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꼬르륵
며칠을 굶은 뱃속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적막을 깼다.
그리고 두드려맞는 와중에도 지켜낸 견고한 자존심도.
얼굴이 빨개진 루시안은 입술을 다시 한 번 짓씹고
아델의 손목시계를 바라보았다.
2시 30분.
다시 봐도 2시 30분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다시 있는 그대로 말하면 이번에는 발길질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아델이 원하는 대답은 명확하니까.
문제는 자신이 그 대답을 할 수 있느냐는 거다.
아델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착하지? 대답하면 저녁 준다니까."
그 목소리는 너무나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재촉하지 않으나 재촉하는 말투.
재밌다는 듯 내려다보는 장난기 어린 표정까지.
루시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눈에는 처음과 같은 분노가 아닌 짙은 패배가 담겨있었다.
"...밤..."
아델의 눈동자가 빛났다.
"밤 12시 반."
"잘했어!!"
루시안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가 원하는 대답을 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머리통을 자신의 가슴에 당겨 안았다.
파우더리한 장미향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몇 년을 맡았던 익숙한 향기임에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타인의 체온과 말랑한 살의 감촉에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뒤로 뺐다.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한참을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던 그녀는
그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며 바라보았다.
"우리 개새끼. 앞으로도 이렇게 말 잘 들으면 맛있는거 줄게."
방금 전까지 머리를 쓰다듬던게 마치 개의 머리를 쓰다듬는
행위였는지 먹을 걸로 보상을 주겠다고 한다.
루시안은 자기도 모르게 앞 발을 내밀고 멍이라고 말해야하나
생각하다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평정심을 유지했다.
애써 반항적인 표정으로 아델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하찮다는 듯이 콧김을 흥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우리 개새끼..."
말을 멈춘 아델의 시선은 뒤로 엉거주춤 물러선 루시안의 다리 사이에 향해 있었다.
"아직 살만 하구나? 여긴 이렇게 세우고 말야. 더럽게."
며칠을 굶어도 혈기왕성한 나이라 그런지 루시안의 중심은
얇은 넝마조각 위로 형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얼굴이 터질 듯 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자 은발이 쏟아져 얼굴을 가려주었다.
머리카락 사이로 그녀를 바라보니 조금 덜 부끄러운 기분 이었다.
"여자 없으면 못사는 새끼니까 넌. 애도 못낳는 년이 안아만 줘도 좋아?"
방금 전까지 표정이 풀려있던 아델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그녀는 천천히 오른발을 들어 그의 다리 사이에 내려 놓았다.
"확 밟아버릴까? 개새끼 발정나서 여기저기 휘두르고 다녀서
새끼치는 것도 보기 싫은데. 아! 너 새끼 없지 참. 키득"
발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지자 루시안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렸다.
그 모습이 재밌는지 다리 사이에 놓인 발은 느릿느릿 비벼지며 점점 힘이 실렸다.
"하...하지마! 안돼!"
"왜 안돼? 너는 나 맨날 때리고 애도 못낳는다고 구박했으면서.
너도 그렇게 씨를 심고 다녀도 애새끼 없는 건 마찬가지잖아? 과연 누구의 잘못일까?"
이거. 이거가 문제였던거 아냐 애초에?"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쏟아내듯 아델의 입술은 쉬지 않았다.
발에 실린 힘이 강해지자 루시안이 느끼는 고통도 심해졌다.
몸을 비틀어 애써 피하려고 했지만 그랬다가는 또 얻어맞을지도 모른다.
자신은 손이 묶이고 사슬에 목이 메인 채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반항은 무의미한 일이란 걸 어느새 학습하게 된 것이다.
"제발...그만. 잘못했어."
고개를 세차게 흔들자 땀에 젖은 은발이 헝클어지며
눈물 맺힌 붉은 눈이 아델을 향했다.
상처난 입술에는 피딱지가 말라붙어 있었지만 흐트러지고
상처입은 그의 모습은 묘하게 가학심을 자극했다.
