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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소문난 강제 결혼: Chapter 61 - Chapter 70

117 Chapters

60화 가짜는 안 좋아해

   세림이 내민 사진에는 교복을 입은 지안과 또래 친구들이 함께 찍혀 있었다. 남녀가 뒤섞여 서로 어깨를 걸치고 있었고, 한가운데 선 지안은 머리를 높게 묶은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태호의 시선은 사진 속 지안에게 머물렀다.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앳된 모습이었다. 그때가 떠올라 입매가 아주 미세하게 올라갔다. 태호가 사진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않자 세림은 그걸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 이런 말씀까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는데.” 세림은 망설이는 척 잠깐 뜸을 들인 뒤 사진 속 남자들을 손끝으로 가리켰다. “여기 있는 남자애들이랑 거의 다 사귀었어요.” “…….” 태호는 테이블 위에 놓인 사진을 집어 들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사진 끝을 끼운 채 잠깐 내려다보던 그는 별다른 반응 없이 사진 속 얼굴들을 훑었다. “정식으로 사귄 애도 있고, 그냥 필요할 때만 만난 애들도 있고.” 이죽거리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 세림이 한마디를 더 보탰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했어요. 서로 외로울 때 만나고, 필요 없어지면 또 끝내고…… 뭐 그런 관계로. 제가 굳이 더 자세히 설명 안 드려도 아시죠? 무슨 뜻인지.” 태호는 사진 너머로 세림을 비스듬히 바라봤다. 저걸 굳이 챙겨와 제 앞에 내미는 의도가 너무 빤히 보여 오히려 우스울 지경이었다. 뭘 얼마나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지안에 대해서라면 이미 필요한 조사는 전부 끝낸 뒤였다. 과거에 누구와 어울렸고, 어떤 소문이 돌았는지까지 모르는 게 거의 없었다. 물론 그 사실을 지안이 알게 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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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화 부탁하는 거잖아

 느슨해졌던 넥타이를 거칠게 한 번 더 풀어내린 태호가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 문을 닫아준 뒤 조수석에 오른 도윤은 룸미러를 통해 슬쩍 뒤를 확인했다.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다. 그런데 돌아온 상사의 얼굴만 봐서는 위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무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했고, 그저 피곤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부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윤세림 씨는 괜찮으십니까, 실제로 묻고 싶은 말은 조용히 삼켰다. “어, 향수 냄새 때문에 대가리 너무 아프네.” “…….” 도윤은 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냥 별일 없었다고 믿는 편이 제 심신 안정에는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태호가 창밖을 바라본 채 입을 열었다. “도윤아, 애기 어디 있냐.” 태호는 관자놀이를 지긋이 누르며 미간을 좁혔다. “아직 회사에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예.” “그럼 그쪽으로 가.” 향수를 덕지덕지 바른 세림 때문에 기분이 단단히 잡쳤다. 코끝에 눌러붙은 독한 냄새도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쯤 되니 지안에게서 은은하게 나는 달큰한 복숭아 향이라도 맡아야 울렁거리는 속이 좀 진정될 것 같았다.   ***    윤준표의 집무실은 지안의 방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넓은 공간 곳곳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의 가구와 장식품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금장이 박힌 장식장에 유명 작가의 그림, 큼직한 대리석 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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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크리스마스 이브

    집에 돌아와 씻고 나오자 그제야 하루 종일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지안은 젖은 머리를 대충 말린 뒤 편한 잠옷 차림으로 거실에 나왔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려 소파 앞 테이블에 올려두고 TV를 틀었지만, 화면에 나오는 내용은 좀처럼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리모컨을 이리저리 눌러가며 채널까지 바꿨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눈꺼풀이 자꾸만 무거워졌고, 결국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한참 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태호가 거실을 지나던 걸음을 멈췄다. “…….” 또 저러고 자네. 널찍한 소파를 두고도 지안은 항상 바닥에 앉아 있었다. 목이 꺾일 듯한 자세로도 세상 편하게 자는 얼굴을 보자 태호의 입가가 느슨하게 풀렸다. 태호는 TV를 끈 뒤 지안의 허리와 무릎 아래로 팔을 넣었다. 몸이 허공으로 들렸는데도 눈 한번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익숙하다는 듯 그의 가슴팍에 얼굴부터 묻었다. “그렇게 자다가 목 나가겠다.” 낮게 읊조린 태호는 지안을 안아 든 채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이불을 끌어올려주려는 순간, 지안이 작게 뒤척였다. “그런데요…….” 잔뜩 잠긴 목소리에 태호가 손을 멈췄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지안이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은 채 무언가 할 말이 있다는 듯 웅얼거렸다. 태호는 이불을 마저 끌어올려 어깨까지 덮어준 뒤, 얼굴 위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 평소에는 늘 동그랗게 뜬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며 쉴 새 없이 말을 붙이던 애가, 지금은 눈매부터 입술까지 느슨하게 풀린 채 잔뜩 무방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태호의 엄지가 지안의 아랫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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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화 인생샷

