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죽은 언니의 남편을 사랑하게 됐다: Chapter 331 - Chapter 340

347 Chapters

331화: 다섯 개만 남기는 회의

아침 회의는 웃음으로 시작했지만.송유지는 화이트보드 앞에 서자 금세 표정을 바꿨다.“어제 약속한 거 기억하시죠?”누군가 바로 대답했다.“스무 개 넘는 기준을 다섯 개로 줄이기.”“맞아요.”한 사람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차라리 새로 만드는 게 쉽겠습니다.”유지가 웃었다.“그럼 안 돼요.”“왜요?”“어제 여러분이 직접 꺼낸 기준이잖아요.”유지는 마커를 들었다.“오늘은 버리는 것도 직접 해보셔야죠.”화이트보드에는 전날 나온 항목이 빼곡했다.일정 영향.추가 비용.계약 범위.다른 팀 영향.거래처 관계.반복 가능성.결정 책임.기존 사례.담당자 경험.긴급도.그리고 그 외에도 한참이었다.유지가 말했다.“하나씩 지울 겁니다.”“송 리드님이요?”“아니요.”그녀는 마커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여러분이요.”잠깐 정적이 흘렀다.“없어도 결정할 수 있는 기준부터 지워주세요.”처음에는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러다 가장 먼저 한 담당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지운 건.담당자의 개인 경험.옆에서 누군가 바로 말했다.“그걸 왜 지워요?”“중요하긴 한데 공통 기준으로 쓰기는 어렵잖아요.”“그래도 실제로는 많이 보는데요.”“그럼 참고 항목으로 빼면 되죠.”유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좋았다.이미 자기들끼리 분류를 시작하고 있었다.다음 사람은 기존 사례를 지웠다.“이것도 완전히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다른 사람이 반박했다.“그래도 기준 잡는 데 필요하지 않습니까?”“참고는 하되 결정 조건은 아니라고 봅니다.”화이트보드 앞에서 말이 오가기 시작했다.한 시간 뒤.20개가 넘던 항목은 8개까지 줄었다.그런데 거기서 멈췄다.누구도 더 지우려 하지 않았다.유지가 물었다.“왜 안 지우세요?”“다 필요한데요.”“다섯 개라면서요.”“송 리드님이 정하시면 안 됩니까?”유지가 바로 웃었다.“안 됩니다.”회의실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나왔다.“너무하시네요.”“제가 정하면 다음에 또 저한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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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화: 밤 열한 시의 노래방

비행기가 도착한 건 예정 시간보다 40분 늦은 밤 9시 50분이었다.송유지는 작은 가방 하나를 들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휴대전화를 켜자 채도하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도착하면 말해.유지는 바로 답했다.—지금 나왔어요.곧 전화가 걸려왔다.“여보.”—응. 짐은?“이게 다예요.”—택시 타?“응.”잠깐 조용해졌다.유지가 웃으며 물었다.“왜요.”—아니.“뭔데.”—생각보다 빨리 끝났네.“1박 2일이잖아요.”도하가 낮게 웃었다.—알아.“집에 있어요?”—응.“그럼 한 시간쯤 뒤에 봐요.”집에 도착한 건 밤 10시 48분.유지가 현관문을 열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도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왔어?”“응.”유지는 가방부터 바닥에 내려놓았다.도하가 가까이 왔다.“고생했어.”“생각보다 안 힘들었어요.”“새벽에 비상벨까지 울렸다며.”유지가 바로 얼굴을 찌푸렸다.“그건 말하지 마요.”도하가 웃었다.“슬리퍼.”“채도하.”“알겠어.”유지는 그의 팔을 한 번 툭 치고 지나갔다.그런데 주방을 보다가 멈췄다.“여보.”“응.”“저녁 먹었어요?”도하도 잠깐 멈췄다.“아니.”유지가 돌아봤다.“왜?”“기다리다 보니까.”“먼저 먹으라니까.”“배가 안 고팠어.”“지금은?”도하가 솔직하게 말했다.“고파.”유지도 배를 만졌다.“저도.”냉장고를 열어봤지만.밤 11시에 뭘 만들 마음은 둘 다 없었다.유지가 말했다.“배달?”“지금 시키면 오래 걸릴걸.”“편의점?”“나가야 돼.”유지는 잠깐 생각하다 갑자기 말했다.“그럼 나가요.”도하가 눈썹을 올렸다.“지금?”“응.”“너 출장 갔다 왔잖아.”“그래서?”“안 피곤해?”유지는 신발장 쪽으로 걸어갔다.“조금.”“근데 나가?”“배고프니까.”도하가 웃었다.“진짜?”“빨리 와요.”두 사람은 집 근처 번화가로 걸어갔다.늦은 시간이었지만 사람은 꽤 있었다.유지가 두리번거리다 한 건물 앞에서 멈췄다.도하도 따라 멈췄다.“왜.”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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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화: 뜻밖의 취미

