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Capítulo 111 - Capítulo 120

138 Capítulos

제113화. 살아서 받을 품삯

소월은 두 달째 품삯을 못 받았다. 그래서 거짓말을 요구받았다.“찍으면 밀린 걸 준다고 했어요. 안 찍으면 없는 거라고요.”자정이 가까웠다. 소월은 채운의 침방 겉옷을 걸치고 이불 보따리를 안은 채로 왔다. 밤에 이불을 나르는 침방 궁인을 세우는 사람은 없었다. 강무가 열 걸음 뒤에서 걸었고, 담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보이지 않았다.“전하께서 보내신 거지요? 청하지도 않았는데.”단비가 속삭였다.“청하지 않은 걸 아는 사람이야.”“종이를 가져왔어요. 찍지는 않았어요.”서련이 받았다. 연화전 궁인 소월은 그믐밤 백연전 의녀 정온이 약상 안의 약을 바꾸는 것을 보았다. 그 아래 손도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정온이 어깨 너머로 읽었다.“그날 밤 저는 약상 뚜껑을 열고 약 이름만 읽었습니다. 어의 두 분이 옆에 계셨고요.”“그건 나중에 어의가 말할 겁니다. 지금은 소월의 말만 듣지요.”소월은 열여덟이었다. 손이 떨려서 단비가 준 물그릇을 두 손으로 잡았다.“저를 지켜 주실 수 있어요?”“지켜 준다는 말은 못 합니다.”소월의 얼굴이 무너졌다. 서련은 말을 끊지 않았다.“오늘 밤 잘 곳과 내일 아침밥은 됩니다. 그리고 당신 말은 제 손으로 적습니다.”“…그게 다예요?”“그게 답니다. 더 약속하는 사람은 더 거짓말하는 사람입니다.”“시녀가 새벽까지라고 했어요. 새벽에 안 돌아가면…”“돌아가지 않습니다. 청원이 접수되면 부르는 쪽은 접수처입니다. 연화전이 아니라.”소월이 물을 마셨다. 그릇이 이에 부딪혀 소리가 났다.“품삯이 먼저입니다. 두 달이라 했지요.”“마마께서 연화전 돈이 모자란다고 하셨어요. 황손 준비에 다 들어갔다고요.”“황손 준비에 들어간 돈은 따로 세고 있습니다. 당신 품삯은 그 안에 없어요.”서련이 종이를 한 장 새로 폈다. 공주마마께 올리는 품삯 청원. 소월의 이름 자리를 비워 두고 붓을 건넸다.“이름을 적으십시오. 당신 손으로.”“제가요?”“손도장은 남이 시켜서도 찍습니다. 이름은 아는 사람만 씁니다.”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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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붉은 천을 걷는 손

아이를 잃기 이틀 전에 상복을 주문한 사람이 있었다.“연화전 인장이 찍힌 전갈이었습니다. 급하다 하여 침방이 아니라 바깥 공방에 맡겼고요.”물품 담당 궁인은 서른쯤 된 여자였다. 명선의 대청 한가운데 서서 자기 장부를 읽는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떨 이유가 없는 사람의 목소리였다.발을 내렸는데도 대청이 더웠다. 올해 첫 더위였다. 태후전에서 온 늙은 상궁은 부채질을 멈추는 법이 없었고, 정온은 당사자라 자리에 없었다. 서련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앉으라고 서련이 정했다.“침방에 맡기면 침방이 압니다. 그래서 밖으로 보낸 겁니다.”“전갈을 가져온 사람은.”명선이 물었다.“매향 상궁의 아이였습니다.”매향은 웃고 있었다. 그 웃음이 대청 끝 휘장 쪽으로 한 번 갔다가 돌아왔다. 휘장 뒤에는 의자에 앉은 윤소하가 있었다. 몸이 성치 않아도 제 이름이 걸린 자리에는 오겠다고 우겨서 온 것이었다.“아랫사람의 도리지요. 마마께서 위태로우시다니 미리 준비한 겁니다.”“누가 위태롭다 했소.”“의원이요.”유익이 무릎 위에서 손을 쥐었다. 서련이 장부의 다른 줄을 짚었다.“위태롭다는 말이 나왔다는 날과 상복을 주문한 날 사이에 이틀이 있습니다. 그 이틀 동안 어의는 한 번도 불리지 않았습니다.”“마마께서 어의를 싫어하셔서요.”“싫어하시는 어의 대신 공방에 상복을 맡기셨군요.”명선이 장부를 덮었다.“위태로운 사람을 두고 옷부터 짓는 집은 내 처소에서는 못 봤소.”태후전 상궁은 부채를 천천히 부치고 있었다.“그보다 공주마마.”매향이 말머리를 돌렸다.“소월이라는 아이가 백연전에 있다지요. 붉은 천을 들고 갔다고요. 내놓으시지요. 마마의 피가 묻은 천을 구경거리로 삼으시려는 게 아니라면요.”서련은 앞에 놓인 종이를 펴지 않았다.“천을 보여 드리진 않겠습니다. 날짜만 보여 드리지요. 날짜는 물들지 않으니까요.”“천이 없으면 소월의 말은 소문입니다.”“소월의 말은 소월의 이름으로 적혀 있습니다. 천은 소월이 아니라 시녀가 안고 나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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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먼저 쓴 답