   잠깐 하준의 눈에 원망 비슷한 기색이 스친 것 같았지만, 그는 결국 셔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예. 얼른 하시죠.” 지안은 고맙다며 나중에 맛있는 밥을 꼭 사겠다고 주절주절 약속을 늘어놓았다. 그러고는 미안한 마음에 훨씬 분주하게 움직였다. 물론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곳은 결국 하준 몫이었지만. 한참을 씨름한 끝에 마지막 장식까지 자리를 잡았다. 하준이 꼭대기에 별 모양 오너먼트를 달고, 지안은 가지 사이사이에 감아둔 전구 선을 한 번 더 정리했다. “자, 이제 켜볼게요?” 지안이 기대에 찬 얼굴로 전원을 눌렀다. 순간 어두웠던 전구들이 하나둘 빛을 머금기 시작했다. 작은 불빛은 가지 사이를 따라 번져가더니 이내 트리 전체를 환하게 감쌌다. 반짝이는 빛이 유리창과 바닥 위로 잔잔하게 번졌다. 회색과 검은색, 온통 무채색뿐이던 거실에도 처음으로 따뜻한 온기가 스며드는 것 같았다. 늘 지나치게 정돈되어 조금은 삭막해 보이던 공간이 그제야 사람 사는 집처럼 느껴졌다. “와…….” 별다른 기대도 하지 않던 하준마저 작게 감탄했다. 큰 만큼 확실히 존재감도 있었다. 가지마다 달린 장식들이 불빛을 받아 반짝였고, 꼭대기의 별까지 환하게 빛나자 꽤 그럴듯했다. 그 반응을 슬쩍 확인한 지안도 만족스럽게 미소 지었다. 문득 이걸 본 태호의 반응도 궁금해졌다. 아무리 무뚝뚝한 사람이라도 이 정도면 예쁘다는 말 한마디쯤은 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여기 앞에서 같이 사진도 찍자고 해볼까. 그 말을 듣자마자 질색하며 싫다고 할 태호의 얼굴이 자연스럽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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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세광파

 “예, 알겠습니다.” 세광파라는 이름을 듣자 도윤은 몇 년 전 일을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당시 사장이었던 태호가 맡고 있던 사업에 세광파가 계속 끼어들었다. 처음에는 현장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공정을 방해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행동이 거칠어졌다. 협력업체를 찾아가 겁을 주고, 결국에는 태호 밑에서 일하던 직원들까지 건드렸다. 태호 쪽에서도 몇 번이나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세광파는 오히려 그걸 우습게 봤다. 태강이 이제는 기업 간판을 달았으니 예전처럼 함부로 못 움직일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 뒤부터는 대놓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현장에 나갔던 직원 몇 명이 연락이 끊겼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곳은 도심 외곽의 허름한 술집이었다. 아직 영업을 시작하기도 전인 시간이라 간판 불은 꺼져 있었고, 굳게 닫힌 문 너머에서는 음악 소리만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태호가 문을 밀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인 건 피투성이가 된 채 주저앉아 있는 태강 직원들이었다. 한 명은 입가가 터져 턱 아래까지 피가 흘러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 제대로 허리도 펴지 못했다. 깨진 잔과 술병 조각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엎어진 의자까지 나뒹굴었다. 반면 세광파 놈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가장 안쪽 소파에는 우두머리가 다리를 벌린 채 깊숙이 기대앉아 있었고, 주변에는 조직원들이 잔을 돌리며 웃고 떠들었다. 태호가 들어서자 그제야 웃음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이야. 귀한 분이 여기까지 다 오셨네.” 우두머리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내려놓으며 피식 웃었다. 태호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직원들을 먼저 훑었다. 터진 입가와 구겨진 셔츠를 차례로 살피던 턱이 단단하게 굳었다. “애들부터 데리고 나가.” “예.” 도윤이 직원들을 부축해 일으키는 사이에도 뒤에서는 비웃는 소리가 이어졌다. “왜. 네 밑에 있는 애들 좀 만졌다고 열받았냐?” “킄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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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서프라이즈 만남