다음 날 오전.송유지는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어젯밤 노래방에서 찍은 짧은 영상 하나.화면 속 채도하는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평소 표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문제는 노래였다.유지는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한 번.두 번.세 번.그리고 결국 웃었다.주방에서 물을 마시던 도하가 돌아봤다.“뭘 그렇게 봐.”유지는 화면을 가슴 쪽으로 숨겼다.“아무것도.”도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어제 영상이지.”“어떻게 알았어요.”“너 아까부터 웃잖아.”유지는 순순히 화면을 보여줬다.“여보.”“응.”“진짜 왜 말 안 했어요?”“뭘.”“노래 잘하는 거.”도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말할 일이 없었으니까.”“이게 말할 일이 왜 없어요?”“갑자기 자기소개하면서 취미는 노래입니다, 해야 돼?”유지가 웃음을 터뜨렸다.“아니, 그래도.”그녀는 다시 영상을 봤다.“이 정도면 좀 억울한데.”“뭐가.”“저만 몰랐잖아요.”도하가 물컵을 내려놓았다.“나도 네가 노래하는 거 어제 처음 들었어.”유지가 멈췄다.“그러네.”“똑같지.”유지는 갑자기 궁금해졌다.“예전에 많이 갔어요?”“노래방?”“응.”“대학교 때는.”“친구들이랑?”“응.”“회사 사람들도?”“회식 끝나고 가끔.”유지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도하를 빤히 쳐다봤다.“저 여보 과거 되게 많이 안다고 생각했거든요.”“왜.”“그냥.”유지는 잠깐 말을 골랐다.“같이 산 지도 오래됐고.”“응.”“연애도 했고 결혼도 했고.”“응.”“근데 아직 제가 모르는 게 있네요.”도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있겠지.”“많아요?”“모르지.”유지가 바로 물었다.“그럼 하나만 더 말해봐요.”“싫어.”“왜.”“찾아.”유지 눈이 커졌다.“뭘 찾아요.”“살다 보면 알겠지.”“그게 더 재밌긴 하겠다.”그날 오후.둘은 특별한 약속 없이 집에 있었다.유지는 책을 읽었고.도하는 서랍 하나를 정리했다.그러다 방 안쪽에서 기타 케이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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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화: 비밀은 스트라이크였다

