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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소문난 강제 결혼: Capítulo 21 - Capítulo 30

117 Capítulos

21화 멋있긴 하네

태호가 제 어깨에 둘러준 코트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넓은 어깨에 맞춰진 검은 코트가 작은 체구를 거의 통째로 감쌌고 길게 떨어지는 자락은 발목을 훌쩍 넘어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했다. 그리고 태호는 정말 그 차림 그대로 지안을 행사장 안에 들여보낼 생각이었다. 입구에서 한참을 실랑이한 끝에 결국 나선 건 도윤이었다. 드레스 코드도 그렇지만 이대로는 걷기조차 불편할 거라는 그의 조심스러운 만류가 이어지고 나서야 태호는 못마땅한 얼굴로 코트를 벗겨주었다. 덕분에 지안은 겨우 원래 차림으로 행사장 안에 들어설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저 코트를 그대로 입고 들어왔으면 오히려 드레스보다 더 눈에 띄었을 게 뻔했다. 그때 태호가 한쪽 팔을 접어 지안 쪽으로 내밀었다. 지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팔로 떨어졌다. “……?” 무슨 뜻인지 몰라 잠시 눈만 깜빡이자 태호가 말없이 지안을 빤히 내려다봤다. 뭐지. 왜 이렇게 쳐다보지. 말은 그렇게 했어도 내가 예쁘긴 한가. 괜히 그런 생각이 들어 지안이 어색하게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태호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이런 것까지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나.” 그 말과 함께 태호가 지안의 손을 직접 잡았다. 따뜻하고 큰 손이 손등을 감쌌다. 그대로 손목을 이끈 태호가 제 팔 위에 지안의 손을 얹었다. 그제야 의미를 알아챈 지안의 얼굴이 민망하게 굳었다. “크흠.” 지안이 괜히 헛기침을 하며 태호의 팔에 손을 가볍게 걸었다. “말로 하면 되잖아요.” “말 안 해도 보통은 알아.” “제가 이런 데를 많이 와봤어야 알죠.” 툴툴거리면서도 손을 빼지는 않았다. 행사장 안은 바깥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화려했다. 높은 천장 아래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길게 늘어져 있었고 넓은 홀은 턱시도와 화려한 드레스를 갖춰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웨이터들은 그 사이를 오가며 잔을 채웠고 한쪽에는 오늘 행사를 위한 테이블들이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었다. 순간 지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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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애기 주변에는 남자가 참 많네

 평소에는 가벼워 보이는 구석이 있어도 유통과 식품 계열사를 둔 도원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이었다. 게다가 재현은 중학생 때부터 지안과 붙어 다닌 오랜 친구이기도 했다. 오하린, 정윤재, 노진혁까지 더해 다섯이 몰려다니기 시작한 지도 벌써 십 년이 훌쩍 넘었다. 아는 얼굴을 보니 잔뜩 들어가 있던 긴장이 조금 풀렸다. 재현이 가까이 다가오기가 무섭게 지안을 위아래로 훑었다. “너 아까부터 뭐 마려운 사람마냥 어기적거리던데.” “아, 뭐래! 안 그랬거든!” 지안이 발끈하다가 문득 눈을 가늘게 떴다. “근데 너 뭐야. 오늘 너도 오는 거였어?” “어.” 재현이 당연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나도 나름 재벌가 막내아들이라. 이런 데는 좀 와줘야지.” “참, 대단하십니다.” “그보다 너.” 재현이 이번에는 지안을 빤히 쳐다봤다. “결혼 어떻게 된 거냐? 말도 없이 갑자기 기사부터 뜨고.” “미리 말 못한 건 쏘리. 나도 정신없었어.” “오하린 그때 완전 난리도 아니었어.” 지안이 한숨처럼 웃었다. “그러니까 나 휴대전화에 불나는 줄. 그래도 잘 설명해줬어. 달래주느라 그날 진짜 애먹었다.” “그러냐? 생각만 해도 피곤하네. 찡찡이 오하린 달래기.” 그러던 재현이 문득 생각난 듯 행사장 안쪽을 힐끗했다. “아, 맞다. 오늘 걔도 왔던데.” “누구?” “윤세림.” “……” 지안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잠시 이름을 되짚다가 뒤늦게 기억이 났다. 중학생 때부터 자신을 유독 싫어했던 애였다. 그러고 보니 태호와도 맞선을 봤었지. “아…… 걔.” “마주친 거 아니야?” “아직.” 지안이 고개를 저었다. “됐어. 이렇게 넓은데 설마 마주치겠어.” 괜히 더 얽히고 싶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제발 별일 없이 조용히 지나갔으면 했다. 마침 옆을 지나던 웨이터를 발견한 재현이 트레이 위에서 와인잔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중 하나를 지안에게 내밀었다. “줘?” 지안은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됐어.”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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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소문과 진심 사이

