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02.
발로아 공작가의 피비린내 나는 참극은 하루 만에 끝이 났다. 반역이라는 무거운 죄명을 얻은 가문은 철저하게 도륙당했고, 그 핏빛 선혈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존재는 오직 아그네샤 발로아, 그녀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비에 의한 생존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타산적이고 잔혹한 거래의 결과물이었다.
아그네샤는 바실리안의 억센 손길에 끌려가다시피 하여 기사단의 마차에 던져졌다. 피투성이가 된 저택을 뒤로하고 달리는 마차 안에서 그녀는 제 떨리는 손을 그러쥐며 가쁜 숨을 가누었다.
마차 바닥에 뒹굴며 피로 얼룩진 드레스 자락이 오늘 밤 일어난 지옥 같은 일들이 현실임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고 있었다.
마침내 마차가 멈춰 선 곳은 제국에서 가장 거대한 성, 아셰라드 공작가의 저택이었다. 마차 문이 열리고 바실리안이 먼저 내려 아그네샤의 손목을 홱 낚아챘다.
그의 손길에는 온기 따위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마치 잡화점에서 사 온 물건을 아무렇게나 다루듯, 그는 아그네샤를 끌고 공작가 본관의 거대한 대리석 로비로 들어섰다.
로비에는 이미 늙은 집사가 고개를 숙인 채 대기하고 있었다. 바실리안은 잡고 있던 아그네샤의 손목을 툭 놓아버렸다. 아그네샤는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며 대리석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
“소공작님, 오셨습니까.”
“음.”
바실리안은 피로 얼룩진 자기 장갑을 거칠게 벗어 던지며, 귀찮다는 눈빛으로 옆에 서 있는 아그네샤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이 아그네샤, 적당히 씻기고 밥 좀 먹여서 내 방으로 넣어 놔.”
“…예?”
평정심을 유지하던 늙은 집사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 단 한 번도 여인을 자신의 거처에 들인 적이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주인이라 여겼거늘. 심지어 역모로 도륙당한 발로아 가문의 영애를 자신의 침실로 들여놓으라니. 하지만 집사는 이내 엄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상한 짓 못 하게 감시 잘하고.”
바실리안은 그 짧은 명령을 끝으로 아그네샤에게 단 한 번의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제복 단추를 풀며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사라졌다. 냉정하고 서늘한 뒷모습이었다.
남겨진 아그네샤는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씻기고, 밥을 먹여서, 방으로 넣어라. 말 자체는 지극히 간결했으나, 그 안에 담긴 의도가 무엇인지 생각하자 온몸의 털이 바짝 서는 기분이었다.
이어진 과정은 일종의 고문과도 같았다. 시녀들은 아그네샤를 욕실로 끌고 가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드레스를 벗겨내고, 뜨거운 물이 담긴 욕조에 그녀를 밀어 넣었다.
어찌나 거칠고 꼼꼼하게 문질러 대는지 피부가 빨갛게 부어오를 지경이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마치 짐승을 단장시키듯 수속을 진행하는 시녀들의 눈빛에는 명확한 경계심과 호기심이 얽혀 있었다. 물기를 닦아낸 후, 시녀가 내어준 옷을 본 아그네샤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저기, 이게 정말 끝인가요?”
시녀가 내민 것은 실크로 만들어진, 안이 훤히 비치는 얇디얇은 슬립과 그 위에 살짝 걸치는 용도의 가운 한 장뿐이었다.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물론이고, 조명 아래 서면 속살이 그대로 투영될 정도로 파격적인 차림이었다. 시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조아릴 뿐이었다.
“소공작님의 침실로 들어가실 때 입으시는 의복입니다, 영애.”
아그네샤는 차마 거절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그 얇은 천 조각을 걸쳤다. 가운의 깃을 끝까지 다잡아 여며보았지만, 그래봤자 얇은 비단 옷감일 뿐이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맨살에 부딪히는 비단의 감촉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시녀들의 안내를 받아 도달한 바실리안의 방은 거대하고 고요했다. 짙은 무채색 톤의 실내장식, 묵직한 목제 가구들, 그리고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무기들. 그 방 전체가 마치 바실리안이라는 바실리안의 압도적인 위압감을 그대로 형상화해 놓은 것 같았다.
