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Chapter 41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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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왜 웃어요?

오전부터 1팀과 2팀의 공동 프로젝트 회의가 이어졌다. 하랑은 정훈 옆에 앉아 자료를 넘겼다. “이번 샘플은 체인 길이만 조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기태가 말하자 로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봤어. 근데 기태야.” “왜.” “이거 봐봐.” 로로가 기태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도면 한쪽을 가리켰다. 기태도 자연스럽게 가까이 다가가 화면을 확인했다. “여기?” “응. 이대로 가면 스톤이 조금 뜰 것 같지 않아?” “잠깐만.” 기태가 로로의 마우스를 받아 도면을 확대했다. “그러네.” “그치?” “이건 수정해야겠다.” 별것 아닌 모습이었다. 업무 이야기였고, 두 사람은 팀장이었고, 오래 같이 일했으니 편한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하랑의 눈은 자꾸 두 사람에게 갔다. `기태야.` 어제부터 유난히 그 호칭도 귀에 걸렸다. “하랑 씨.” “네?” 정훈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자료 안 넘겨요?” “아.” 하랑이 얼른 다음 장을 넘겼다. 집중하자. 회의 중이다. 그런데 잠시 후. “기태야, 그거 말고 아까 파일.” “이거?” “아니, 오른쪽.” “이거잖아.” “아, 맞네.” 로로가 웃었다. 기태도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하랑의 입술이 슬그머니 앞으로 나왔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하나도 안 웃긴데. “이하랑 씨.” 기태가 불렀다. “네.” “아까 수정한 도면 보여주세요.” 하랑은 노트북을 돌렸다. “여기요.” 기태가 화면을 확인했다. “이 부분 잘 잡았습니다.” 평소라면 바로 기분이 좋아졌을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입이 먼저 움직였다. “한로로 팀장님한테도 보여드리세요.” 회의실이 잠깐 조용해졌다. “……왜요?” “같이 하는 프로젝트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같이 보셔야죠.”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말투가 묘했다. 정훈이 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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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몰라요

회의가 끝난 뒤에도 하랑의 기분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와 도면을 열었다. 선을 긋고, 지우고, 다시 그었다. “……아닌데.” 지우개를 누르는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잠시 후 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랑의 눈이 저절로 따라갔다. 1팀 쪽이었다. 로로가 기태를 불러 세우더니 무언가를 보여줬다. “기태야, 이것 좀 봐.” 또. 기태야. 하랑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로로가 웃었다. 기태도 짧게 대답했다. 그걸 보는 순간 속에서 또 뭔가 울컥 올라왔다. “왜 자꾸 저래.” 정훈이 고개를 들었다. “뭐가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랑은 다시 모니터를 봤다. 마우스를 움직였다. 딸깍. 딸깍. 딸깍딸깍딸깍. “하랑 씨.” “네.” “마우스랑 싸워요?” “아니요.” “마우스가 잘못했어요?” “한정훈 주임님.” “네.” “저 일하고 있어요.” “……네.” 정훈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잠시 후 기태가 돌아왔다. 하랑의 모니터를 한번 보고 물었다. “수정 다 했습니까?” “하고 있어요.” “아까 거의 끝났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다시 하고 싶어서요.” 기태가 화면을 자세히 봤다. “왜 전부 지웠습니까?” “마음에 안 들어서요.” “아까 버전 괜찮았습니다.” “제 마음에는 안 들어요.” 기태의 시선이 하랑에게 옮겨졌다. 평소보다 대답이 짧았다. 입술은 잔뜩 나와 있었고 눈썹까지 살짝 찌푸려져 있었다. “이하랑 씨.” “네.” “무슨 일 있습니까?” “없어요.” “있어 보이는데요.” “없다니까요.” 하랑은 다시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선 하나가 마음에 안 들었다. 다시 지웠다. 또 마음에 안 들었다. 왜 마음에 안 드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다 마음에 안 들었다. 기태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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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이게 무슨 마음이에요?

