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폐위된 황후가 새 황제를 고른다: Capítulo 101 - Capítulo 110

138 Capítulos

제103화. 유익의 자리

유익은 응급 의원이 아니었다. 그런데 응급까지 막았다.어약방 당직 명부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정온이 아침에 명부를 짚어 보이며 말했다. 연화전 전속 의원. 태기 확정 보고 한 장. 그 뒤로 어약방에 올린 진료 기록은 한 줄도 없었다.새벽에 정온은 어약방부터 다녀왔다. 당직 의원은 명부를 내주며 난처한 얼굴을 했다고 한다.“유 의원은 응급 당직이 아니오. 연화전 전속이라 우리 명부에는 이름만 걸려 있소.”“어젯밤 귀비마마께서 우셨습니다. 통증이면 응급인데, 응급 당직도 아닌 분이 문을 막았습니다.”“…그 문은 우리도 못 들어가오.”“못 들어가는 문 안에서 다섯 달치 약이 나갔군요.”당직 의원은 대답 대신 명부를 한 장 더 넘겨 주었다고 했다.“전속이면 기록을 안 올려도 됩니까?”단비가 물었다.“올려야 합니다. 약을 타 가려면요.”“약은 타 갔잖아요. 우리 약상까지.”“그러니까요.”정온은 명부를 덮었다. 서련은 어젯밤 향내가 아직 소매에 남은 것 같아 창을 열었다. 모란 냄새가 들어왔다.“어젯밤에는 왜 못 들어가게 했을까요.”단비가 물었다.“들어가면 보이니까.”“뭐가요?”“그건 들어가 본 사람만 알지.”“유 의원께서 청구하신 독점 진료비가 얼마입니까?”“다섯 달치를 한꺼번에요. 의녀 둘 붙이는 값까지 더해서.”“그럼 돈을 청한 사람은 심사에 와야지요. 환자는 부르지 않겠습니다. 의원만.”“안 오면요?”단비가 물었다.“안 오면 청구를 돌려보내면 돼. 오면 답을 해야 하고. 어느 쪽이든 오늘 안에 정해지지.”명선의 시종이 사무방으로 유익을 불렀다. 그는 점심이 지나서야 왔다. 문턱에서 소매를 여미고, 앉으라는 말에 앉지 않았다.“귀비마마의 진료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 다른 분이 물으실 일이 아닙니다.”“진료는 묻지 않겠습니다. 청구서를 묻겠습니다. 의원께서 쓰셨지요.”서련이 종이를 그의 앞으로 밀었다.“다섯 달치 진료비입니다. 다섯 달 동안 몇 번 보셨습니까?”“…필요할 때마다요.”“몇 번입니까?”유익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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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없는 방의 유모

태어나지 않은 황자에게 유모가 둘 있었다.방은 연화전 뒤채였다. 명선의 시종이 앞장서고 단비가 뒤따랐다. 문에 새 종이가 발려 있었고, 안에는 요람 대신 이불 두 채가 개켜져 있었다. 이불 곁에 여자 둘이 앉아 있었다. 서련이 들어서자 둘 다 일어섰다.“유모로 뽑혀 오셨다고 들었습니다.”“두 달 전에요.”나이 든 쪽이 답했다. 젊은 쪽은 젖이 불어 저고리 앞섶이 젖어 있었다. 집에 젖먹이를 두고 온 사람이었다.“두 달 동안 무얼 하셨습니까?”“기다렸습니다. 아기씨가 나오시면 바로 젖을 드려야 한다고… 집에도 못 가게 하고.”“품삯은요?”두 여자가 서로를 보았다. 젊은 쪽이 고개를 저었다.“나오시면 한꺼번에 주신다고요.”“집에 아이가 있으십니까?”젊은 유모가 앞섶을 내려다보았다.“…이제 젖을 뗐을 거예요. 두 달이면.”서련은 이불을 보았다. 두 채. 장부에는 두 번 산 값이 적혀 있었다.“이 이불은 언제 왔습니까?”“한 채는 우리가 왔을 때요. 저건… 처음부터 있었어요.”단비가 이불 귀퉁이를 들쳤다. 헌 이불이었다. 솜이 뭉쳐 있었다.“새 이불 값을 두 번 받고 헌 이불을 놓은 거네요.”“말은 여기서 하지 말고.”단비가 입을 다물었다.문이 열리고 내관 하나가 들어왔다. 연화전 재정 담당 기환. 얼굴이 둥글고 말이 부드러운 사람이었다.“서련 님께서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장부가 여기를 가리켜서요.”기환은 여자들에게 나가 있으라 했다. 서련이 앉으라고 하자 여자들은 앉았다. 기환이 잠깐 웃었다.“솔직히 말씀드리지요. 침구 대금이 두 번 잡힌 건 실수입니다. 제가 돌려놓겠습니다. 오늘 안에요.”“어디로요?”“원래 자리로요. 그러면 장부는 맞습니다. 서련 님도 더 보실 게 없으시고요.”“객사 몫은요?”“공주마마 곳간도 넉넉지 않으시지요. 객사 몫을 돌려드리는 걸로 마무리하면 서로 편합니다.”“객사 몫은 처음부터 객사 것입니다. 돌려주는 게 아니라 안 가져가는 겁니다. 그리고 이분들 품삯은요?”“그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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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축하를 빌린 빚