그 시각 지안은 여전히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옆에 내려둔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혹시 태호인가 싶어 누운 채 손만 뻗어 화면을 확인했지만 발신자는 오하람이었다. “왜.” -뭐 해? “그냥 누워 있지.” 세 시간 넘게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정작 보여주고 싶던 사람에게 바람까지 맞아 혼자 불빛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까지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하나님이랑 토크하는데 네가 또 혼자 궁상떨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한번 전화해봤지. 근데 바로 받는 거 보니까 맞나 보네? 하람의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 크리스마스이브마다 가족들과 교회에 가는 게 거의 연례행사처럼 굳어져 있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었다. “하나님, 촉 좋으시네.” 지안이 헛웃음을 흘렸다. 하나님 촉이 좋은 건지, 오하람 촉이 좋은 건지 생각하던 찰나 전화기 너머로 하람 말고도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 “너 또 정윤재랑 붙어 있냐?” -뭘, 또긴 또야. 그냥 같이 있는 거지.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붙어 있으니까 하는 소리지. 너희 그냥 사귀어라.” -야, 미쳤어? 곧바로 윤재의 목소리까지 겹쳐 들렸다. -뭔 개소리야. 누구랑 누가 사귀어. 동시에 발끈하는 반응에 지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야, 이 새끼들. 더 수상한데. 지안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파 쪽으로 몇 걸음 옮긴 뒤 푹 주저앉아 등을 기대었다.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던 건지 허리까지 뻐근했다. “너희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아니라니까. 왜 이래 갑자기. “아니면 됐고.” -그래서 너는 뭐 하는데? 하람이 말을 돌리자 지안은 눈앞의 트리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예뻐 보이던 불빛이 지금은 괜히 얄밉게 반짝이고 있었다. “겁나 큰 트리 관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기 너머로 두 사람의 웃음이 터졌다. -미친, 너 트리도 만들었어? -서지안 완전 로맨티스트 다 됐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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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화 낯선 메리 크리스마스

 새벽 일찍 싱가포르에 도착한 태호는 쉴 틈도 없이 움직였다. 공항에서 곧장 센트럴 베이 현장으로 향해 사고 지점을 직접 확인하고, 병원에 들러 수술 중인 근로자의 상태까지 살폈다. 이후에는 현지 법인과 시공사, 당국 관계자들을 차례로 만나 사고 조사와 공사 중단 여부를 두고 하루 종일 미팅을 이어갔다. 마지막 일정은 마리나 베이가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프라이빗 다이닝룸에서 잡힌 저녁 자리였다. “Another round?” (한 잔 더 하시겠습니까?) 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잔을 들어 보이자 태호도 별다른 거절 없이 잔을 내밀었다. “Sure.” (그러죠.) 유리잔이 가볍게 부딪혔다. 공식적인 이야기는 대부분 끝난 뒤였지만, 사고 조사와 공사 재개 여부가 걸린 만큼 관계자들과의 자리를 먼저 파할 수는 없었다. 안전 당국 관계자들과 함께한 술자리는 그렇게 다섯 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테이블 아래에는 빈 술병이 셀 수 없이 늘어났고, 사람들도 하나둘 넥타이를 풀고 의자에 몸을 늘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태호는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세는 여전히 반듯했고, 잔을 받는 손이나 대답하는 목소리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한 관계자가 결국 잔을 내려놓았다. “I think we should call it a night.” (오늘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시죠.) 그제야 태호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Thank you for your time.”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악수를 마친 태호는 다이닝룸을 빠져나오며 넥타이를 거칠게 한 번 끌어내렸다. 호텔 로비를 빠져나오자 후텁지근한 밤공기가 얼굴에 달라붙었다. 눌러두고 있던 술기운도 그제야 뒤늦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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