“……나 왜 화났지?” 하랑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기태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랑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머릿속은 더 엉망이 됐다. 어제 들었던 이야기. 기태가 로로와 삼 년을 만났다는 것. 같이 살았다는 것. 결혼하고 싶었다는 것. 오늘 회의실에서 로로가 자연스럽게 부르던 이름까지. 기태야. 하랑의 눈에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저 어제요.” “네.” “팀장님이 한로로 팀장님이랑 결혼하고 싶었다는 얘기 듣고 기분이 나빴어요.” 기태의 눈빛이 달라졌다. “왜 그런지 몰라서 집에 가서 검색도 했어요.” “검색을 했습니까?” “네.” 하랑은 눈물을 훔쳤다. “좋은 사람이 다른 여자 좋아했던 게 기분 나쁜 이유.” 기태의 입술이 잠깐 다물렸다. “그걸 검색했습니까?” “모르니까요.” 울먹이면서도 억울한 얼굴이었다. “근데 자꾸 이상한 것만 나왔어요.” “뭐라고 나오던데요.” 하랑이 입술을 달싹였다. 말하기 싫었다. 그런데 기태가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자 결국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질투.” 기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랑 가까이 있을 때 그런대요.” 하랑의 눈물이 또 툭 떨어졌다. “근데 저는 모르겠어요.” “뭘요.” “이게 왜 질투예요?”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한로로 팀장님은 장혁 사장님 만나잖아요. 팀장님이 지금 한로로 팀장님 좋아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네.” “근데 두 분이 같이 있으면 싫어요.” 기태의 시선이 하랑에게 고정됐다. 하랑은 이제 멈추지 못했다. “한로로 팀장님이 팀장님한테 기태야, 기태야 하는 것도 싫고.” 훌쩍. “둘이 반말하는 것도 싫고.” 또 훌쩍. “둘이 웃는 것도 싫고.” 기태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어제는 팀장님이 한로로 팀장님이랑 결혼하고 싶었다고 해서 싫었어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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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몰라도 돼요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이었다. 하랑은 오전 내내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어제 옥상정원에서 엉엉 울면서 쏟아낸 말들이 자꾸 생각났다. 질투. 좋아하는 마음. 그리고 기태에게 했던 말들까지. `팀장님 때문에 이상해졌잖아요.` 생각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 책상 위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한 하랑이 전화를 받았다. “응, 오빠.” - 점심 먹었어? “아직. 이제 먹으려고.” - 그럼 나랑 먹자. 회사 근처야. “갑자기?” - 메롱이 줄 간식 가져왔어. 병원에 들어온 건데 몽이는 안 먹어서. 하랑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진짜? 메롱이 좋아하겠다.” - 그러니까 내려와. 밥도 먹고 간식도 받아가. “응. 금방 갈게.” 전화를 끊은 하랑은 가방을 챙겼다. 그때 1팀에서 로로가 넘어왔다. “기태야.” 하랑의 손이 잠깐 멈췄다. 또 시작이었다. 안 들으려고 했는데 귀가 먼저 반응했다. “어제 수정본 있잖아. 이쪽 스톤 간격 다시 봐봐.” 로로가 기태의 자리 옆에 섰다. 기태가 모니터에 수정본을 띄웠다. “여기?” “응. 내가 보기엔 이쪽이 조금 좁아.” “잠깐만.” 기태가 화면을 확대했다. 로로는 자연스럽게 책상에 한 손을 짚고 화면을 들여다봤다. 하랑의 입술이 슬그머니 나왔다. 어제 그렇게 울고도 여전히 이랬다. 로로가 기태 옆에 있으면 싫었다. 기태야, 하고 부르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이제 그게 질투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버려서 더 싫었다. `아, 몰라.` 하랑은 가방을 어깨에 걸었다. “한정훈 주임님, 저 점심 먹고 올게요.” “밖에서 먹어요?” “네. 오빠가 왔어요.” 기태의 시선이 모니터에서 떨어졌다. “오빠요?” 하랑이 돌아봤다. 기태와 로로가 나란히 자신을 보고 있었다. “네.” “누가 왔습니까?” “저 점심 먹으러 다녀올게요.” 하랑은 대답 대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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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빅뉴스

