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는 보름 뒤에 열렸다.궁의 후원 한쪽을 비우고 자리를 깔았다.왕후가 주재했고, 종친의 부인들과 나이 든 상궁 몇이 곁에 앉았다.가문의 어른들도 먼발치에 자리해 있었다.영애들이 넷 들어왔다.넷 다 눈에 띄었다.색을 아끼지 않은 옷과, 볕을 받으면 한 번씩 번쩍이는 장신구들.걸음걸이며 앉는 자세까지 여러 번 익힌 티가 났다.한 영애가 잔을 받으며 소매를 접는 손이 지나치게 곱게 움직였다.다른 영애가 그것을 보고 제 소매를 한 번 고쳐 잡았다.왕후가 하나씩 앞으로 불렀다.무엇을 배웠느냐, 집에서 무엇을 맡아 보았느냐 하는 물음이 오갔다.답은 대개 비슷했다. 글과 바느질을 익혔고, 어머니를 도와 살림을 보았다는 것.한 영애가 시문 이야기를 꺼내며 대답을 길게 끌었다.말을 마치고 나서 옆자리를 한 번 살폈다.그 옆의 영애가 곧 자세를 고쳐 앉았다.왕후는 답의 내용에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다만 답하는 동안 손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물음이 끝난 뒤 눈이 어디로 가는지를 보고 있었다.서리는 영안공의 부인이자 태자의 작은어머니 되는 사람으로 부름을 받아,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부인들 사이에서 오가는 말을 들으며, 서리는 그 자리를 눈으로 훑었다.목연은 가장 안쪽에 앉아 있었다.옷은 넷 중 가장 옅었다.장신구도 귀에 하나, 머리에 하나뿐이었다.그런데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잔을 받을 때도, 왕후가 물을 때도, 다른 영애가 웃을 때도 같은 높이였다.애써 눈에 들려 하지 않는 사람의 자세였다.차례가 오자 목연이 앞으로 나갔다."집에서는 무엇을 보았느냐.""어머니를 도와 안살림을 보았습니다.""그뿐이냐.""손님 치르는 일을 몇 해 맡았습니다." 목연이 답했다. "다만 아직 배우는 중이라, 내세울 만한 것은 못 됩니다."짧은 답이었다. 자리에 있던 몇이 그 답에 고개를 끄덕였다.목연은 물러나 앉은 뒤로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다만 한 번, 아버지가 앉아 있는 쪽으로 시선이 갔다가 곧 돌아왔다.그쪽에서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9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