유익은 두 번 거짓을 썼다. 첫 사건 이전에 한 번, 이번에 한 번.“첫 번째는 지난 섣달이었습니다. 마마께서 태기가 있는 것 같다 하셨고, 저는 의심이라 썼습니다. 그런데 올라간 보고에는 확정이라 적혀 있었습니다.”“의원께서 고치셨습니까.”“아닙니다. 고쳐진 것을 보고도 아무 말 안 했습니다. 그게 제 값이었습니다.”“두 번째는.”“그믐밤입니다. 마마께서 유산이라 쓰라 하셨습니다. 저는 휘장 안에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들어가지도 않고 소견을 썼단 말이오.”명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유익은 고개를 숙인 채로 대답했다.“예.”“상궁은 그날 밤 어디 있었소.”“마마 곁에요.”“그럼 의원이 휘장 안에 못 들어간 것도 보았겠군.”매향이 대답 대신 웃었다. 그리고 그 틈에 들어왔다.“전 황후께서는 이제 의원을 믿으시는군요. 아까까지는 서른 냥에 산 사람이라더니.”“믿지 않습니다.”서련이 말했다.“서른 냥에 쓴 사람은 마흔 냥에 다시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원의 말 하나로 닫지 않겠습니다. 종이를 보지요.”유익의 어깨가 움찔했다. 서련은 그를 보지 않았다.명선이 눈짓하자 시종이 함을 들고 들어왔다. 어약방에 보관된 보고의 원본이었다. 서련이 그 종이를 펴서 대청 한가운데 놓았다.태기 의심. 의심이라는 두 글자 위에 먹으로 줄이 그어져 있고, 그 옆에 확정이라 적혀 있었다. 둥글고 예쁜 글씨였다. 유익의 글씨가 아니었다.서련이 소매에서 접은 종이를 꺼냈다.“지난겨울 귀비께서 비단 세 필과 함께 보내신 치수표입니다. 옷은 짓지 않았지만 종이는 두었지요.”두 장이 나란히 놓였다. 확정이라는 글자와 소매 길이를 적은 글자. 같은 손이었다.“같은 손이오.”명선이 말했다. 매향의 눈이 두 종이 사이를 오갔다.“치수표는 시녀가 썼을 수도 있습니다.”“그럼 그 시녀가 어약방 보고도 고쳤겠군요. 그 시녀를 부르지요. 붉은 천을 안고 나온 사람 말입니다.”매향이 입을 다물었다. 서련은 세 번째 종이를 놓았다. 기환의 장부에서 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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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황제의 체면값