“오빠, 이거 맛있다.” 하랑이 앞에 놓인 파스타를 한입 먹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욱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두 입 먹었잖아.” “두 입이나 먹었지.” “그게 자랑이야?” “응.” 강욱은 익숙하다는 듯 하랑의 접시를 봤다. “한 입만 더 먹어.” “배불러.” “하랑아.” “진짜 배불러.” 결국 강욱은 고개를 저었다. 어릴 때부터 한결같았다. 잘 먹지도 않으면서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것도. 식당을 나온 하랑의 손에는 어느새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강욱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봤다. “배부르다며.” “밥 배랑 아이스크림 배는 달라.” “누가 그래?” “내가.” “참 편리한 몸이다.” “그치?” 하랑이 해맑게 웃었다. 강욱의 다른 손에는 작은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메롱이에게 줄 간식이었다. “근데 이거 메롱이 진짜 좋아해?” “병원에서 반응 좋아. 한꺼번에 많이 주지는 말고.” “얼마나?” “뒤에 급여량 적어놨어.” “역시 수의사.” “메롱이 혀는?” “여전히 메롱.” “밥 잘 먹고?” “응.” “화장실은?” “잘 가.” “토하거나 설사한 적은?” “없어.” 하랑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강욱을 올려다봤다. “오빠.” “왜.” “나 메롱이 잘 키우고 있지?” 강욱이 하랑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잘 키우고 있어.” “헤헤.” 회사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앞에 선 하랑이 아무렇지 않게 강욱의 손을 잡았다. 강욱 역시 익숙하게 손을 맞잡았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하랑에게 강진과 강욱은 친오빠나 다름없었다. “오빠, 초록불.” “알아.” “빨리.” “뛰지 마.” “다 나았어.” “산에서 다람쥐 따라가다 굴렀다는 애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하랑이 걸음을 멈췄다. “아빠가 말했어?” “응.” “아빠 진짜!” 강욱이 웃으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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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메롱이 간식

하랑은 회사 입구에 들어서면서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한 손에는 먹다 남은 아이스크림. 다른 손에는 강욱에게 받은 종이가방이 들려 있었다. 안에는 메롱이 간식이 한가득이었다. “메롱이 좋겠다.” 닭고기 맛. 참치 맛. 연어 맛. 처음 보는 간식까지 종류도 많았다. 강욱이 급여량까지 하나하나 적어준 덕분에 하랑은 벌써부터 오늘 저녁 메롱이의 반응이 기대됐다. “이건 내일 주고, 이건 오늘…….” 흥얼거리며 사무실 문을 열었다. “다녀왔습니다!” 평소의 하랑이었다. 아니. 평소보다 훨씬 신나 보였다. 1팀과 2팀 직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하랑에게 향했다. 민지가 가장 먼저 눈을 반짝였다. 조금 전 자신이 전한 빅뉴스의 주인공이었다. “하랑 씨, 맛있는 거 먹었어요?” “네!” 하랑이 활짝 웃었다. “완전 맛있었어요.” 기태의 시선이 모니터 너머로 올라왔다. “아이스크림도 먹고요. 이것도 받았어요.” 하랑이 종이가방을 번쩍 들었다. “뭔데요?” 정훈이 묻자 하랑이 신나게 대답했다. “메롱이 간식이요. 엄청 많아요.” 기태의 눈이 종이가방에 머물렀다. 메롱이 간식. 그렇다면 아까 그 남자가 준 건가. 하랑은 그런 기태의 시선도 모른 채 자리로 향했다. “메롱이 오늘 완전 신나겠…….” 부욱. “어?” 종이가방 밑바닥이 갑자기 찢어졌다. 툭. 투두둑. 후두두둑. 간식 봉지들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사무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랑은 텅 빈 종이가방을 든 채 눈을 깜빡였다. “……내 간식.” 정훈이 말했다. “하랑 씨 간식 아니잖아요.” “메롱이 간식이요.” 하랑은 얼른 아이스크림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쪼그려 앉았다. “아이고.” 닭고기 하나. 참치 하나. 연어 하나. “엄청 많이도 줬네.” 하랑은 중얼거리며 바닥에 떨어진 간식을 하나씩 주웠다. 기태가 자리에서 반쯤 일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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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강욱 오빠