축하가 담보가 되었다.전당표는 한 장이 아니었다. 아침까지 사무방 탁자에 여섯 장이 놓였다. 은팔찌, 비녀 둘, 노리개, 은반지, 그리고 누군가의 혼수였던 가락지. 맡긴 사람 칸에는 윤씨 이름이 셋이었다. 명목은 모두 같았다. 황손 축하 연회비.비녀 하나는 옥분의 것이었다. 옥분은 침침한 눈으로 전당표를 코앞까지 가져가 보다가 내려놓았다.“내 손으로 준 게 아니에요. 보자기에 싸서 잠깐 맡기라고 해서.”“누가요?”“연화전 심부름꾼이요. 황손 경사에 빈손이면 곤란하다고.”“그래서 빈손이 되셨군요.”소례가 옆에서 말했다. 옥분이 처음으로 웃었다.“연회가 언제예요?”단비가 물었다.“아이가 태어나면.”“그럼 빚은 언제 갚아요?”“아이가 태어나면.”서련은 전당표를 순서대로 놓았다. 소례가 아침에 들은 이야기를 옮겼다.“다들 같은 말이에요. 윤씨 댁 사람이 와서 황손 축하 연회에 궁인들도 뜻을 보태야 한다고. 은자가 없으면 장식을 잠깐 맡기라고. 연회 끝나면 황실에서 갚아 준다고요.”“황실이?”명선이 종이를 받아 들고 되물었다. 아침을 먹다 말고 나온 얼굴이었다.“황손의 이름으로 진 빚이니 황실이 갚는다고요.”“누가 그러더냐.”“윤씨 댁 사람이요.”명선은 젓가락을 놓았다.“그럼 황실에 물어야겠구나. 갚을 건지.”황제는 오전 정무가 끝난 뒤 두 사람을 들였다. 명선이 앞에 섰고 서련은 반 걸음 뒤에 섰다. 이겸의 눈이 서련에게 먼저 갔다가 누이에게 돌아왔다.“무슨 일이냐.”“폐하, 황손의 이름으로 진 빚을 황실이 갚습니까?”이겸이 미간을 좁혔다.“무슨 빚이냐.”명선이 전당표 여섯 장을 내밀었다. 이겸은 첫 장을 읽고 두 번째 장을 읽었다. 세 번째 장에서 손이 멈췄다.“…아니다.”“그럼 황손의 이름을 빌린 자들이 갚겠군요.”명선이 예를 갖췄다. 서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말은 공주가 다 했고, 답은 황제가 했다.이겸이 종이를 내려놓았다.“윤가 사람들을 불러 갚게 하겠다.”“폐하의 말씀을 문서로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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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보지 않은 것을 본 사람