황제는 평복으로 왔고 신발에 흙이 묻어 있었다.뒤뜰을 돌아왔다는 뜻이었다. 큰길로 오면 등불이 따르고, 등불이 따르면 사람이 안다. 단비가 문을 열고 그대로 굳었다. 서련은 사무방에 등불을 하나 더 켰다.“어디로 모실까요.”“사무방.”“…방이 아니라요?”“방은 내 것이고 사무방은 일하는 곳이야. 폐하는 일로 오신 거야.”자기 방이 아니라 사무방이었다. 그것부터가 답이었다.“짐이 온 것을 아무도 모른다.”“신발이 압니다.”이겸이 제 발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앉았다.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섯 해 동안 이렇게 마주 앉은 적은 없었다. 그때는 늘 그가 위에 있었다.“돈은 짐이 돌려놓겠다.”그가 바로 말했다. 준비해 온 말이었다.“태기는 불분명한 일로 끝내자. 황실 체면이다.”“폐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지난가을 폐하께서 어디 계셨는지.”“안다. 남쪽에 있었다.”이겸의 손이 탁자 위에서 한 번 쥐어졌다.“그래서 짐이 끝내겠다는 거다. 짐이 아는 것을 온 궁이 알 필요는 없다.”“폐하의 거짓말을 정리해 드릴 의무는 없습니다.”서련은 등불 너머로 그를 보았다.“여섯 해 동안은 했습니다.”“그때는 아내였지.”“그때도 아니었어야 했습니다.”등불이 흔들렸다. 단비가 문밖에서 숨을 멈추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언제까지 그 말을 할 셈이냐.”“기억하셔야 할 때마다요. 그리 말씀드렸습니다.”이겸이 고개를 돌렸다. 벽에 걸린 수선방의 품삯표를 보는 눈이었다. 읽는 눈은 아니었다.“네가 여기 있는 동안 진왕이 몇 번 왔느냐.”“세지 않았습니다.”“너는 다 세는 사람이다.”“품삯은 셉니다. 사람은 안 셉니다.”이겸의 턱이 굳었다. 그가 그 말을 삼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너는 무엇을 원하느냐. 자리냐. 돈이냐.”“소월의 두 달 품삯이요. 유모로 뽑혀 기다린 아낙 둘의 품삯이요. 그리고 그 돈을 누가 안 줬는지 적힌 종이요.”“그런 것들 때문에 짐의 체면을—”“체면은 폐하께서 지키십시오. 저는 품삯을 지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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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지켜 줄 이름

종친 회의는 진실을 묻는 자리가 아니라 값을 정하는 자리였다.서련은 들어서기 전에 그것을 알았고, 들어서자마자 확인했다. 상석 곁에 앉은 영의정 조윤식이 서련을 보고 웃었기 때문이다. 물건을 보고 값을 매기는 사람의 웃음이었다.쉰에 가까운 남자였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부채도, 염주도. 손에 든 것이 없는 사람이 이 자리에서 가장 많이 쥔 사람이라는 것을 서련은 여섯 해 동안 배웠다.“전 황후께서 수고가 많으셨소.”조윤식의 말은 느렸고, 문장 끝마다 웃었다.“궁의 돈이 새는 것을 막으셨다지요. 그건 고맙소.”“고마우실 것 없습니다. 돌려받을 사람이 따로 있으니까요.”“그렇지. 그래서 말인데.”그가 종친들을 둘러보았다. 이겸은 상석에서 말이 없었고, 태후는 찻잔을 들고 있었다. 이현은 서련의 건너편, 명선은 그 옆이었다. 서련의 자리는 말석. 백 번째 제례 뒤에 받은 업무 책임자의 자리였다.“이 일이 성 밖으로 나가면 어찌 되겠소. 황제의 후궁이 없는 아이로 궁을 속였다. 그 말이 저잣거리에 돌면 다음에 누가 딸을 궁에 들이겠소.”“국혼을 논할 때요.”태후가 찻잔을 내려놓지 않은 채 말했다. 조윤식이 고개를 끄덕였다.“정 장군 댁 여식이 혼기가 찼다지요. 활을 잘 쏜다던가. 그 집이 이 소문을 듣고 딸을 보내겠소?”“소문은 이미 담을 넘었습니다, 영의정.”명선이었다.“막으실 거면 그믐밤에 막으셨어야지요.”“정 장군은 병권을 쥔 사람이오.”태후가 찻잔을 내려놓았다.“그 집 딸이 들어오면 왕실이 든든해지지. 이 소문은 그 문을 닫는 소문이오.”서련은 그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름은 값이 있어서 나온 것이었다.“영의정께서는 늘 값을 잘 아시지요.”명선이 말했다.“치르는 건 남이지만.”“그러니 값을 정하자는 거요, 공주.”조윤식이 서련에게로 돌아왔다.“귀비의 작호는 남기고, 나머지는 조용히. 전 황후께서 원하시는 것들, 돈이니 사람이니 하는 건 드리리다.”“그럼 세 가지를 적어 주십시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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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귀비의 입으로