“……아무것도 아닙니다.” 기태는 간식 봉지를 다시 내려다봤다. 강욱 오빠. 이름까지 알고 나니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팀장님.” “네.” “그거 주세요.” 하랑이 손을 내밀었다. “뭘요.” “메롱이 간식이요.” 기태가 들고 있던 봉지를 건넸다. 하랑은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른 채 간식들을 다시 주워 모았다. “쇼핑백은 버려야겠다.” “가만히 있으세요.” “왜요?” “머리 부딪혔잖아요.” “손은 멀쩡한데요.” “제가 주운다고요.” 기태가 남은 간식을 전부 챙겼다. 하랑은 쪼그려 앉은 기태를 내려다보다가 슬쩍 웃었다. “팀장님.” “왜요.” “메롱이 간식까지 주워주고.” “바닥에 있으니까 줍는 겁니다.” “메롱이가 좋아하겠다.” “고양이가 제가 주운 걸 어떻게 압니까.” “제가 말해줄 건데요?” 기태가 하랑을 올려다봤다. “그걸 왜 말해줍니까.” “메롱이도 알아야죠. 은인이 또 도와줬다고.” “……됐습니다.” 하랑이 헤헤 웃었다. 기태는 마지막 봉지를 집다가 다시 메모를 봤다. `강욱 오빠.` 결국 입이 먼저 움직였다. “이강욱 씨가 누굽니까?” 하랑이 눈을 깜빡였다. “네?” 기태가 메모를 보여줬다. “여기요.” “아.” 하랑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강욱 오빠요?” 그 반응이 또 마음에 안 들었다. “네.” “메롱이 선생님이요.” “……선생님?” “수의사예요. 몽이동물병원.” 기태의 손이 멈췄다. 하랑은 아무것도 모른 채 신나게 설명했다. “메롱이 처음 데려갔을 때도 강욱 오빠가 봐줬어요. 혀 계속 나와 있는 것도 괜찮다고 해줬고, 예방접종도 해주고.” “그래서 점심도 같이 먹은 겁니까?” “네.” “회사 앞까지 왔고요?” “네.” “손도 잡고?” 하랑이 멈칫했다. 주변도 조용해졌다. 민지가 눈을 크게 떴다. 정훈은 괜히 모니터를 봤다. 로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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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또 헤헤~

며칠 뒤 목요일 저녁. 1팀과 2팀의 공동 프로젝트가 한 고비를 넘기면서 두 팀은 함께 회식을 하게 됐다. “다들 고생했어요. 오늘은 업무 얘기 금지.” 로로가 잔을 들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한 팀장님이 제일 먼저 업무 얘기할 것 같은데요?” 민지의 말에 로로가 기태를 가리켰다. “쟤 입 열면 벌금.” “내가 뭘.” “벌써 업무 말투잖아.” 기태는 대꾸하지 않고 잔을 들었다. 하랑도 옆에서 신나게 잔을 들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첫 잔. 짠. 하랑은 한 모금 마시고 고기를 집었다. 두 번째 잔. “하랑 씨, 괜찮아요?” 정훈이 묻자 하랑이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저 오늘 천천히 마시고 있어요.” 기태가 맞은편에서 하랑의 잔을 봤다. “두 잔째입니다.” “두 잔밖에 안 마셨는데요?” “그 두 잔에 취하잖아요.” “저 술 잘 마셔요.” 로로가 피식 웃었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저 진짜 괜찮아요.” 하랑은 아주 멀쩡한 얼굴로 고기를 한 점 먹었다. 그리고 십 분 뒤. “하랑 씨.” 민지가 불렀다. 하랑이 고개를 들었다. “헤헤~.” 기태의 젓가락이 멈췄다. 정훈도 멈췄다. 로로가 하랑을 봤다가 기태를 봤다. 민지가 눈을 깜빡였다. “왜 웃어요?” “몰라요. 헤헤~.” 왔다. 기태는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에 처음 봤던 술버릇. 누가 이름만 불러도 웃는다. 그때도 특히 자신을 보고 많이 웃었었다. “이하랑 씨.” 하랑의 고개가 기태 쪽으로 홱 돌아갔다. 눈이 마주쳤다. “헤헤~.” 역시나였다. 그런데 그때와는 달랐다. 그때는 그저 술버릇이 이상한 신입이었다. 지금은. 기태가 입술 안쪽을 한번 깨물었다. 왜 저 웃는 얼굴이 이렇게 예뻐 보이는지 알고 있었다. “물 마셔요.” 기태가 하랑 앞에 물컵을 놓았다. “네에.” 하랑이 얌전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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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팀장님이 좋아요

