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새벽에 시작됐다.침방 큰 방에 탁자 두 개가 마주 놓였다. 같은 자줏빛 옷감, 같은 본, 같은 실. 다른 것은 사람뿐이었다. 왼쪽에 채운과 보늬, 그리고 소례. 오른쪽에 민유정과, 태후전에서 빌려 왔다는 작업자 둘. 그들의 손은 빨랐고 채운은 그것을 알았다.민유정이 탁자 너머로 말을 건넸다.“짐은 싸 두었느냐.”“짐은 늘 싸 둡니다.”채운이 답했다. 실을 고르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예관 하나가 입회했고, 명선이 뒤늦게 들어와 벽에 기댔다.“새벽에 사람을 부르는 재주는 그대뿐이군.”“공주께서 오신다 하셨습니다.”“왔지. 잠은 못 잤고.”민서경은 문 옆에 섰다. 시작을 알리는 말은 없었다. 민유정이 먼저 가위를 들었고, 그것으로 시작이었다.오른쪽은 빨랐다. 재단이 끝나기도 전에 한 사람이 안감을 잡았고, 다른 사람이 옆솔기를 시작했다.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였다. 천이 세 방향으로 당겨졌다.왼쪽은 느렸다. 채운이 재단을 마칠 때까지 보늬와 소례는 손을 놓고 있었다. 단비가 서련의 소매를 잡았다.“왜 안 하고 있어요?”“순서가 아니니까.”명선이 벽에서 한마디 했다.“왼쪽은 아직도 가위질인가.”“왼쪽은 옷을 짓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시간을 짓고 있고요.”“그 말, 지면 내가 돌려주겠네.”채운이 재단을 마치고 겉감을 보늬에게, 안감을 소례에게 넘겼다. 그제야 세 사람이 움직였다. 그러나 천은 한 방향으로만 당겨졌다.해가 창에 닿았다. 오른쪽에서 웃음소리가 났다. 민유정의 옷이 먼저 형태를 갖췄다. 소매가 달렸고 옷깃이 섰다.“반나절이면 되겠습니다, 고모님.”민서경은 대답하지 않았다.단비가 손톱을 물었다. 서련이 그 손을 잡아 내렸다.“왜 그렇게 태연하세요?”“태연한 게 아니야.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그게 태연한 거 아니에요?”“그게 제일 힘든 거야.”왼쪽에서는 채운이 옆솔기를 잡았다. 그녀의 손이 어제보다 느렸다. 서련은 그것이 잠을 잔 손이라는 것을 알았다. 느린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다.
Last Updated : 2026-09-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