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셀리아는 인간을 싫어하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별로 관심이 없었다.인간은 짧게 살았고, 빨리 늙었고, 아주 사소한 일에도 자주 흥분했다. 드래곤인 그녀가 보기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태어나서 서로 싸우고, 사랑하고, 나라를 세우고, 나라를 무너뜨리다가 사라지는 존재들이었다.굳이 싫어할 이유도 없었다.문제는 인간 쪽에서 자꾸 그녀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었다.그것도 상당히 귀찮은 방식으로.콰아앙―!화염궁의 남쪽 절벽 아래에서 굉음이 울렸다.황금빛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소파에 기대 있던 아르셀리아가 눈을 떴다. 손에 들고 있던 책이 무릎 위로 미끄러졌다.잠시 뒤.콰앙!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웠다.아르셀리아는 말없이 천장을 바라보았다.화염궁은 적염령에서도 가장 높은 화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었다. 검붉은 현무암과 붉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궁전 주변으로는 용암이 강처럼 흘렀고, 인간이라면 몇 발짝도 버티지 못할 열기가 사방을 감싸고 있었다.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애초에 올라올 생각부터 하지 않아야 했다.그런데 인간들은 가끔 정상적이지 않았다.특히 스스로를 ‘용사’라고 부르는 인간들이 그랬다.콰아아앙―!세 번째 폭발음.아르셀리아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또 왔네.”소파 옆 탁자 위에 엎드려 자고 있던 작은 불도마뱀이 고개를 들었다. 붉은 꼬리 끝에서 조그만 불꽃이 팔랑거렸다.“키륵?”“응. 인간.”“키륵.”불도마뱀마저 질렸다는 듯 다시 고개를 내려놓았다.아르셀리아는 책갈피를 끼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닥을 스치는 검붉은 실내복 자락이 느릿하게 흔들렸다. 짙은 적발은 허리 아래까지 흘러내렸고, 머리카락 사이로 작은 붉은 뿔 한 쌍이 드러나 있었다.오늘은 인간형으로 쉬고 있었다.귀찮았다.본체로 돌아가면 날개를 접는 것도 일이고, 인간들이 자신을 보고 더 크게 비명을 지르는 것도 시끄러웠다.아르셀리아는 맨발로 창가까지 걸어갔다.남쪽 절벽 아래.인간 하나가 검을 들고 올라오고 있었다.검.아르셀리아의 시선이 잠시 멈
Last Updated : 2026-09-0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