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벅저벅시간의 흐름은 루시안에게 무의미했다.햇빛도 달빛도 들지 않고 보초조차 없는 지하감옥에서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건 식사가 들어올 때나아델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있을 때뿐이다.복도 멀리에서 익숙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가물가물한 의식이 또렷해지는 걸 느꼈다.그는 몸을 일으켜 입술을 혀로 핥았다.맞아서 터진 입술에서 피 맛이 났고발에 챈 몸 이곳저곳은 쑤시고 아팠다.그러나 그런 건 더 이상 그에게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철컹철컹분명 마른 빵으로 식사했음에도 허기가 졌고잠시나마 느꼈던 아델의 온기는 쭉 혼자였던 시간보다자신의 인내심을 바닥나게 하기 충분했던 감촉이었다.그는 고작 발소리와 철문을 여는 소리에누군가를 기다리는 개처럼 반응하고 있었다.그걸 알아채자,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미쳤군."낮게 읊조리는 사이 지하감옥에 다시 불이 밝혀지고철문을 여는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자기도 모르게 시선이 문을 향했다.대체 내가 뭘 기대한 거지. 아델라이데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 사람의 얼굴을 뜯어보기 바빴다.아델이 아니라는 걸 알아채자 어쩐지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부부로 지내던 동안에도 경멸하는 시선만 보냈던 자신이이젠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니, 거기다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에실망하는 자기 모습에 헛웃음까지 나왔다."하. 내가 진짜 미쳤나 보군."철문을 연 남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 무장을 한 건장한 남성 두 명이었는데그들은 루시안의 목에 감긴 사슬을 풀고 일으켜 감옥 밖으로 끌고 나왔다."이봐.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설마 자신을 사형시키려는 건가.공포감에 사색이 되어 외쳤지만, 그들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지하감옥의 문이 열리고 빛이 눈앞을 덮치자, 루시안은 눈을 뜰 수 없었다.며칠 만에 보는 태양 빛은 그의 시야를 가리기 충분했고, 자신의 끌고 가는남자들의 힘에 의지해 억지로 발을 움직여야 했다.그가 도착한 곳은 하인들이 쓰는 목욕탕이었다.- 풍덩, 철퍼덕남자들은 그를 집어
Last Updated : 2026-09-08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