“잠시 기다리십시오.”
시녀들은 아그네샤를 넓은 소파로 안내한 뒤, 곧이어 고급스러운 은쟁반에 음식을 담아 들어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 요리와 따뜻한 스튜, 갓 구운 빵이었지만, 아그네샤의 목구멍은 바짝 말라붙어 있었다.
‘이걸 어떻게 먹어…….’
언제 바실리안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리고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일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위장을 짓눌렀다. 숟가락을 들었던 손이 덜덜 떨려 물 잔을 건드렸고, 챙 하는 맑은소리가 고요한 방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결국 아그네샤는 스튜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못하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죄송하지만… 치워주세요. 도저히 입에 들어가지 않네요.”
시녀들은 의아한 눈빛을 주고받더니, 군말 없이 쟁반을 거두어 방을 나갔다. 커다란 방문이 닫히고 거대한 침실 안에 오롯이 혼자 남겨진 아그네샤는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렸다. 은은한 마력 등 불빛 아래에서 그녀는 자신의 어처구니없는 차림새를 내려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아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아그네샤는 가운의 깃을 더 바짝 끌어당겨 꼼꼼히 여미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시녀들이 오해를 제대로 했네.”
원작에서도 바실리안의 마력 폭주는 신체 접촉, 그것도 피부와 피부가 닿는 가벼운 접촉만으로도 충분히 완화되었다. 그게 손이든, 팔이든 상관없이 마력의 파동을 주고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결코 이런 야릇한 옷을 입고 밤을 치러야 할 이유 따위는 없었다.
‘살기 위해 폭주를 잠재워 주겠다고 했지, 내 몸을 바치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머리가 아파져 왔다. 아그네샤는 가운 슬릿 사이로 드러나려는 다리를 감추려 애쓰며 소파 쿠션을 끌어안았다.
하지만 아무리 긴장하려고 애를 써도 오늘 하루 동안 겪은 피로와 공포가 한 번에 몰려왔다. 가문이 도륙당하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피비린내 나는 마차를 타고 이곳까지 끌려온 여정. 육체적, 정신적 한계에 다다른 몸은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16.은밀한 행동을 마친 아그네샤는 쿵쿵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저택의 넓은 정원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겼다.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 뒤 방으로 돌아오자, 기다리고 있던 시녀들의 손에 이끌려 욕실로 향했다.따뜻한 물에 몸을 씻어낸 아그네샤의 피부 위로 시녀들이 얇고 야릇한 슬립을 입혀주었다. 걸을 때마다 매끄러운 허벅지 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얇은 실크가 가슴의 굴곡에 아찔하게 밀착되는 농염한 슬립이었다.그 위에 실크 가운을 덧입은 아그네샤는 바실리안의 넓은 침실 중앙 테이블에 앉아 홀로 조용히 저녁 식사를 마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굳게 닫혀 있던 방문이 열렸다. 연무장에서 돌아와 씻고 나온 바실리안이 잠옷 바지와 헐렁한 가운 하나만 대충 걸친 채 방으로 들어왔다.대기하던 시녀가 붉은 베리가 듬뿍 얹어진 생크림 케이크와 차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세팅하고 물러났다. 아그네샤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어내는 바실리안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함께… 드시겠어요?”바실리안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건을 던져두고 아그네샤의 곁으로 바짝 다가와 앉았다. 훅 끼쳐오는 그의 짙은 체향과 서늘한 기운에 아그네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군.”오만한 핏빛 눈동자가 꿰뚫어 보듯 그녀를 향하자, 아그네샤는 무릎 위에 올린 두 손가락을 초조하게 꼼지락거리며 입술을 달싹였다.“계약서를 쓰고 싶어요. 한 달 동안은 온전히 제 목숨을 살려주신다는… 그런 내용의
