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저주받은 공작의 예언자: Chapter 31 - Chapter 40

74 Chapters

31화. 너 좀 다르네

신탁청에 들어서자 솔의 걸음이 달라졌다.준경은 그걸 두 번째 복도에서 알아차렸다.하르젠 저택에서는 늘 자신보다 반걸음 뒤를 걷던 사람이 지금은 앞에 있었다.“이쪽입니다.”솔이 오른쪽 복도로 꺾었다.에드윈이 뒤를 돌아봤다.“접수는 저쪽 아닙니까?”“일반 계약 신고는 저쪽입니다.”솔은 멈추지 않았다.“최초 등록 기록은 동관에서 관리합니다.”준경이 물었다.“와본 적 있어?”“예.”“언제.”“계약 갱신할 때 몇 번 왔습니다.”대답은 짧았다.솔은 복도 끝 계단을 올라갔다.왼쪽 옷깃에는 하르젠의 은제 브로치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오늘 아침 따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달고 나온 것이었다.준경은 한번 봤지만 묻지 않았다.동관 입구에는 긴 접수대가 있었다.직원 하나가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에드윈이 서류를 꺼내려는데 솔이 먼저 말했다.“등록 원본 열람을 요청했습니다. 어제 하르젠에서 연락이 갔을 겁니다.”직원의 손이 멈췄다.“성함이?”“솔입니다. 등록 번호는 1847-26.”막힘이 없었다.직원이 명부를 뒤적이다 고개를 끄덕였다.“확인됐습니다. 이쪽에서 본인 확인을 먼저 하시면 됩니다.”그가 왼쪽 통로를 가리켰다.솔은 그쪽을 한번 보고 말했다.“저쪽은 갱신 심사실 아닙니까?”직원이 멈칫했다.“예?”“원본 열람 본인 확인은 위층에서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규정이 바뀌었습니다.”“언제요?”직원의 표정이 묘해졌다.“작년에요.”솔이 잠시 생각했다.“그럼 제가 마지막으로 왔을 때보다 뒤군요.”그제야 왼쪽으로 몸을 돌렸다.준경이 물었다.“의심했어?”“확인한 겁니다.”“똑같은 거 아니야?”솔은 준경을 한번 봤다.“틀리면 돌아와야 하니까요.”에드윈이 작게 웃었다.“신탁청이 꽤 복잡하긴 합니다.”솔이 말했다.“일부러 그런 것 같습니다.”에드윈의 걸음이 잠깐 느려졌다.“농담입니까?”솔이 돌아봤다.“아닙니다.”에드윈은 이번에는 대놓고 웃었다.솔은 이유를 모르는 얼굴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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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다시 먹고 싶습니다

원본 기록은 생각보다 얇았다.솔은 첫 장을 넘기다 손을 멈췄다.“이상합니다.”준경이 물었다.“뭐가.”솔이 문서 상단의 작은 기호를 가리켰다.“신규 등록이 아닙니다. 이관 등록입니다.”“차이가 뭔데.”“이전에 다른 곳에 등록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준경의 표정이 굳었다.“그럼 전 기록은?”솔이 아래쪽을 확인했다.이전 등록 번호를 적는 칸이 비어 있었다.“없습니다.”담당자가 말했다.“오래된 기록에는 누락도 있습니다.”솔은 고개를 저었다.“누락은 아닙니다.”“어떻게 아십니까?”“지운 흔적이 없습니다.”솔이 빈칸을 손끝으로 짚었다.“처음부터 적지 않은 겁니다.”준경이 담당자를 봤다.“왜?”“그건 확인이 필요합니다.”솔이 먼저 말했다.“월별 등록 대장을 볼 수 있습니까?”담당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그걸 본 솔이 덧붙였다.“개인 기록이 아니라서 열람 제한은 없을 텐데요.”잠시 뒤 장부 한 권이 나왔다.솔은 자신의 등록 날짜를 찾았다.이름 옆에 처음 보는 작은 기호 하나가 찍혀 있었다.같은 달 다른 예언자들에게는 없었다.“이건 뭡니까?”담당자가 잠시 머뭇거렸다.“예전에 쓰던 관리 표기입니다.”“무슨 뜻입니까?”“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솔은 그 얼굴을 잠깐 봤다.그러고는 장부를 덮었다.“여기까지 보죠.”준경이 물었다.“더 안 찾아?”“지금부터는 모르는 게 아니라 안 보여주는 쪽 같습니다.”담당자의 표정이 다시 굳었다.솔이 그걸 보고 말했다.“맞는 것 같습니다.”옆에 있던 에드윈이 작게 웃었다.준경은 솔을 한번 봤다.하르젠에서 보던 것과 같은 조용한 얼굴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조금 달라 보였다.솔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다음 기록을 찾는 편이 빠르겠습니다.”이번에는 준경이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신탁청을 나온 건 정오가 조금 지난 뒤였다.준경이 계단 아래에서 물었다.“배고파?”솔은 잠깐 생각했다.“조금요.”“그럼 먹고 가.”에드윈이 바로 말했다.“저는 돌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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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거긴 싫어

