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셀리아가 아침에 눈을 뜬 건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 창밖의 붉은 빛이 침실 바닥까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고, 화염궁도 드물게 조용했다. 불 정령들이 복도를 뛰어다니기 전, 주방에서 아침 준비가 시작되기 전, 하루가 완전히 깨어나기 직전의 시간이었다.그리고 아스테리온은 약속대로 소파에 있었다.“…….”아르셀리아는 이불 속에서 눈만 움직여 그를 확인했다. 어젯밤 손을 잡고 있다가 자신이 잠든 뒤에는 놓고 소파로 돌아가라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는 제자리에 있어 달라고도 했다. 아스테리온은 정말 그 약속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켰다.소파에 반쯤 기대 잠들어 있는 검은 머리의 남자.그 모습을 잠깐 보던 아르셀리아는 다시 눈을 감으려다가 멈췄다.소파 옆 탁자 위에 종이가 있었다.어제의 목록.[앞으로 하고 싶은 것.]아르셀리아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아래로 내려갔다. 요리 옆에는 작게 ‘첫 시도. 재미있었음. 다시 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고, 그 아래로 말 타기, 낚시, 연극, 시장, 눈 보기, 수영 같은 것들이 이어졌다.그리고.맨 아래.[아르셀리아의 손을 잡는 것.]“…….”여기까지는 어젯밤 들었다.문제는.그 밑이었다.[허락받고 손등을 만지는 것도.]아르셀리아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아스테리온.”금빛 눈이 바로 열렸다.“예.”“일어나.”“일어났습니다.”“저거 뭐야.”아스테리온의 시선이 그녀의 손끝을 따라갔다.목록.그리고.마지막 줄.“제가 좋아하는 것.”“그건 알아.”“그런데요.”“왜 저렇게 자세해.”“정확한 기록을 위해.”“너 리엔이야?”“아닙니다.”“그럼 지워.”“싫습니다.”아르셀리아의 눈이 가늘어졌다.아스테리온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아주 평온하게 덧붙였다.“제 목록입니다.”“…….”또.그 말.자기가 가르친 말.아르셀리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네 목록이라고 다 써도 돼?”“주인님께서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습니다.”“내 손등까지 네 취향 목록에 들어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6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