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를 마친 후, 원두 봉투가 담긴 비닐은 데미안의 손에 쥐어졌다.두 사람은 가게 문을 나섰고, 문에 달린 조그만 종소리가 딸랑이며 서서히 잦아들었다.붉은 노을빛으로 어스름해지는 길가에 이르자, 시엔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몸을 돌려 데미안을 마주 보며, 어색한 동작으로 어깨에 멘 가방 끈을 꼭 쥐었다."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데미안," 시엔나가 마침내 편안하게 말을 건넸다. "원하던 것도 얻으셨으니, 전 여기서 버스를 타고 혼자 돌아갈게요."데미안은 거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표정으로 시엔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고급 세단의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내가 너를 이쪽으로 데려왔다, 시엔나," 데미안이 단호하면서도 더 이상 강압적이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내가 너를 집까지 안전하게 바래다주어야지. 타라."시엔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데미안의 눈빛이 너무나 완강했고, 길거리에서 말다툼을 벌여봤자 시간 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에 결국 한발 물러섰다. 그녀는 차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승객석에 앉았고, 데미안이 그 옆자리에 따라 착석했다.시엔나의 집으로 향하는 내내 차 안에는 조용한 정적이 감돌았다.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시엔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하나둘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가로등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 옆에서 데미안은 커피 가게에서 들었던 대화 내용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되새기며, 슬그머니 시엔나를 곁눈질했다.잠시 후, 검은색 세단은 속도를 줄이더니 오래된 철제 대문 앞에 정차했다.데미안은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소박한 담장 너머로, 작고 아담한 마당에 둘러싸인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집 한 채가 서 있었다.데미안은 침묵했다. 이곳은 시엔나의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겨준 집이었다. 당시 절망에 빠져 있던 시엔나가 계약 결혼을 조건으로 데미안의 도움을 받아 겨우 되찾을 수 있었던 바로 그 집이었다."다 왔네요," 시엔나가 나지막이 속삭이며 안전벨트를 풀고 차문 손잡이를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