거기다 울먹이는 루시안이라니.
살려두길 잘 했다 생각이 들 정도다.
자신보다 훨씬 체구가 크고 언제나 강압적인 잠자리,
거기다 폭력까지 행사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런 처참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가 괜히 사랑스러워 보이기 까지 했다.
아랫배가 간지러운 느낌마저 들자 아델은 그의 중심에 놓여졌던 발을 치우고 돌아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 발정난 개새끼 버릇은 얼마든지 고쳐줄 수 있으니까.
또 그딴 식으로 굴면 잘라버릴 줄 알아."
홱 돌아서며 말하는 얼굴에 감옥의 촛불 불빛이 비쳐서 그럴까.
얼굴이 아까보다 붉게 보였다. 그녀는 귀찮다는 듯이 긴 검은 머리를
등뒤로 쓸어넘기고 밖으로 나갔다.
지하감옥에 갇힌 자를 위한 작별인사 같은 건 없었다.
끼이익. 철컹.
철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경쾌한 신발 굽 소리가 지하감옥 밖으로 사라졌다.
감옥에 달린 촛불이 한 번 거세게 흔들리고 조용히 타올랐고
시간이 가는지 해가 뜨는지 지는지 모를 적막한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웅크린 채 졸다 깨다를 반복하던 루시안이 눈을 뜨고 입구를 바라보자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 쓰윽 탕.
절대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혹시나 아델인가 조금 기대했다.
그러나 역시나 얼굴 모를 하인이었다.
그는 철창 밑으로 말라 비틀어진 빵과 물을 밀어넣더니
어떠한 말도 건네지 않고 사라졌다.
먹으려고 보니 여전히 손이 등뒤로 묶인 터라 개처럼 엎드려야 먹을 수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고귀한 신분으로 모두에게 추앙받던 황제에서
지금은 사슬에 묶여 손조차 쓸 수 없어 개처럼 엎드려 빵을 먹고 있었다.
이 모습을 누구도 보지 못해 다행이라 생각하며 마른 빵을 힘껏 씹어서 삼켰다.
- 콜록 콜록
빵은 형편없었다. 언제 만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말라붙어 있었고 거칠었지만
며칠을 굶은 루시안은 이것마저 감사할 일이었다. 빵 조각이 목에 걸려 캑캑 대며
바닥에 놓인 물그릇을 핥아 먹으며 어느새 이 상황에 적응하는 자신에게
자괴감이 느껴졌지만 생존 앞에서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빵과 물을 다 먹고 나자 그대로 바닥에 누운 루시안.
빵을 저녁에 가져다 준다고 했으니 지금이 저녁인건가.
오늘은 며칠일까.
며칠이고 몇 시인 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아델이 와서 이야기하는 날짜와 시간만이 그에게는 의미가 있게 된거다.
고작 3일.
그가 폐위 당하고 지하감옥에 갖혀 개가 된 지 3일만의 변화였다.
