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성검은 드래곤과 혼인하고 싶어 합니다: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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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검의 주인은 용사였던 적이 없습니다

아르셀리아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천장이 아니었다.검이었다.정확히는.자신의 침대 바로 옆에 놓인 아스테리온.어젯밤 치료를 끝낸 뒤 분명 소파 옆 받침대에 돌려놓으려고 했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이 없었다. 아르셀리아는 베개에 얼굴을 반쯤 묻은 채 눈만 굴려 아래를 내려다봤다.붉은 이불 위.침대 가장자리와 나란히.아스테리온이 검 형태로 얌전히 놓여 있었다.“…….”아르셀리아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젯밤의 기억이 천천히 돌아왔다.좋아서 무섭다.잃을까 봐.그 말을 들은 뒤 검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고, 잠깐만 그러고 있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치료가 끝나고도 한참 이야기를 나눴고, 어느 순간 졸렸던 것 같다.문제는.그 뒤였다.“아스테리온.”반응이 없었다.아르셀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자?”검이 자는지는 모르겠다.아스테리온은 원래 수면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간처럼 자는 걸 배우고 싶다며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 늘었다.아르셀리아가 손가락으로 손잡이를 톡 건드렸다.웅.아주 작은 진동.『깼습니다.』“언제부터.”『조금 전부터요.』“거짓말.”잠깐 침묵.『한 시간 전부터.’아르셀리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그런데 왜 가만히 있었어.”『주인님이 주무시고 계셔서.’“인간형으로 변하면 되잖아.”『침대 위인데요.』아르셀리아의 표정이 멈췄다.검에서 아주 얌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허락 없이 인간형으로 변했다가는 아침부터 맞을 것 같았습니다.』“잘했네.”『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아르셀리아는 몸을 일으켰다.그러자 이불이 흘러내렸다.얇은 붉은 잠옷.그리고.검신 일부가 이불 아래에 들어가 있었다.“…….”아르셀리아가 굳었다.아스테리온도 조용했다.아르셀리아가 아주 천천히 물었다.“너.”『예.』“이거.”『예.』“언제부터.”『주인님이 덮으셨습니다.』“내가?”『예.』“왜?”『제가 알겠습니까.』검의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다.아르셀리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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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잡는 데 이유가 꼭 필요합니까

아르셀리아는 아침부터 자기 손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오른손. 어제 저녁, 화염궁 훈련장에서 아스테리온과 잡았던 손이었다. 마력 전달을 한 것도 아니었다. 아스테리온의 인간형이 불안정했던 것도 아니었고, 응력선을 치료할 필요도 없었다. 계약 문양에 이상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이 먼저 잡았다. 그리고 놓을 수 있었는데도. 놓지 않았다. “…….” 아르셀리아는 침대 위에 앉아 손가락을 한번 오므렸다가 폈다. 별 느낌 없었다. 당연했다. 손을 잡았다고 손바닥에 흔적이 남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왜 자꾸 생각나지. “주인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르셀리아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소파에 누워 있던 아스테리온이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 “왜.” “제가 그걸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뭘.” “왜 아침부터 손을 그렇게 보십니까.” 아르셀리아의 손이 즉시 이불 아래로 들어갔다. “안 봤어.” “보고 계셨습니다.” “아니야.” “제가 깬 뒤로도 열세 번.” “셌어?” 아스테리온이 몸을 일으켰다.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흐트러져 있었다. 수면이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굳이 잠을 흉내 내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였다. 예전에는 언제 봐도 흐트러짐 하나 없었는데. 요즘 아침의 아스테리온은. 조금 사람 같았다. 아르셀리아의 시선이 그의 머리카락에 머물렀다. 아스테리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번에는 제 머리를 보시는군요.” 아르셀리아가 바로 시선을 거뒀다. “안 봤어.” “오늘 아침에는 부정이 많으십니다.” “시끄러워.” “혹시.” 그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아르셀리아가 경계했다. “뭔데.” “어제 일 때문입니까.” “무슨 일.” “손.” 너무 바로 나왔다. 아르셀리아의 귀가 조금 뜨거워졌다. “그게 왜.” 아스테리온은 침대 가까이까지 오지 않았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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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검이 다른 사람 손에 들리는 건 싫습니다