 “진짜 신기하지 않아? 도대체 왜 서지안이랑 결혼한 거래?” “서한 보고 한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서지안을?” 말이 잠깐 끊겼다가 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도 뭐 어떻게 꼬셨겠지. 얼굴 반반하고 몸매 좋은 거 말고 걔가 내세울 게 뭐가 있어?” 지안은 가만히 문을 바라봤다. 참 꾸준하기도 하지. 더 듣고 싶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가면 됐다. 늘 그랬듯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지나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문고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남의 이야기를 쉽게 입에 올리는 건지. 고작 몇 마디가 누군가에게 얼마나 오래 남는지는 알지도 못하면서. 지안은 문고리를 쥔 채 눈을 내리깔았다. 지켜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결국 스스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법부터 배워야만 했다. 지안은 눈을 감았다 뜬 뒤 문고리를 눌렀다. 문을 열고 나오자 거울 앞에 있던 여자 하나가 무심코 이쪽을 봤다. 눈이 마주치자 방금까지 웃고 있던 얼굴이 그대로 굳었다. “……어.” 다른 여자도 뒤늦게 지안을 발견했고 조금 전까지 그렇게 잘만 돌아가던 입들이 동시에 닫혔다. 지안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세면대 앞으로 걸어갔다. 거울 너머로 두 사람을 마주한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마저 얘기하세요. 재밌던데.” “아니, 그게…….” 말끝을 흐리던 여자가 다급하게 핸드백을 집어 들었다. “야, 빨리 가자.” “어, 응.” 두 사람은 황급히 화장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지안의 입가에 남아 있던 웃음이 천천히 사라졌다. 지안은 한동안 거울 속 제 얼굴을 바라봤다. 자신을 둘러싼 소문이 어떻게 돌고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은 것도 자신이었다. 그래도 태호마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믿고 있다면 정말 아주 조금은 지금까지 내버려둔 시간들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안은 더 생각하지 않으려는 듯 거울에서 눈을 떼고 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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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훨씬 예쁘십니다

 태호가 반사적으로 몸을 받치기도 전에 세림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쪽으로 바짝 붙었다. 팔뚝을 감싸 쥔 손에 힘을 주면서 어깨까지 기대 오자 태호의 낯이 대번에 구겨졌다. “어머, 죄송해요.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잘못 디뎠나 봐요.”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떨어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중심을 잡는다는 핑계로 몸을 더 가까이 붙이자 태호가 어이없다는 듯 숨을 내뱉었다. 조금 떨어져 있던 지안과 도윤도 자연스레 이쪽을 봤다. 지안은 그제야 조금 전 세림이 굳이 뒤를 따라붙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태호의 팔에 매달리다시피 붙어 있는 세림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노골적이었다. 중심을 잡는다는 핑계로 가슴까지 바짝 밀착한 채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태호가 낮게 말했다. “치워.” “네?” 세림이 못 알아들은 척 올려다보자 태호가 제 팔에 붙어 있는 몸을 내려다봤다. “그만 좀 붙으라고.”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무거운데.” 세림의 얼굴이 순식간에 민망하게 굳었다. “아…….” 헛기침으로 어색함을 넘긴 세림이 슬쩍 몸을 떼려는 척했다. 태호 역시 팔을 빼내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세림의 손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근데 저 진짜 발목을 삔 것 같아요.” 이번에는 목소리까지 한결 약해졌다. “혼자서는 못 걷겠는데…… 조금만 부축해 주시면 안 돼요?” 태호는 대꾸하지 않고 도윤을 불렀다. “민 비서.” 한마디면 충분했다. 도윤이 곧장 앞으로 나섰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세림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도윤이 손을 내미는 순간 오히려 태호의 팔을 더욱 꽉 붙잡았다. “아니요.” 금세 눈가까지 촉촉해졌다. “저 너무 아픈데…… 태호 씨가 데려다주시면 안 될까요?” 울먹이는 목소리에 태호가 긴 숨을 내쉬었다.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세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태호는 몇 초간 말없이 서 있다가 결국 지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에서 기다려.” “네.” 지안이 순순히 대답했다. 태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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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아무렇지 않은 척