아델은 가장 큰 사이즈의 딜도를 손에 쥐고 천천히 그를 향해 걸어갔다. 잘 깎아서 기름을 먹인 흉측한 모양의 물건이 달빛에 번들거렸다. 레온하르트는 그 크기를 보자마자 숨이 막히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러나 다리 사이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었다.“이정돈 쉽지? 걸레니까.”아델이 딜도로 그의 뺨을 톡톡 치며 말했다. 레온하르트는 떨리는 눈으로 그것을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치 입에 물려달라는 것 같았다. 아델은 그 반응에 코웃음을 치며 딜도를 그의 입술에 밀어 넣었다.“듬뿍 뭍혀.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말야."레온하르트는 군말 없이 입을 벌리고 딜도를 깊숙이 물었다. 목구멍을 찌르자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얼마나 많이 빨아봤으면 침 흘리는 법도 알아?"아델은 그의 머리를 잡고 강제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목구멍까지 닿을 때마다 레온하르트의 눈이 뒤집히듯 감겼다. 약간의 구역질 소리가 나고 목구멍까지 제대로 쑤시자 그는 눈물까지 흘려가며 자연스럽게 딥스롯을 했다.딜도가 충분히 젖었다고 판단한 아델은 딜도를 입에서 빼냈다. 딜도가 빠져나가자 레온하르트는 자연스럽게 엎드려서 엉덩이를 들어 자세를 취했다. 이미 살짝 벌어져 있는 뒷구멍은 기다렸다는 듯이 벌름그리고 있었다."어처구니가 없네. 벌름대는 꼴 하고는..."아델은 차갑고 단단한 딜도의 끝을 그 구멍에 밀어넣었다. 역시나 레온하르트의 허리가 크게 움찔했다.“하으……!”“뭐야, 겨우 끝부분인데 벌써 소리가 나와? 이정도는 너무나 쉽잖아? 여러명이랑도 했다면서."아델은 딜도의 귀두에 해당하는 부분만 넣었다 뺐다 하며 그곳을 자극했다. 그러자 경험이 풍부한 구멍 답게 서서히 구멍이 이완되며 딜도를 스무스 하게 삼키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레온하르트의 구멍이 저항하는 듯 조여왔지만, 이미 많이 사용된 탓인지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까지 넣을 수 있었다. 절반쯤 들어갔을 때 레온하르트는 이마를 바닥에 박으며 신음을 흘려댔다.“하...하아...폐하...너무 커
아델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내려다 보았다. 더 이상 장난기 어린 표정은 없었다. 그녀의 눈에는 무심하고 차가움만이 가득했다. 그런 면이 레온하르트를 더욱 흥분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점이 아이러니지만 말이다. 그는 여전히 갈망이 가득한 눈으로 아델을 바라고보 있었다. 그 꼴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진 아델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거짓말 하는 개새끼 안키워. 당장 나가."그 말에 레온하르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무릎으로 기어와 아델의 다리를 붙들고 매달렸다. 그 손은 진심인건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폐...폐하. 잘못했어요. 근데 거짓말 아니에요...이런 건 정말 처음이에요...이런 식은...""이런 식? 발만 처음이면...다른 건 다 해봤다는 건가?"아델의 눈이 이채를 띄며 빛났다. 낮게 비웃는 목소리는 그를 분명하게 추궁하고 있었다. 그녀는 발길질을 해서 그의 손을 뿌리쳤다."왕자 씩이나 되서...고작 발로 가버리는 주제에 처음이라고? 웃기지도 않네. 어떻게 굴러먹었는지 솔직히 얘기해. 뭔 짓을 하면 발로 좀 비볐다고 질질 싸는데?"그는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었다. 우는 건지 훌쩍이는 듯 했다. 아델이 아무말 없이 내려댜 보자 결국 갈라진 목소리로 고해 바치기 시작했다."저...저는..."레온하르트가 고개를 들었다. 이미 눈물이 범벅이 된 채였다. 그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부끄러움에 떨며 말을 이었다."맞아요...저...많이...굴러먹었어요.""어떻게 굴러먹었는데? 여자를 실컷 따먹었다는 건가 이걸로?"아델이 그의 성기를 발로 툭툭 치며 묻자 그의 얼굴이 수치심에 달아올랐다. 그러나 입은 멈추지 않았다."...남...남자도...상대가 원하면 다 해줬어요...왕자니까...제가 원하면 다들...""하...?"아델은 기가 찼다. 왕자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남녀 가리지 않고 해왔다니. 루시안도 기가 찬 인간인데 이건 더했다."계속해.""입도...몸도...다...여러 명한테 동시에...쓰이기도...""여러명?!"결국