15.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넓은 침실에는 조용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옆자리를 손으로 더듬어 보았지만, 온기는 이미 식어 있어 바실리안이 일찍부터 자리를 비웠음을 알 수 있었다.이내 문이 열리고 들어온 시녀의 수발을 받으며 간신히 아침 식사를 마친 아그네샤는 따뜻한 물로 몸을 단정히 씻고 외출을 위해 준비된 드레스를 입었다.시녀는 아그네샤의 허리선과 가슴 품을 가볍게 매만지며 코르셋의 끈을 조이다가, 살짝 난처한 기색을 띠며 입을 열었다.“기성복이라 영애의 몸에 치수가 완벽히 맞지 않는군요. 소공작님께 말씀드려 영애의 체형에 딱 맞춘 드레스로 새로 주문해 놓겠습니다.”수도 최고의 디자이너가 만드는 맞춤 드레스 한 벌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인지 잘 알고 있는 아그네샤였다.더구나 자신은 이 저택에서 그저 지위가 모호한 죄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였기에, 괜히 눈총을 살 만한 호사를 누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다. 어차피 외출을 자주 할 것도 아니고, 이 정도로도 충분하니까.”드레스 상의를 마저 가다듬고 밖으로 나오자, 저택 앞에는 이미 고풍스러운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마차에 오르자, 그 안에는 바실리안이 제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덜컹거리며 출발하는 마차 안, 단둘이 앉아 있는 공기 속에는 지난밤의 밀회와 질척했던 열기가 낳은 묘한 어색함이 침묵처럼 가라앉아 있었다.바실리안은 평소처럼 무심한 얼굴로 턱을 괸 채 창밖을 바라보았
14.밀려드는 쾌감에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아그네샤는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오직 그가 가해 오는 거친 피스톤질에 몸을 맡긴 채 밀려오는 두 번째 절정을 향해 교성을 토해냈다. 연이은 절정 한계점까지 도달한 자극에 아그네샤의 몸이 강하게 튀어 올랐다.“아아아앙! 앗, 응아아읏! 하아앙—!”질벽이 파도치듯 크게 경련하며 바실리안의 기둥을 사정없이 조여댔다. 또다시 찾아온 폭발적인 절정에 아그네샤는 흐느끼듯 숨을 헐떡이며 대리석 위로 엎어졌다.그러나 바실리안은 여전히 그녀의 몸속 깊은 곳에 음경을 끝까지 처박아 둔 채였다. 펄떡이는 열기가 안쪽 깊숙한 자궁 입구를 지그시 문지르고 있는 상황에서 바실리안이 긴 팔을 뻗어 아그네샤의 납작한 배꼽 위를 손가락으로 꾹 짓눌렀다.“읏……!”“나중엔 여기까지 내 걸 들어차게 해보는 것도 좋겠어. 여기에 그대로 쏟아내면 단번에 임신하겠는데?”나직하고 오만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드는 순간, '임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파문이 아그네샤의 뇌리를 강타했다. 지독한 충격과 함께 그녀의 민감해진 질벽이 미친 듯이 바들거리며 바실리안의 음경을 꽉 조여들었다.매일 아침 시녀가 챙겨주는 피임약을 빠짐없이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제 몸속 깊은 곳을 찌르고 있는 이 거대한 열기와 오만한 남자의 언어는 원초적인 불안과 감당할 수 없는 흥분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포보다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쾌락이 더 컸다.“이, 임신은… 안 돼요… 읏, 앗&helli
13.속살이 손가락을 꽉 물어뜯듯 조여 오자, 바실리안은 기다렸다는 듯 두 번째 손가락을 더해 틈새를 넓혔다.“아아읏! 응, 앗, 자… 잠깐… 흣! 아앙!”손가락 두 개가 좁은 질벽을 벌리며 안쪽 깊은 곳까지 마찰했다. 찰방거리는 물소리와 애액이 섞여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질척한 소리가 울렸다. 바실리안은 아그네샤의 귀밑에 입술을 문지르며, 마침내 세 번째 손가락까지 밀어 넣었다.“아앙! 읏, 꽉 차… 아응! 하아앙, 흣!”세 개의 손가락이 질구 안을 가득 채운 채 부드럽고도 집요하게 속살을 벌려내고 내부를 긁어 돌렸다. 아그네샤는 미칠 것 같은 충만함과 신음에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대리석을 쥐어짰다.