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 무렵이었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늘 밤늦게까지 집에 머물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저녁이면 하나둘 집을 나가기 시작했다. 주방을 정리하던 아주머니도, 복도를 오가던 직원들도 해가 지기 전이면 가방을 챙겨 돌아갔다. 처음에는 지안도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사람들이 집 안을 오갔고, 엄마와 아빠 역시 며칠씩 집을 비우는 일이 드물지 않았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아주머니가 현관에서 구두를 신는 모습을 보던 지안이 문득 물었다. “아주머니, 엄마랑 아빠는요?” 가방을 챙기던 손이 잠시 멎었다. “두 분 다 미국에 가셨어요.” “미국?” 지안은 계단을 몇 칸 더 내려왔다. “왜요? 언제 갔어요?” “일이 있으신가 봐요.” “그럼 언제 와요?” 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지안은 그 침묵의 뜻도 모른 채 다시 물었다. “내일 와요?”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말도 없이 미국까지 가버렸다는 게 조금 서운했지만 엄마와 아빠는 원래 바빴고 출장도 자주 다녔다. 이번에도 며칠이면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조용하고 텅 빈 집에 혼자 남아 있으니 무서웠다. 그래서 거실과 복도에 있는 불을 모조리 켜두고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틀어놓았다. 방문도 닫지 않았다. 혹시라도 현관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면 바로 뛰어나갈 수 있게. 실제로 자다가 벌떡 일어나 맨발로 계단을 내려간 적도 있었다. 대문 앞을 지나는 차 소리만 들려도 혹시 아빠가 돌아온 건 아닐까 싶어 창문에 붙어 한참을 내려다보곤 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고, 아빠의 번호를 누르면 대부분 비서가 대신 전화를 받았다. - 네, 아가씨. “아빠 바꿔주세요.” - 회장님께서 지금 회의 중이십니다. “그럼 끝나면 전화해달라고 해주세요.” - 네, 그렇게 말씀드리겠습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