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으로 돌아온 지안은 한동안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있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었다. 윤세림도 그렇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내 말이 없던 태호도 그렇고. 집에 들어와서까지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그때였다. 꼬르륵. 조용한 방 안에 제법 선명한 소리가 울렸다. 지안은 고개를 숙여 배를 내려다봤다. 생각해 보니 오늘 제대로 먹은 게 거의 없었다. 오후에는 드레스 피팅 때문에 끼니를 대충 넘겼고 행사장에서는 긴장한 탓에 음식에도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너도 참 대단하다.” 제 배를 향해 중얼거린 지안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방으로 내려가 찬장을 하나씩 열어봤지만 원하는 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집에 라면이 하나도 없어?” 냉장고 안에도 치즈며 과일, 생수, 손질된 식재료들만 가지런히 들어 있었다. 결국 지안은 방으로 돌아가 후드 집업을 걸쳤다. 태호가 위층으로 올라간 뒤 집 안은 조용했다. 괜히 마주치고 싶지 않아 현관까지 최대한 소리를 죽여 움직였다. 십여 분 뒤 지안은 편의점 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돌아왔다. 라면 두 개에 과자, 초콜릿, 젤리까지. 라면만 사려고 했는데 기분이 복잡할 때는 단 게 최고라는 생각에 이것저것 집다 보니 봉투가 제법 묵직해졌다.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돌아선 순간 지안의 걸음이 멎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태호와 눈이 정확히 마주쳤다. “헉.” 깜짝 놀란 손에서 봉투 하나가 미끄러졌다. 초콜릿과 과자 봉지가 후두둑 바닥으로 쏟아졌다. 태호가 그 모습을 보더니 픽 웃었다. “왜 그렇게 놀라.” “아니, 깜짝 놀랐잖아요.” 지안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쪼그려 앉아 떨어진 것들을 주워 담았다. “안 주무셨어요?” 태호는 소파 등받이에 느슨하게 몸을 기대고 있었다. “응. 우리 집에 고양이라도 있나 했지. 하도 살금살금 다니길래.” “고양이요?” 지안은 조금 머쓱해져 봉투를 품에 끌어안았다. 나름 최대한 조용히 움직인다고 했는데 생각보다 다 들렸던 모양이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