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태호를 태운 차가 성북동 주택가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높은 담장 너머로 자리 잡은 강덕수의 저택은 오래된 부잣집 특유의 묵직한 분위기를 풍겼다. 넓은 정원과 오래된 소나무, 낮게 깔린 조명까지.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집주인의 위세가 느껴지는 곳이었다. 차에서 내린 태호가 현관으로 들어서자 집안을 맡아보는 중년 남자가 허리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부회장님.” “아버지는.” “서재에 계십니다. 저녁도 아직 안 드셨습니다.” 태호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들어보나 마나 오늘 집안 분위기가 어떨지는 뻔했다. 그대로 서재 쪽으로 향하려는데 거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날아왔다. “얘, 태호야.” 태호가 걸음을 늦췄다. 차유경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강덕수가 태호의 친모와 이혼한 뒤 재혼한 여자였다. 몸에 달라붙는 화려한 원피스에 큼지막한 보석 목걸이, 손목에는 시계와 팔찌가 번쩍였다. 비싼 것들로만 골라 치장한 건 분명했지만 이상하게 고급스러운 맛은 조금도 없었다. 유경이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너희 아버지 오늘 얼마나 놀라셨는지 아니? 그렇게 갑자기 결혼 기사를 내버리면 어떡하니. 집안끼리 상의라는 것도 있는 건데.” 태호가 무심히 그녀를 일별했다. “그게 무슨 상관이십니까.” “뭐?” “집안일에 신경 쓰지 마시고, 그냥 아버지 돈이나 펑펑 쓰시면서 얌전히 사시죠.” 유경의 안색이 굳었다. 마치 이 집에서 제 위치가 어디인지 똑똑히 상기시키는 말이었다. “너, 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발끈한 목소리와 달리 기세는 이미 한풀 꺾여 있었다. 태호는 더 상대할 생각이 없는 듯 몸을 돌렸다. 유경이 뒤에서 급히 말을 보탰다. “아버지 안에 계셔. 엄청 화나셨더라. 저러다 쓰러지실까 걱정이야.” “퍽이나 쓰러지시겠습니다.” 태호가 비식 웃었다. 강덕수는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기세만큼은 웬만한 장정을 눌렀다. 한때 조직의 우두머리로 수많은 사람을 거느렸던 사람답게, 가만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 2026-09-08 อ่านเพิ่มเติ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