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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s los capítulos de 다시 고른 낭군: Capítulo 21 - Capítulo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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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화 [손] - 2 -

이겸은 잔에서 손을 떼었다."흐릿한 부분이 아직 있습니다.""어디까지 기억하느냐. 북방에서 다쳤을 때는.""화살을 맞은 것은 기억납니다. 그 뒤 도성으로 오는 길은 거의 기억에 없습니다."왕이 고개를 끄덕였다."곁에서 말을 해주면 떠오르기도 하느냐.""그런 것도 있고, 들어도 알 수 없는 것도 있습니다.""의관에게 빠짐없이 이르거라. 당장 기억나지 않는다고 애쓸 것은 없고.""예."이겸은 도성에 닿은 뒤의 일은 덧붙이지 않았다. 왕도 거기까지는 묻지 않았다."북방에서의 일도 많이 힘들었겠지. 지원이 늦어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나도 들었다."이겸이 고개를 들었다."어디에서 늦어진 것인지는 확인하셨습니까."왕이 그를 보았다."아직 보고를 맞추는 중이다. 보냈다는 쪽과 받았다는 쪽의 말이 다르니, 중간 기록까지 보아야겠지.""확인되는 대로 알려주마."왕의 목소리는 앞서 몸을 묻던 때와 다르지 않았다.이겸은 무릎 위에 놓은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석 달이었다. 적어도 어디까지 확인했는지는 들을 수 있으리라 여겼다."현장에 있었던 자들의 말이 필요하면, 제 휘하에도 물으실 수 있습니다.""그리하마. 너도 몸이 더 나으면 기억나는 것을 정리해두거라.""알겠습니다."왕은 잔을 들어 남은 차를 마셨다. 이겸의 잔에도 차가 남아 있었다. 그는 그것을 마저 비우고 내려놓았다."어쨌든,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 다행이다."왕이 말했다."네가 직접 와서 묻는 날이 올지, 한때는 그것도 장담할 수 없었다."이겸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연택은 뜻밖이었겠구나."왕이 빈 잔을 상 위에 놓았다."서가의 여식이, 죽어가는 너를 고를 줄 누가 알았겠느냐.""저도 뜻밖이었습니다.""깨어나니 부인이 곁에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더냐."이겸은 잠시 대답을 골랐다."제 이름을 잘못 들은 것은 아닌지 생각했습니다."왕의 입가에 옅게 웃음이 걸렸다."잘못 들은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서 재차 물었는데도 뜻을 거두지 않더구나."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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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화 [값] - 1 -

감씨는 빗을 들기 전에 서리의 무릎 위에 놓인 문서부터 보았다."그것은 내려놓으세요.""읽고 있지 않아.""제가 들어올 때까지는 읽고 계셨지요."서리가 문서를 접었다. 감씨는 그것을 받아 거울 옆에 놓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등 뒤로 모았다.빗이 머리 끝에서 잠깐 걸렸다. 감씨가 손가락으로 엉킨 곳을 풀었다."어젯밤에는 언제 누우셨어요.""그리 늦지 않았어.""궁에 다녀오셨으면 좀 쉬셔야지요. 옷만 갈아입고 곧장 문서를 찾으셨다면서요.""기다리던 것이 와 있어서.""그 기다리던 것들 때문에 저녁상도 두 번이나 데워 올렸습니다."서리는 거울 속 감씨를 보았다."먹기는 했어.""얼마나 드셨는지도 물어보았어요."빗질이 다시 이어졌다. 서리가 옆에 놓인 문서로 손을 뻗자 감씨는 팔꿈치로 가볍게 막았다."머리 다 빗을 때까지만이라도 가만히 계세요."서리는 손을 무릎 위로 돌려놓았다."아침은 다 먹을게.""그 말씀은 기억하겠습니다."감씨는 빗에 걸린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다시 목덜미부터 천천히 빗어 내렸다."한집에 계셔도 두 분 다 각자 일만 붙들고 계시니, 누가 누구더러 쉬라고 하겠어요. 