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증이 없으면 옷도 문턱을 못 넘는다.“공주마마 시종 옷을 입고 들어가면요. 마마 시종은 명단에 있잖아요.”단비의 말에 옥분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나는 시종 걸음을 못 해. 눈이 이래서 계단에서 넘어져.”“그럼 옷 상자 속에…”“단비.”서련이 붓을 들었다.“몰래 들어가면 몰래 나와야 해. 옷을 입혀 놓고 몰래 나온 사람의 이름은 아무 데도 안 남아.”“그럼요?”“정문으로 들어가야지. 이름을 적고.”서련은 밤새 종이 한 장을 만들었다. 아침에 단비가 그것을 소리 내어 읽었다.“종친 제례복 여섯, 후궁 넷, 상궁 셋, 공주 한 벌, 숙비 위패 덮개 하나. 입을 사람, 입힐 시각, 입힐 사람. 손에 들 것, 바늘함, 인두, 예비 실 세 타래, 시침핀 한 갑.”“빠진 게 있어?”“없어요. 인두까지 적으세요?”“인두를 든 사람이 왜 들어오느냐고 물으면 대답해야 하니까.”“그런 걸 누가 물어요.”“오늘 물을 거야.”담당관실은 제례 준비로 어수선했다. 담당관은 쉰 살쯤 된 사람으로, 종이를 앞에 두면 사람보다 종이를 먼저 보는 얼굴이었다. 서련은 그 얼굴을 알았다. 종이가 맞으면 통하는 사람이었다.“출입 명단에서 객사 인력이 빠졌습니다.”“객사는 제례 관할이 아니오.”“옷은 객사 관할입니다. 공주마마의 도장을 보셨을 겁니다.”“보았소. 그러니 옷은 들이겠소. 사람은 별개요.”“옷이 스스로 입혀진다면 그렇겠지요.”담당관이 처음으로 서련을 보았다.“객사 사람이 제례에 왜 필요하오?”“옷이 스스로 입혀지지 않아서요.”서련이 종이를 폈다. 담당관이 읽었다. 한 줄, 두 줄. 손가락이 인두 줄에서 멈췄다.“인두는 왜.”“절을 하시면 옷자락이 접힙니다. 다음 순서 전에 펴야 합니다. 자리에서 바로.”“침방에서 하면 되지 않소.”“침방 인력 여덟은 종친과 후궁 열 분을 맡습니다. 공주마마와 위패 덮개는 객사가 맡기로 했고요. 여기, 상궁께서 나눈 배치입니다.”민서경의 글씨였다. 담당관이 그것을 알아보았다.“민 상궁이 나눴다
Last Updated : 2026-09-23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