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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소문난 강제 결혼: Capítulo 41 - Capítulo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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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이 결혼의 이유

 낮게 떨어진 이름에도 지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 사람 못 믿으니까 저 그 자리에 앉혀놓은 거 아니세요? 필요할 때는 딸이라고 갖다 쓰고, 마음에 안 들면 제가 만든 것까지 마음대로 뺏어가고.” 숨이 거칠어졌다. 울음이 올라오는 걸 억지로 눌러 삼키느라 목이 아팠다. “왜 여기까지 와서 사람 쪽팔리게 만들어요.”  집무실 안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안은 태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어졌다.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집안 꼴 잘 봤다고. 어쩌면 결혼한 걸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런 막장 같은 집안인 줄은 몰랐을 테니까. “진짜 적당히 하세요.” 지안은 마지막으로 서정욱을 노려봤다. “저도 이제 더는 못 참아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도윤이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고, 지안은 누구의 허락도 기다리지 않은 채 그대로 부회장실을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는 괜찮았다. 이를 악물고 층수가 내려가는 숫자만 바라봤다. 한 층, 두 층. 어떻게든 눈물을 참아보려 했는데 로비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결국 시야가 흐려졌다. “아, 진짜…….” 고개를 숙이는 순간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냈지만 소용없었다. 닦으면 또 떨어지고, 또 닦으면 더 쏟아졌다. 억울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못 믿는 것도, 재단을 마음대로 넘기려 한 것도, 그걸 하필 태호 앞에서 알게 된 것도 전부 억울했다. 그런데 걸음을 옮기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버지 혼자 결정한 걸까. 태호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조금 전 그 자리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자료를 보고 있었다. 태강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도 없었을 테고, 어쩌면 처음부터 재단까지 계산에 넣고 이 결혼을 받아들였을지도 몰랐다.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사랑해서 한 결혼도 아니었으니까. 어젯밤 그의 입으로 직접 들은 말이 다시 귓가에 박혔다. 지안의 걸음이 천천히 멈췄다. 문득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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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도망가버릴까

 지안은 닿기 직전 그의 손목을 잡아 그대로 떼어냈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지만 더 가까이 오지 말라는 뜻은 충분히 전해졌다.  그런데 남자는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피식 웃었다. 까칠하게 굴지 말라며 능글맞게 말을 잇더니, 이번에는 소매를 걷어 손목에 찬 시계를 보란 듯 드러냈다. “오빠 돈 좀 있어. 이거 얼마짜린지 알아?” 시계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꽤 그럴싸했지만 정작 남자에게 얹히니 유난만 더 도드라졌다. 비싼 걸 찬 게 아니라 비싼 걸 찼다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사람처럼 보였다. 지안이 짧게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네가 나보다 많을까. “지금 웃었어?” 남자의 턱이 살짝 들렸다. 입꼬리가 비틀리더니 손목에 찬 시계를 한 번 더 보란 듯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얼마짜린지는 알고 웃는 거야?” “별로 안궁금한데.” “……." 한마디 더 하려는 듯 그가 지안 앞으로 몸을 내미는 순간, 뒤에서 팔 하나가 지안의 어깨 위로 자연스럽게 걸쳐졌다. “뭐야, 여기 있었어?" 익숙한 목소리에 지안이 옆을 봤다. 진혁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서 있었다. “한참 찾았잖아. 가자.” 진혁은 상황을 묻지도 않고 지안을 그대로 안쪽으로 이끌었다. 둘이 VIP 구역 안쪽으로 사라지자 남자는 뒤늦게 입술을 달싹였다. 출입을 막고 있던 직원이 익숙하게 문을 열어주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헛기침을 한 번 흘리며 슬쩍 몸을 돌렸다. VIP룸 안으로 들어오자 바깥보다 한층 낮아진 음악 사이로 하린과 재현, 윤재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일 저녁에 갑자기 연락했는데도 셋 다 별말 없이 나와 있었고, 진혁까지 자리에 앉자 자연스럽게 지안 쪽으로 시선이 모였다. 진혁이 그녀의 어깨에서 팔을 거두며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너 오늘 왜 이래?” 