다음 날 오후.채도하는 현관 앞에 서서 송유지가 내민 모자를 받아 들었다.“이걸 왜 써.”“그냥.”“어디 가는데.”“어제 말했잖아요.”유지는 운동화를 신으며 웃었다.“제가 먼저 하나 보여준다고.”“뭔데.”“가면 알아요.”“멀어?”“차로 15분.”도하는 모자를 다시 신발장 위에 올려놨다.“그럼 이건 필요 없잖아.”“분위기.”“무슨 분위기.”“비밀스러운 분위기.”도하는 대꾸하지 않고 문부터 열었다.유지가 뒤따라 나가며 웃었다.“궁금하죠?”“조금.”“표정은 아닌데.”“빨리 가.”도착한 곳은 볼링장이었다.도하는 간판을 올려다보다 유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볼링?”“응.”“이게 비밀이야?”“들어가면 알아요.”유지는 익숙하게 카운터로 향했다.신발 사이즈를 말하고.레인을 배정받고.공까지 고르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도하는 뒤에서 조용히 지켜봤다.“많이 와봤어?”유지가 공을 들어 무게를 확인했다.“예전에.”“언제.”“대학교 때.”“자주?”“꽤.”도하 눈이 가늘어졌다.“설마.”유지는 대답 대신 공을 들었다.“먼저 할게요.”첫 프레임.유지는 별다른 준비 동작도 하지 않았다.몇 걸음 자연스럽게 움직이고.공을 놓았다.데구르르—공이 중앙으로 들어갔다.쾅.핀 10개가 한 번에 쓰러졌다.도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지는 뒤로 돌아왔다.“왜요?”“우연이지?”“그럴 수도.”두 번째 프레임.다시 스트라이크.이번에는 도하 표정이 확실히 달라졌다.“송유지.”“응?”“너 잘하잖아.”유지가 드디어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알았어요?”“어제 기타 보고 그렇게 난리 치더니.”“여보도 저 몰랐잖아요.”“이 정도인 줄은 몰랐지.”“그러니까.”유지는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우리 똑같아요.”도하 차례였다.첫 공.8개.나쁘지 않았다.유지가 옆에서 박수를 쳤다.“잘하네.”“비웃지 마.”“진심인데.”두 번째 공으로 남은 핀 하나를 처리했다.하나는 남았다.유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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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화: 도하의 종목

토요일 오후.송유지는 현관 앞에서 팔짱을 낀 채 채도하를 바라봤다.“그래서 어디 가요?”“가면 알아.”“어제부터 그 말만 하잖아요.”도하는 자동차 키를 집어 들었다.“너도 그랬어.”“저는 하루만 숨겼거든요.”“나도 하루.”유지는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또 운동이에요?”“비슷해.”“볼링은 아니고?”“응.”“당구?”도하가 대답하지 않았다.“맞죠?”“아니.”“그럼 뭐지.”“차 타.”도착한 곳은 실내 양궁장이었다.유지는 간판을 보자 그대로 멈췄다.“양궁?”도하가 차 문을 잠갔다.“응.”“잠깐.”유지는 그를 따라가다가 다시 물었다.“여보 양궁 해봤어요?”“응.”“언제요?”“예전에.”“예전 언제.”“대학교 때.”유지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대학교 때 도대체 뭘 얼마나 한 거예요?”도하가 웃었다.“많이 안 했어.”“노래방도 갔지, 기타도 쳤지, 볼링도 해봤지.”“볼링은 회식.”“이제 양궁까지?”도하는 문을 열어줬다.“들어가.”“수상한데.”간단한 안전교육을 받고.둘은 나란히 자리에 섰다.유지는 처음 잡아보는 활을 신기하게 바라봤다.“생각보다 무거워요.”“팔 너무 펴지 마.”유지가 바로 고개를 돌렸다.“봐요.”“뭘.”“아는 사람 말투잖아요.”“설명 들었잖아.”“저런 말은 안 했거든요.”도하는 못 들은 척 자기 활을 들었다.유지는 더 확신했다.“많이 했죠?”“조금.”“그 조금이 어느 정도인데요.”“동아리.”유지 입이 벌어졌다.“동아리?”“한 학기.”“이걸 이제 말한다고?”도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어제 네가 다음 종목은 내가 정하라고 했잖아.”“그렇다고 경력 종목을 들고 오면 어떡해요!”도하가 먼저 쐈다.활시위를 당기는 자세부터 달랐다.첫 화살.8점.두 번째.9점.세 번째.정중앙 가까이 박혔다.유지는 두 손을 허리에 올렸다.“이건 사기인데.”“한 학기라니까.”“한 학기면 경력이잖아요.”“몇 년 전인데.”“몸이 기억하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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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화: 첫 번째 소원권