 도윤은 나름대로 진지했다. “윤세림 씨보다요.” 말을 뱉고 나니 본인도 어색했는지 조금 머쓱해 보였다. 지안은 몇 초간 멍하니 있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뭐예요. 그게.” “아니, 저는 그냥…….” “감사합니다.” 지안이 일부러 도윤의 말투를 흉내 내듯 반듯하게 답했다. “민 비서님도 잘생기셨습니다.” 도윤이 당황한 듯 입을 다물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는 얼굴이었다. 그 모습에 지안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평소 빈틈없던 도윤도 민망한 듯 눈길을 피했다. 세림을 차량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태호는 멀리서 그 모습을 봤다.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었는데도 둘은 꽤 즐거워 보였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지안이 저렇게 웃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태호의 걸음이 조금 느려졌다. 누구는 앵앵거리는 여자를 데려다주느라 머리가 다 아픈데. 손목이며 팔이며 붙잡고 늘어지는 것도 모자라 향수 냄새까지 잔뜩 묻혀 놓은 여자를 겨우 떼어내고 왔더니 두 사람은 아주 신이 났다. 자기 앞에서는 툭하면 말대꾸를 하거나 괜히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면서 민도윤 앞에서는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눈까지 휘어지게 웃고 있었다. 보고 있자니 괜히 속이 거슬렸다. 태호는 그대로 두 사람 쪽으로 걸어갔다. 먼저 그를 발견한 도윤이 웃음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 했다. “부회장님.” 지안도 뒤늦게 고개를 돌렸다. “오셨어요?” “어.” 태호는 짧게 대답하고 뒷좌석 문을 열어 차에 올랐다. 지안과 도윤도 뒤따라 탔다. 차가 호텔을 빠져나가자 한동안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도윤 앞에서는 태연한 척했지만 윤세림과 태호가 둘이 있었던 몇 분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아까 자신을 돌아보며 웃던 세림의 얼굴까지 떠오르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국 지안이 먼저 물었다. “윤세림은 잘 데려다주셨어요?” “응.” 그게 전부였다. 태호는 창밖으로 눈을 둔 채 더 말을 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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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얼마나 잘하는지 나도 좀 보고 싶은데

방으로 돌아온 지안은 한동안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윤세림도 그렇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말이 없던 태호도 그렇고. 집에 들어와서까지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그때였다. 꼬르륵. 조용한 방 안에 제법 선명한 소리가 울렸다. 지안은 고개를 숙여 배를 내려다봤다. 생각해 보니 오늘 제대로 먹은 게 거의 없었다. 오후에는 드레스 피팅 때문에 끼니를 대충 넘겼고 행사장에서는 긴장한 탓에 음식에도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너도 참 대단하다.” 제 배를 향해 중얼거린 지안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으로 내려가 찬장을 하나씩 열어봤지만 원하는 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집에 라면이 하나도 없어?” 냉장고 안에도 치즈며 과일, 생수, 손질된 식재료들만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결국 지안은 방으로 돌아가 후드 집업을 걸쳤다. 태호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 집 안은 조용했다. 괜히 마주치고 싶지 않아 현관까지 최대한 소리를 죽여 움직였다. 십여 분 뒤 지안은 편의점 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돌아왔다. 라면 두 개에 과자, 초콜릿, 젤리까지. 라면만 사려고 했는데 기분이 복잡할 때는 단 게 최고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집다 보니 봉투가 제법 묵직해졌다.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돌아선 순간 지안의 걸음이 멎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태호와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 “헉.” 깜짝 놀란 손에서 봉투 하나가 미끄러졌다. 초콜릿과 과자 봉지가 후두둑 바닥으로 쏟아졌다. 태호가 그 모습을 보더니 픽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 “아니, 깜짝 놀랐잖아요.” 지안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쪼그려 앉아 떨어진 것들을 주워 담았다. “안 주무셨어요?” 태호는 소파 등받이에 느슨하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응. 우리 집에 고양이라도 있나 했지. 하도 살금살금 다니길래.” “고양이요?” 지안은 조금 머쓱해져 봉투를 품에 끌어안았다. 나름 최대한 조용히 움직인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다 들렸던 모양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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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그럼 방으로 갈까