하린도 곧바로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니까. 무슨 일 있었지?” “별거 없어.” 대답은 빨랐지만 아무도 믿는 얼굴이 아니었다. “네가 별거 없다고 할 때가 제일 별거 있거든.” “맞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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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너무 오냐오냐 해준 거 같지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고요한 집 안에 낮게 번졌다. 태호는 넥타이 매듭을 느슨하게 잡아당기며 거실로 들어섰다. 평소보다 이른 귀가였지만 집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복도에 늘 켜져 있던 간접등마저 꺼져 있었고, 거실이며 주방 어디에서도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몇 걸음 더 들어가던 태호가 천천히 주변을 훑었다. “서지안.”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거실 한가운데에 서 있던 태호는 곧장 계단 쪽으로 발을 옮겼다. 지안의 방문을 열어보니 방 안 역시 깜깜했다. 침대 위 이불은 아침에 정리된 모습 그대로였고, 화장대며 협탁도 흐트러진 곳 하나 없이 반듯했다. 들어왔다가 다시 나간 흔적조차 없었다. 태호의 눈매가 미세하게 좁아졌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한참이나 이어졌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끝내 통화가 끊기자 화면을 내려다보던 그가 별다른 표정 없이 다시 한번 번호를 눌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며 입 안쪽을 혀끝으로 한번 밀었다. 화가 난 건 알았다.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당장 얼굴을 마주한다고 해서 좋은 말이 오갈 상황도 아니었고, 지안이 혼자 있고 싶어 한다면 그 정도 시간은 줄 생각이었다. 어디선가 바람 좀 쐬다 들어오겠지. 샤워를 마치고 나온 태호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대충 털어 올렸다. 검은 티셔츠 위로 아직 물기가 덜 마른 머리칼이 이마에 조금 내려앉아 있었다. 곧장 서재로 들어간 그는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한동안 내려다보다 끝내 손에 집어 들었다. “네, 부회장님.” “애기가 아직도 집에 안 들어왔는데.” “네, 그럼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의자 등받이에 느슨하게 몸을 기댔다. 벽에 걸린 시계는 어느새 새벽 한 시를 넘기고 있었다. 쪼끄만한 애기가 제 신경을 모조리 잡아먹는 것도 참 신기한 일이었다. 고작 그 애가 뭐라고 이렇게 신경 쓰이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가 울렸다. 태호는 긴 손가락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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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잘생긴 아저씨?

 마른침이 꿀꺽 넘어갔다. 저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걸 도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네. 바로 찾겠습니다.” 태호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였다. “혹시 해외로 튀었을 수도 있으니까. 공항이랑 출국 기록도 확인해.” 도윤은 곧바로 고개를 숙이고는 방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이 분주했다. 제 상사의 얼굴을 보니 오래 기다려줄 것 같지 않았다. 집무실을 빠져나온 도윤은 문 앞에 대기하고 있던 수행비서들을 향해 곧장 손짓했다. “지금 당장 움직여. CCTV든 뭐든 다 뒤져서 사모님 찾아.” 네, 알겠습니다. 우렁찬 대답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수행원들은 곧장 자리에서 흩어져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이 닫힌 뒤 집무실에는 다시 적막이 내려앉았다. 태호는 한동안 책상 위에 놓인 이혼서류를 내려다봤다. 그러다 재떨이에 눌러 껐던 담배가 채 식기도 전에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이딴 종이쪼가리 하나 보내놓고 정말 제 곁을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렇게 끝낼 생각으로 결혼한 줄 아나. 태호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다. 희뿌연 연기가 시야 앞을 흐리는 사이 느릿하게 눈을 감자, 아주 오래전의 장면 하나가 불쑥 떠올랐다. 8년 전, 장례식장 안은 숨이 막힐 만큼 답답했다. 겉으로는 하나같이 애도를 입에 올렸지만, 정작 제 어머니의 죽음에 진심으로 관심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싶었다. 조문을 마치기도 전에 슬쩍 사업 이야기를 꺼내고, 아버지의 눈치를 살피며 다음 약속을 잡으려 드는 사람도 있었다. 억지로 짜낸 듯한 위로와 계산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결국 태호는 사람들 틈을 빠져나와 병원 건물 뒤편으로 향했다. 검은 상복 차림 그대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담배를 물었다. 깊게 들이마신 연기가 폐부 안쪽까지 내려가자 그제야 조금 숨이 트이는 기분이 들었다. 손가락 사이에서 타들어 가는 담배 끝만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던 때였다. “아저씨.”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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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도망친 대가