양궁장을 다녀온 다음 날.송유지는 아침부터 채도하를 유난히 빤히 쳐다봤다.도하는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왜.”“아무것도 아니에요.”“아닌 얼굴인데.”유지는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이거 생각 중.”도하가 바로 알아봤다.“소원권?”“응.”“벌써 쓰게?”“하나는요.”도하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뭔데.”유지는 일부러 뜸을 들였다.“오늘.”“응.”“여보가 예전에 좋아했던 곳 하나 데려가줘요.”도하의 표정이 묘해졌다.“그게 소원이야?”“응.”“어디든?”“회사나 집 말고.”“그럼 너무 넓잖아.”“그래서 좋은 건데.”유지는 웃었다.“제가 모르는 채도하를 하나 더 보여줘요.”도하는 한참 말이 없었다.유지는 괜히 기대가 됐다.기타.양궁.노래.이번에는 또 뭘 숨기고 있었을까.“설마 또 운동이에요?”“아니.”“그럼 음악?”“아니.”“뭔데.”도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준비해.”“지금?”“네가 오늘이라며.”유지는 눈을 크게 떴다가 바로 웃었다.“좋아요.”차로 30분쯤 갔을 때.도하는 오래된 상가 골목에 차를 세웠다.유지는 창밖을 내다봤다.카페도 아니고.유명한 관광지도 아니었다.낮은 건물들이 이어진 조용한 거리였다.“여기?”“응.”“뭐가 있는데요?”“와봐.”도하는 골목 안쪽으로 걸었다.몇 분 뒤 멈춘 곳은 작은 중고 음반점이었다.유지가 간판을 올려다봤다.“레코드?”“응.”문을 열자 작은 종이 울렸다.안에는 오래된 CD와 LP가 빼곡했다.유지는 천천히 둘러봤다.“여보 이런 데 좋아해요?”“예전에 자주 왔어.”“혼자?”“응.”“왜?”도하는 음반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그냥 음악 듣고 싶을 때.”유지는 순간 웃었다.“노래방 가고 기타 치고 음반점 다니고.”“왜.”“여보 생각보다 음악 좋아했네.”“지금도 좋아해.”“근데 집에서는 거의 안 듣잖아요.”도하가 잠깐 생각했다.“네가 자꾸 말하니까.”유지가 바로 돌아봤다.“뭐라고요?”“집이 조용할 시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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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화: 두 번째 소원은 과거로 가는 일이었다

일요일 아침.송유지는 식탁에 앉아 전날 가져온 LP를 뒤집어 보고 있었다.채도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다가 물었다.“또 봐?”“응.”“플레이어도 없는데.”“그래서 보는 거죠.”유지는 LP를 다시 내려놓았다.그리고 갑자기 손가락 하나를 세웠다.도하가 그걸 보자마자 표정이 달라졌다.“설마.”“남은 소원권 하나.”“벌써?”“오늘 쓸래요.”도하는 물병을 내려놓았다.“뭔데.”유지는 어제부터 생각해둔 말을 꺼냈다.“여보 대학교 가보고 싶어요.”“……학교?”“응.”“왜.”“음반점도 그때 다녔다며.”“응.”“기타도 그때 쳤고.”“응.”“양궁도.”도하가 한숨처럼 웃었다.“그 얘기 언제까지 할 거야.”유지는 턱을 괴었다.“그러니까 궁금해졌어요.”“뭐가.”“제가 모르는 채도하가 제일 많이 있던 때가 언제였을까.”도하가 잠시 말을 잃었다.유지는 웃으며 덧붙였다.“소원은 그거예요. 여보가 대학생 때 자주 갔던 곳 세 군데 보여주기.”“세 군데나?”“소원권 비싼 거예요.”“양궁 한 게임 이긴 걸로?”“정당하게 이겼거든요.”점심이 지나 둘은 차를 타고 나갔다.학교 앞에 도착하자 유지부터 창밖을 두리번거렸다.“여기 다녔어요?”“응.”“상상이 안 돼.”“뭐가.”“여보 스무 살.”도하가 차 문을 잠그며 말했다.“나도 네 스무 살 상상 안 돼.”“저는 귀여웠어요.”“본인이 말하네.”“사실이니까.”첫 번째 장소는 학교 안쪽의 오래된 계단이었다.유지는 계단을 올려다봤다.“여기?”“응.”“뭐 했는데요?”“앉아 있었어.”“그게 끝?”“응.”유지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소원권으로 계단 보러 왔네.”도하는 계단 중간쯤에 앉았다.“공강 길면 여기 있었어.”“친구들이랑?”“혼자도 있고.”유지도 옆에 앉았다.“왜 하필 여기.”도하는 아래로 펼쳐진 운동장을 바라봤다.“사람 구경하기 좋았어.”유지가 고개를 돌렸다.“여보 사람 구경도 해요?”“했지.”“말도 안 걸면서?”“말 안 걸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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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화: 이번에는 유지의 도전