윤소하는 예쁘게 화장하고 왔다. 인정하는 날에도.연지가 짙었고 눈썹은 새로 그렸다. 비단은 붉은색이 아니라 옅은 자줏빛이었다. 상중이라는 것을 잊지 않은 색.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한 색.작은 전각이었다. 발을 내렸는데도 더웠다. 이겸이 상석에, 태후가 그 곁에. 명선과 서련이 맞은편. 서련은 회색 옷이었다. 손목 안쪽에 오래된 수선 자국이 있는 옷. 붓을 든 내관은 태후전 사람이었다. 매향은 윤소하의 의자 뒤에 서 있었다. 영의정은 없었다. 이런 자리에는 앉지 않는 사람이었다.명선이 서련에게만 들리게 말했다.“화장을 했군.”“무너질 얼굴을 준비한 겁니다. 화장은 무너질 때 더 잘 보이니까요.”“귀비. 답하라.”이겸의 목소리는 낮았다.“태기를 확정할 근거가 있었느냐.”“…있을 거라 믿었습니다.”“믿음은 묻지 않았습니다. 근거입니다.”서련이 말하자 윤소하의 눈이 서련을 스치고 이겸에게로 갔다.“폐하. 저는 정말—”“근거가 있었느냐 없었느냐.”윤소하의 입술이 떨렸다. 연지가 발린 입술이었다.“…없었습니다. 확정할 것은.”“귀비가 젊어 제 몸을 잘 몰랐던 게지.”태후가 말했다. 서련이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귀비의 몸은 귀비께서 아십니다. 마마께서 대신 답하시면 마마의 답이 적힙니다.”태후의 찻잔이 입술 앞에서 멈췄다.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았다.내관의 붓이 움직였다. 서련이 손을 들었다.“읽어 주십시오. 지금 적으신 것을.”내관이 태후를 보았다. 태후가 눈을 내리깔았다. 내관이 읽었다.“귀비 윤씨는 불행한 착오로 회임을 믿었으며.”“착오는 모르고 하는 겁니다.”서련이 붓을 든 내관이 아니라 태후를 보며 말했다.“귀비께서는 방금 아셨다고 하셨습니다. 근거가 없는 것을.”“말꼬리를 잡는구나, 서씨.”“문구입니다, 마마. 말꼬리가 아니라. 이 문구로 돈이 돌아오거나 안 돌아옵니다.”“고쳐 쓰시오.”명선이었다. 내관이 다시 태후를 보았다. 태후의 고개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붓이 먹을 다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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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돌아가는 약함

약상자가 백연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람들이 구경 나왔다.후궁 처소들 앞이었다. 담 그늘마다 시녀들이 서 있었다. 부채를 든 손, 소매로 입을 가린 손. 의녀 셋이 약상자를 안고 걸었고, 정온이 맨 앞이었다. 서련은 그 옆에서 걸었다. 강무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다.“연화전이 텅 비었대.”“약까지 뺏겼다더라.”낮은 소리였지만 들리라고 하는 소리였다. 정온은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저 사람들 얼굴 다 기억해 둘 거예요.”단비가 이를 물고 속삭였다.“기억은 하고 적지는 마.”한 시녀가 길 가운데로 나왔다. 옷이 좋았다. 어느 후궁의 으뜸 시녀였다.“폐후가 이겼다고 좋으시겠어요.”서련이 멈췄다. 뒤의 의녀들도 멈췄다.“이긴 게 아니라 돌려받은 겁니다.”시녀가 비키지 않았다. 서련이 한 걸음 더 갔다.“비키세요. 약이 지나갑니다.”“약이 뭐가 급해서요. 약 하나 들고 대단들 하시네.”“약 하나가 없어서 사람이 넉 달을 기다렸습니다. 대단한 게 맞습니다.”“이 약은 열이 있는 아이 것입니다.”정온이 약상자를 고쳐 안으며 말했다.“늦으면 당신 이름을 적겠습니다. 어느 처소인지도요.”시녀가 물러섰다. 부채가 얼굴을 가렸다. 약상자가 지나갔다. 담 그늘의 소리가 잦아들었다.백연전 마당에 사람이 있었다. 객사에 든 늙은 궁인이 기침을 하며 앉아 있었고, 세탁터에서 온 아낙이 손을 싸매고 있었다. 서진이 툇마루에서 그들을 보고 있다가 정온을 보고 일어섰다.“저는 나중에요. 열 있는 아이부터.”“서진 님 차례는 제가 정합니다.”정온이 약상자를 내려놓았다.“나중이 맞습니다.”서진이 웃었다. 단비가 그 웃음을 보고 무어라 혼잣말을 하다가 서련의 눈에 잡혀 입을 다물었다.오후에 돈이 왔다.기환이 돈궤를 들고 왔다. 명선의 시종이 옆에 붙어 있었다. 기환은 아직 연화전의 재정 담당이었다. 판정 전까지는. 그러니 밀린 품삯은 그의 손에서 나가야 했다.“이름을 부르겠습니다.”서련이 종이를 폈다. 유모로 뽑혀 두 달을 기다린 아낙 둘이 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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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태어나지 않은 황자의 몫