영안공께서는 탕약이라도 드시지요. 이러다 마님께서 먼저 앓아누우시겠습니다.""걱정도 많네.""앓기 전에 하는 말씀입니다."서리는 더 대꾸하지 않았다. 감씨가 머리를 한데 모으는 동안 거울 옆의 문서 모서리만 손끝으로 눌렀다.감씨가 빗질을 마저 하며 낮게 말을 얹었다."영안공께서 기력을 많이 되찾으셨다 들었어요. 그러면 마님께서도 이제 슬슬, 앞날을 생각하셔야—""그래서 박가 객주에게 사람을 보낸 것이 아니냐."서리가 담담히 받았다."가문의 앞날이라면, 이미 생각하고 있어."감씨의 손이 잠시 멈췄다."……제가 말씀드린 앞날은, 그 앞날이 아닙니다.""그럼 무슨 앞날.""그러니까, 두 분의…… 부부로서의 앞날 말입니다."서리가 거울에서 눈을 떼고 돌아보았다."그게 무슨 뜻이지."감씨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손에 남은 머리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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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화 [값] - 2 -

사내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무릎에 얹었던 손을 모으고 잠깐 입을 다물었다."아니, 그 전에 값부터 정하고 싶군요. 제 식구들 말입니다."이겸은 말을 재촉하지 않았다."저 하나 죽는 거야 제가 벌인 일이니 그렇다 칩시다. 하지만 저를 없애려 했다면, 식구들한테도 손을 뻗을 수 있지 않습니까.""식구들이 이 일을 아느냐.""모릅니다. 제가 어디서 무슨 일을 받는지까지 말하지는 않습니다.""그런데 저쪽에서는 네 식구를 알고 있고."사내가 입술을 눌렀다."어디까지 아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모른다고 믿고 버틸 수는 없다는 겁니다."서리는 펴놓은 종이에서 손을 떼었다."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이겸이 물었다."말뿐인 보호로는 안 됩니다. 영안공의 이름을 걸고 약조해주십시오. 그럼 아직 말씀드리지 않은 것도 말씀드리지요.""먼저 들어보지. 네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때 내 이름으로 약속하겠다."사내는 굳은 얼굴로 이겸을 바라보았다."말을 다 듣고 나서 쓸모없다 하시면요.""확인할 수 있는 것을 말해라. 네가 본 것과 짐작한 것을 섞지 말고."한동안 방 안에 말이 없었다. 사내는 모았던 손을 풀어 무릎 위에 다시 놓았다."접선은 늘 남문 밖, 기와 굽던 옛 가마터에서 했습니다."서리가 붓을 들었다."늘이라면, 매번 같은 시각이었나.""아니요. 시각은 매번 달랐습니다. 다만 장소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죠.""세 번 다 그곳이었나.""예.""남문에서 가는 길을 말해라."사내는 문 쪽을 한번 보았다가 서리가 펼친 종이로 눈을 내렸다."그려도 되겠습니까. 말로만 하면 길이 엇갈릴 수 있습니다."서리가 여분의 종이와 붓을 건넸다. 사내는 붓을 받아 들고 남문이 있는 곳부터 표시했다. 선을 긋다 멈추고, 갈라지는 길 하나를 더 보탰다.이겸이 그 자리를 짚었다."여기서 어느 쪽이지."사내가 붓끝으로 방향을 가리켰다."이쪽입니다. 제가 다닌 것은 이 길뿐입니다. 다른 데서 들어오는 길이 있는지는 모릅니다."서리는 그가 말을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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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화 [실] - 1 -

남문 밖 옛 가마터는, 듣던 것보다 더 오래 버려진 자리였다.무너진 가마 아궁이 위로 마른 덩굴이 뒤엉켰고, 깨진 기왓장이 잡초 사이에 반쯤 묻혀 있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잔 기와가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사람이 오간 자국을 찾기에는, 비도 바람도 너무 여러 번 지나간 뒤였다.서리는 포로가 그린 약도를 펼쳤다. 남문에서 갈라진 길을 되짚고, 종이를 돌려 가마터가 있는 쪽과 맞추었다."갈림길은 맞습니다. 이쪽으로 들어왔다면 가마 앞을 지나게 되고요."이겸은 그들이 올라온 길을 돌아보았다. 