“헤헤~.” 하랑은 물컵을 양손으로 들고 또 웃었다. 기태는 아예 하랑의 술잔을 자기 쪽으로 치워놓았다. “이제 물만 마셔요.” “알았어요오.” 대답은 잘했다. 문제는 취기가 오를수록 몸이 점점 기태 쪽으로 기운다는 거였다. “팀장님.” “왜요.” “고기 먹어요.” “먹고 있습니다.” “이거 맛있어요.” 하랑이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기태의 입 앞으로 내밀었다. “아.” 기태가 멈췄다. 정훈도 멈췄다. 민지의 눈이 동그래졌다. 로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하랑 씨.” “네에.” “접시에 놓으세요.” “왜요?” “제가 먹겠습니다.” 하랑이 젓가락 끝의 고기와 기태를 번갈아 봤다. “손 없어요?” “있습니다.” “그럼 드세요.” “그러니까 접시에…….” “아.” 하랑이 다시 입을 벌렸다. 기태가 미간을 짚었다. 이것도 예전에 봤다. 자기가 남에게 먹여주면서 본인 입이 먼저 벌어지는 이상한 습관. “이하랑 씨 입은 왜 벌립니까.” 하랑이 자기 입을 만졌다. “제가요?” “네.” “몰라요.” 그리고 다시. “아.” 결국 기태가 고기를 받아먹었다. 하랑의 얼굴이 환해졌다. “헤헤~.” 민지가 슬쩍 로로에게 속삭였다. “원래 저래요?” 로로도 작게 대답했다. “술 마시면 더 저래.” “아니, 한 팀장님한테요.” 로로가 웃었다. “그건 나도 요즘 알았어.” 기태가 쳐다봤다. “다 들려.” “들으라고 했는데?” 하랑이 그 사이 또 기태를 불렀다. “팀장님.” “왜요.” “저 오늘 이상해요?” “네.” “왜요?” “취했습니다.” “그거 말고.” 하랑이 턱을 괴고 기태를 빤히 바라봤다. “저 요즘 자꾸 이상하잖아요.” 기태의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며칠 전 옥상정원에서 울던 하랑이 떠올랐다. “그건 술 깨고 얘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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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나 팀장님이 좋아요

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하랑의 고개가 따라 움직였다. “어디 가요?” “화장실이요.” “언제 와요?” “금방 옵니다.” “진짜?” “네.” 기태가 사라질 때까지 빤히 바라보던 하랑은 문이 닫히자 다시 물컵을 들었다. “헤헤~.” 로로가 그 모습을 보다가 씨익 웃었다. 그러고는 하랑의 빈 잔을 슬쩍 가져왔다. “하랑아.” “네에?” “한 잔만 더 할래?” 정훈이 놀라 로로를 봤다. “팀장님, 한 팀장님이 술 그만 주라고 했는데요?” 민지도 거들었다. “하랑 씨 이미 많이 취했어요.” “알아.” 로로는 아무렇지 않게 소주를 아주 조금 따랐다. 하랑은 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냉큼 잔을 들었다. “감사합니다아.” “천천히.” “네에.” 꼴깍. “어?” 정훈이 말릴 틈도 없었다. 하랑은 잔을 내려놓더니 눈을 몇 번 깜빡였다. 그리고. “헤헤~.” 민지가 로로를 쳐다봤다. “더 취했잖아요.” “그러게.” “그러게가 아니잖아요.” 정훈도 황당해했다. “한 팀장님 오시면 뭐라고 하시려고요?” 로로가 문 쪽을 한번 보고는 웃었다. “기다려봐.” “뭘요?” “아주 귀여운 걸 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뭘 보려고 이래요?” “쉿.” 하랑은 이미 세 사람의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헤헤~.” 혼자 웃었다. 잠깐 조용해졌다가 또. “헤헤~.” “하랑 씨.” 민지가 불렀다. “헤헤~.” “괜찮아요?” “네에. 헤헤~.” 완전히 취했다. 그때 문이 열렸다. 기태가 돌아왔다. 하랑의 눈이 곧바로 그쪽을 향했다. 그리고 얼굴이 확 밝아졌다. “팀장니임~.” 기태가 걸음을 멈췄다. 아까보다 상태가 확실히 달랐다. “……왜 더 취했습니까?” 정훈과 민지의 시선이 동시에 로로에게 향했다. 로로는 태연하게 고기를 뒤집었다. “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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