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떨어진 이름에도 지안은 물러서지 않았다. “아버지도 그 사람 못 믿으니까 저 그 자리에 앉혀놓은 거 아니세요? 필요할 때는 딸이라고 갖다 쓰고, 마음에 안 들면 제가 만든 것까지 마음대로 뺏어가고.” 숨이 거칠어졌다. 울음이 올라오는 걸 억지로 눌러 삼키느라 목이 아팠다. “왜 여기까지 와서 사람 쪽팔리게 만들어요.” 집무실 안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안은 태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오히려 더 견디기 힘들어졌다. 한심하다고 생각하겠지. 집안 꼴 잘 봤다고. 어쩌면 결혼한 걸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런 막장 같은 집안인 줄은 몰랐을 테니까. “진짜 적당히 하세요.” 지안은 마지막으로 서정욱을 노려봤다. “저도 이제 더는 못 참아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도윤이 무언가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고, 지안은 누구의 허락도 기다리지 않은 채 그대로 부회장실을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는 괜찮았다. 이를 악물고 층수가 내려가는 숫자만 바라봤다. 한 층, 두 층. 어떻게든 눈물을 참아보려 했는데 로비를 지나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결국 시야가 흐려졌다. “아, 진짜…….” 고개를 숙이는 순간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손등으로 거칠게 닦아냈지만 소용없었다. 닦으면 또 떨어지고, 또 닦으면 더 쏟아졌다. 억울했다. 아버지가 자신을 못 믿는 것도, 재단을 마음대로 넘기려 한 것도, 그걸 하필 태호 앞에서 알게 된 것도 전부 억울했다. 그런데 걸음을 옮기다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버지 혼자 결정한 걸까. 태호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조금 전 그 자리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자료를 보고 있었다. 태강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도 없었을 테고, 어쩌면 처음부터 재단까지 계산에 넣고 이 결혼을 받아들였을지도 몰랐다.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애초에 사랑해서 한 결혼도 아니었으니까. 어젯밤 그의 입으로 직접 들은 말이 다시 귓가에 박혔다. 지안의 걸음이 천천히 멈췄다. 문득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14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