는 조건이었다.퇴직금과 성과급도 전액 포기했다. 회사가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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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 옥상 끝의 거래

“현금 이십억, 새 여권, 그리고 면책 확인서.”폐업 호텔 옥상에서 백나리는 장부 위에 라이터를 올려놓았다. 야간 조명도 꺼진 난간 너머로 강바람이 몰아쳤지만, 나는 표시된 안전선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당신이 요구할 수 있는 건 수사 협조에 따른 감형 의견서뿐이에요.”“장부가 타도 그래요?”“사본은 있어요. 원본이 있어야 최명희의 지시와 당신의 증거인멸까지 완성될 뿐이죠.”나리는 당황한 눈으로 장부를 내려다봤다. 협상 상대에게 정보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금액부터 부른 사람의 표정이었다.나리는 그 장부가 있어야 내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다고 우겼다. 나는 이미 무혐의 발표가 났다는 사실부터 알려 줬다.그녀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꺼졌다는 변명을 중얼거렸다. 도주 계획도, 해외 계좌도 없이 옥상에서 이십억을 외친 이유가 고작 기사 몇 줄을 놓쳤기 때문이었다.나는 재하가 작성한 협조 계약서를 꺼냈다.나는 장부 원본과 관련 계정, 저장 장치를 제출하고 사실대로 진술하면 피해 회복에 협조했다는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조건을 읽었다.나리는 최명희 몫도 없애 줄 수 있느냐고 매달렸다. 먼저 버림받았다고 외쳤지만, 이용당한 사실은 책임을 지우지 못했다. 할 일은 자기 행위를 부풀리거나 빼지 않고 말하는 것뿐이었다.나리는 장부 첫 장을 손톱으로 긁었다.“언니는 왜 하나도 안 무서워?”“무서워요. 그래서 혼자 해결하는 척하지 않고 수사 절차를 밟았죠.”호텔 아래층에는 안전요원과 수사관이 대기했고, 난간 쪽 접근선도 미리 표시돼 있었다. 나는 영웅이 될 생각이 없었다. 증거를 온전히 돌려받는 것이 목적이었다.“면책은요?”“없습니다.”“그럼 내가 왜 해?”“안 해도 돼요. 당신 선택이니까.”나는 몸을 돌렸다. 나리가 다급히 라이터를 집어 들었다.“최명희가 시킨 증거가 여기 있어!”“구체적으로 말해요.”“먼저 돈부터.”“자금 출처 확인도 없이 현금을 받으면 출국장에서 바로 잡힙니다. 당신 이름으로 된 해외 계좌는 잔액이 사십칠만 원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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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 악녀의 마지막 카드

“백나리 씨가 이건우 전 대표의 아이를 가졌다고 주장했습니다.”아침 아홉 시, 기자들의 질문이 태림 로비를 뒤덮었다. 나리가 예약한 게시물에는 호텔 침대 사진, 임신 확인서, 해외 투자 확약서가 차례로 붙어 있었다.나는 예정됐던 루미에르 설명회를 취소하지 않았다.“삼십 분 뒤 사실 확인 자료를 공개하겠습니다. 추측성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습니다.”이사회 임원이 낮게 말했다.“대표님, 일단 행사를 미루는 편이—”“미루면 직원들이 또 거짓말의 비용을 냅니다. 예정대로 문을 여세요.”단상에는 나리의 게시물 세 장과 감정 보고서가 놓였다. 건우는 수사기관 출석 중이었고, 자신의 의료기록 공개 동의서만 법률대리인을 통해 보내 왔다. 그는 내게 대신 해명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나는 첫 번째 사진을 띄웠다.“이 호텔 사진은 두 장을 합성한 것입니다.”“백나리 씨가 구금 중인데 어떻게 발송했습니까?”“미리 예약한 계정입니다. 사용 기기는 압수됐고 공범 여부를 확인 중입니다.”침대 위 남자의 재킷은 건우 것이었지만, 원본은 태림 창립 만찬 의상실 사진이었다. 이미지 경계의 압축값과 거울 속 조명이 달랐다. 호텔 출입 기록에는 나리 혼자 들어갔고 건우는 같은 시간 이사회 영상회의에 접속해 있었다.기자가 물었다.“과거 스캔들 보도 때는 왜 즉시 밝히지 않았습니까?”“이건우 전 대표가 주가를 이유로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그 판단도 잘못이었습니다.”나는 그를 감싸지 않았다. 사실을 고치는 일과 과거를 미화하는 일은 달랐다.