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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Capítulo 21 - Capítulo 30

244 Capítulos

21화. 원래 저랬나

오후 두 시.2팀 사무실은 평소보다 조용했다.기태는 오전에 올라온 수정안을 확인하고 있었고, 하랑은 맞은편에서 다음 시안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팀장님.”“왜요.”“이거 한번 봐주세요.”기태가 고개를 들었다.하랑이 모니터를 가리키고 있었다.“여기 연결 부분이요. 어제 말씀하신 대로 수치 다시 잡아봤거든요.”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하랑의 옆으로 가 화면을 확인했다.“이쪽은요?”“체크했어요.”“두께는?”“그것도요.”하랑이 책상 한쪽에 붙여놓은 메모를 가리켰다.작은 포스트잇에 확인할 항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기태가 하나씩 확인했다.어제 틀렸던 부분에는 별표까지 쳐져 있었다.“됐습니다.”하랑이 고개를 돌렸다.“진짜요?”“네.”“오늘은 안 틀렸죠?”“네.”“저 잘했죠?”기태가 하랑을 내려다봤다.“어제 한 실수 두 번 안 했네요.”하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제가 뭐랬어요. 똑같은 실수 두 번 하는 거 싫어한다고 했죠?”“넘어지는 것만 빼고요.”“팀장님.”“왜요.”“그건 이제 잊어주세요.”“최근 일이라 아직 어렵습니다.”하랑이 입술을 삐죽였다.기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내려갔다.“또 나왔습니다.”하랑이 얼른 입술을 집어넣었다.“이건 집중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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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열 살 차이

오후 업무가 한창일 때였다. 2팀 사무실로 서민지가 들어왔다. 손에는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 “한 팀장님, 이거 1팀 검토 끝났어요.” 기태가 서류를 받아 들었다. “수정사항 있습니까?” “없어요. 로로 팀장님도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알겠습니다.” 민지가 돌아가려다 하랑의 자리 앞에서 멈췄다. “하랑 씨.” “네?” “요즘은 안 넘어져요?” 하랑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얘기 1팀까지 갔어요?” “이미 유명한데요?” “……누가 자꾸 소문내는 거야.” 하랑이 작게 중얼거리자 민지가 웃었다. 그때 1팀 쪽에서 로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민지. 서류 하나 주러 가서 왜 안 와?” “아, 팀장님.” 민지가 휴대폰을 꺼냈다. “온 김에 물어볼 게 있었어요.” “뭔데?” “김도윤 씨 기억나죠?” 로로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 “김도윤?” 민지가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로로는 사진을 보자마자 알아봤다. “아. 걔.” 하랑의 귀가 쫑긋했다. “누구예요?” 민지가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우리 팀장님이 소개팅했던 분이요.” “소개팅이요?” 하랑의 눈이 커졌다. 로로가 팔짱을 꼈다. “뭐야. 갑자기 얘 사진은 왜 보여줘?” “아직 솔로래요.” “그래서?” “하랑 씨 소개해주면 어떨까 해서요.” “나를요?” 하랑이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네.” 민지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로로 팀장님도 세 번 정도 만났었고.” 하랑이 사진을 들여다봤다. “세 번이나 만났어요?” “응.” 로로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서로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끝났어.” “아.” 하랑은 다시 사진을 봤다. 잠시 후 솔직한 감상이 나왔다. “잘생겼다.” 민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죠?” “네. 진짜 잘생겼는데요?” 기태가 보고 있던 서류를 한 장 넘겼다. “성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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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연애하면 원래 저래?

