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바실리안을 기다리며 벽시계의 초침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아그네샤의 눈꺼풀이 점차 무거워졌다.‘안 돼, 자면 안 되는데… 들어오면 바로 이야기해서 옷부터 바꿔 달라고 해야…….’생각은 점점 희미해졌고, 결국 아그네샤는 소파 구석에 머리를 기댄 채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쿵-. 묵직한 목재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에 아그네샤는 흠칫하며 눈을 떴다.“헛……!”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느껴지는 낯선 공기와 압도적인 살기에 몸이 제멋대로 경련했다. 비몽사몽인 눈을 몇 번 벅벅 비비고 위를 올려다본 아그네샤는, 그 자리에서 숨을 헉 들이쉬며 얼어붙었다.바로 자신 바로 앞에, 바실리안이 서 있었다. 목욕을 막 마치고 나온 듯, 흑발의 머리칼에서는 아직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그의 단단한 쇄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가슴팍이 훤히 드러난 채 느슨하게 걸쳐진 흑색 가운 사이로, 단단하게 벼려진 구릿빛 근육과 훈련으로 단련된 흉터들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었다. 낮에 제복을 입었을 때보다 훨씬 더 위압적이고, 위험하리만치 섹시한 모습이었다. 아그네샤는 순간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미친… 옷을 왜 저렇게 입고 있는 거야?’열기가 후끈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추려 애쓰며, 아그네샤는 황급히 소파 구석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자기도 모르게 가운이 풀어져 어깨선이 살짝 드러나 있었다. 그녀는 놀라 가운을 꽉 움켜쥐며,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소심하게 입을 열었다.“소, 손만 잡으면……!”“…뭐?”“손, 손만 잡으면 폭주를 잠재울 수 있어요! 그러니까… 굳이 다른 걸 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에요!”아그네샤는 제발 이 바실리안이 딴마음을 품지 않기를 바라며, 절박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자신을 내려다보던 바실리안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는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짓더니, 이내 가슴을 젖히며 피식, 하고 나직한 실소를 터뜨렸다. 그 낮고 서늘한 웃음소리가 침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당연한 소리를.”바실리안은 비꼬듯 중얼거리며, 한쪽 눈썹을 솟
Última atualização : 2026-09-06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