 강원도 동해안에 자리한 별장. 바다를 따라 길게 이어진 모래사장 위로 지안의 발자국이 하나씩 찍혔다. 신발은 진작 벗어 한 손에 들고 있었다. 발바닥 아래로 닿는 모래는 낮 동안 머금었던 열기를 거의 다 잃은 채 서늘했고, 파도가 가까이 밀려올 때마다 젖은 모래가 발가락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지안은 천천히 해변을 따라 걸었다. 어젯밤 클럽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이곳에 올 생각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고, 고민하던 끝에 문득 이 별장이 떠올랐다.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곳. 가끔 모든 것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면 잠시 몸을 숨길 수 있는, 지안만의 도피처 같은 곳이었다. 지안은 걸음을 멈추고 멀리 수평선을 바라봤다. 바다 위로 남아 있던 해가 기울면서 물결 위에 길게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민준에게 부탁해 서류를 보낸 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아마 지금쯤이면 부회장님도 봤겠지. 문득 그가 서류를 받아 들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가 궁금해졌다.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을까. 아니면 별것 아니라는 듯 훑어보고 그대로 사인을 해버렸을까. 지안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이내 힘을 풀었다. 서한재단까지 태강 쪽으로 넘어갔다면, 굳이 그가 이 결혼을 계속 붙들고 있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원하는 건 이미 손에 넣었으니 태호 입장에서도 더 미련을 둘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려 했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개운하지만은 않았다. 지안은 발끝으로 모래를 가볍게 걷어찼다. 잘게 부서진 모래알이 몇 번 흩어졌다가 금세 가라앉았다. 내일이면 돌아가야 했다. 이혼 기사가 나기 시작하면 처리해야 할 일도 많아질 테고 회사에서도 가만히 둘 리 없었다. 윤준표라면 오히려 반길지도 모르겠다. 또, 태호의 집에 있는 짐도 정리해야 했다. 처음 그 집에 들어갈 때만 해도 남과 한집에서 지내는 일이 꽤 불편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새 그 생활에도 제법 익숙해져 있었다. 마주 앉아 밥을 먹고, 늦은 밤 그가 직접 해준 음식을 받아먹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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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이혼해요

검은 세단이 별장 앞에 멈춰 선 건 자정을 조금 앞둔 시각이었다. 해안가에서 조금 떨어진 이층짜리 별장은 일층 거실 쪽에만 희미한 불빛이 켜져 있었다. “여기입니다.” 도윤의 말에 태호는 차창 너머로 별장을 올려다봤다. 손에는 지안이 보낸 이혼 서류가 여전히 들려 있었다. 태호는 곧바로 차에서 내렸다. 뒤따라 내린 도윤과 수행비서들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붙었다. 자갈이 깔린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 앞에 선 태호가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뒤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누구…….” 태호는 지안을 위아래로 느릿하게 훑었다. 이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가를 좁혔다. 막 씻고 나온 듯한 지안은 얇은 끈으로 어깨에 걸친 흰색 민소매에 짧은 반바지만 입고 있었다. 대충 말린 머리카락은 어깨 위로 흐트러져 있었고, 몸에 붙은 얇은 옷은 허리선과 굴곡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 꺼져.” 태호의 명령이 떨어지자 도윤을 비롯한 수행원들이 일제히 시선을 내렸다. “예. 알겠습니다.” 짧은 대답과 함께 그들은 곧바로 몸을 돌려 현관 앞을 벗어났다. 지안은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갑자기 왜 다들…….” 말끝을 흐리며 태호를 바라봤지만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지안이 들어오라는 듯 몸을 비켜섰고, 태호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문이 닫히기가 무섭게 그의 시선이 다시 지안의 차림으로 향했다. “너는 옷을 왜 그따위로 입고 문을 열어.” “네?” “어떤 새끼인지도 모르면서.” 그제야 지안이 자신의 차림을 내려다봤다. 당황한 기색도 잠시, 곧 억울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 올 사람이 누가 있다고요.” “내가 왔잖아.” “그렇긴 한데…… 아니, 따지고 보면 여기 제 별장이거든요? 제 집에서 제가 뭘 입든 그걸 왜 부회장님이 신경 쓰는데요.” 지안은 작게 궁시렁거리며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 “진짜 별걸 다 가지고 뭐라고 하네…….” 태호의 시선이 드러난 어깨와 뒷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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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말을 해줘야 알아

