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인간들이 ‘재앙의 붉은 용’이라 부르는 레드 드래곤 아르셀리아. 어느 날 자신을 죽이러 온 용사를 가볍게 쫓아낸 그녀는 그가 들고 온 아름다운 성검만 전리품으로 챙긴다. 그런데 그날 밤, 보물고에 넣어둔 검이 아름다운 남자로 변해 나타났다. “성검 아스테리온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주인님.”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 태어난 용살성검이 하필 드래곤을 자신의 진짜 주인으로 선택해 버렸다. 게다가 이 뻔뻔한 검은 보물고도 모자라 침실까지 따라오더니 매일같이 청혼한다. “주인님, 혼인합시다.” 그저 예쁜 검 하나를 주웠을 뿐인데, 아무래도 아주 귀찮은 것을 보물로 삼아 버린 것 같다.
View More차를 다 마셨을 무렵, 아르셀리아는 책을 펼쳤다.아스테리온은 찻잔을 정리하다가 그녀를 봤다.“무슨 책입니까?”“서고에서 가져왔어.”“예.”“네가 전에 읽던 거.”아스테리온의 손이 멈췄다.“제가요?”“응.”그녀가 표지를 보여 줬다.은월령의 고대 식물과 마력 반응에 관한 책이었다.아스테리온은 며칠 전 그 책을 읽다가 파란색 꽃이 등장하는 부분에 표시를 해 두었다.“이거.”아르셀리아가 책장을 넘겼다.“네가 좋아한다고 했던 꽃.”“월광초.”“응.”“왜 가져오셨습니까?”“궁금해서.”“…….”“네가 왜 좋아하는지.”아스테리온은 그녀를 바라봤다.아르셀리아는 책장을 넘기며 말했다.“빛이 닿으면 파랗게 보이고, 어두워지면 은빛으로 바뀐다며.”“예.”“희귀한 꽃은 아닌데 은월령에서는 정원에 많이 심는다고.”“그렇습니다.”“그럼 나중에 화염궁에도 심어 볼까?”아스테리온의 눈이 커졌다.“화염궁에요?”“응.”“적염령의 기온은 월광초에 맞지 않을 텐데.”“온실 있잖아.”“…….”“마력 조절하면 되지.”아스테리온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아르셀리아가 고개를 들었다.“왜.”“제가 좋아한다고 해서.”“응.”“꽃을 심으시려고요?”“싫어?”“아닙니다.”“그럼.”아르셀리아는 다시 책을 봤다.“너 파란색 좋아하잖아.”“…….”“푸른 러그도 샀고.”“예.”“이 꽃도 예쁘다며.”“예.”“그럼 네 방 창가에서 보이면 좋잖아.”아스테리온은 천천히 창가를 바라봤다.창문 밖에는 화염궁의 붉은 정원이 펼쳐져 있었다.그곳에.파란 꽃이 핀다면.자기가 좋아하는 색의 꽃이.아르셀리아의 정원에.피어난다면.“…….”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주인님.”“응.”“그 꽃은.”“응.”“제가 직접 심어도 됩니까?”아르셀리아가 고개를 들었다.“네가?”“예.”“식물 키워 본 적 있어?”“없습니다.”“그럼 리엔한테 물어봐.”“예.”“온실 한쪽 비워 줄게.”아스테리온의 눈이 조금 밝아졌다.“정말입니까?”“
똑똑.아스테리온의 손이 멈췄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똑똑.두 번째 노크.“아스테리온.”문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나야.”아스테리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문으로 걸어갔다.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문을 열었다.아르셀리아가 서 있었다.짙은 붉은 머리카락을 느슨하게 묶고, 평소 집무실에서 입던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었다. 한 손에는 얇은 책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작은 접시가 있었다.“왜 그렇게 봐?”아르셀리아가 물었다.아스테리온은 잠깐 대답하지 않았다.“…….”“아스테리온?”“오셨군요.”“응.”“정말.”아르셀리아가 눈썹을 올렸다.“약속했잖아.”“예.”“들어가도 돼?”아스테리온은 곧바로 옆으로 비켜섰다.“물론입니다.”아르셀리아가 문턱을 넘었다.그 순간 아스테리온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어제도 왔다.그제도 왔다.처음 초대했던 날에도 왔다.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아르셀리아가 자기 발로.약속한 시간에.자신을 만나기 위해.이 방에 왔다.“뭐 해?”아르셀리아가 물었다.아스테리온이 정신을 차렸다.“아닙니다.”“또 멈췄어.”“예.”“왜?”그는 천천히 웃었다.“반가워서요.”아르셀리아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나도.”“…….”“너 보니까 반갑네.”아스테리온은 다시 멈췄다.아르셀리아가 웃었다.“또.”“……예.”“오늘 몇 번 멈출 거야?”“아직 모르겠습니다.”“그럼 일단 차부터 줘.”“예.”아스테리온은 그녀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아르셀리아는 자연스럽게 푸른 러그 위에 앉았다.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접시를 찻상 위에 올려놓았다.아스테리온이 물었다.“이건 무엇입니까?”“과자.”“…….”“차 마신다며.”“예.”“빈속에 마시면 심심하잖아.”아스테리온은 접시를 내려다봤다.작은 버터 과자였다.화염궁 주방에서 만든 것으로 보였다.“직접 가져오셨습니까?”“응.”“왜요?”아르셀리아가 이상하다는 듯 그를 봤다.“손님이 빈손으로 오면 좀 그렇잖아.
