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이 무거웠다.하루 종일 같은 냄새를 맡고 있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향인지 제 옷에서 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서리는 마주 선 사람을 향해 절을 올렸다. 이헌도 같은 자리에서 몸을 낮췄다. 시종들이 물그릇을 받쳐 들었고, 두 사람은 차례로 손을 씻었다. 물이 미지근했다.방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소리는 거의 나지 않는데 시선만 가득했다. 서리는 손끝 하나 잘못 놓을까 싶어, 전날 밤까지 몇 번이고 외웠던 순서를 속으로 되뇌었다.잔이 세 번 오갔다. 처음 것은 각자, 다음 것은 자리를 바꾸어, 마지막 것은 같은 잔으로. 음식은 맛을 느낄 새도 없이 형식처럼 지나갔다. 무엇을 씹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절차를 외운 대로 따라가는 동안, 서리는 몇 번쯤 이헌 쪽을 곁눈질했다.그는 담담했다. 지루해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잔을 받을 때 손끝이 스쳤고, 그때 한 번 눈이 마주쳤다. 이헌이 아주 옅게 웃었던 것도 같았다.담당 상궁이 앞으로 나와 의식이 끝났음을 고했다.시종들이 소리 없이 물러가기 시작했다.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하나씩 멀어졌고, 마지막으로 문이 닫혔다.—둘만 남았다.이헌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잔을 내려놓고, 소매를 한 번 정돈하고, 서리 쪽으로 몸을 조금 돌렸다."하루가 길었지요.""예.""목이 아프겠습니다. 그 장식이 무거워 보이던데."서리는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손끝만 만지작거렸다. 그러다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목덜미가 뻐근했다.이헌이 웃었다. 이번에는 분명히 웃는 것이 보였다."저도 아침부터 한자리에 서 있었더니, 다리에 감각이 없습니다."서리는 그 말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올 뻔했다. 그러고 나니 온몸에 들어가 있던 힘이 조금 풀렸다.그 웃음이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고, 서리는 생각했다. 오늘 처음으로 든 생각이었다.그가 무언가 더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그때였다.—문밖에서 아주 낮은 소리가 났다.말이 아니었다. 손끝으로 문틀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짧게,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8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