아르셀리아는 눈을 뜨자마자 후회했다.어젯밤.분명 자신이 말했다.내일도 물어봐.그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 아스테리온이 매일 혼인하자고 묻는 게 어느새 익숙해졌고, 그날따라 질문이 늦어지자 괜히 신경이 쓰였고, 그래서 입 밖으로 나왔을 뿐이었다.그런데 아침이 되자.문제가 생겼다.‘오늘은 언제 물어보지.’눈을 뜨자마자 그 생각부터 들었다.“…….”아르셀리아는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린 채 천장을 노려봤다.이건 이상했다.청혼을 받아 줄 생각은 없다.아직.아르셀리아는 마지막 단어에서 스스로 멈칫했다.아직?왜 아직이 붙어.“……미쳤나.”작게 중얼거린 순간.소파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누가요?”아르셀리아가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아스테리온이 소파에 누운 채 눈만 뜨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은 오늘도 조금 흐트러져 있었고, 금빛 눈에는 잠기운 대신 아주 선명한 웃음이 어려 있었다.“언제 깼어.”“주인님이 이불 속에서 한숨을 네 번째 쉬셨을 때쯤.”“그 전부터 깼네.”“예.”“왜 자는 척했어.”“주인님이 혼잣말을 하셔서.”아르셀리아의 표정이 굳었다.“어디부터 들었어.”“다행히 마지막만.”“진짜?”“예.”“거짓말 아니고?”“오늘은 아닙니다.”오늘은.아르셀리아의 눈이 가늘어졌다.아스테리온은 태연하게 몸을 일으켰다.“그런데 누가 미쳤습니까.”“너.”“제가요?”“응.”“왜.”“그냥.”아스테리온은 잠시 생각하는 척했다.“제가 너무 좋아서?”베개가 날아갔다.그는 예상했다는 듯 한 손으로 받아 냈다.“아침부터 위험합니다.”“맞으라고 던진 거야.”“아픕니다.”“검이면서.”“필요할 때만 검 취급하지 마십시오.”아르셀리아의 입이 다물렸다.아스테리온이 눈을 휘었다.“주인님께 배웠습니다.”“내가 쓸 말을 왜 네가 써.”“좋은 건 배워야죠.”아르셀리아는 그를 노려보다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제와 달리 머리는 정령에게 맡길 생각이었다.그런데 화장대 앞을 지나려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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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가 아니라면서 질투는 하십니다

아르셀리아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의 일을 기억했다.치료가 끝났는데도.아스테리온의 검신에서 손을 떼지 않았던 것.그리고.나도.그 두 글자.물론 바로 정정했다.검을 만지는 게 싫지 않다는 뜻이었다고.아스테리온도 분명 알아들었을 것이다.알아들었을 텐데.“…….”왜 이렇게 찝찝하지.아르셀리아는 이불 속에서 눈만 떴다.천장.창문.그리고.소파.아스테리온은 없었다.“……?”아르셀리아가 몸을 일으켰다.소파에는 담요만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검 받침대도 비어 있었다.침실 문은 닫혀 있었고.욕실 쪽에도 인기척이 없었다.손목 문양은.평온했다.그러니까 가까운 곳에 있기는 했다.그런데.아르셀리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아스테리온?”대답 없음.침대에서 내려왔다.“아스테리온.”역시.없었다.어제까지만 해도 인간형 유지 범위가 정상으로 돌아온 걸 좋아했는데.지금은.그게 조금 마음에 안 들었다.예전에는 자신과 열 걸음 정도 떨어지면 인간형이 불안정했으니, 어디 있는지 대충 알 수 있었다.지금은 직접 마력을 충전해 두면 그보다 오래.조금 더 멀리 움직일 수 있었다.‘어디 갔어.’아르셀리아는 잠옷 위에 가운부터 걸쳤다.그리고 침실 문을 열었다.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아침 준비를 하는 불 정령들만 분주하게 오갔다.“루비 봤어?”가장 가까운 정령에게 물었다.“루비요?”“아니. 아스테리온.”“성검 님?”“응.”“아까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요.”아르셀리아의 걸음이 멈췄다.“어디.”“주방 쪽?”“왜.”정령이 고개를 갸웃했다.“그건 저도 모르는데.”아르셀리아는 바로 계단으로 향했다.정령이 뒤에서 중얼거렸다.“성검 님 없다고 바로 찾으러 가시네.”아르셀리아가 돌아봤다.정령은 이미 도망갔다.“…….”요즘.화염궁 정령들이.세레니스를 너무 많이 닮아 가고 있었다.아스테리온은 주방에 없었다.대신.주방 앞 작은 식료품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이건 아닙니다.”“왜요?”“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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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사용자가 스물일곱 명이라고 했습니다