에드윈은 점심이 조금 지난 뒤에 돌아왔다.손에 든 건 얇은 서류철 하나였다.준경이 책상 맞은편을 턱으로 가리켰다.“찾았어?”“절반쯤은요.”에드윈이 서류철을 내려놓았다.“어제 본 표식 자체는 확실히 예전 신탁청에서 쓰던 겁니다. 다만 현재 분류표에는 없습니다.”솔이 서류를 펼쳤다.낯익은 표식이 첫 장에 그려져 있었다.어제 장부에서 자기 이름 옆에 붙어 있던 것과 같았다.“언제까지 사용했습니까?”“정확한 폐지 시점도 아직 못 찾았습니다.”에드윈이 다음 장을 넘겼다.“오래된 문서 몇 곳에 흔적은 있는데, 전부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관리 번호인지, 출신 구분인지, 별도 분류인지도 모르겠고요.”솔은 잠시 종이를 들여다봤다.“원본이 남아 있는 곳은요?”“그걸 찾고 있습니다.”준경이 물었다.“얼마나 걸려.”“며칠은 주십시오.”“길어.”“백 년 가까이 된 신탁청 기록입니다.”“그래서?”에드윈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솔이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며칠이면 빠른 편입니다.”준경이 솔을 봤다.“편들어?”“사실을 말씀드린 겁니다.”에드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준경이 그 모습을 보자 금세 내려갔다.“계속 찾아.”“예.”“원본 위치부터.”“알겠습니다.”에드윈이 서류를 챙기려 하자 솔이 한 장을 짚었다.“이건 두고 가셔도 됩니까?”“표식 사본 말입니까?”“예. 비교할 게 생기면 바로 볼 수 있으니까요.”에드윈이 한 장을 빼 솔에게 건넸다.솔은 받아 접지 않고 그대로 들었다.준경이 물었다.“뭐 보여?”“아직은 없습니다.”“그럼 왜 그렇게 봐.”솔은 표식을 한 번 더 내려다봤다.“제 기록에 붙어 있던 건데, 제가 모르는 표시라서요.”잠시 뒤 덧붙였다.“조금 기분이 나쁩니다.”준경의 시선이 멈췄다.솔이 먼저 그런 말을 하는 건 드물었다.“왜.”“제 이름 옆에 붙어 있었는데 뜻을 모르니까요.”준경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찾으면 되겠네.”솔도 고개를 들었다.“예.”그걸로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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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그 소리, 한번 더

입술이 겹친 채 준경이 솔의 몸을 끌어당겼다.솔은 팔이 묶인 채 그 힘을 따라갔다.혀가 들어왔다.깊고 느렸다.지난번보다 서두르지 않았다.준경의 손이 솔의 옷깃을 잡았다.천이 벌어졌다.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스쳤다.솔은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여 옷을 붙잡으려 했다.가죽이 당겼다.손은 가지 못했다.준경이 그 움직임을 봤다.잠깐 멈췄던 손이 다시 움직였다.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다.남은 옷자락을 한 번에 벌렸다.찢어진 천이 몸 아래로 흘러내렸다.준경의 손바닥이 드러난 가슴을 쓸었다.솔의 숨이 짧게 끊겼다.준경이 입술을 뗐다.솔의 얼굴을 잠깐 보고,다시 목선으로 내려갔다.목을 살짝 물었다가 놓았다.솔의 허리가 흠칫했다.가죽이 당기며 팔이 기둥 쪽으로 끌렸다.준경의 시선이 잠깐 그쪽으로 갔다.다시 같은 자리를 물었다.이번에는 더 오래.솔의 몸이 다시 흔들렸다.세 번째로 입술이 닿았을 때는 숨이 목에 걸렸다.준경의 손이 허리를 잡았다.흔들린 몸이 그 손 안에서 멈췄다.솔은 숨만 길게 뱉었다.준경이 낮게 웃었다.“여기가 민감하구나.”솔이 눈을 떴다.“예?”“아니야.”준경은 대답 대신 손을 아래로 내렸다.완전히 드러난 솔을 천천히 훑었다.가죽에 묶인 손목.당겨진 팔.조금 기울어진 어깨.그 상태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얼굴까지.시선이 오래 머물렀다.솔은 견디다 못해 먼저 눈을 피했다.“……그렇게 오래 보실 필요가 있습니까?”“있어.”솔이 다시 그를 봤다.준경은 조금도 민망해하지 않았다.“보고 싶으니까.”그 말이 더 부끄러웠다.솔이 대답하지 못하는 사이 준경이 허벅지를 잡아 벌렸다.몸이 그대로 그 손을 따라갔다.스스로 자세를 잡을 필요가 없었다.준경이 놓는 곳에 놓였다.손이 젖은 안쪽으로 들어왔다.천천히.솔의 숨이 다시 흐트러졌다.준경은 서두르지 않았다.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다른 반응이 나왔다.어느 곳에서는 숨이 짧아졌고,조금 더 힘이 들어가면 허리가 움직였다.솔이 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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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한번 더 부탁드립니다

