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지안은 여전히 거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한동안 그러고 있었을까, 옆에 내려둔 휴대전화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혹시 태호인가 싶어 누운 채 손만 뻗어 화면을 확인했지만 발신자는 오하람이었다. “왜.” -뭐 해? “그냥 누워 있지.” 세 시간 넘게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정작 보여주고 싶던 사람에게 바람까지 맞아 혼자 불빛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까지 굳이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늘 하나님이랑 토크하는데 네가 또 혼자 궁상떨고 있다는 거야. 그래서 한번 전화해봤지. 근데 바로 받는 거 보니까 맞나 보네? 하람의 집안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 크리스마스이브마다 가족들과 교회에 가는 게 거의 연례행사처럼 굳어져 있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었다. “하나님, 촉 좋으시네.” 지안이 헛웃음을 흘렸다. 하나님 촉이 좋은 건지, 오하람 촉이 좋은 건지 생각하던 찰나 전화기 너머로 하람 말고도 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 “너 또 정윤재랑 붙어 있냐?” -뭘, 또긴 또야. 그냥 같이 있는 거지. “크리스마스이브에도 붙어 있으니까 하는 소리지. 너희 그냥 사귀어라.” -야, 미쳤어? 곧바로 윤재의 목소리까지 겹쳐 들렸다. -뭔 개소리야. 누구랑 누가 사귀어. 동시에 발끈하는 반응에 지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야, 이 새끼들. 더 수상한데. 지안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 소파 쪽으로 몇 걸음 옮긴 뒤 푹 주저앉아 등을 기대었다. 얼마나 오래 누워 있었던 건지 허리까지 뻐근했다. “너희 진짜 아무 사이도 아니지?” -아니라니까. 왜 이래 갑자기. “아니면 됐고.” -그래서 너는 뭐 하는데? 하람이 말을 돌리자 지안은 눈앞의 트리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예뻐 보이던 불빛이 지금은 괜히 얄밉게 반짝이고 있었다. “겁나 큰 트리 관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기 너머로 두 사람의 웃음이 터졌다. -미친, 너 트리도 만들었어? -서지안 완전 로맨티스트 다 됐네.
Last Updated : 2026-09-26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