두 번째는 임신 확인서였다.“문서 번호는 폐업한 산부인과 양식에서 복제됐습니다. 서명한 것으로 적힌 의사는 삼 년 전 해외로 이주했습니다.”의사 본인의 확인 영상과 문서감정 결과가 이어졌다. 진료 앱 화면도 체험용 디자인을 캡처해 이름만 덧씌운 것이었다.“실제 임신 여부를 공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특정인의 아이이며 병원이 확인했다는 주장이 위조라는 뜻입니다.”마지막 투자 확약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펀드 도장이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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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 그가 없는 태림

“주거래 은행이 한도 연장을 보류했습니다.”건우의 사임 등기가 끝난 다음 날, 태림에는 축하 대신 위기 보고가 쏟아졌다. 해외 브랜드 두 곳은 경영 공백을 이유로 루미에르 입점 결정을 미뤘다.나는 빈 대표석을 바라보지 않았다.“현금 흐름표를 시간 단위로 다시 가져오세요. 임금과 협력사 대금부터 분리하고요.”재무담당이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백화점 부지를 담보로 넣으면 가장 빠릅니다.”“복원할 건물을 다시 잡히지는 않아요. 비핵심 회원권과 최명희 전 부회장 전용 자산부터 매각하세요.”“은행 설득은 누가 맡습니까?”“제가 합니다.”오전에는 은행 세 곳을 불렀다. 나는 가문의 이름도, 건우의 복귀 가능성도 담보로 내놓지 않았다. 위조 상품 충당금, 피해 보상 일정, 새 내부통제 지표를 한 장씩 공개했다.“태림은 지금 대표도 없는 회사 아닙니까?” 은행 심사역이 물었다.“대표 한 사람으로 신용을 설명하던 구조를 끝내는 중입니다.”“그럼 상환 재원은요?”“부채비율이 아니라 이 표의 일별 영업현금부터 보시죠.”숫자는 소문보다 오래 버텼다. 두 시간 뒤 한도는 석 달 연장됐고, 투명 경영 조건부로 금리도 동결됐다.은행들이 돌아가자 직원 설명회를 열었다. 익명 질문 화면에는 구조조정, 매각, 임금 삭감이라는 단어가 빠르게 올라왔다.“건우 전 대표가 없으면 대규모 해고가 시작됩니까?”“아니요. 고용 유지는 전환사채 계약의 우선 조건입니다.”“대표님이 유성으로 태림을 합칠 거라는 소문은요?”“합병 계획 없습니다. 있다면 소문보다 여러분에게 먼저 공개하겠습니다.”“적자가 나면 누가 먼저 책임집니까?”“전용 차량과 임원 접대비부터 이미 끊었습니다. 현장 급여를 비용표 맨 앞에 두겠습니다.”나는 질문을 지우지 않고 답변과 함께 사내망에 남겼다. 태림이 다시 살아나는 방식도 기록 위에 세워져야 했다.오후에는 해외 브랜드 본사와 화상회의를 열었다. 나리의 허위 인맥 때문에 질린 담당자는 계약 철회를 먼저 꺼냈다.“또 개인 보증을 들고오면 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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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 후회는 매일 출근했다

“이건우 씨, 오늘도 반려입니다.”물류회사 재무팀장이 내가 올린 채무조정안을 돌려줬다. 태림 대표실에서는 한 번도 받아 본 적 없는 붉은 반려 도장이었다.“보상 대상 열세 곳 중 두 곳의 계좌 확인이 빠졌습니다.”“오늘 안에 보완하겠습니다.”“야근 수당은 못 줍니다.”“정규 시간 안에 끝내겠습니다.”법원과 수사기관의 절차를 마친 지 넉 달째였다. 고의 공모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감독 의무 위반과 공시 누락으로 벌금이 부과됐고 민사 배상도 확정됐다. 나는 항고하지 않았고 보유 부동산을 팔아 법정 배상금을 먼저 냈다.선고 날 판사는 내게 확인했다.“피고인은 직접 위조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하지 않습니까?”“형량 판단에 필요한 사실은 변호인이 제출했습니다. 다만 제가 보고를 묵살한 책임은 다투지 않겠습니다.”“항고하면 처분을 더 낮출 수 있습니다.” 가족 변호사는 마지막까지 설득했다.“하지 않겠습니다.”교육 명령과 피해 조정 절차까지 마친 뒤에야 출국 금지가 풀렸다.아침 일곱 시 오십 분이면 창고 옆 사무실에 출근했다. 미지급 운송료를 대조하고, 태림 때문에 신용이 깎인 기사들의 이자를 계산했다. 점심에는 구내식당 배식 줄 끝에 섰다.한 기사가 식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예전 대표님이 여기서 이러면 우리가 고마워할 줄 압니까?”