일요일 오전.송유지는 거실 바닥에 앉아 휴대전화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채도하는 주방에서 물을 마시다가 그녀를 봤다.“뭐 봐.”“여보.”“응.”유지는 휴대전화를 들고 몸을 돌렸다.“저 합기도 배울래요.”도하가 그대로 멈췄다.“갑자기?”“응.”“왜.”“그냥 해보고 싶어서.”“어제까지 볼링하고 양궁 얘기하더니.”“그거랑 달라요.”유지는 화면을 보여줬다.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합기도 체육관이었다.성인반.주 2회.저녁 수업도 있었다.도하는 화면을 한 번 보고 유지 얼굴을 봤다.“진짜 할 거야?”“응.”“체험부터 해보지.”“그래서 오늘 상담 가려고.”도하가 웃었다.“이미 다 찾아봤네.”“당연하죠.”오후.둘은 체육관 앞에 섰다.유지는 유리문 너머를 들여다봤다.매트가 넓게 깔려 있고.한쪽 벽에는 보호 장비들이 정리돼 있었다.안에서는 어린 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는 중이었다.도하가 물었다.“긴장돼?”“조금.”“왜.”“제가 이런 운동은 처음이잖아요.”“양궁도 처음이었어.”“그건 가만히 서 있었잖아요.”“너 계속 움직였는데.”“그건 빼고.”상담을 맡은 관장은 성인반 수업을 설명했다.낙법.기본 발차기.손목을 잡혔을 때 빠져나오는 기본 동작.기초 체력 운동.단계가 올라가면 호신술과 연속 동작도 배운다고 했다.유지 눈이 점점 반짝였다.“낙법부터 배우는 거예요?”“네. 다치지 않는 게 먼저라서요.”“처음부터 기술 하는 건 아니고요?”“기본 자세하고 넘어지는 법부터 제대로 익혀야 합니다.”유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도하는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관장이 물었다.“운동 경험 있으세요?”유지가 잠깐 생각했다.“볼링은 좀 했고요.”도하가 옆에서 작게 웃었다.유지가 바로 쳐다봤다.“왜요.”“아니.”“양궁은 최근에 처음 했고.”“그건 운동 경험으로 치기엔 조금 다릅니다.”“그럼 없어요.”상담이 끝난 뒤.관장이 원하면 간단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고 했다.유지는 바로 고개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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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화: 첫 수업