레온하르트는 준비된 수건으로 몸을 닦고 욕실 밖으로 나왔다. 아델은 어느새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에는 불이 꺼져 있었고 달빛이 등 뒤에서 그녀를 비춰 실루엣으로만 보였다. "기어."레온하르트는 욕실 앞에서 다시 무릎을 꿇고 손을 바닥에 지지한 채 기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발 앞에 다다르자 무릎을 꿇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델은 그의 턱을 잡아 올리고 이곳 저곳을 살폈다. 레온하르트는 기대되는 표정을 참느라 입꼬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이건 벌이 아니잖아?""죄...죄송합니다.""죄송하다? 뭐가 죄송한데? 왕국의 둘째왕자께서 자지 세우고 제국 황제 앞에서 알몸으로 기어다니는거?"레온하르트의 숨이 거칠어졌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폐하의...폐하의 개처럼 다루어 주세요.""이를 어쩐다. 내가 이미 강아지가 두 마리나 있는데...한 마리 더 늘려서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혹시 모르지. 제대로 제롱을 부리거나 특별한 재주가 있다면 받아줄 지도."아델은 이죽거리며 말했다. 어떻게 괴롭힐까 고민하는 듯 표정이 신나 있었다.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 넘기며 이 강아지가 어떤 재롱을 부릴지 기대했다. "흡...컥..."아델은 그의 입술에 엄지를 밀어넣고 강제로 입을 벌렸다."우리 강아지는 어떤 재주가 있나? 빠는 재주은 좀 있어?"레온하르트는 그녀의 손가락을 혀로 감싸며 고개를 끄덕였다."대답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다니...역시 왕족은 건방지구나."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목젖을 찌르자 그는 작게 구역질을 하며 눈가가 젖어들었다."개새끼야. 너는 강아지가 아니고 내 앞에선 그저 발정난 개새끼라고. 알아들어?""네...네...주인님...혼내주세요. 잘못했어요.""혼이 네겐 칭찬인 걸 아는데 혼내달라고?"아델의 엄지가 그의 혀를 누르며 턱을 강하게 잡았다."앞으로 네가 내가 바라는 건 모욕이야. 네가 할 껀 복종 뿐이고. 알아들어? 정치적
또 다른 남성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것, 그건 요즘들어 느끼는 새로운 만족감이다. 아델은 좀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만찬장에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자신의 지위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카일, 레온하르트 등 괜찮은 남자들의 대쉬는 그녀의 기분을 나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 주었따. 그녀를 따라 만찬장에 들어선 레온하르트는 이제 노골적으로 들이대기 시작했다. 시선을 아델에게 고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말을 건넸다.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척 하며, 그 속에는 분명 다른 무언가가 담겨져 있었다."폐하, 이번에 저희 사신단이 가져온 포도주입니다. 어떠셨는지요?"레온하르트가 가져온 포도주는 분명 훌륭했다. 그러나 술을 그리 즐기지 않는 아델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연신 잔을 권하며 의도적으로 손길을 그녀의 손가락에 스쳤다. 아델은 그 접촉을 무시하지 않고 천천히 그를 바라보았다."그대, 원래 이렇게 노골적인가?"레온하르트의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취한건지 부끄러운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이건 기회니까요. 제가 돌아가면 다시 이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겁니다."그는 꽤나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왕이 될 수 없는 둘째 왕자. 거기다 독특한 취향까지. 어쩌면 아델에게 잘 맞을지도 모르는 상대였다. 만찬이 끝나갈 무렵, 아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도 카일에게는 눈짓을 해서 대기하도록 지시한 뒤 조용히 만찬장을 나섰다. 역시나, 익숙한 발소리가 그녀의 등 뒤를 따라왔다.복도를 걸어 그녀의 침실 앞에 이르렀을 때, 아델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이번에도 레온하르트였다. 그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작정했나보군.""폐하..."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침을 삼켰다. 그의 회색 눈동자는 열기가 가득했다. 마치 뭔가 아델이 해주길 바라는 듯한 간절한 눈이었다. 그녀는 그의 욕구를 풀어줄 생각은 없었으나 괜히 치밀어오른 짜증을 해소하기로 한다."기어와."아델은 일전에 루시안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만찬장에 짧게 울렸다.레온하르트는 아델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아델도 그런 그의 노골적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술이 들어가서 그런가. 그 시선은 계산적이지만은 않았다. 그녀는 그 눈빛 속에서 아주 미세하게 다른 감정이 비치는 것을 포착할 수 있었다. 잔에 닿은 입술이 살짝 호선을 그렸다.