주말 오후.하랑은 J&J 플라워샵 한쪽에 앉아 리본과 씨름하고 있었다.“큰엄마.”“응.”“나 놀러 온 거 맞지?”꽃을 다듬던 장진화가 태연하게 대답했다.“맞아.”“근데 왜 일을 하고 있지?”“네 손이 놀고 있었으니까.”“놀러 온 사람 손은 원래 노는 거야.”“그러니까 리본 묶어.”하랑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진화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예쁘게 묶으면 딸기 케이크 사줄게.”“진짜?”금세 하랑의 손이 빨라졌다.“단순해서 좋다니까.”“다 들려.”“들으라고 했어.”딸랑.출입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하랑은 리본을 든 채 고개를 들었다.“어서 오세…….”말끝이 멈췄다.익숙한 얼굴이 들어오고 있었다.“어?”로로 역시 하랑을 발견했다.“하랑아?”“팀장님?”하랑이 벌떡 일어났다.“팀장님이 여기 왜 와요?”로로가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꽃집에 꽃 사러 왔지. 내가 타이어 갈러 왔겠냐?”“아.”“넌 왜 여기 있어?”“저희 큰엄마 가게예요.”“여기가?”“네. 놀러 왔다가 잡혔어요.”진화가 고개를 들었다.“누가 들으면 강제로 일시키는 줄 알겠다.”“놀러 온 사람한테 리본부터 쥐여줬잖아.”“손이 놀고 있었잖아.”“봐요.”하랑이 로로를 향해 말했다.“맞죠?”“난 왜 너희 집안싸움에 끌려들어가.”로로가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그 뒤로 키가 큰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하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검은 옷차림에 긴 머리.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근데 이분은…….”“장혁.”“아.”로로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내 남자친구.”“아!”장혁이 하랑을 내려다봤다.“왜 두 번 알아듣냐.”“처음에는 이름 알아들은 거고요. 두 번째는 남자친구 알아들은 거예요.”“……말 많네.”하랑이 바로 로로를 봤다.“팀장님. 저 말 많다고 했어요?”“응.”“팀장님까지.”“쟤 말이 맞긴 해.”장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하랑은 입을 삐죽이며 다시 리본을 내려놓았다.진화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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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딱 열 살

일요일 점심 무렵.하랑은 이무혁의 손을 잡은 채 쇼핑몰을 걷고 있었다.“아빠.”“응.”“배고파.”“아까 빵 먹었잖아.”“그건 아침이고.”“한 시간 반 전이야.”“한 시간 반이면 배고플 수 있지.”무혁이 딸을 내려다봤다.“그래서 뭐 먹을 건데?”“음…….”하랑이 고민하며 걸음을 늦췄다.무혁도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췄다.어릴 때부터 그랬다.사람 많은 곳에 나오면 하랑이 먼저 아빠 손을 잡았고, 무혁 역시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줬다.스물넷이 된 지금도 달라진 건 없었다.“파스타?”“어제 먹었어.”“초밥?”“오늘은 별로.”“고기?”“그건 좋아.”“역시 비싼 건 잘 먹어요.”“아빠가 사잖아.”“당당하네.”“아빠 카드 좋아.”무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때였다.하랑의 걸음이 갑자기 멈췄다.“어?”몇 걸음 앞에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평소처럼 셔츠에 재킷을 입은 모습이 아니었다.편한 티셔츠에 바지.회사 밖에서 보니 묘하게 낯설었다.하랑의 얼굴이 바로 밝아졌다.“팀장님!”기태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잠시 멈췄다.“……이하랑 씨?”무혁도 시선을 돌렸다.“한 팀장?”기태가 곧바로 인사했다.“상무님.”“주말에 여기서 다 보네요.”“네.”하랑은 여전히 아빠 손을 잡은 채 기태를 올려다봤다.“팀장님도 여기 사세요?”“아닙니다.”“그럼 왜 왔어요?”“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무슨 볼일이요?”“하랑아.”무혁이 딸을 불렀다.“한 팀장 일요일에도 취조할 거야?”“아.”하랑이 입을 다물었다.정확히 삼 초였다.“볼일 다 봤어요?”무혁이 웃음을 터뜨렸다.기태도 잠시 말이 없었다.“……네.”“그럼 점심은요?”이번에는 무혁의 질문이었다.“아직 안 먹었습니다.”“잘됐네요. 우리도 지금 먹으러 가는 길인데 같이 먹죠.”“괜찮습니다. 두 분 식사하시는데 제가 끼는 건 좀…….”“팀장님.”하랑이 바로 끼어들었다.“같이 먹어요.”“…….”“세 명이면 메뉴 더 많이 시킬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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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뇌물인 건 아시죠?