화염궁 무도실 밖에서 카르디안과 아스테리온이 쫓겨난 지 정확히 삼 분 뒤.아르셀리아는 문을 열었다.두 남자는 아직 복도에 있었다.다행히 싸우고 있지는 않았다.카르디안은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었고, 아스테리온은 그보다 몇 걸음 떨어진 창가에 서 있었다. 서로 보지 않는 척하고 있었지만, 복도에 흐르는 분위기만 보면 조금 전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뻔했다.“들어와.”아르셀리아가 말했다.카르디안이 눈썹을 올렸다.“벌써 화 풀렸어?”“화낸 적 없어.”“우리를 쫓아냈는데.”“시끄러워서.”아스테리온이 바로 말했다.“저는 조용했습니다.”“네가 제일 시끄러웠어.”“말을 많이 한 건 카르디안 님입니다.”“네가 백 년 전 춤 가지고 계속 시비를―”“둘 다.”아르셀리아의 붉은 눈이 가늘어졌다.두 남자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또 시작하면.”“…….”“…….”“둘 다 적월제 안 데려가.”카르디안이 어이없는 얼굴이 됐다.“나는 네가 안 데려가도 가.”칠색 의회 구성원이니까.아르셀리아가 잠시 생각했다.“그럼 아스테리온만 안 데려가.”“왜 저만.”“너는 내가 데려가야 나갈 수 있으니까.”현재 아스테리온은 칠색 의회의 임시 보호 규정에 따라 적염령 바깥으로 단독 이동할 수 없었다. 적월제가 열리는 곳은 적염령과 은월령의 경계였으니, 정식 참가를 위해서는 의회의 별도 허가와 아르셀리아의 동행이 필요했다.아스테리온의 표정이 즉시 얌전해졌다.“싸우지 않겠습니다.”“진짜?”“예.”카르디안이 피식 웃었다.“말 잘 듣네.”아스테리온이 그를 봤다.“적월제에 가야 하니까요.”“춤 때문에?”“중요합니다.”“백삼 년 전 일인데.”“두 번이라면서요.”“기억도 못 한다잖아.”“그 점은 마음에 듭니다.”아르셀리아가 다시 문을 닫으려 했다.“죄송합니다.”이번에는 아스테리온이 빨랐다.카르디안이 웃었다.아르셀리아는 한숨을 쉬며 두꺼운 봉투를 들어 보였다.“이거부터 보자.”그제야.분위기가 달라졌다.왕실에서 넘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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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인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아르셀리아가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붉은 아침 햇빛이었다.두 번째는 창가의 검은 그림자.그리고 세 번째는.“……뭐 해?”창가에 선 아스테리온이었다.그는 이미 옷까지 단정하게 갖춰 입은 채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어제 왕실에서 보내 온 두꺼운 기록 봉투는 아니었다. 훨씬 얇고, 작은 종이 한 장이었다.아르셀리아는 아직 잠이 덜 깬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아침부터 뭐 봐.”“리엔 님이 문 아래로 넣고 가셨습니다.”“뭔데.”“오늘 관찰 일정.”“아.”별 관심이 없어 다시 누우려던 아르셀리아가 멈췄다.아스테리온이 너무 조용했다.“왜.”“예?”“뭐 이상한 거 있어?”“아닙니다.”“그 얼굴 아닌데.”아스테리온은 잠시 종이를 내려다봤다.“오늘 오후에 적월제 참가 전 사전 검사가 있습니다.”“그래서?”“검 형태의 외부 마력 반응 측정.”“응.”“제삼자 근접 반응 확인.”“…….”아르셀리아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제삼자?”“예.”“누가.”아스테리온이 종이를 뒤집어 마지막 줄을 보여 줬다.비계약자 접근 시 의지체 및 계약자의 마력 반응 비교.아르셀리아는 잠깐 읽었다.그리고.“싫은데.”너무 빠르게 대답했다.아스테리온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제가 아니라 주인님이 먼저 말씀하시는군요.”“왜.”“아무것도 아닙니다.”“너는 괜찮아?”“조건에 따라.”“뭔데.”“만지지 않는다면.”“응.”“그리고 제가 중단하고 싶을 때 바로 중단한다면.”“당연하지.”“그렇다면 괜찮습니다.”아르셀리아는 침대에서 내려오며 다시 종이를 봤다.“근데 이걸 왜 해.”“적월제에 여러 드래곤이 모이니까요.”“아.”그제야 이해했다.적월제에 참석하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드래곤과 가까이 있게 된다. 아스테리온은 본래 용살성검으로 알려진 존재였고, 그의 깊은 곳에는 아직 정확히 해명되지 않은 용살 명령이 남아 있었다.지금까지 확인된 것은.최근 황금령과 신전에서 일어난 반응이 그 진짜 명령의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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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월제에 가기 전에 옷부터 골라야 한답니다