화요일 저녁.송유지는 퇴근 시간대 사람들 사이를 지나 합기도 체육관 앞에 섰다.지난번에는 체험이었다.오늘은 진짜 첫 수업.손에는 새로 산 도복이 든 가방이 있었다.유지는 유리문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한번 보고 중얼거렸다.“진짜 시작하네.”문을 열자 익숙한 매트 냄새가 났다.관장이 먼저 알아봤다.“오셨네요.”“네.”“등록하시기로 하셨죠?”유지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주 2회로 해볼게요.”“좋습니다. 처음 한 달은 기본기 위주로 갈 겁니다.”“네.”유지는 대답하면서도 괜히 긴장됐다.어제까지만 해도 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했는데.막상 정식 수업이 되니 느낌이 달랐다.탈의실에서 도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허리끈을 묶는데 자꾸 한쪽이 길어졌다.한 번 풀고.다시 묶고.또 이상했다.옆에 있던 성인반 수강생이 웃으며 말했다.“처음엔 다 그래요.”유지도 웃었다.“이거부터 어렵네요.”“두 번만 와도 금방 익숙해져요.”그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체육관 안에는 유지 외에도 성인 수강생이 몇 명 더 있었다.학생들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도 있었고.유지처럼 이제 막 시작한 사람도 있었다.그게 좋았다.혼자만 서툰 게 아니었다.수업이 시작됐다.가벼운 스트레칭부터.목.어깨.손목.허리.그리고 하체.몇 분 지나지 않았는데 유지 이마에 벌써 땀이 맺혔다.“어…….”관장이 말했다.“힘드세요?”유지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잠깐.“조금요.”주변에서 웃음이 났다.유지도 따라 웃었다.첫 번째는 지난번에도 해봤던 후방 낙법.턱을 당기고.등을 둥글게 만들고.팔 전체로 매트를 치며 충격을 흩어내는 동작.유지는 자세를 잡았다.퍽.이번에는 처음 체험했을 때보다 덜 아팠다.“오.”한 번 더.퍽.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턱만 조금 더 당기세요.”“네.”세 번째.이번에는 훨씬 자연스러웠다.유지는 일어나며 혼자 웃었다.분명 넘어지는 연습인데.점점 덜 무서웠다.다음은 앞구르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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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화: “놓으세요”라고 말하는 연습

목요일 저녁.두 번째 합기도 수업을 앞두고 송유지는 계단을 오르면서 허벅지를 한번 두드렸다.첫 수업 다음 날부터 시작된 근육통이 아직 조금 남아 있었다.“생각보다 오래 가네.”그래도 발걸음을 돌릴 생각은 없었다.체육관 문을 열자 관장이 먼저 웃었다.“다시 오셨네요.”유지가 도복 가방을 들어 보였다.“저도 제가 다시 올 줄 알았어요.”“첫날 다음이 제일 중요하죠.”“오늘도 많이 구르나요?”“오늘은 조금 다릅니다.”그 말에 유지 눈이 반짝였다.준비운동과 낙법 복습이 끝난 뒤.성인반 사람들은 둘씩 짝을 지었다.오늘 배우는 건 상대에게 손목을 붙잡혔을 때 빠져나오는 기본 동작이었다.체험 날 잠깐 해봤지만.이번에는 움직임을 조금 더 정확하게 배우는 수업이었다.유지는 맞은편에 선 수강생과 손목을 내밀었다.“잡아주세요.”상대가 조심스럽게 잡았다.유지가 배운 방향으로 팔을 돌렸다.쏙.생각보다 쉽게 빠졌다.“오.”유지가 혼자 감탄하자 상대가 웃었다.“잘하시는데요?”“체험 때 한 번 해봤어요.”두 번째.이번에는 상대가 조금 더 단단하게 잡았다.유지가 팔에 힘을 줬다.안 빠졌다.“어?”다시.더 힘을 줬다.오히려 손목이 걸렸다.관장이 가까이 와서 말했다.“힘으로 당기시면 더 안 빠집니다.”“그럼요?”“상대 손에서 가장 약한 곳을 찾으세요.”유지는 상대 엄지와 손가락 사이를 봤다.“여기?”“네. 거기로 빠져나오면서 몸도 같이 움직이세요.”유지가 다시 해봤다.이번에는 손목이 자연스럽게 빠졌다.“아.”힘이 아니었다.방향이었다.그다음부터는 한 가지가 추가됐다.동작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잡혔을 때는 몸만 움직이지 마시고 말도 해보겠습니다.”유지가 눈을 깜빡였다.“뭐라고요?”관장이 짧게 말했다.“놓으세요.”별것 아닌 말인데.막상 상대가 손목을 잡고 있으니 이상하게 입이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유지는 웃어버렸다.“이거 좀 어색한데요.”“그래서 연습하는 겁니다.”다시 자세.상대가 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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