유익은 태동을 보았다고 적었다. 그날 그는 궁 밖에 있었다.유익이 밤에 두고 간 것은 협박이 아니라 종이였다.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며 제 손으로 내놓은 진료 기록. 다섯 달치라기에는 너무 얇았다. 정온이 아침에 한 장씩 넘겼다.“태기 확정. 그다음 석 달은 빈 장입니다. 그리고 여기.”정온이 한 줄을 짚었다.“넉 달째 초닷새. 태동 확인. 이날부터 약값이 오릅니다. 태동 뒤에는 태를 편히 하는 약이 더 들어가니까요.”“그 약이 실제로 나갔습니까?”“청구는 됐습니다. 나갔는지는 어약방에 물어야지요.”서련은 초닷새라는 날짜를 오래 보았다. 그리고 단비를 불렀다.“궁문 출입 기록을 볼 수 있을까. 넉 달째 초순.”“그건 저희가 못 봐요. 군문 쪽이라.”“그럼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청해.”강무가 점심 전에 왔다. 말없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가 직접 베껴 온 것이었다. 넉 달째 초사흘, 의원 유익 출궁. 사유는 고향 성묘. 초엿새 환궁.단비가 소리 내어 읽고 나서 입을 다물었다. 성묘라면 사흘 길이었고, 초닷새는 그 한가운데였다. 정온이 두 종이를 나란히 놓았다.“초닷새에 태동을 봤답니다. 초닷새에 궁 밖에 있었고요.”서련은 강무에게 고개를 숙였다.“전하께 감사드린다고 전해 주십시오.”“전하께서는 다치지 않게만 하라 하셨습니다.”강무는 그 말만 하고 나갔다.단비가 문을 닫고 혼잣말을 했다.“군문 기록을 반나절 만에… 전하는 대체 몇 시에 일어나시는 걸까.”“단비.”“네, 안 했어요. 아무 말도.”오후에 유익이 왔다. 이번에는 불려서였다. 그는 문턱에서 두 종이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앉으십시오, 의원.”정온이 먼저 말했다.“오늘은 귀비마마의 몸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습니다. 그건 의녀인 저도 물을 자리가 아닙니다. 의원의 청구서만 묻겠습니다.”“…청구서요.”“태동 확인 뒤에 약값이 올랐습니다. 태동을 확인하신 날, 의원께서는 어디 계셨습니까?”유익이 앉았다. 앉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성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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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같은 밤의 약

밤의 비명은 연화전 담을 넘어 백연전까지 왔다.서련은 등불을 들고 갔고 정온이 약낭을 메고 따라왔다. 단비는 신을 거꾸로 신은 채 뛰었다. 연화전은 불이 다 켜져 있었다. 마당에 시녀들이 서 있고, 문 앞에 매향이 서 있었다.“들어오지 마십시오.”매향이 두 팔을 벌렸다.“귀비마마께서 아이를 잃으십니다. 유산이에요. 이 밤에 언니가 무슨 낯으로.”안에서 신음이 들렸다. 길고 높은 소리였다. 정온이 한 걸음 나섰다.“의녀입니다. 통증이 있으시면 지금 봐야 합니다.”“유 의원께서 보고 계십니다.”“의원 하나로는 모자랍니다. 어의를 부르셨습니까?”매향은 답하지 않았다. 서련이 물었다.“부르셨습니까?”“…유 의원께서 필요 없다고.”“그럼 지금 부르십시오. 어약방 당직 어의 둘. 제가 부르는 게 아니라 상궁께서요.”“귀비마마의 아이가 죽어 가는데 무슨 확인!”“그러니 의원이 먼저 들어가야지요. 상궁이 아니라.”매향의 얼굴이 굳었다. 서련은 목소리를 낮췄다.“저는 들어가지 않겠습니다. 문밖에 있겠습니다. 다만 아픈 사람 곁에 의원이 하나뿐인 건 안 됩니다. 상궁께서 안 부르시면 공주께서 부르실 겁니다. 그러면 막은 사람은 상궁이 됩니다.”매향이 시녀 하나를 어약방으로 보냈다.명선이 시종과 함께 왔다. 잠옷 위에 겉옷만 걸친 차림이었다. 공주는 문 앞에서 매향에게 딱 한 가지를 물었다.“귀비가 다른 의원의 말을 듣겠다 하더냐, 안 듣겠다 하더냐.”“…아직 여쭙지 못했습니다.”“그럼 여쭈어라. 내가 여기서 기다리마.”어의 둘이 왔을 때 복도는 사람으로 막혀 있었다. 연화전 시녀들, 태후전에서 온 사람들, 구경하러 온 후궁전 궁인들. 어의들이 들어갈 틈이 없었다.“비키시오.”낮은 목소리였다. 사람들이 돌아보았다.이현이 복도 끝에 서 있었다. 평복 위에 장포만 걸친 차림이었다. 칼은 차지 않았고, 강무가 뒤에 있었다.“어의가 지나가오. 병자에게 가는 길을 막는 자는 내가 이름을 적겠소.”사람들이 벽에 붙었다. 어의 둘이 그 사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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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누구도 보지 못한 상복

