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중심업무지구의 고층 빌딩 회의실. 통유리 너머로 마리나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대형 스크린에는 태강그룹이 몇 년째 공을 들여온 ‘센트럴 베이 프로젝트’의 전체 조감도와 공정표가 나란히 떠 있었다. 호텔과 레지던스, 오피스, 상업시설을 한데 묶어 조성하는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 태강이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추진해온 사업 가운데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였다. 현지 컨설팅사 직원이 리모컨을 눌러 화면을 넘겼다. “We've completed the final review of the construction schedule.” (전체 공정 일정에 대한 최종 검토를 마쳤습니다.) 태호는 눈앞에 놓인 자료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And the approval timeline?” (인허가 일정은요?) 태강 싱가포르 법인장이 곧바로 말을 받았다. “현재까지는 예정대로 진행 중입니다. 다음 주에 마지막 서류가 접수되면 시공 일정에도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태호의 손끝이 공정표 한쪽에 멈췄다. “여긴 여유 기간이 너무 짧은데.” 해외사업본부장이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 “쇼핑몰 쪽 공사와 병행하면 일정은 맞출 수 있습니다.” “변수 생기면 바로 밀립니다.” 태호가 표시된 구간을 툭 짚었다. “완충 기간 잡아두세요.” “알겠습니다.” 그 뒤로도 공정 일정과 인허가, 자금 집행, 현지 업체 계약까지 보고가 줄줄이 이어졌다. 사업은 전반적으로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규모가 큰 만큼 태호가 직접 확인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았다. 원래라면 사흘이면 끝날 출장이었다. 현지 법인의 최종 보고와 주요 관계사 미팅만 마치면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종 조율 단계에 들어가면서 투자사와 설계사, 시공사까지 직접 챙겨야 할 일정이 하나둘 늘어났다. 결국 사흘짜리 출장은 어느덧 열흘 가까이 길어져 있었다. 태호가 마지막 장까지 확인한 뒤 파일을 덮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최신 업데이트 : 2026-09-08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