언덕 아래에서는 가마의 윗부분만 보였다. 몇 걸음 더 안으로 들어가자 무너진 담장 너머로 다른 비탈이 드러났다."뒤쪽도 살펴라. 내려갈 수 있는 곳이 있는지."백우가 데려온 자들을 나누어 보냈다. 둘은 담장을 따라 돌고, 나머지는 가마 안쪽과 터 가장자리를 훑었다.포로가 가마터를 알려주며 함께 짚어준 표식 자리는 길목에 있었다. 담장 끝에 박힌 쇠고리는 비어 있었다. 백우가 고리 아래에 엉킨 마른 풀을 걷어냈다."이 자리입니다."고리 아래 벽면에 얕게 쓸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서리가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무언가 매달려 벽에 닿았던 듯했으나, 남은 끈이나 조각은 없었다."걸려 있던 것은 없군요.""주변에도 떨어진 것은 없습니다."이겸은 고리를 살피고 손을 거두었다."언제 거둔 것인지는 모르겠군."서리는 약도 위에 손가락을 짚었다가 종이를 접었다. 길과 표식을 보았다는 자리는 포로의 말과 맞았다.가마 앞은 기왓조각이 촘촘히 박힌 단단한 땅이었다. 백우가 몸을 낮추고 움푹 팬 곳을 살폈다. 그 안에도 잘게 부서진 기와와 흙이 가득 차 있었다."발뒤꿈치 자국 같기는 합니다만, 가장자리가 다 무너졌습니다.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습니다."서리는 가마 곁의 평평한 돌을 살폈다. 잠시 앉아 기다리기에는 알맞은 높이였다. 돌 아래를 들여다보았으나 눌어붙은 낙엽뿐이었다.담장 뒤를 돌고 온 자가 백우에게 낮게 고했다. 백우는 그가 가리킨 비탈을 확인하고 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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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화 [실] - 2 -

"여기."이겸이 그것을 조심스레 떼어냈다.엄지손톱 두 개만 한, 찢긴 천 조각이었다. 흙먼지가 앉아 색이 죽어 있었지만, 털어내자 아래에서 옅은 빛깔이 드러났다.서리가 그것을 받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수가 놓여 있었다. 조각이 워낙 작아 무늬 전체는 알 수 없었지만, 남은 부분만으로도 바느질의 결이 눈에 들어왔다. 땀 하나하나가 촘촘하고 고르게 앉아 있었다."손수건인 것 같습니다." 서리가 말했다. "가장자리 감침질이 남아 있어요.""이런 걸 가지고 다닐 자가," 백우가 미간을 좁혔다. "이런 곳에 갇혀 있었을까요.""여기서 발견했다는 것밖에는 아직 모른다." 이겸이 말했다.서리는 조각을 창 아래 빛에 비춰 보았다. 실에 아주 옅은 윤기가 돌았다. 서가에서도 귀한 옷감은 여러 번 만져보았지만, 이런 결은 흔치 않았다."이건 제가 맡겠습니다." 서리가 조각을 조심스레 접어 넣었다. "누구의 물건인지는 몰라도,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는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자수 장인은 도성 안쪽, 오래된 골목 끝에서 삼십 년 넘게 바늘을 잡아온 노파였다. 감씨가 신원을 보증한 사람이었다.방 안에는 물들인 실타래가 벽마다 걸려 있었고, 마른 쪽빛 냄새가 옅게 배어 있었다.노파는 조각을 받아 들자마자 창가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디가 굵은 손가락이 천 조각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빛이 드는 각도를 바꿔가며 살폈다."어디서 얻으셨습니까." 노파가 물었다."주웠습니다." 서리가 답했다.노파는 그 대답의 빈틈을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대신 조각의 실 끝을 손톱으로 살살 풀어, 한 오라기를 뽑아냈다. 그러고는 그것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천천히 비벼보았다."이건 여기 실이 아닙니다.""어디 것입니까.""그건 저도 딱 잘라 말씀은 못 드립니다." 노파가 실오라기를 빛에 비췄다. "다만 여기서 나는 실은 이런 빛이 안 나요. 물을 들여도 이 정도로 곱게 앉지 않고요. 바다 건너온 것이거나, 아주 북쪽에서 온 것이거나.""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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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화 [봄빛] - 1 -