“아닙니다.”“그럼 왜 합니까?”“제가 승인한 지연 때문에 생긴 손해니까요.”“사과받고 싶은 생각 없습니다.”“알겠습니다.”나는 자리에서 물러났다. 붙잡고 진심을 설명하는 일도 상대에게는 또 다른 요구가 될 수 있었다.그날 오후 그 기사의 운송료에서 내가 계산한 이자가 천이백 원 모자란 사실을 발견했다. 적은 돈이라며 다음 달로 넘길 수도 있었지만 결재를 취소하고 전표 전체를 다시 돌렸다.“천이백 원 때문에 서른 건을 재검토합니까?” 재무팀장이 물었다.“회사에는 적어도, 기다린 사람에게는 자기 돈입니다.”“예전에도 그렇게 보셨습니까?”“아니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배우는 중입니다.”“오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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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 용서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희생자 이름은 빼는 게 어떻겠습니까?”루미에르 추모 공간의 최종 시안에서 시공사는 작은 명패들을 지우려 했다. 유족이 불편해할 수 있고 개장 분위기가 무거워진다는 이유였다.“동의받은 이름은 모두 남깁니다.”“고객들이 명품관에 와서 사고부터 보게 됩니다.”“태림이 무엇을 잊지 않겠다고 약속하는지도 보게 되겠죠.”나는 서지안의 이름을 맨 위가 아니라 다른 희생자와 같은 크기로 배치했다.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다른 사람의 상처보다 크게 쓰이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그때 한 유족이 시안을 들고 찾아왔다. 화재로 동생을 잃은 야간 직원의 누나였다.“우리 애 이름은 빼 주세요.”“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사람들이 불쌍하다고 구경할까 봐 싫어요.”나는 설득하지 않았다.“알겠습니다. 빈자리도 만들지 않을게요. 나중에 마음이 바뀌면 말씀해 주세요.”“서 대표 어머니 이름은 남기면서요?”“설계자로 빼앗긴 이름을 작품에 돌려놓는 겁니다. 추모 명단은 가족의 선택이고요.”유족은 한참 시안을 보다가 이름 대신 동생이 쓰던 작업 번호만 새겨 달라고 했다. 나는 그 선택을 그대로 반영했다.시공사가 물러간 뒤 외조부가 지팡이를 짚고 들어왔다.“네 어미라면 저 아치부터 한 치 옮겼다고 싸웠을 게다.”“그래서 원본 도면대로 돌렸어요.”“너도 고집은 똑같구나.”서문석은 추모 벽 앞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십칠 년 전 어머니의 결혼을 반대하고, 누명이 씌워진 뒤에도 먼저 손 내밀지 못했던 사람이었다.“외할아버지는 엄마에게 사과했어요?”“무덤 앞에서는 수백 번 했지. 살아 있을 때 못 한 사과라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래도 계속 오셨잖아요.”“용서받으러 온 게 아니다. 내가 잊지 않으려고 왔지.”외조부는 코트 안주머니에서 낡은 수첩 한 장을 꺼냈다.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다투던 날 적은 말이라고 했다.“지안이가 그러더구나. 사랑한다면서 왜 내 결정을 네가 하느냐고.”“건우 씨에게 했던 말과 같네요.”“그래서 네게 돌아오라 강요하면서도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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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 다시 만난 계약서

“이 조항이면 저와 단둘이 대화할 수 없습니다.”건우가 자문 계약서의 첫 장을 읽었다. 면접위원 네 명과 법무 담당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필요한 대화는 기록 담당자 입회하에 합니다.”“이의 없습니다.”“계약 기간은 육 주. 의결권과 인사권은 없고, 제 승인 없이 외부 연락도 금지합니다.”“알겠습니다.”“우리 관계를 이유로 예외를 요구하는 순간 계약은 끝나요.”건우는 내 눈을 피하지 않았다.“예외를 기대하고 지원하지 않았습니다.”나는 그가 낸 지원서의 실패 항목을 펼쳤다.“위조 납품 보고를 묵살한 일을 전문성 부족으로 적었네요.”“시스템을 알아도 불편한 보고를 듣지 않으면 쓸모없는 전문성입니다.”“같은 상황이면 이번에는 어떻게 합니까?”“보고자를 업무에서 배제하지 않고 독립 감사에 동시에 전달합니다. 