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의 표정이 한결 밝아지고 보육원의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한 것을 확인한 후, 시엔나는 나오미에게 인사를 건네고 서둘러 근무지로 향했다.행사장 부스에 도착한 시엔나는 곧바로 정돈을 마치고, 전시 테이블로 다가오는 첫 손님을 맞이하며 평소처럼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제품을 제안하고, 세럼의 효능을 설명하며, 어울리는 립스틱 컬러를 골라주는 그녀의 손길은 숙련되어 있었다. 지난밤의 일로 머릿속이 여전히 복잡했지만, 그녀는 흔들림 없는 프로페셔널함으로 업무에 집중했다.정오가 가까워질 무렵, 주머니 속 시엔나의 휴대전화가 가볍게 진동했다. 바쁜 와중에 잠시 확인해 보니 줄리안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시엔나 씨, 오늘 출근했나요? 지난밤 일 이후로 괜찮은지 걱정되네요.]메시지를 읽은 시엔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손님을 응대하는 막간을 이용해 답장을 적어 내려갔다.[네, 평소처럼 출근해서 일하고 있어요. 물어봐 줘서 고마워요, 줄리안 씨.][소식이 없어서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어봤어요.]시엔나는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바빠서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는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다.메시지를 보낸 후 휴대전화를 집어넣었지만, 그녀의 생각은 도리어 다른 이름—데미안에게로 내달렸다.전날 밤 케빈에게 보여준 그의 배려에 대해 제대로 감사 인사조차 전하지 못했다. 블랙웰 저택을 나온 후 휴대폰 유심을 교체한 탓에, 그녀에게는 데미안의 연락처가 없었기 때문이다.시엔나는 나지막이 숨을 내쉬며 샘플 병들을 정돈했고, 나중에 그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에 잠겼다.생각에 깊이 잠겨 있던 바로 그 순간, 누군가의 그림자가 부스 앞의 빛을 가로막아 섰다."안녕하세요, 무엇을 도와드릴—"고개를 들던 시엔나의 목소리가 목구멍에서 턱 막혀버렸다. 방금 전까지 머릿속으로 떠올리던 바로 그 남자가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데미안.시엔나의 눈이 크게 확장되었다. "데미안? 당신이 여기 어쩐 일이에요?""지나가는 길에 들렀습니다," 데미
Last Updated : 2026-10-0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