궁의 후원에 꽃이 한창이었다.왕후가 마련한 꽃놀이 자리였다. 물가를 따라 자리가 깔렸고, 늘어진 가지 아래로 잔이 오갔다. 바람이 지날 때마다 꽃잎이 상 위로 떨어졌다.서리와 이겸이 함께 들어섰을 때,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 차례 그쪽으로 쏠렸다.죽어가던 왕족과, 그를 고른 여인. 그 둘이 나란히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이 자리의 대부분은 처음 보았다.중심 자리에는 왕과 왕후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 아래쪽에 이헌이, 조금 떨어진 자리에 목연이 동행한 여인들과 함께 있었다."영안공." 왕이 먼저 반가운 낯으로 손짓했다. "얼굴이 많이 폈구나.""염려해주신 덕입니다." 이겸이 예를 갖췄다.이헌의 시선이 잠시 그쪽에 머물다가, 뒤늦게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영안공부인." 왕후가 서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혼례 후 줄곧 병상 곁을 지켰다 들었습니다.""제가 한 일은 많지 않습니다.""겸양이 지나치군요." 왕후가 옅게 웃었다. "저리 회복하신 것이 어디 저절로 된 일이겠습니까. 영안궁의 안살림도 잘 잡혔다 들었고요.""과분한 말씀입니다."왕후가 잔을 내려놓았다. 그 손끝이 상 위에서 잠깐 머물렀다."이왕 이리 잘 풀린 김에, 영안궁에 또 다른 경사가 들리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자리에 있던 몇 사람이 알아듣고 웃음을 지었다.서리의 손이 잔 위에서 아주 잠깐 멎었다. 얼굴빛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답이 반 박자 늦어졌다.—전생에 왕태자비였던 시절에도, 봄 꽃놀이에서 그런 말을 들었다.그때 서리는 이헌의 곁에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의 상은 나란히 놓였고, 궁인이 술을 따르면 이헌은 서리의 잔이 채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들었다.그 아래 자리에서 한 부인이 웃었다."두 분이 나란히 계신 걸 뵈니 참 보기 좋습니다."서리는 잔을 내려놓고 미소로 답했다."이제 좋은 소식만 들리면 더 바랄 것이 없겠군요."부인은 두 사람을 향해 말했으나, 답을 기다리는 눈은 서리에게 머물렀다. 곁에 앉은 여인도 고개를 끄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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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화 [봄빛] - 2 -

"왕실의 경사가 영안궁에만 머물러서야 되겠습니까."목가와 연이 닿은 가신 가문의 나이 든 대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이런 좋은 이야기가 오갈 때 함께 짚어야 할 일이 있지요. 태자 전하의 곁도, 이제 정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자리의 공기가 한 결 달라졌다."연택례 이후로 그 일이 미뤄져 있었으니, 왕실로서도 더 미룰 일은 아닐 듯합니다." 대신이 조심스레 덧붙였다. "마침 자리에 계시니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목가의 아가씨야 왕후께서 오래 곁에 두고 보신 분이고, 오늘 같은 자리에서도 저리 흐트러짐이 없으니, 태자 전하의 배필로도 손색이 없을 듯합니다."여러 시선이 목연에게로 향했다.목연이 부채를 조용히 접었다."과한 말씀이십니다." 목연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감히 오르내릴 자리가 아니지요."거절은 아니었다. 자리에 있던 이들도 그것을 알아들었다.목연의 시선이 아주 잠깐 이헌에게 향했다가, 왕후 쪽으로 옮겨갔다."그 아이의 됨됨이야 내 오래 보아 알지요." 왕후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만 이런 일은 서두를 것이 아닙니다."