대표님이 반대해도 기록을 남기겠습니다.”“내 판단도 틀릴 수 있다는 뜻이죠?”“예. 다만 최종 결정은 대표님 몫이고, 저는 반대 의견과 근거만 공개하겠습니다.”직원위원 한 명은 건우의 지시로 해고될 뻔한 사람이 이 방에도 있다며 어떻게 함께 일하겠느냐고 물었다. 건우는 불편하다는 의견만으로도 자신이 물러나는 게 맞다고 답했다.“사과 한마디로 넘어가겠다는 뜻입니까?”“아닙니다. 사과를 받아 달라고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가진 시스템 지식을 인계하고, 더 적합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돕고 나가겠습니다.”위원들은 익명 표결을 했다. 찬성 셋, 조건부 찬성 하나. 내 표는 마지막까지 봉인됐고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조건부 찬성을 던진 직원은 매주 진행 상황을 전 직원에게 공개하고, 나와 사적으로 만난 정황이 생기면 바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못 박았다.건우는 자신이 만든 불신이니 검증받는 기간도 자기 몫이라며 조건을 받아들였다.그 대답은 계약서보다 먼저 경계를 세웠다.“한시 자문 계약을 승인합니다.”내가 서명란을 돌려주자 건우가 말했다.“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기회가 아니라 업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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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 이번에는 네가 선택해

“대표님 판단으로 개장이 무산되면 누가 책임집니까?”비상 이사회가 새벽 세 시에 열렸다. 중단된 정산 화면은 붉었고, 일부 이사는 내가 누른 비상 키부터 문제 삼았다.“제가 책임집니다.”건우가 마이크를 켰다.“중단을 권고한 실무자는 접니다. 고객 정보가 외부 계좌로 넘어갈 위험을 확인했습니다.”“자문이 대표 대신 판단했다는 겁니까?”“아닙니다.”건우는 화면에 자신의 보고서를 띄웠다.“선택지를 보고한 뒤 서은채 대표가 결정했습니다. 그 판단은 옳았습니다. 제가 공을 가져갈 일도, 책임을 대신 빼앗을 일도 아닙니다.”나는 그를 대신해 감사하지 않았다.“중단하지 않았다면 십일 분 뒤 고객 결제정보 칠만 건이 파산 업체의 압류 서버로 복제됐습니다.”보안팀 분석이 뒤따르자 이사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남은 문제는 사십팔 시간 안에 대체 정산망을 세우는 일이었다.건우가 네 가지 복구안을 제시했다. 가장 빠른 것은 그가 과거 계약한 업체에 예외 접속을 요구하는 안이었다.직원위원이 고개를 저었다.“그 업체는 전 대표님 인맥입니다. 다시 개인 관계에 기대는 방식은 싫습니다.”“합리적인 반대입니다.”건우는 제 안을 직접 화면에서 지웠다.“제 참여 자체가 업무를 방해한다면 지금 물러나겠습니다. 인계 자료는 모두 남기겠습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 그는 나를 보며 붙잡아 달라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나는 직원위원에게 물었다.“이건우 자문이 지시권 없이 기술 인계만 맡는 안에는 반대합니까?”“그 조건이라면 아닙니다.”“그럼 사람에 대한 호오가 아니라 합의한 역할대로 갑니다.”대체안은 국내 결제사 두 곳에 거래를 나누고, 태림 직원이 직접 브랜드 코드를 검증하는 방식이었다. 시간이 더 들지만 어느 한 사람이나 업체에도 권한이 몰리지 않았다.건우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만든 코드표부터 의심하라고 했다. 예전 예외 항목이 섞였을 가능성도 먼저 밝혔다.실제로 신입 사원이 수수료 우회 코드를 찾아냈다. 지우면 속도가 삼십 퍼센트 떨어지고 자문 실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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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 사랑보다 먼저 온 존중

