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은 질문 하나였다.“조건을 묻는 후보에게 황후 자격이 있느냐.”이겸은 그 말을 혜주에게 했지만 눈은 서련에게 두었다. 종친들이 양쪽에 앉아 있었다. 태후, 조윤식, 정현우, 명선. 이현은 문 가까운 자리에 서 있었다. 서련은 혜주의 두 걸음 뒤에 섰다. 교육 담당의 자리였다.혜주가 절을 했다. 후보의 절. 일어나서 답했다.“거절할 자격이 없다면 승낙에도 뜻이 없습니다.”“황후는 거절하는 자리가 아니다.”“그럼 승낙하는 자리도 아닙니다. 앉는 자리지요.”혜주는 숨을 고르지 않았다. 활을 놓은 뒤의 손처럼 말이 곧게 나갔다.“앉는 자리에 사람을 시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폐하께서 오늘 시험하시는 건 제 자격이 아니라 제 입입니다.”조윤식이 입을 열었다. 느리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여자가 조건을 따지면 혼인이 아니라 흥정이오.”“흥정은 혼서에 병사 수를 먼저 적으신 분들이 하셨습니다. 저는 그 아래 제 이름이 어디 있는지 물었을 뿐입니다.”종친 줄이 술렁였다. 정현우가 일어섰다.“폐하. 정씨 가문은 후보를 세웠지 후보의 조건을 세우지 않았습니다. 누이의 오늘 태도는 가문의 뜻이 아닙니다. 정씨는 여기서 손을 뗍니다.”혜주는 오라비를 보지 않았다. 서련은 혜주의 등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았다.조윤식이 헛기침을 했다. 느리게, 종친 전체가 듣게.“정씨가 손을 뗀 후보를 강행하면 그 짐은 황실이 혼자 집니다. 종친은 나눠 질 수 없습니다. 마마, 강행은 값이 비쌉니다.”태후의 찻잔이 상 위에서 멈췄다. 동생을 보는 눈이 잠깐 차가워졌다가 도로 조용해졌다. 명선이 부채를 폈다.“폐하. 시험이라 하셨으니 답은 나왔습니다. 자격은 폐하께서 정하시고, 값은 종친이 셈했군요.”“짐이 아직 정하지 않았다.”이겸이 말했다. 그리고 서련을 불렀다.“서련.”“예, 폐하.”“너는 그때 묻지 않았다.”편전에서 끊겼던 말이 이제 끝까지 나왔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명선이 부채를 내렸고 이현의 손이 옆구리에서 굳었다. 종친 줄에서 누
최신 업데이트 : 2026-10-07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