만찬이 이어지는 동안 레온하르트는 왕국의 왕자다운 애티튜드를 보였다. 다른 사신들과 가볍게 담소를 나누면서도, 시선은 아델을 좆고 있었다. 그러나 그 시선은 카일과 루시안의 것과는 달랐다. 언제나 자신의 관심을 갈구하는 루시안, 그리고 자신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는게 카일이라면 레온하르트는 무너질 듯 간절한 표정이었다. 그런 표정은 또 처음이라 아델은 구미가 당겼다.카일은 여전히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 공기를 느끼고 있었다. 턱이 수시로 앙 다물려질 정도로 화가 날 상황이나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아델은 황제이고 혼인 동맹은 귀족회의에서도 지금까지 계속 이야기 하던 것이니 말이다. 만약 여러명을 들여 자손 생산에 박차를 가하겠다 해도 딱히 할 말이 없는 부분이었다. 다만, 최근까지 그런 제안을 거부하던 아델이 레온하르트의 제안에 호의적이라는 사실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 뿐이다.만찬이 중반을 넘어서자 아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자리한 모두가 일어서자 그녀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잠시 자리를 비우는 거니 신경쓰지 말게."그녀는 카일에게 눈짓으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뒤, 만찬장을 나섰다. 복도로 나온 아델의 발걸음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드레스의 치마가 발목을 스칠 때마다 낯선 감각이 전해졌다. 아무리 편하게 만들어 졌다고 해도 드레스는 드레스라 그런지 활동이 제약이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등 뒤에 붙었다.“폐하.”레온하르트의 목소리였다. 아델이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자, 그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서 있었다. 만찬장 안의 소란스러움과 달리, 복도는 조용했다. 회색 눈동자가 차
만찬장의 문이 열리고 시종장의 목소리가 홀에 울려 퍼졌다.“황제 폐하 드십니다.”일제히 일어난 사신들과 대신들 사이로, 아델이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평소의 제복 대신 입은 우아한 드레스가 그녀의 걸음에 따라 살짝 물결쳤다. 옆선이 트인 디자인이 활동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황제의 위엄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녀가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바닥에 부딛치는 구두 굽이 대리석 바닥을 울리며 경쾌한 소리가 났다.그녀가 들어서자 가장 앞줄에 서 있던 흑발의 청년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도착하자 마자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이야기 하던 그 청년 이었다. “황제 폐하를 다시 뵙습니다. 왕국 제2황자, 레온하르트 폰 크리센입니다.”아델이 그를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그 눈에는 별다른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외모는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 왕국에서 일부러 보냈나 싶은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는데 스무 중반으로 보이는 얼굴은 가지런한 이목구비에 빛나는 회색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따. 그 눈은 루시안처럼 강렬한 소유욕을 드러내지도, 카일처럼 노골적인 욕망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깊고 차분하며 동시에 속을 알 수 없는, 계산적인 정치가의 눈이었다.“크리센 황자.”아델이 위엄을 잃지 읂는 선에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았소. 일전에는 마음이 급했던 것 같군"레온하르트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미소 지었다. 입꼬리만 살짝 올라간, 철저하게 예를 갖추는 미소였다.“폐하의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도착하자마자 무례를 범했음에도 이렇게 받아주시님 감사할 따름입니다. 폐하의 자비 덕분에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겠군요."아델은 레온하르트에게 고개를 까닥이고 상석에 앉았다. 카일은 아델의 오른쪽 뒤에 묵묵히 서서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간간이 레온하르트를 스쳤다. 남자라면 느낄 수 있는 경계였다. 그는 저 녀석도 루시안과 비슷한 눈을 한다고 여겼다.음악이 울려퍼지고 식전주가 제공 되었다. 레온하르트는 잔을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