준경의 손이 다시 솔의 허리를 잡았다.몸을 돌리듯 자세를 바꿨다.가죽끈이 따라 움직이며 팔의 각도가 달라졌다.솔은 그 힘을 그대로 따라갔다.준경이 뒤에서 허리를 붙잡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아까보다 깊었다.솔의 손끝이 시트를 움켜쥐려다 가죽에 걸렸다.잡을 수 있는 게 없었다.준경의 숨도 이미 거칠어져 있었다.허리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당기는 힘도 점점 세졌다.솔의 등이 몇 번이고 휘었다.준경의 손이 그 곡선을 따라 내려갔다.엉덩이를 잡아 더 벌렸다.그 순간 손바닥이 엉덩이에 세게 닿았다.짝.솔의 몸이 크게 튀었다.“읏……!”평소보다 큰 목소리가 터졌다.준경이 멈췄다.솔도 숨을 쉬지 못한 채 그대로 있었다.방금 맞은 자리에 열이 확 번졌다.아팠다.그런데 동시에 몸 안쪽이 세게 조였다.솔의 눈이 커졌다.두 감각이 함께 온 것이 더 당황스러웠다.준경이 낮게 물었다.“아파?”대답이 조금 늦었다.“……예.”준경의 손은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솔의 흐트러진 숨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준경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방금 솔에게서 나온 목소리가 계속 귀에 남았다.시선이 얼굴로 올라갔다.놀란 눈.벌어진 입술.아프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가라앉지 않은 몸.“싫어?”솔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싫다고 하면 될 것 같았다.그런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아픈 건 맞습니다.”준경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그건 알아.”솔은 입을 다물었다.아픈 건 분명했다.그런데 준경이 묻는 건 그게 아니었다.준경의 손이 다시 방금 맞은 자리에 놓였다.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저 손바닥의 무게만 남았다.솔의 숨이 조금씩 짧아졌다.이번에는 알 수 있었다.다음이 올지도 모른다.준경의 손이 들렸다.아주 짧은 순간이었다.그런데 솔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짝—다시 손바닥이 떨어졌다.이번에는 알고 있었는데도 몸이 튀었다.숨과 함께 목소리가 새었다.열이 겹쳐졌다.아까보다 선명했다.통증이 퍼지고,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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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그럼 가자

아침에 새 옷이 왔다.솔은 침대 위에 펼쳐진 옷을 잠깐 봤다.어제 찢어진 것과 비슷한 색.치수도 맞았다.누가 보냈는지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옷을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하르젠의 은제 브로치를 옮겨 달았다.거울을 한번 봤다.그리고 방을 나왔다.에드윈이 찾아온 건 오전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이번에는 서류철도 없었다.종이 두 장만 들고 왔다.준경이 책상에서 고개를 들었다.“찾았어?”“두 군데까지 줄였습니다.”종이가 책상 위에 놓였다.준경이 내려다봤다.“뭐가 두 군데야.”“그 표식을 쓰던 시기 기록이 남아 있을 만한 곳입니다.”솔도 가까이 갔다.에드윈이 첫 번째 종이를 짚었다.“신탁청 본청 구서고.”다음 장.“서문 별고.”“원본은 어디 있는데.”“그걸 모르겠습니다.”“찾았다며.”“두 군데까지 찾았다고 했습니다.”준경이 에드윈을 봤다.에드윈은 태연했다.“옛 기록이 몇 번이나 옮겨졌습니다. 중간 이관 기록도 일부 끊겼고요.”솔이 두 종이를 번갈아 봤다.구서고.서문 별고.“둘 다 오늘 확인할 수 있습니까?”“거리가 반대쪽입니다. 한 군데 갔다가 나머지까지 가면 늦을 겁니다.”준경이 물었다.“내일까지 그대로 있을 거란 보장은?”에드윈은 대답하지 않았다.솔이 종이를 손끝으로 밀었다.“그럼 먼저 갈 곳을 정하면 됩니다.”두 사람의 시선이 솔에게 갔다.준경은 바로 알아들었다.“볼 수 있어?”“예.”“어느 쪽에 있는지를?”“그건 아닙니다.”솔은 두 장소의 이름을 봤다.“구서고를 먼저 갔을 때와 별고를 먼저 갔을 때. 그 뒤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볼 수 있습니다.”준경이 두 종이를 집었다.솔 앞에 나란히 내려놨다.“그럼 봐.”솔은 잠시 두 장을 내려다봤다.“예.”손끝이 먼저 구서고 쪽으로 갔다.본청 구서고를 먼저 간다.솔은 그렇게 정했다.“보겠습니다.”눈을 감았다.시야가 꺼졌다.잠시 뒤.낡은 돌바닥이 나타났다.긴 복도.열린 문.솔은 안으로 들어갔다.높은 선반들이 양옆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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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라엔

