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져 있었다. 솔은 옷을 갈아입고 간단히 저녁을 먹은 뒤 준경의 방으로 갔다. 수로 현장에서 확인한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보고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너진 부분은 내일부터 다시 쌓는다고 했습니다. 물길을 먼저 돌려놓았으니 작업에는 문제없을 겁니다.” “다친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 됐네.” 준경이 마지막 장을 내려놓았다. 종이가 탁자 위에 닿았다. 그걸로 끝이었다. 솔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럼 쉬십시오.” “응.” 준경은 다시 탁자 위의 다른 서류를 집어 들었다. 솔은 문 쪽으로 두 걸음쯤 갔다. 그리고 멈췄다. 손잡이가 바로 앞에 있었다. 잡고 돌리면 됐다. 복도를 건너 자기 방으로 돌아가면 된다. 씻고, 잠옷으로 갈아입고, 내일 일정을 확인한 뒤 자면 됐다. 늘 그랬던 것처럼. 솔은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잠시 서 있다가 뒤를 돌아봤다. 준경은 서류를 읽고 있었다. 솔은 다시 몇 걸음 돌아와 아까 앉았던 자리 옆에 섰다. 준경은 바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종이를 한 장 넘겼다. 조금 뒤에야 물었다. “뭐 빠뜨렸어?” “아닙니다.” “할 말 있고?” “없습니다.” 이번에는 준경이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마주쳤다. 솔은 괜히 손가락을 한 번 말아 쥐었다. 준경이 물었다. “그럼 안 가?” 솔은 입을 다물었다. 대답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런데 입 밖으로 꺼내려니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도 이번에는 다른 이유를 찾지 않았다. “……안 가고 싶습니다.” 준경의 눈이 잠깐 멈췄다. 솔은 그걸 보면서도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왜 그런지 설명할 생각도 없었다. 준경이 솔을 잠시 바라봤다. “그래.” 그게 전부였다. 솔은 눈을 한 번 깜빡였다. 조금 더 무언가를 물을 줄 알았다. 왜 안 가고 싶은지, 여기서 뭘 하고 싶은지. 그런데 준경은 다시 서류로 시선을 내렸다. 솔은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다시 의자에 앉
Huling Na-update : 2026-10-02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