판정문에는 태어나지 않은 황자의 이름이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으니까.“귀비 윤씨의 회임 및 유산 주장은 근거 없는 고의 허위로 판정한다.”내관이 읽었다. 종친들이 앉은 대청에 초여름 바람이 들어왔다. 발이 흔들렸다.“연화전에 추가로 배정한 예산은 전액 환수한다. 연화전의 인사 추천권은 거둔다. 의녀와 약재의 전속 배치는 이미 해제되었다.”조윤식은 웃고 있었다. 태후는 찻잔을 들지 않았다.“작호는 태후마마의 청으로 유지한다.”윤소하는 그 자리에 없었다. 부르지 않았다. 답할 것이 끝난 사람은 판정을 듣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이겸은 내관이 아니라 서련을 보고 있었다. 판정문이 읽히는 동안 내내. 서련은 그 시선을 알았고, 돌려주지 않았다. 손은 무릎 위에 있었다.서련의 뒤에 이현이 서 있었다. 앉을 자리가 있었는데 앉지 않았다. 조윤식이 그것을 보고 한 번 웃었다. 명선의 도장이 찍혔다.“끝났소.”명선이 말했다. 서련은 일어섰다. 다리가 조금 저렸다. 그것뿐이었다.판정문이 끝나고도 이겸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서련이 일어서고 이현이 그 뒤를 따라 문으로 갈 때에야 그가 고개를 돌렸다.“서씨.”태후였다. 찻잔을 이제야 들고 있었다.“오늘은 그대가 이겼다고 생각하겠지.”“돌려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마마.”“그 차이를 곧 알게 될 거다.”조윤식이 옆에서 웃었다.“전 황후께서는 값을 잘 아시는군. 다음에 값을 정할 일이 있으면 또 뵙겠소.”“값은 늘 남이 정하더군요. 치르는 건 제가 하고요.”“그게 값을 아는 사람의 자리요.”그가 먼저 나갔다. 서련은 그 등을 오래 보지 않았다.환수 물품은 오후에 인수하기로 되어 있었다. 내수고 궁인 둘이 수레를 끌고 연화전 앞에서 기다렸다. 서련은 장부를 들고 갔다. 업무 책임자의 일이었다.연화전은 조용했다. 시녀들이 반으로 줄어 있었다. 매향은 없었다.“상궁은요.”“새벽에 태후전으로 불려 가셨습니다.”남은 시녀가 대답했다. 돌아올 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유모 방은 안쪽이었다.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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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화. 후보의 첫 질문