상복은 새벽 전에 이미 지어져 있었다.붉은 천이 복도에 놓이고 반 시진도 지나지 않아 연화전 시녀들이 흰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채운이 그것을 보았다. 백연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채운은 한마디도 하지 않다가, 대청에 앉자마자 말했다.“그 옷, 밤에 지은 게 아닙니다.”“어떻게 압니까?”“솔기가 곱습니다. 소매 안감까지 마감했더군요. 시녀 여섯 벌을 그렇게 짓자면 이틀은 걸립니다. 밤새 울면서 바느질한 옷이 아니에요.”서련은 그 말을 적지 않았다. 적으면 채운이 증인이 되고, 아직 그럴 때가 아니었다.“기억해 두십시오. 날짜와 함께.”“벌써 했습니다.”옥분이 옆에서 물었다.“뭘 기억해요?”“상복 솔기가 고운 날짜.”아침에 어의 둘이 사무방에 왔다. 백발의 어의가 말했고 젊은 어의가 고개를 끄덕였다.“휘장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귀비마마께서 원치 않으셨고, 유 의원이 다 보았다고 했습니다.”“그럼 확인하신 건 무엇입니까?”“없습니다. 신음 소리와, 새벽에 나온 천뿐입니다.”“그대로 적어 주십시오. 확인하지 못했다고.”“그렇게 적으면… 유산이 아니라는 말이 됩니까?”“아닙니다.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이 됩니다. 그것뿐입니다.”젊은 어의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휘장 안에서 나온 천은 보았습니다. 붉었습니다. 그러나 무엇의 피인지는… 보지 않고는 모릅니다.”“그것도 그대로 적어 주십시오. 보지 않았다고.”백발의 어의가 오래 서련을 보다가 붓을 들었다.한낮에 매향이 왔다. 흰 옷을 입고 눈이 부어 있었다. 부은 눈으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귀비마마께서 아이를 잃으셨습니다. 그러니 진료비 검토는 멈추셔야지요. 상중에 장부를 뒤지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명선이 사무방에 와 있었다. 공주는 매향을 앉히지 않았다.“위로는 보냈소. 장부는 못 보낸다.”“공주마마.”“아침에 약과 이불과 미음을 보냈다. 내 이름으로. 그건 위로다. 장부는 위로가 아니라 돈이고, 돈은 슬프다고 멈추지 않는다.”매향이 서련을 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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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눈물이 닿지 않는 곳

눈물로 사람을 빼앗으려는 명령이 왔다.서련은 명령서를 탁자 가운데 놓고 사람들을 불렀다. 정온, 채운, 단비, 옥분, 소례. 명선의 시종이 문가에 섰고, 명령을 가져온 내관은 마당에서 답을 기다렸다.“황제의 명입니다. 오늘 안에 연화전으로 가라고요.”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채운이 먼저 물었다.“가서 무얼 합니까?”“상복을 짓고, 몸을 돌보고, 위로하라고요.”“상복은 있습니다. 새벽에 이미 입고 있었고요.”“그러니 상복은 보내겠습니다. 수선방에 기성품이 있으니. 이불도요. 값을 적어서.”“사람은요?”정온이 물었다. 서련은 정온을 보았다.“의녀께서 답하십시오. 저는 의녀를 대신 답할 자격이 없습니다.”정온은 명령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마당의 내관에게 걸어가 돌려주었다.“저는 물건이 아닙니다.”내관이 눈을 크게 떴다.“의녀는 환자가 부르면 갑니다. 귀비마마께서 저를 부르신다면 지금 가겠습니다. 위로하라는 명은 저를 부르는 게 아닙니다. 귀비마마께서 직접 원하시는지 물어 주십시오. 어의도 돌려보내신 분이니까요.”“그건… 명령서에…”“명령서에는 보내라고 되어 있지, 환자가 원한다고는 안 되어 있습니다.”내관은 명령서를 도로 받아 들고, 어디에 넣어야 할지 몰라 한참 들고만 있었다.서련이 붓을 들었다.“받아 적을 것 없어. 내가 쓸게. 수선방은 상복 여섯 벌과 이불 넉 채를 오늘 안에 보낸다. 값은 연화전 앞으로. 의녀는 환자가 청하면 간다. 인력의 전속 배치는 공주의 관할이니 공주께 청하라.”“그걸 폐하께 보내요?”“폐하께 답하는 거야. 명을 받았으니.”“전하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서련이 시종에게 말했다.“싸워 달라는 게 아닙니다. 수레가 지나갈 길만요.”채운은 상복 여섯 벌을 개면서 안감 솔기마다 손을 넣어 보았다. 둥근 매듭 세 번. 자기가 지은 옷이라는 표시였다.“나중에 누가 지었느냐고 물으면 이걸 보이면 됩니다. 밤에 지었다는 옷에는 없는 거니까요.”옥분이 이불 넉 채에 값표를 꿰맸다. 소례가 수레에 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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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진료를 선택할 권리