적월제 참석이 결정되고 이틀 뒤.아르셀리아는 아침부터 자기 침실 문 앞에 쌓인 상자를 보며 생각했다.역시.안 간다고 할 걸 그랬다.상자는 하나가 아니었다. 붉은 리본이 묶인 것, 은빛 문양이 찍힌 것, 황금색 봉인이 붙은 것까지 크기도 제각각인 상자가 복도 한쪽 벽을 거의 가득 채우고 있었다. 불 정령들은 그 사이를 신나게 오가며 번호표까지 붙이고 있었다.“이게 다 뭐야.”아르셀리아가 물었다.가장 가까운 불 정령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옷이요!”“누구 옷.”“아가씨랑 성검 님!”“왜 이렇게 많아.”“적월제 가시잖아요.”“옷 하나 입으면 되잖아.”불 정령이 충격받은 것처럼 불꽃을 크게 부풀렸다.“하나요?”“응.”“아가씨.”“왜.”“백삼 년 만에 적월제 가시는 거예요.”“그래서?”“그리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잖아요.”아르셀리아의 눈이 가늘어졌다.“뭐.”정령은 바로 정정했다.“성검 님과 같이!”“그게 왜.”“그러니까 맞춰 입어야죠.”“왜?”정령의 불꽃이 잠시 멈췄다.마치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걸 설명해야 하는 사람처럼.“예쁘니까요.”아르셀리아의 입이 다물렸다.그 이유는.조금 이해됐다.“……그건 그렇네.”“그렇죠?”“응.”“그러니까 커플―”“안 돼.”“아직 끝까지 말 안 했는데요.”“무슨 말 할지 알아.”정령은 아쉬운 듯 작아졌다.그때.침실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저는 좋습니다.”아르셀리아가 돌아봤다.아스테리온이 소파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검은 셔츠의 단추를 손목까지 채우며 다가온 그는 복도에 쌓인 상자를 보더니 놀라기는커녕 상당히 만족스러운 얼굴이 됐다.“무엇이.”아르셀리아가 물었다.“맞춰 입는 것.”“안 해.”“왜요.”“반려 같잖아.”“그게 문제입니까.”“문제지.”“저는 좋은데.”“너는 당연히 좋겠지.”아스테리온은 부정하지 않았다.“예.”아르셀리아는 한숨을 쉬며 첫 번째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진홍색과 검은색이 섞인 정복이 들어 있었다. 누가 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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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가 아니면 왜 같은 색을 입었습니까

적월제까지 사흘.아르셀리아는 아침부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정확히는.침대 밖으로 늘어진 오른손.그리고 그 손을 잡은 채 침대 아래에서 잠들어 있는 남자를.“…….”아스테리온은 잠이 필수인 존재가 아니었다.그래도 가끔은 눈을 감았다. 인간형으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마력을 크게 소모했을 때, 혹은 그저 인간처럼 쉬고 싶을 때.문제는.왜 여기서 자고 있느냐였다.아르셀리아는 어젯밤을 천천히 떠올렸다.적월제.맞춰 입기로 한 옷.하루 한 번의 혼인 제안.그리고.자기가 먼저 내민 손.잘 때까지만.분명 그렇게 말했는데.아르셀리아의 시선이 창문으로 향했다.햇빛이 이미 들어오고 있었다.“……잘 때까지라며.”자기가 중얼거렸다.아스테리온은 대답하지 않았다.잠들어 있으니까.아르셀리아는 다시 아래를 봤다.그는 침대에 올라오지 않았다. 침대 가장자리에 등을 기대고 바닥에 앉은 채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이 이마 위로 흐트러져 있었고, 평소 반듯한 셔츠도 조금 구겨져 있었다.그리고.손.아직 잡고 있었다.손가락까지 얽은 채.“…….”아르셀리아는 손을 빼려다가 멈췄다.깨울까 봐.아니.그건 핑계였다.조금 더.이대로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마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아스테리온의 인간형은 안정적이었다.손목 문양도 잠잠했다.그런데도.손은 따뜻했다.아르셀리아는 베개에 턱을 묻고 가만히 그를 내려다봤다.천 년 넘게 살아온 성검.자기는 칠백 년 넘게 살아온 드래곤.그런데.이상하게도.요즘은 별것 아닌 것들이 새로웠다.누군가와 손을 잡고 잠드는 것.아침에 눈을 떴을 때 그 사람이 있는 것.어제 골랐던 옷이 잘 어울릴지 생각하는 것.며칠 뒤 함께 춤출 걸 기다리는 것.그리고.매일 한 번.혼인하자는 말을 듣는 것까지.처음에는 전부 귀찮았다.아니.지금도 귀찮은 건 맞았다.그런데.없으면.조금 이상할 것 같았다.그 생각이 든 순간.아르셀리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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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춤은 반려에게 주는 거라던데요