충분히 녹아내려 질척해진 것을 확인한 바실리안이 마침내 손가락을 스르륵 빼냈다. '퐁-' 소리와 함께 들어차 있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아찔한 허무감이 몰려왔다.“아… 흐응, 흣… 나갔어, 응아앗…….”그러나 허무함도 잠시,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묵직하고 거대한 음경 끝이 흠뻑 젖은 입구에 다가섰다.귀두가 좁은 질구를 밀어젖히며 단숨에 내부로 파고들었다. 미끈거리는 통로를 타고 기둥 전체가 끝까지 들어오는 순간, 바실리안은 끝자락에서 아그네샤의 민감한 천장 쪽 스폿을 강하게 짓눌렀다.“하아아앙! 읏! 거, 거기…! 히익, 아앙! 너무, 너무 깊어……!&rdqu
12.정작 조용해진 바실리안 때문에 안절부절못한 것은 아그네샤였다. 물속에서 단단한 몸에 완벽히 밀착된 채 가만히 있으려니 미칠 것만 같았다.더욱이 엉덩이골 사이를 묵직하고 뜨겁게 짓눌러 오는 바실리안의 커다란 음경이 피부를 직격으로 비벼대고 있었다. 아그네샤는 부끄러움에 귓가까지 발갛게 익어간 채, 그 민감한 감촉을 피해 보려 엉덩이를 요리조리 꼼지락거리며 몸을 틀었다. 그 순간, 눈을 감고 있던 바실리안의 입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그렇게 자극적으로 꼼지락거리면 더 흥분하게 만드는 건데. 영애는 참 아무것도 모르는군.”“아, 아니! 그게 아니라 계속 뒤를… 읏!”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실리안이 물속에서 아그네샤의 양 허벅지를 움켜쥐고 그녀를 번쩍 일으켜 세웠다.솨아아-, 소리와 함께 물 위로 아그네샤의 젖은 알몸이 드러났다. 물방울이 매끈한 피부와 부풀어 오른 가슴 끝, 그리고 가랑이 사이로 뚝뚝 떨어졌다. 허공에 떠버린 수치심에 아그네샤의 얼굴과 귓가가 터질 듯 붉게 물들었다.바실리안은 아그네샤의 몸을 돌려, 가랑이 사이가 제 얼굴 정면에 바짝 오도록 자세를 잡았다. 아그네샤의 양 허벅지를 제 어깨 위로 넓게 벌려 걸쳐놓은 자세였다. 완전히 노출된 붉고 흠뻑 젖은 음부가 바실리안의 핏빛 눈동자 앞에 숨김없이 드러났다.“자, 잠깐! 바실리안, 이, 이 자세는 너무… 아흣!”경악한 아그네샤가 애원하듯 내려다보며 사정하려 했지만, 바실리안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길고 뜨거운 혀를 길게 내밀어 물기인지 애액인지 구별조차 되지 않는 붉은
11.방으로 돌아온 아그네샤는 푹신한 소파 위에서 이리저리 뒹굴다가, 무언가 결연히 다짐한 눈빛으로 벌떡 일어섰다.어제도 바실리안은 밤늦게서야 돌아왔다.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그를 멍하니 기다리기보다는 차라리 직접 찾아가 시내 외출 허락을 받아내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남아 있는 시간을 허비할 순 없었다.아그네샤는 망설임 없이 벽에 걸린 줄을 당겨 종을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시녀가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 영애.”“소공작님의 집무실로 안내해 주렴.”아그네샤의 단호한 요구에 시녀는 잠시 머뭇거리는 듯했으나, 곧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네, 영애.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시녀의 안내를 받으며 저택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묵직하고 서늘한 분위기가 감도는 집무실 문 앞에 다다르자, 시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나 집무실 안은 서늘한 정적만 흐를 뿐 아무도 없었다.“소공작님께서 연무장에서 돌아오는 중이시니, 소파에서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시녀는 차를 차려놓은 뒤 문을 닫고 나갔다. 아그네샤가 푹신한 가죽 소파에 앉아 가슴을 조이며 긴장을 가다듬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쿵 하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집무실 문이 열렸다.들어온 바실리안의 모습에 아그네샤는 저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켰다. 막 거친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듯, 그는 얇은 셔츠만 대충 걸치고 있었다.땀과 열기에 흠뻑 젖은 셔츠가 탄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