환자에게는 의원을 고를 권리가 있다. 거짓말에는 없다.서련은 그 두 문장을 종이에 쓰지 않았다. 대신 정온에게 말했다.“이번 진료에서 의녀는 빠지십시오.”정온은 놀라지 않았다.“제가 들어가면 백연전 사람이 본 게 됩니다. 그러면 결과가 어느 쪽이든 믿지 않겠지요.”“그래서요. 어약방 의녀 중에 연화전에 한 번도 가지 않은 사람을 청했습니다. 어의도 그날 밤 그 두 분이 아니라 다른 분으로요.”“저는 밖에 있겠습니다. 약상만 보고요.”“서운합니까?”“서운한 건 의녀의 일이 아닙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에 이름을 안 쓰는 게 제 일이지요. 오늘은 확인할 기회를 남에게 주는 것뿐입니다.”“그 남이 제대로 볼까요?”“제대로 못 보면 그 사람 이름이 남습니다. 제 이름이 아니라.”협상은 편전에서 열렸다. 이겸이 앉았고 그 옆에 흰 옷을 입은 윤소하가 앉았다. 시녀 둘이 양옆에서 부축하고 있었다. 명선이 서고 서련이 반 걸음 뒤에 섰다. 유익은 문가에 있었다. 매향은 없었다.“진료는 받겠어요.”윤소하가 먼저 말했다. 눈이 부어 있었고 목소리는 작았다.“하지만 유익이 입회해야 해요. 다섯 달 동안 제 몸을 본 사람은 유익뿐이에요. 낯선 사람 앞에서 옷을 벗을 순 없어요.”이겸이 고개를 끄덕이려 했다. 명선이 먼저 말했다.“폐하, 이 진료의 목적이 무엇입니까.”“…귀비의 몸을 살피는 것이다.”“그럼 살피는 사람은 아직 아무 말도 안 한 사람이어야지요. 유익은 이미 다섯 달치 말을 했습니다.”“유익이 없으면 저는 안 봅니다.”윤소하가 이겸의 소매를 잡았다.“폐하, 저 사람들은 제 아이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유익이 없으면 그렇게 쓸 거예요.”서련이 입을 열었다.“그럼 유익이 보는 게 아니라 귀비께서 보시는 거군요. 자기 몸을.”방 안이 조용해졌다.“의원을 고르는 건 환자의 권리입니다. 그건 지켜 드리겠습니다. 다만 결론을 이미 쓴 사람이 다시 쓰는 건 진료가 아니라 베끼기입니다. 귀비께서 고르실 수 있는 건 곁에 둘 시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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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확인하지 못한 것