왕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은 곧바로 몸을 낮췄다."지당하신 말씀입니다."그때 이겸이 상 위에 놓인 서리의 손등을 가볍게 덮었다."언젠가 이 궁에도 좋은 소식이 들린다면 좋겠습니다."서리가 잠깐 이겸을 바라보았다. 손을 빼지는 않았다. 대신 옅게 웃으며 잔을 들었다.누군가 흐뭇한 웃음을 지었고, 화제는 자연스럽게 다른 쪽으로 흩어졌다.목연의 시선이 그 손 위에 잠시 머물렀다. 곧 눈을 돌렸다가, 다시 한 번 그쪽을 향했다.서리는 잔을 들며 방금의 흐름을 눈으로 따라갔다. 태자비 자리가 비었고, 목가가 그 자리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저 대신이 오늘 이 자리에서 그 말을 꺼낸 것도,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었다.이겸의 시선이 서리에게 한 박자 머물렀다가 지나갔다.이헌은 그 이야기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시선이, 한 번은 목연 쪽으로, 그러고는 다시 건너편 자리로 짧게 흘렀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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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화 [지운 자리] - 1 -

서리는 비단과 천 조각을 나란히 놓고 이겸을 기다렸다.이겸은 들어서자마자 그 앞에 앉았다. 등불을 끌어당겨 각도를 바꿔가며 두 실을 번갈아 들여다보았다.손끝으로 비단의 수실을 쓸어보고, 다시 조각 쪽으로 옮겨갔다."닮았군요.""같다고는 못 하겠습니다."서리가 말했다."조각 쪽은 흙을 오래 먹어서, 빛깔이 죽었습니다.물들인 결도 어긋났고요.""그렇다고 다르다고 할 수도 없고.""예."이겸이 손을 떼고 몸을 뒤로 물렸다."이런 실을 쓰는 곳이 왕후전뿐일 리는 없겠지요.""그렇습니다."서리가 답했다."귀한 물건일수록, 오히려 쓰는 집이 정해져 있습니다.어느 상단이 들여와서 어디로 가는지가요.""그 길은 부인이 더 빨리 찾겠군요.""바느질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늘 오갑니다."이겸은 잠시 조각을 내려다보다가 말했다."나는 그날의 명부를 다시 보겠습니다.이 조각과는 별개로, 아직 짚지 못한 것이 있으니."—바느질방 주인은 도성 안쪽에서 귀족가의 자수품을 오래 다뤄온 여인이었다.서리가 영안궁에서 왔다는 말에 여인의 낯빛이 먼저 굳었다.그러고는 서리가 내민 조각을 흘긋 보더니, 아예 두 손을 내저었다."저희는 궁에서 나온 물건은 손대지 않습니다.그런 건 만져본 적도 없고요.""궁의 물건이 아닙니다."서리가 담담히 답했다."어디서 나온 것인지 몰라 여쭈러 온 것입니다."여인은 그 말에도 미심쩍은 얼굴이었다.다만 조각을 받아 들고는 눈빛이 달라졌다.여인은 조각을 손바닥에 펼쳐놓고 한참을 만졌다.엄지로 바탕천을 문질러보고, 뒤집어 안쪽 결도 살폈다.그러고는 창가로 가져가 빛에 비췄다."이상하네요.""무엇이 말입니까.""이 실이야 제가 봐도 귀한 겁니다. 이런 건 아무나 못 써요."여인이 실 한 오라기를 손끝으로 밀어 올렸다."그런데 이 천이……"여인이 조각을 다시 뒤집었다."천도 싼 건 아닙니다. 여염집에서 흔히 쓰는 것보다야 낫지요.그런데 이 실을 살 만한 집에서 쓰는 천은 아닙니다. 실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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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9화 [지운 자리] - 2 -

같은 무렵, 이겸과 백우는 그날의 문적을 다시 펼쳐놓고 있었다."이 이름은 명부에만 있습니다."백우가 짚었다.차복이라 적힌 자리였다.백우는 그 명부를 옆으로 밀어두고 교대 기록을 펼쳤다. 차복과는 다른 이름이 적힌 줄을 짚었다. 실제로 물을 나르던 하인이었다."이자가 자리를 비운 경위는.""그날 급한 전갈을 받고 나갔습니다. 그 틈에 다른 자가 물을 나르는 하인으로 들어왔고요.""손영달의 권한으로 가능한 것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인의 배치와 교대를 정하고, 전갈을 보내 자리에서 뗄 수 있었습니다.""명부도 그자가 고쳤나.""그 기록은 문적을 맡은 쪽으로 넘어갑니다. 손영달이 직접 통행표를 내주는 것도 아니고요."이겸은 두 장을 나란히 당겼다. 