 아까까지 술술 나오던 말이 거기서 뚝 끊겼다. 막상 해보라고 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지금요?” “지금 말고 언제 하려고. 그렇게 자신 있다며.” “여기서요?” “여기 싫어? 그럼 방으로 갈까.” 태연하게 흘러나온 말이 괜히 더 얄미웠다. 지안은 잔에 남아 있던 위스키를 단숨에 털어 넣었다. 목 안쪽이 화끈하게 달아올랐지만 덕분에 없는 용기라도 조금 생기는 것 같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자리에서 일어나 태호 앞으로 걸어갔다. 태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의자에 편하게 기대앉은 채 지안이 어디까지 하나 보겠다는 듯 기다릴 뿐이었다. 막상 코앞까지 와 서니 조금 전까지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어떻게 해야 남자를 꼬시는 건데. 손을 어디에 둬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차라리 뭐라도 놀렸으면 덜 민망했을 텐데 태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몇 초를 버티지 못하고 슬그머니 몸을 돌렸다. “됐어요. 안 할래요.”  그 순간 손목이 붙잡혔다. “어딜 가. 해본다며.” 태호가 손목을 잡아당기자 지안의 몸이 그대로 그의 쪽으로 쏠렸다. 중심을 잡기도 전에 허벅지 위로 내려앉았고, 놀란 손이 반사적으로 남자의 어깨를 짚는 사이 단단한 팔이 허리를 감아 받쳤다. “자, 이제 눈이라도 감아 줘?” “아니, 제가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게 아니라…….” “그럼 어떻게 하는데. 아까는 못 넘어오는 남자가 없다더니.” 지안은 애꿎은 옷자락만 손끝으로 움켜쥐었다. 허리를 감싼 남자의 손바닥이 얇은 옷 너머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괜히 의식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다른 남자들은 잘 꼬셨다면서 나는 왜 안 꼬셔.” “제가 언제 잘 꼬셨다고…….” 태호가 느긋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잡고 있던 손목을 놓았다. 지안이 미처 손을 거둘 틈도 없이 남자의 손끝이 턱 아래에 닿았다. 엄지가 턱선을 따라 천천히 올라오며 자연스럽게 얼굴을 들게 했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그의 시선도 선명했다. 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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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못 멈출 것 같으니까

 “담배?” “네.” 태호의 눈이 지안의 얼굴에 잠깐 머물렀다. “피워?” “아니요.” “그런데.” “그냥 한 번 피워보려고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안 피우던 걸 왜 해.” “부회장님은 피우시잖아요.” “나는 어른이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 태호가 다시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지안은 입술을 삐죽였다. 술도 그렇고 담배도 그렇고, 아까부터 자기는 다 알고 지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 취급하는 게 괜히 얄미웠다. “한 번만요.” 살짝 투정이 섞인 말투였다. 태호는 그런 지안을 잠깐 내려다보더니 대답 대신 담배 연기를 길게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별안간 몸을 숙였다. 무슨 영문인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연기를 머금은 남자의 입술이 그대로 내려앉았다. 부드러운 감촉이 짧게 겹쳐지고 놀라 호흡을 멈춘 사이 쌉싸래한 담배 향과 미지근한 연기가 입안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지안의 눈이 크게 뜨였다. 태호가 얼굴을 물리자 둘 사이로 희뿌연 연기가 가늘게 흩어졌다. “뭐예요…….” 그런데도 거리는 여전히 가까웠다. “담배 달라며.” 여전히 태연한 얼굴이었다. 지안은 충동적으로 발끝을 세웠다. 쪽. 이번에는 제가 먼저였다. 입술을 짧게 맞댄 뒤 곧장 얼굴을 뗐다. 정말 그게 전부였는데 태호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느슨하던 기색이 순식간에 가라앉고 말없이 지안을 내려다보는 눈이 짙어졌다. 그 눈을 마주한 순간 뒤늦게 잘못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눌러 끄더니 곧바로 지안의 뒤통수를 감싸 쥐었다. 갑작스러운 손길에 지안의 몸이 순간 굳었다. “방금 그건 네가 한 거야.” 평소보다 낮게 잠긴 목소리가 코앞에서 떨어졌다. 그 말을 끝으로 입술이 다시 겹쳐졌다. 이번에는 가볍지 않았다. 태호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지안의 아랫입술을 천천히 머금었다. 부드러운 살을 당겨 물었다가 놓고, 숨을 고르기도 전에 다른 각도로 입술을 포갰다. 놀란 지안의 손이 반사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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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그날의 사진