흔적이 없다는 말은 아이가 없었다는 말과 다르다. 서련은 그 차이를 알았다.그래서 백연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단비가 몇 번을 물어도 같은 답을 했다.“그럼 거짓이었던 거지요? 처음부터요?”“의녀가 한 말은 하나야. 최근에 유산한 흔적이 없다.”“그게 그 말 아닙니까?”“다섯 달 전 일은 지금 몸을 봐서는 몰라. 의녀도 그래서 그 말만 한 거고.”정온이 뒤에서 걸음을 맞추며 말했다.“맞습니다. 확인한 것만 말한 겁니다. 저라도 그랬을 겁니다.”“그럼 뭘 확인해야 하는데요?”“아이가 있었는지가 아니라, 있었다고 쓴 근거가 뭐였는지.”단비가 입을 다물었다. 밤바람이 미지근했다. 초여름이 담 너머까지 와 있었다.방에 들어서자 서련은 등불부터 켰다. 탁자 위에 유익이 올린 태기 확정 보고의 사본이 있었다. 명선이 진료 협상 자리에서 얻어 준 것이었다.“회임 시작, 시월 스무이렛날 무렵.”정온이 읽고 종이를 내려놓았다.“달거리가 끊긴 날을 귀비가 말했고 유익이 받아 적었겠지요. 의원은 그 날짜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누굽니까?”“그 무렵 폐하께서 밤마다 어디에 계셨는지 아는 사람.”정온이 서련을 보았다. 단비가 먼저 알아들었다.“거둥 기록요. 중궁에서 적던…”“황후는 폐하께서 어느 처소에 드시는지 매일 밤 적어. 내명부의 차례를 정하려면 그게 있어야 하니까.”“그건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중궁을 비울 때 물건은 전부 내수고로 갔어. 그 함도 같이.”“공주마마께 청을 써야겠어. 내명부 기록이니 공주 관할로 열람을 청한다고.”“사사로운 이유는요?”“한 줄도 안 적어. 사사로우면 안 열어 줘.”서련은 그 자리에서 청을 썼다. 붓이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함은 이튿날 해 질 무렵에 왔다.명선의 시종이 내려놓고 간 함은 옻칠이 벗겨져 있었다. 서련이 뚜껑을 열었다.향내가 올라왔다.중궁의 향이었다. 여섯 해 동안 옷과 머리와 종이에 배어 있던 냄새. 서련의 손이 뚜껑 위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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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비단 아래의 청구서

기환은 태기가 확정되기 보름 전에 태자 처소의 물품을 주문했다.“태자 처소요?”“마마께서 그리 부르셨습니다. 황자도 아직 없는데 태자라고요.”수선방 행랑의 뒷방이었다. 등불은 하나. 서진이 문 옆에 앉아 등잔을 들고 있었다. 누이 혼자 밤손님을 받게 둘 수 없다고 우겨서였다. 단비는 뒷문에 등을 대고 서 있었다.“무엇을 주문했습니까.”“요람. 유모 방에 걸 발. 침구 두 벌. 그리고… 이름 없는 것들이요.”“이름 없는 것.”“태자 처소 준비 물품이라고만 적으라 하셨습니다. 무엇을 사는지는 적지 말라고요.”“요람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유모 방에요. 아무도 눕지 않은 채로.”“누가 적지 말라 했습니까.”“매향 상궁이요. 마마의 말씀이라고.”서련은 붓을 들지 않고 있었다. 기환의 눈이 자꾸 그 붓으로 갔다.“보름 전이면 유익의 보고가 올라오기도 전입니다. 확정이라는 말도 없었을 때인데요.”“마마께서는 확정될 거라 하셨습니다. 그러니 미리 하라고요.”“될 거라는 말로 궁의 돈을 씁니까.”“연화전에서는… 마마의 말이 곧 될 일입니다.”서진이 등잔을 조금 높였다. 기환의 얼굴이 젖은 종이 같았다.“지금부터 두 가지를 따로 말씀하십시오.”서련이 그제야 붓을 들었다.“시켜서 한 일과, 당신이 한 일.”기환이 움찔했다. 서련은 기다렸다. 등잔 기름이 타는 소리가 들릴 만큼 길게.“…유모 대금이요.”“두 번 배정된 것 말입니까.”“한 번은 마마 것이고, 한 번은… 제 앞으로 돌렸습니다. 마마 것은 아무도 안 세니까요. 그 옆에 하나 더 있어도 아무도 모릅니다.”“당신은 알았지요.”“…예.”서련이 적었다. 두 줄로 나누어. 기환은 그 종이가 갈라지는 것을 보았다.“시켜서 한 일은 시킨 사람 이름으로 적습니다. 당신이 한 일은 당신 이름으로요. 섞이면 둘 다 당신 것이 됩니다.”“그래서 제 이름을 나중에…”“면책은 제가 드릴 수 없습니다.”기환의 어깨가 내려앉았다. 서련은 붓을 놓지 않았다.“제가 약속할 수 있는 건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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