황후 후보는 가마가 아니라 말을 타고 왔다.백연전 대문 앞에서 밤색 말이 멈췄다. 빈 가마가 그 뒤를 따라와 조용히 내려앉았다. 가마꾼들의 이마에 땀이 흘렀는데, 가마를 탄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다.“어머, 저 손.”단비가 서련의 소매를 잡았다. 말에서 내린 여자가 고삐를 마부에게 넘기며 장갑을 벗었다. 손가락 안쪽에 굳은살이 줄지어 박혀 있었다. 시위를 당기는 손이었다.“정혜주라 합니다.”절은 짧고 정확했다. 웃지 않았다.“서련이라 합니다. 오시는 길에 더우셨겠습니다.”“가마가 더 덥습니다.”그 뒤에서 말을 내린 남자가 헛기침을 했다. 오라비 정현우였다. 무관의 몸에 문관의 옷을 입은 사람처럼 옷깃이 불편해 보였다.“누이가 말이 짧소. 서련 님께서 너그러이 보아 주시오.”“짧은 말은 듣기 편합니다.”명선의 시종이 객사 동쪽 별채로 안내했다. 혜주는 방을 한 바퀴 둘러보고 창을 열었다. 활터가 보이는지 확인하는 눈이었다. 보이지 않자 창을 도로 닫았다.명선이 마루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다. 부채를 반쯤 편 채였다.“객사 손님은 언제든 떠날 수 있소. 후보라도 마찬가지요. 대신 머무는 동안의 비용은 따로 적소.”“누가 냅니까?”혜주가 물었다. 첫 만남에 값부터 묻는 후보를 명선은 잠시 보았다.“그걸 물은 손님이 이 객사에 하나 더 있소.”명선은 부채로 서련 쪽을 가리키고 마루를 내려갔다.차가 나오기 전에 혜주가 물었다.“제게 무엇을 가르치실 겁니까?”서련은 찻잔 대신 종이 한 장을 밀었다. 조목이 셋뿐이었다.“궁의 예법. 문서를 읽고 쓰는 법. 그리고 궁의 돈이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그게 답니까?”“그게 답니다.”정현우가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빠진 게 있소. 아버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신 것이오. 황후는 순종을 배워야—”“그건 제가 여섯 해 배웠습니다. 어디까지 가는지도 압니다.”정현우의 입이 다물렸다. 서련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독배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이 궁의 누구나 알았다.단비가 찻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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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배우지 않을 예법

혜주는 웃는 법을 배우라는 말에 웃지 않았다.태후전에서 내려온 교육 항목은 두루마리 한 장 분량이었다. 명선의 시종이 가져왔고, 서련이 소리 내어 읽었다. 걷는 법, 앉는 법, 말을 줄이는 법. 그리고 맨 아래 한 줄.“모욕을 들어도 웃는 법.”“그것도 가르치실 겁니까?”“제 조목에는 없었습니다.”서련이 두루마리를 내려놓았다.“하지만 궁에서 그 웃음이 무엇인지는 알려 드릴 수 있습니다. 배우실지는 낭자가 정하십시오.”“배우면 어떻게 됩니까?”“살아남습니다. 오래.”“안 배우면요?”“그것도 살아남습니다. 다르게.”혜주가 잠시 서련의 얼굴을 보았다. 무엇을 찾는지 서련은 알았다. 여섯 해 동안 웃었던 흔적이었다. 서련은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서련 님은 웃으셨습니까?”“여섯 해.”“지금은요?”“필요할 때만. 그리고 필요한 때가 점점 줄어듭니다.”혜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지 않겠다는 뜻인지, 알아 두겠다는 뜻인지 서련은 묻지 않았다.“오늘은 절부터 하지요.”뜰에 돗자리를 깔았다. 단비가 방석을 내오고 채운이 문가에서 바느질감을 든 채 구경했다. 서련이 먼저 절했다. 깊고 느린 절이었다.“폐하와 태후마마께 올리는 절입니다. 자리에 하는 절이지요.”“자리라는 게 무슨 뜻입니까?”“앉은 사람이 누구든 그 자리가 받는다는 뜻입니다.”이번에는 조금 다른 절을 했다. 몸은 같은데 고개가 조금 더 오래 숙여져 있었다. 일어날 때 눈이 먼저 올라오지 않았다.“이건요?”“상궁이 시켜서 하는 절입니다. 후궁의 처소에서, 후궁의 시녀가 보는 앞에서.”“같은 절 아닙니까?”“무릎은 같습니다. 눈이 다르지요.”“눈을 어떻게 다르게 합니까?”“먼저 올리지 않으면 됩니다. 상대가 봐도 된다고 할 때까지.”“그걸 누가 정합니까?”“상대가요. 그래서 사적인 절입니다.”혜주가 돗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첫 번째 절을 했다. 등이 곧았다. 활을 쏘는 사람의 등이었다. 일어나면서 그녀가 물었다.“이 절은 누구를 위한 겁니까?”“그걸 묻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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