월요일 아침.기태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팀장님.”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이었다.기태가 고개를 들었다.하랑이 자기 자리 옆에 서 있었다.“왜요.”“손.”“……뭐요?”“손 주세요.”기태의 시선이 하랑의 얼굴에서 내려갔다.두 손은 등 뒤에 숨겨져 있었다.“왜 제 손을 달라는 겁니까?”“아, 그냥 주세요.”“이유를 말하세요.”“주면 알려드릴게요.”기태는 잠시 하랑을 바라보다 결국 한 손을 내밀었다.하랑의 얼굴이 바로 밝아졌다.“자.”작은 상자 하나가 손바닥 위에 올라왔다.기태가 상자를 내려다봤다.“뭡니까?”“선물이요.”이번에는 기태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저한테요?”“네.”“왜요?”“어제 주려고 했는데 깜빡했어요.”“어제?”“네. 아빠랑 돌아다니다가 샀거든요.”기태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쇼핑몰에서 우연히 마주친 하랑과 이무혁.그리고 셋이 함께했던 점심.“그때 가지고 있었습니까?”“네.”“그런데 깜빡했다고요?”“밥 먹느라.”“고기 세 점 먹고요?”하랑의 눈이 가늘어졌다.“그걸 또 기억해요?”“워낙 조금 먹으니까 기억납니다.”“저 원래 조금 먹어요.”“알고 있습니다.”하랑이 상자를 가리켰다.“일단 열어봐요.”기태가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작은 커프스 한 쌍이 들어 있었다.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깔끔한 실버 톤에 작은 디테일만 들어간 단정한 형태.기태가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커프스?”“네.”“왜 이걸…….”“어제 보다가 팀장님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요.”기태의 손이 멈췄다.“저한테?”“네.”하랑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팀장님 맨날 셔츠 입잖아요.”그게 전부인 것처럼 말했다.하지만 기태는 다시 상자 안을 내려다봤다.어제.하랑은 자신을 만나기 전부터 이걸 봤고,그 순간 자기를 떠올렸다.그 사실이 이상하게 머리에 남았다.“왜요?”하랑이 얼굴을 가까이 기울였다.“마음에 안 들어요?”기태가 고개를 들었다.“아닙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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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하고 왔어요?

수요일 아침. 기태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사무실에 들어섰다. 오전에는 외부 업체와 미팅이 잡혀 있었다.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고 노트북을 켰다. 잠시 후 직원들이 하나둘 출근하기 시작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하랑의 목소리도 들렸다. 기태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팀장님, 좋은 아침이요.” “네.” 하랑은 자기 자리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컴퓨터를 켜고 자료를 꺼내던 손이 멈췄다.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기태가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의 셔츠 소매가 눈에 들어왔다. 하랑의 눈이 커졌다. “어?” 기태는 듣지 못한 듯했다. 하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팀장님!” “왜요.” 하랑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거!” “뭐가요.” “손!” 기태가 미간을 좁혔다. “이번에는 또 왜 제 손을 달라는 겁니까?” “손 말고 손목이요.” 하랑이 기태의 소매를 가리켰다. 그제야 기태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깔끔한 셔츠 소매 끝에 달린 커프스. 월요일 아침. 하랑이 건넨 것이었다. “이거요?” “네!” 하랑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제가 준 거잖아요.” “네.” “하고 왔어요?” “보면 모르겠습니까?” “보이니까 물어보는 거죠.” “그럼 왜 물어봅니까?” “확인하려고요.” 기태는 잠시 하랑을 쳐다봤다. 이하랑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질문의 목적을 알 수 없었다. “마음에 들었어요?” “네.”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기태의 대답이 너무 빨랐다. “진짜요?” “네.” “이번에는 안 시켰는데 말했네요?” “뭘요.” “마음에 든다고요.” 기태의 시선이 다시 서류로 내려갔다. “커프스는 하라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도요.” 하랑이 그의 손목을 다시 봤다. 자기가 고른 커프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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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너무 조용했다