 태호는 대답 대신 엄지로 지안의 입술 끝을 천천히 쓸었다. “애기가 토라진 이유가 뭘까.” 한쪽 팔로 소파를 짚은 채 몸을 기울인 태호가 지안 위로 시선을 내렸다. 커다란 몸이 시야를 가득 채우자 지안은 괜히 눈길을 옆으로 피했다. “…….” “말을 해줘야 알아. 나는.” 한동안 머뭇거리던 지안이 결국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너무 부끄러워서 그래요.” “뭐가.” “제가 너무…… 어린애처럼 보였을 거잖아요.” 손바닥 너머로 목소리가 작게 뭉개졌다. 지안은 결국 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나씩 꺼냈다. “집안 꼴도 다 보셨잖아요. 얼마나 나를 개무시하면 말도 없이 넘기려고 해요. 이 세상에 그런 아빠가 어딨다고.” 막상 입 밖으로 내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초라하게 들렸다. 그래서인지 눈을 가린 손을 좀처럼 내릴 수가 없었다. 태호가 지금 어떤 얼굴로 자신을 보고 있는지 확인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부회장님 집안도 저 마음에 들어하시잖아요.” “신경 쓰지 말라고 했잖아.”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그래도 부회장님 가족인데…….” 이어지는 말은 점점 힘을 잃었다. 끝으로 갈수록 젖어드는 목소리를 지안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만약에 윤세림이랑 결혼했으면…… 좋은 가정도 만들 수 있을 거고.” “저는 솔직히 아이가 생겨도 어떻게 사랑해줘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 잠잠히 듣고 있던 태호의 입술 끝이 어이없다는 듯 비틀렸다. “꼬맹이가 나랑 벌써 애 낳을 생각까지 했어?” “아니!” 그제야 지안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손을 확 내렸다. 가려져 있던 시선이 그대로 태호에게 닿았다. “그게 아니라, 말이 그렇다는 거죠!” “미안한데.” 태호가 몸을 조금 더 숙였다. 뺨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 자국에 입술을 가까이 댄 그는 젖은 흔적을 따라 혀끝을 느리게 스쳤다. “나는 애 가질 생각 없어.” “…….” “그러니까 그딴 걱정은 하지 마.” 말이 끝나자마자 태호가 다시 지안의 입술을 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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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살살할게

 낮게 떨어진 목소리에 귀끝까지 열이 번졌다. 그 한마디가 괜히 더 민망해서 지안은 시선을 내리깔고 이불 끝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한참 만에 겨우 입을 열었다. “저 처음이에요…….” 태호의 시선이 지안에게 잠시 멎었다. 이내 낮게 욕설을 짓씹으며 손으로 머리를 거칠게 쓸어올렸다. 별장에 들어온 뒤 줄곧 느슨하던 기색은 어느새 거의 사라져 있었고, 짧게 내뱉는 숨도 전보다 조금 거칠어져 있었다. “진짜 미안한데 내가 너무 참아서 아픈데.” “그게 무슨…….” 말끝을 흐리던 지안의 시선이 무심코 아래로 떨어졌다. 바지 위로도 선명한 묵직한 윤곽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머릿속이 잠깐 멎었다. 소파에서부터 몸 가까이 닿아오던 감각이 뒤늦게 떠올랐다. 그때는 입맞춤에 정신이 팔려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제 와서는 의미를 모를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였다고. 얼굴이 다시 화끈 달아올랐다. 태호가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긴장으로 굳은 어깨를 손바닥으로 느리게 쓸어내리며 몇 번이고 짧게 입을 맞췄다. “살살할게. 마음처럼 될진 모르겠지만.” 태호는 제 말 지켰다. 적어도 처음에는. 지안이 미세하게 몸을 움츠릴 때마다 그는 움직임을 멈추고 숨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낯설기만 하던 감각에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그때부터 태호는 지안이 어디에서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놓치지 않았다. 같은 감각을 집요하게 건드릴 때마다 아프기만 하던 느낌 사이로 묘한 열이 섞이기 시작했고, 참으려던 신음도 자꾸만 입술 밖으로 터져 나왔다. “살살한다면서…….” 원망처럼 흘러나온 말에 태호가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이 괜히 얄미웠다. 이제는 좀처럼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지안은 결국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묻었다. 애써 참아보려던 감각은 이미 선을 넘은 듯 점점 더 선명해졌고, 숨을 고를 틈도 없이 자꾸만 더 깊이 휘말렸다. 