“이 보상금, 건우 씨 개인 자산에서 나온 겁니까?”법무팀장은 답을 망설였다. 나는 서지안 저작권 반환 등기와 화재 피해 보상 명세를 다시 펼쳤다.“사실대로 말하세요.”“신탁이 매각한 이건우 씨 지분 배당권과 자택 처분금입니다. 회사 책임분과 분리해 부족액을 채웠습니다.”“왜 제게 보고하지 않았죠?”“서 대표님께 알리는 조건으로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감사위원회 승인은 받았습니다.”나는 건우를 계약 종료 면담에 불렀다. 기록 담당자와 직원위원도 동석했다. 마지막 날까지 계약 조건을 흐리고 싶지 않았다.“보상과 IP 반환을 왜 숨겼어요?”“숨긴 게 아니라 필요한 절차에만 보고했습니다.”“당신 이름을 빼 달라고 했잖아요.”“서지안 선생의 이름을 되찾는 문서에 제 이름이 앞설 이유가 없습니다.”태림 책임분까지 왜 개인 자산으로 채웠느냐고 묻자, 건우는 회사 책임분과 자신이 재직 중 묵살한 지연 손해를 분리했다고 설명했다.집까지 팔 필요는 없었다는 내 말에 그는 필요의 기준을 낮춰 잡으면 피해자가 또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다.직원위원이 정산표를 확인했다. 건우는 법원이 인정한 최저액이 아니라, 실제 대출이자와 폐업 비용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올렸다. 어느 항목에도 관계 회복 비용이라는 이름은 없었다.“내가 알면 마음이 움직일까 봐 그런 건가요?”건우가 잠시 침묵했다.“그 가능성을 이용하고 싶지 않았어.”기록 담당자가 있는 자리에서 반말이 나온 걸 깨달은 그가 말을 고쳤다.“죄송합니다. 이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보상을 하면 과거가 지워질 거라고 생각해요?”“아니요. 피해가 줄어들 뿐입니다.”“나와 다시 시작하지 못해도 계속할 수 있어요?”“이미 그렇게 해 왔습니다.”그 대답에는 원망도 자랑도 없었다. 계약직 사원으로 출근한 반년, 거절한 피해자를 다시 설득하지 않고 입금으로 증명한 날들, 내게 보내지 않은 보고서가 그 뒤에 있었다.나는 확인을 위해 화재 피해자 보상위원회 기록을 직접 봤다. 건우는 한 유족이 돈을 거절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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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 재혼보다 어려운 조건

“커피를 마셔도 아무것도 약속하지는 않아요.”내 말에 건우는 의자를 당기던 손을 멈췄다.“약속을 받으러 온 게 아니야.”“용서했다는 뜻도 아니고요.”“알아.”우리는 회사도 본가도 아닌 작은 카페 창가에 마주 앉았다. 그가 내 취향대로 주문하려 하자 나는 먼저 메뉴를 골랐다. 건우는 자연스럽게 주문을 고쳤다.“예전엔 내가 뭘 마시는지 안다고 생각했지.”“틀린 걸 알아도 묻지 않았어요.”“당신이 맞춰 줄 거라고 믿었으니까.”“그건 믿음이 아니라 편리함이었죠.”“맞아.”나는 가장 오래 남은 응급실 밤을 꺼냈다. 내가 괜찮다고 할 때 정말 괜찮다고 믿었느냐고 물었다.건우는 확인하면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될까 봐 듣지 않았다고 했다. 호텔 사진에 침묵한 것도 회사를 핑계로 내가 견딜 거라 계산했기 때문이었다.같은 계산을 또 하게 되면 즉시 말하겠다고 했다. 내가 떠날 수 있다는 결과까지 숨기지 않겠다고.사과를 듣자 상처가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이제 자기 의도를 선하게 포장하지 않았다. 그 정확함이 내가 확인하고 싶던 변화였다.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반지도 편지도 없었다. 계약이 끝난 뒤 다른 지역의 협력사 회복팀으로 떠날 예정이라는 기차표만 있었다.기차표는 다음 날 것이었다. 건우는 곁에 남아 기다리는 일도 압박일 수 있어 떠나려 했다고 설명했다.나는 컵을 내려놓았다. 내 말을 듣기도 전에 또 혼자 정했느냐고 묻자 그의 얼굴이 굳었다. 떠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는 대답에, 나는 떠나 달라고 한 적부터 물었다.없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묻는 것부터 해야 했다.그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여기 남아도 될까?”“회사로 돌아오는 건 아니에요.”“알아. 그건 내가 요구할 수 없어.”“내 대답은 아직 남았고요.”잠시 침묵이 흘렀다. 건우는 기차표를 접지 않은 채 말했다.“나는 아직 당신을 사랑해.”피하지도, 붙잡지도 않는 고백이었다.고백은 너무 늦었고, 나는 그 늦음을 없던 일로 만들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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