며칠 뒤, 토요일 오전. 세화주얼리 사내 등산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산 입구에 모인 직원들 사이에서 하랑은 등산로 안내판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물었다. “저기까지 올라가야 돼요?” 정훈이 옆에서 대답했다. “정상까지요.” “차 타고는 못 가요?” “등산하러 왔잖아요.” 하랑의 얼굴이 벌써 지쳤다. “저 아직 한 발짝도 안 걸었는데 힘들어요.” 뒤에서 듣고 있던 기태가 말했다.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러니까요. 시작 전부터 힘들면 큰일 난 거잖아요.” “체력 괜찮습니까?” “네.” 대답만큼은 자신만만했다. 기태가 하랑을 한번 봤다. “안 괜찮아 보이는데요.” “저 생각보다 체력 좋아요.” 그 말은 등산을 시작한 지 십오 분 만에 거짓말로 밝혀졌다. “팀장님.” “왜요.” “잠깐만요.” 기태가 걸음을 늦췄다. 뒤따라오던 하랑이 숨을 헐떡이며 올라왔다. “힘듭니까?” “아니요.” “그런데 왜 부른 겁니까?” “같이 가려고요.” “힘든 거 맞잖습니까.” “조금?” 말을 끝내자마자 하랑의 발이 돌부리에 걸렸다. “어!” 기태가 반사적으로 팔을 잡았다. 휘청거리던 몸이 겨우 멈췄다. 하랑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 돌 뭐예요?” “돌입니다.” “왜 여기 있어요?” “산이니까요.” “너무 자연스럽게 위험한 게 있잖아요.” 기태가 하랑의 팔을 놓았다. “앞 좀 보고 걸으세요.” “보고 있었어요.” “방금 돌 못 봤잖습니까.” “돌이 갑자기 나왔어요.” “돌이 어떻게 갑자기 나옵니까.” 하랑이 잠시 생각했다. “제가 오기 전부터 여기 있었겠죠.” “……그걸 말이라고.” 앞에서 걷던 정훈이 웃었다. 하랑은 다시 열심히 걸었다. 정확히 오 분 뒤. 이번에는 옆으로 튀어나온 나뭇가지에 어깨를 부딪혔다. “아야.” “이하랑 씨.” “괜찮아요.” 조금 더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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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찾았으니까 됐어요

“이하랑 씨!” 기태의 목소리가 산길에 울렸다. 대답은 없었다. 기태는 다시 휴대폰을 확인했다. 연결되지 않은 통화만 벌써 몇 번째였다. “정훈 씨.” “네.” “쉼터 아래쪽 다시 확인해 주세요. 다른 사람들은 갈림길 쪽 보고요.”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다시 흩어졌다. 기태는 쉼터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벤치. 화장실. 등산로 입구. 어디에도 하랑은 없었다. 아까까지 그렇게 시끄럽던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기태의 턱이 굳었다. “이하랑 씨!” 조금 전. 하랑은 쉼터 벤치에 앉아 물을 마시고 있었다. “살 것 같다…….” 다리는 벌써 남의 다리 같았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다시 묻고 싶었지만 기태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른 직원과 이야기 중이었다. 그때였다. 사사삭. 하랑이 고개를 돌렸다.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나무 아래에 있었다. 하랑의 눈이 커졌다. “어?” 다람쥐가 고개를 들었다. 하랑도 가만히 봤다. “다람쥐다.” 휴대폰을 들고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가만히 있어 봐. 사진 한 장만.” 한 걸음 다가가자 다람쥐가 움직였다. “어? 가지 마.” 몇 걸음. 다람쥐가 다시 멈췄다. 하랑도 멈췄다. 휴대폰을 들자 또 도망갔다. “진짜 조금만.” 그렇게 한 번. 두 번. 몇 걸음을 더 따라갔다. 마침내 다람쥐가 수풀 사이로 완전히 사라졌다. “아…….” 하랑은 아쉬운 얼굴로 휴대폰을 내렸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다. “……어?” 쉼터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도 없었다. 등산로도 어디인지 모르겠다. 하랑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아니야.” 한 바퀴 더 봤다. “설마.” 잠시 침묵. “……맞네.” 길을 잃었다. 하랑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 “다람쥐 너 진짜 너무하다.” 왔던 방향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이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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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혼자 없어지지 마세요