태호의 손이 뒷목을 감싸고 엄지가 턱 아래를 천천히 쓸어 얼굴을 들게 했다. 이번에는 바로 몰아붙이지 않았다. 둘 사이에 짧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윽고 남자의 입술이 내려왔다. 두 번째 키스는 처음과 달랐다. 서두르지 않았다. 입술을 천천히 눌러 맞춘 채 한동안 그대로 머물렀다. 지안이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자 태호가 그 틈을 따라 천천히 파고들었다. 아까처럼 거칠지는 않았다. 대신 훨씬 집요했다. 태호는 물러나는 듯하다가 다시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지안이 잠시 물러나면 그만큼만 틈을 내주었다가 이내 따라붙었다. 느린 만큼 닿는 감각 하나하나가 더 또렷했다. 지안의 손은 어느새 그를 붙들고 있었다. 밀어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태호 역시 그걸 알아챈 듯 허리를 감은 팔에 느리게 힘을 주었다. 몸이 또 한 번 가까워지자 지안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먼저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마음 한구석이 뒤늦게 불편해졌다. 왜 피하지 않았는지. 왜 이 순간이 끝나는 게 아쉬운지. 굳이 답을 찾아보지 않아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의미 없는 결혼에 마음을 둬서는 안 됐다. 태호에게 자신은 필요에 의해 선택한 결혼 상대일 뿐이었다. 애초에 이 결혼에 사랑 따윈 없었다. 그 이상을 기대해봤자 결국 다치는 건 자신이었다. 지안은 애써 생각을 밀어냈다. 술을 조금 많이 마셨고, 분위기에 휩쓸렸고, 그뿐이었다. 그렇게 정리해버리면 됐다.*** 다음 날 아침. 지안은 평소보다 늦게 눈을 떴다. 밤새 몇 번이나 잠에서 깬 탓에 몸이 무거웠고 제대로 자지도 못한 눈가가 뻐근했다. 어젯밤 일은 더 이상 떠올리지 않기로 마음먹은 건 분명했는데 막상 눈을 감으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가까이 닿았던 체온과 자신을 끌어당기던 손, 귓가에 닿던 낮은 목소리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떠올랐다. 지안은 이불을 걷어내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제 정말 그만 생각하자. 그렇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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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네가 보기에도 사실 같아?

 지안은 테이블 위에 흩어진 기사와 정면 스크린에 떠 있는 보도 목록을 한 차례 훑었다. “우선 사실관계부터 확인하겠습니다. 태강 쪽 대응도 확인하고, 필요한 부분은 홍보실이랑 정리해서 바로 입장 내겠습니다.” “아직 강태호 부회장하고는 얘기도 안 된 모양이군요.” 윤준표가 혀를 차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지안은 테이블 위에 두 손을 가볍게 모은 채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이래서 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겁니다. 본인 문제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회사까지 아침부터 들썩이고 있잖아요.” 지안 너머에 앉아 있던 이사 하나가 조심스럽게 거들었다. “서 이사님도 이번 일은 조금 신중하셨어야 했던 것 같습니다. 결혼이라는 게 조건만 맞는다고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은 윤준표가 낮게 웃으며 이사진을 한 번 둘러봤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정작 말끝에는 은근한 비아냥이 묻어 있었다. “보는 눈이 좀 부족해서 말입니다. 다들 아시잖습니까. 서 이사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사람 보는 법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많지는 않았겠죠.” 몇몇 이사들이 난처한 듯 눈길을 피했지만 윤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덧붙였다. “괜히 회사까지 시끄럽게 만든 건 저도 유감입니다. 사촌오빠인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지안의 표정이 서서히 식었다. 정작 제 사생활 하나 깨끗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의 인생을 두고 훈계하는 꼴이 우스웠다. “윤준표 이사님.” “왜요.” “제가 몰라서 가만히 있는 줄 아세요?” 일순 윤준표의 얼굴에서 여유가 걷혔다. “……뭔 소리야.” “윤 이사님이 요즘 유난히 여비서를 자주 찾으신다던데요. 업무가 그렇게 많으셨나 봐요.” 그 한마디에 회의실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윤준표는 바로 받아치지 못했고 몇몇은 괜히 앞에 놓인 서류만 들여다봤다. “서, 서 이사.” 당황이 고스란히 묻어난 윤준표와 달리 지안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왜요. 더 말해드려요? 평일 저녁마다 둘이 호텔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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