적월제까지 이틀.아르셀리아는 아침 식탁에 앉자마자 오늘 하루가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이유는 간단했다.식탁 한가운데.누군가 아주 정성스럽게 접어 둔 종이가 놓여 있었다.붉은 종이였다.가장자리에는 금색 불꽃 문양까지 그려져 있었다.그리고 한가운데.커다란 글씨.축하드립니다!아르셀리아는 아직 앉지도 않은 채 종이를 내려다봤다.“…….”뒤따라 들어오던 아스테리온이 그녀의 어깨 너머로 종이를 봤다.“무엇을 축하하는 걸까요.”“몰라.”“확인해 보시죠.”“싫어.”“저는 궁금합니다.”“넌 좋아할 것 같아서 안 돼.”아르셀리아가 종이를 뒤집었다.그 아래에.또 다른 종이가 있었다.이번에는 더 컸다.적월제 반려 공개를 축하드립니다!“…….”아르셀리아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아스테리온은.말이 없었다.그래서 더 수상했다.아르셀리아가 고개를 돌렸다.“너.”“예.”“왜 아무 말 안 해.”“웃으면 혼날 것 같아서 참고 있습니다.”“잘 아네.”“배우는 중입니다.”아르셀리아가 종이를 집었다.그리고.구겼다.그 순간.식탁 아래에서 루비가 고개를 내밀었다.화르륵.작은 불꽃 두 개.허공에 원을 만들었다.겹쳤다.아르셀리아가 눈을 감았다.“루비.”화르륵.또.두 원.“하지 마.”루비는 고개를 갸웃했다.아스테리온이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보기 좋습니다.”“너도 하지 마.”“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좋아하지도 마.”“그건 어렵습니다.”아르셀리아가 의자에 털썩 앉았다.어젯밤.분명히.소문은 아니라고 정정했다.적월제에서 반려 공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같은 색의 예복은 우연에 가깝고.첫 춤은 이미 약속했기 때문에 추는 것뿐이며.아스테리온은 반려가 아니라.자신의 검이자 계약자―아니.자기가 계약자니까.계약 상대.그리고 동행인.그렇게 정확하게 전달하라고 했는데.결과가 이랬다.“왜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어.”아르셀리아가 중얼거렸다.아스테리온이 맞은편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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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준 보물을 왜 아직 가지고 있습니까

아스테리온의 웃음이 사라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정확히는.델카르가 마지막 말을 끝낸 순간이었다.“내가 반려 조건으로 준 보물을 받아 갔다.”적월제의 음악은 이미 다음 곡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첫 춤을 지켜보던 드래곤들도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있었고, 용암 호수 위로는 축제용 불꽃이 하나둘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떠들썩한 웃음소리와 잔 부딪히는 소리, 누군가 내뿜은 작은 불꽃이 밤공기를 가르는 소리까지 뒤섞였지만.아르셀리아 주변만.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아르셀리아는 델카르를 봤다.그리고.정말 진지하게 물었다.“내가?”델카르의 얼굴이 한 번 더 처참하게 구겨졌다.“그래.”“보물을?”“그래.”“네가 줬다고?”“그래!”“반려 조건으로?”“그래!”아르셀리아는 잠시 생각했다.기억이.없었다.정말로.아무것도.“뭔데.”델카르의 입이 벌어졌다.“……뭐?”“뭘 줬는데.”“너.”“응.”“진짜 기억 안 나?”“응.”너무 즉답이라.오히려 델카르가 말을 잃었다.옆에서 라그넬이 입술을 깨물었다. 웃음을 참는 얼굴이었다.아르셀리아가 그를 봤다.“너 알아?”라그넬은 시선을 피했다.“알긴 하는데.”“뭔데.”“내가 말하면 쟤 진짜 울 것 같아서.”“누가 울어!”델카르가 버럭했다.그 순간.아르셀리아의 손을 잡고 있던 손가락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아르셀리아가 옆을 봤다.아스테리온.그는 조용했다.너무 조용했다.조금 전까지 첫 춤 하나로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웃던 얼굴에서 장난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화가 난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표정은 평소처럼 단정했고, 손에 들어간 힘도 세지 않았다.다만.금빛 눈이.델카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아스테리온.”“예.”대답은 즉시 돌아왔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닙니다.”“거짓말.”“…….”“질투해?”아스테리온은 잠깐 침묵했다.그리고.“예.”인정했다.델카르가 헛웃음을 흘렸다.“숨길 생각도 없군.”“숨겨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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