서문 별고의 문이 보였다. 솔이 먼저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잠깐.” 마당 안쪽.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짐칸에는 낡은 상자들이 올라가 있었다. 솔의 시선이 뒤쪽으로 내려갔다. 등 하나. 유리가 깨져 있었다. “저겁니다.” 준경이 바로 문을 열었다. 마차가 완전히 서기도 전이었다. “막아.” 앞서 달리던 기사들이 방향을 틀었다. 막 움직이기 시작한 짐마차 앞을 가로막았다. 말이 놀라 고개를 흔들었다. 마부가 급히 고삐를 잡아당겼다. 준경이 먼저 내렸다. 솔과 에드윈도 따라갔다. 신탁청 외투를 입은 남자가 황급히 다가왔다. “공작님?” 준경은 인사도 받지 않았다. “저거 어디로 가져가.” “본청으로 이관 중입니다.” “상자 내려.” 남자의 눈이 커졌다. “예?” “못 들었어?” “본청에서 내려온 이관 명령입니다.” “명령서.” “예?” 준경이 손을 내밀었다. “보여줘.” 직원이 잠시 머뭇거렸다. “원본은 본청에 있습니다.” “그럼 확인될 때까지 세워놔.”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끼어들었다. “공작님, 이미 승인된 이관입니다. 신탁청 소유 기록을 절차 없이 중지시키시면…….” 준경이 그를 봤다. “승인됐다는 걸 지금 확인할 수 있어?” “그건…….” “없네.” 준경이 짐마차를 턱으로 가리켰다. “확인되기 전까지 안 움직여.” 직원의 입이 다물렸다. 에드윈은 옆에서 모른 척하고 있었다. 준경이 물었다. “문제 있어?” “……없습니다.” “그럼 내려.” 기사들이 짐칸으로 갔다. “잠깐만요.” 솔이 마차 가까이 다가갔다. 상자들은 얼핏 비슷했다. 나무색도. 크기도. 그런데 미래에서 본 건 기억하고 있었다. 뒤쪽 두 번째. 솔이 가리켰다. “저겁니다.” 에드윈이 물었다. “확실합니까?” 솔은 상자 옆면을 봤다. 희미한 검은 표식. “예.” 준경이 말했다. “그거부터.” 상자가 바닥에 내려왔다. 솔은 그 앞에 섰다. 이번에는 마차가 떠나지 않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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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화. 미행

에드윈의 보고가 끝나기도 전에 준경은 외투를 집어 들었다.“어디로 갔어.”“아직 이동 중입니다. 뒤를 붙였습니다.”“몇 명.”“둘입니다.”준경이 문을 열었다.“가자.”솔도 곧바로 따라나섰다.복도를 반쯤 지났을 때 준경이 멈췄다.솔도 뒤에서 섰다.“왜 그러십니까?”준경의 시선이 솔의 옷깃에 가 있었다.급하게 옷을 챙겨 입은 탓인지 은제 브로치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준경이 손을 뻗었다.손끝이 옷깃을 스치는 순간 솔의 어깨가 아주 조금 굳었다.준경의 손이 멈췄다.“왜.”“……아닙니다.”조금 전 방에서의 일이 아직 몸에 남아 있었다.솔은 괜히 시선을 내렸다.준경은 잠깐 보고는 브로치를 바로 세웠다.핀을 단단히 고정했다.“잘 챙겨.““예.”준경이 먼저 걸었다.솔은 한 박자 늦게 따라갔다.마차 앞에서 에드윈이 문을 열었다.준경이 올라탄 뒤 안에서 손을 내밀었다.솔은 잠깐 그 손을 봤다.그리고 올렸다.준경이 끌어올렸다.문이 닫히자 마차가 바로 움직였다.“상대는?”“북쪽으로 갑니다.”에드윈이 맞은편에 앉았다.“본청?”“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잡지는 말라고 했지.”“예.”밤길이 창밖으로 빠르게 밀려났다.솔은 준경을 한번 봤다.잠시 뒤 또 봤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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