병원 진료실에서 나온 하랑의 오른쪽 발목에는 반깁스가 채워져 있었다. 손바닥과 무릎에는 소독약을 바르고 작은 거즈가 붙었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 발목도 가벼운 염좌라 며칠 무리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이하랑.” 복도 의자에 앉아 있던 하랑이 슬쩍 고개를 들었다. “응.” 무혁이 딸의 반깁스를 내려다봤다. “다람쥐?” “……응.” “다람쥐를 따라갔다고?” “사진 찍으려고.” “그래서 등산로를 벗어났고?” “걔가 자꾸 도망가잖아.” 무혁이 눈을 감았다. “이하랑.” “왜.” “너 스물넷 맞지?” 하랑이 억울한 얼굴로 아빠를 봤다. “다람쥐 좋아하는 데 나이가 어디 있어.” “내가 다람쥐 좋아한다고 뭐라 그래?” “그럼?” “좋아한다고 따라가서 길을 잃으니까 그러지.” “처음에는 길 안 잃었어.” “결국 잃었잖아.” “……그렇긴 하지.” 무혁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연락을 받고 병원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놀랐는지 하랑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는 말대꾸하지 않고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딱 오 초였다. “아빠.” “왜.” “근데 다람쥐 진짜 귀여웠어.” “이하랑.” “알았어. 이제 안 따라가.” 무혁이 결국 이마를 짚었다. “오늘부터 집으로 가.” “나 혼자 있어도 되는데.” “반깁스하고?” “손 하나랑 발 하나 멀쩡해.” 무혁이 황당한 얼굴로 딸을 봤다. “원래 손은 두 개고 발도 두 개야.” 하랑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 “……아빠 오늘 말 잘하네.” “내가 너 때문에 늙는다.” “아빠 아직 젊어.” “누구 때문에 빨리 늙겠어.” 결국 하랑은 무혁의 차를 타고 본가로 갔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집안이 한바탕 뒤집혔다. “우리 하랑이 어디 봐!” 금희가 제일 먼저 달려왔고, 뒤이어 진화도 하랑의 손과 무릎부터 살폈다. “큰엄마, 나 진짜 괜찮아.” “괜찮은 애가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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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언제부터 이렇게 됐지

통화가 끊겼다. 기태는 한동안 휴대폰을 귀에서 떼지 않았다. 조용했다. 조금 전까지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사라지자 집 안의 적막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기태가 천천히 휴대폰을 내렸다. 통화 기록 맨 위에 이름 하나가 떠 있었다. 이하랑 씨. 잠시 그 이름을 내려다보다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소파에 등을 기대자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길었다. 등산을 시작할 때부터 힘들다고 하면서 입은 한 번도 쉬지 않던 사람. 돌부리에 걸리고. 나뭇가지에 부딪히고. 남의 배낭에 얼굴을 박고. 그러면서도 계속 자신을 불렀다. ‘팀장님.’ ‘왜요.’ ‘산은 왜 올라가요?’ 기태가 눈을 감았다. ‘그럼 산 잘못이네.’ 피식. 입가에 아주 작은 웃음이 걸렸다. 그런데 곧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어느 순간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 뒤를 돌아봤을 때 보이지 않았던 사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쉼터에도 없었다. 등산로에도 없었다. ‘이하랑 씨!’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뒤처진 줄 알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날수록 머릿속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넘어졌나. 다쳤나. 산 아래로 잘못 내려갔나. 혼자 어디에 있는 거지. 그리고 수풀 아래에서 겨우 발견한 하랑. 눈가가 빨갛고, 손바닥은 까져 있고, 무릎에는 흙이 묻어 있었다. 자신을 보자마자 울었다. ‘팀장니임…….’ 기태가 미간을 눌렀다. 그러고는 울면서 한다는 말이. ‘다람쥐가 있었어요…….’ “……다람쥐.”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다람쥐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는 스물네 살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런데 웃음이 나려다가도, 아까 하랑을 찾지 못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웃을 수가 없었다. 기태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많이 놀랐다. 팀원이 사라졌으니까. 자신이 데리고 올라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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