교대 기록에 있던 하인의 이름과 명부의 차복을 차례로 짚었다."하인을 자리에서 빼는 것과, 명부에 없는 이름을 올리는 것은 따로 봐야겠군.""예. 명부만 보면 정해진 자가 들어온 것으로 보입니다."백우가 통행표를 내주고 거둔 기록을 그 아래 놓았다. 몇 칸이 비어 있었고, 몇 칸은 필체가 미세하게 달랐다.이겸은 차복이 적힌 줄을 따라가다 멈췄다. 이름 뒤의 먹이 다른 줄보다 짙었다."이쪽이 나중에 적힌 것인가.""먹빛만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붓을 다시 적셨을 수도 있습니다."이겸은 앞장을 넘겨 같은 칸들을 살폈다. 백우는 통행표 기록에서 해당하는 줄을 찾아 종이 끝을 접어두었다."이 표는 나간 기록만 있고 돌아온 칸이 비었습니다.""그날 비어 있는 것이 이것뿐인가.""아닙니다. 다른 표도 둘 있습니다. 돌려받지 못한 것인지, 적지 않은 것인지는 더 확인해야 합니다."이겸은 빈칸 옆에 손가락을 놓았다가 거두었다."손영달이 사람을 움직였다고 해도, 이것까지 그자의 손이라고 볼 수는 없겠군.""예. 명부에 이름을 넣고 통행표 기록까지 맞추려면 두 문서를 함께 볼 수 있어야 합니다.""그날 기록을 다룬 자들을 추려라. 명부만 본 자와 통행표만 맡은 자를 나눠서."백우가 따로 가져온 당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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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화 [빈자리] - 1 -

"또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냐."이헌의 목소리가 낮았다. 앞에 엎드린 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송구합니다. 친척 되는 이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물었으나, 그 뒤로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 합니다. 연고가 있다는 고을 두 곳도 사람을 보내 살폈습니다만—""없더냐.""예."이헌은 서안 위에 놓인 종이를 손끝으로 밀었다. 몇 달째 같은 자리에 같은 내용이 적혀 오는 종이였다."관청 기록은.""이주했다는 기록이 없습니다. 어디로 간다는 신고도, 호적을 옮긴 흔적도 없습니다.""집은.""그대로 비어 있습니다. 다만—"사내가 잠시 말을 골랐다."이웃들 말이, 어느 날 보니 사람이 없더랍니다. 짐을 싣는 것도, 나가는 것도 본 사람이 없다고요."이헌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멎었다."온 집안이 나가는데, 아무도 못 봤다는 게 말이 되느냐.""저희도 그것이 이상하여 몇 번을 다시 물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답만 돌아옵니다."사내가 조심스레 덧붙였다."그 집에 셈이 남아 있던 상인이 둘 있었는데, 받으러 갔더니 이미 비어 있었다 합니다. 빚을 떼먹고 야반도주를 했다기엔, 집이 너무 깨끗했다더군요.""깨끗했다.""예. 쓰던 세간까지 정갈하게 치워져 있었다고요."이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죽었다는 소문도, 도망쳤다는 소문도 없었다. 몰락했다는 말조차 없었다. 그런 일이면 도성 안에 반드시 말이 돌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아무 말도 돌지 않았다.담장 너머로 웃던 얼굴이 잠깐 스쳤다가 흩어졌다."내가 태자다."이헌이 말했다."태자의 사람들이 반년을 뒤졌는데, 집 한 채가 통째로 어디로 갔는지를 모른다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면목이 없습니다.""다시 가라."이헌이 종이를 밀어냈다."그 집 담장 하나까지 다시 봐라. 누군가 치웠다면, 치운 자가 있을 것이다."사내가 물러난 뒤에도 이헌은 한참을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찾고 싶은 마음보다, 찾지 못한다는 사실이 더 걸렸다. 누군가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사람 여럿을 흔적까지 지워냈다.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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