“성검님?”관리 정령의 부름에 아스테리온이 고개를 들었다.“예.”“여기 기록이 하나 빠졌어요.”정령이 가리킨 곳은 붉은 수정 왕관과 황금 술잔 사이였다.아스테리온이 처음 놓였던 자리.그곳의 목록에는 오래된 항목이 남아 있었다.고대 성검. 소유자 아르셀리아 로하르트.아스테리온은 한동안 그 문장을 바라봤다.소유자.그 단어는 이제 익숙하지 않았다.아르셀리아는 왕실 기록에서 자신을 사용한 사람들을 ‘소유자’가 아니라 ‘사용자’로 고쳐 적었다. 자신을 검으로 다루던 이들의 이름을 읽으며, 그들이 자신의 주인이 아니었다고 말해 주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의 기록은 조금 달랐다.그는 스스로 아르셀리아의 보물이 되고 싶다고 했다.그녀의 검이고 싶었다.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보물고의 물품 목록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이 항목은.”아스테리온이 조용히 말했다.“수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어떻게요?”그는 잠시 생각했다.그리고 펜을 들었다.기존 기록 위에 선을 그었다.고대 성검. 소유자 아르셀리아 로하르트.그 아래 새로운 문장을 적었다.아스테리온. 현재 독립된 인격체로 생활 중. 보물고 보관 대상에서 제외.관리 정령이 눈을 깜빡였다.“그럼 성검님은 이제 보물 목록에서 빠지는 거예요?”아스테리온은 잠시 멈췄다.“공식 물품 목록에서는요.”“아가씨가 아쉬워하시지 않을까요?”“…….”그는 빈 선반을 바라봤다.“아마.”조금 웃었다.“아르셀리아는 여전히 저를 보물이라고 부르실 겁니다.”“그럼 목록에서도 보물 아닌가요?”“그건 다른 뜻입니다.”“어떻게 다른데요?”아스테리온은 대답을 고르느라 잠시 생각했다.“여기 있는 물건들은 주인님이 어디에 놓을지 정하실 수 있습니다.”“네!”“하지만 저는 제가 어디에 있을지 고를 수 있습니다.”정령은 잠깐 고개를 갸웃하더니 활짝 웃었다.“아! 성검님은 걸어 다니는 보물이네요!”“…….”아스테리온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말하면 또 조금 이상하지만.”“왜요?
아르셀리아는 자신이 무슨 약속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어제 아스테리온의 방에서 차를 마셨고, 오늘도 가겠다고 했다. 그것도 그가 좋아하는 차를 마셔 보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별다른 의미 없이 한 말은 아니었다. 아스테리온이 자신의 방을 조금씩 채워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고, 그가 고른 물건을 함께 사용하는 일도 생각보다 즐거웠으니까.그러니 약속을 지키는 것은 당연했다.문제는 아스테리온이 그 약속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었다.“주인님, 오늘 저녁 일정이 있으십니까?”아침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테리온이 물었다. 아르셀리아는 빵에 버터를 바르던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없는데.”“집무실 업무는요?”“오전에 끝낼 거야.”“칠색 의회에서 연락이 올 가능성은 없습니까?”“연락이야 언제든 오지. 왜?”“아닙니다.”아스테리온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식탁 옆에 놓아 둔 작은 수첩을 펼쳤다. 그리고 무언가를 적었다.아르셀리아의 손이 멈췄다.“너 지금 뭐 적었어?”“오늘 일정입니다.”“내 일정?”“제 일정입니다.”“보여 줘.”아스테리온은 별다른 망설임 없이 수첩을 건넸다.아르셀리아는 펼쳐진 페이지를 내려다봤다.오전에는 서고 목록 정리, 정오에는 식사, 오후에는 보물고 물품 대조와 개인 독서 시간이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는 평범했다.그런데 저녁 일정이 이상했다.오후 여섯 시 — 아르셀리아 방문 예정.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가 덧붙어 있었다.차 준비. 찻잔 세척. 의자 주변 정리. 러그 상태 확인.아르셀리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너.”“예.”“나 손님이야?”“예.”“어제도 갔잖아.”“오늘도 오시니까요.”“그런데 왜 이렇게 준비해?”아스테리온은 오히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이었다.“손님을 맞이하는 일이니까요.”“내가 무슨 황실 사절단이야?”“그분들보다 중요하십니다.”아르셀리아는 입을 다물었다.아스테리온은 아무렇지도 않게 수첩을 돌려받았다.“그리고 어제는 주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