몇 번째인지 셀 정신조차 없었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흐트러진 숨이 한참이나 뒤섞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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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애기 복장 단속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리더니 담요 위로 커다란 손이 내려앉았다. 태호가 아이 다루듯 지안의 머리를 몇 번 느슨하게 쓸어주었다. “좀 더 자. 힘들었을 텐데.” 그 다정한 목소리가 괜히 간지러워 지안은 입안으로 볼 안쪽을 한 번 쓸었다. 담요 틈으로 얼굴만 빼꼼 내밀었을 때는 태호가 벌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디 가세요?” “회사.” “지금요?” “너 찾겠다고 다 제쳐두고 왔잖아. 가서 마저 봐야지.” 지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왼쪽 벽에 걸린 시계로 향했다. 어느새 새벽 다섯 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저 때문에 밤새 한숨도 못 잔 것도 모자라 그대로 회사에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표정에 속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지안의 얼굴을 보니, 태호는 입매를 슬며시 올렸다. “그러니까 앞으로 집 나갈 생각 하지 마. 한 번 더 나갔다간 남편 죽겠다.” 지안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태호의 입에서 남편이라는 말이 나오자, 새삼 정말 부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슴께가 묘하게 간질거렸다. “아, 얼른 가요!” 결국 지안은 담요를 끌어올려 얼굴을 다시 가렸다. 달아오른 얼굴을 그대로 보여줬다가는 또 무슨 놀림이 돌아올지 뻔했다. 태호의 잇새 사이로 짧은 웃음이 새었다. 그는 좀 더 자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섰고, 어두워진 방 안에는 문 닫히는 소리만 작게 남았다. 한동안 닫힌 문만 바라보던 지안은 담요 속에서 몸을 웅크렸다. 창밖은 여전히 캄캄했지만 다시 잠들기엔 애매했다. 아니, 정확히는 잠들기엔 머릿속을 맴도는 일이 너무 많았다. 오늘은 나도 일찍 나가야겠다.*** 주말 아침부터 서한호텔은 평소보다 몇 배는 분주했다. 국내에 처음 진출하는 해외 패션 브랜드의 론칭 행사가 예정된 날이었다. 서한백화점이 국내 독점 입점 계약을 맡았고, 첫선을 보이는 공식 행사는 같은 계열인 서한호텔의 그랜드볼룸에서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다. 브랜드 관계자와 국내외 바이어, 주요 고객은 물론 패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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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또 이상한 생각하지

 지안이 제자리에서 치맛자락을 살짝 옆으로 펼쳐 보였다. “됐죠? 완전 얌전하죠?” 오늘은 목선부터 손목까지 단정하게 떨어지는 검은색 트위드 재킷에 같은 소재의 스커트를 맞춰 입은 차림이었다. 태호가 위아래를 확인하더니 그제야 마음에 든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추워. 얼른 타.” 지안은 기다렸다는 듯 차로 다가가 뒷좌석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자 따뜻한 공기가 차가워진 몸을 금세 감싸왔다.  “뭐예요. 진짜 왜 오신 거예요?” “주말이잖아. 밥이라도 먹자고.” “저희 외식해요? 대박!” 지안이 앉은 채 발끝까지 들썩이며 좋아하자 태호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외식 못 해본 사람처럼 왜 이래.” “그렇긴 한데 그래도 오랜만에 밖에서 먹는 거란 말이에요.” 최근 태호의 집으로 완전히 들어간 뒤부터는 대부분 박 여사가 차려주는 식사를 먹었다. 음식 솜씨야 웬만한 식당보다 훨씬 좋았지만, 오늘은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태호와 둘이 밖에서 밥을 먹으러 간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지안은 괜히 창밖을 보는 척하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눌렀다. 오늘만큼은 밖에 반짝이는 트리도 예뻐보이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크리스마스도 얼마 남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는 뭐 하자고 해볼까. 처음이었다. 누군가와 보내는 첫 크리스마스였다. 들뜬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직원 한 명이 태호를 보자 익숙하게 자리를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오늘 셰프님께서 부회장님이 오랜만에 오신다고 특별히 메뉴를 준비해드리고 싶다고 하시는데, 괜찮으실까요?” 태호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곁들일 와인까지 고르고 나서야 직원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안은 맞은편에 앉은 태호를 힐끔 쳐다봤다. 먹색 슈트에 손목에는 고급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사실 지안에게도 늘 보던 것들이라 그리 특별할 건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 앉아 있는 태호는 이상하게 달라 보였다. 딱히 화려하게 꾸민 것도 아닌데 입고 있는 모든 게 마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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