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 대답 대신 통화를 녹음한다는 안내부터 켰다. 작업실 화면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초음파 사진이 궁전처럼 지어진 기념관 조감도 위에 떠 있었다.“원단, 보험, 대관을 막은 사람이 당신이라는 뜻이네요.”잠깐 침묵이 흘렀다.“네가 한주를 공격하지 않았다면 필요 없던 조치야.”“고객 신체 사진을 광고에 쓴 것도, 아이들 얼굴을 팔아도 된다고 승인한 것도 내 탓이고?”“난 회사를 지켜야 했어.”“그러니까 계속 지켜요. 난 안 돌아갑니다.”이경은 전화를 끊었다.화면 속 한주 회장은 태아 명의로 백억 원 신탁을 설정한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문혜란은 세라의 배에 손을 얹었고, 태준은 바로 옆에서 후계자 선언문에 서명했다.기념관에는 출생실, 첫돌 전시관, 후계자 교육실까지 그려져 있었다. 아이가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하기 전에 한주가 평생의 이름표부터 붙였다.기자가 물었다.“친자 논란이 끝나지 않았는데 신탁을 서두르는 이유가 뭡니까?”태준은 준비된 문장을 읽었다.“혈연을 흔드는 공격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이경은 그 말에서 봄을 떠올렸다. 태준은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곱 해 키운 아이를 사진 밖으로 밀었다. 이제는 피가 아닐 수 있는 아이를 회장 자리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혈연이라 불렀다.기준은 가족이 아니었다. 언제나 자기 이익이었다.발표 뒤 한주 공식 계정에는 더 노골적인 광고가 올라왔다.‘전통 가족을 지키는 한주, 가족을 해체하는 월백.’소담의 합성 영상과 재혼가족 사진이 모자이크도 없이 이어졌다. 봄이 학교 앞에서 얼굴을 가리던 장면까지 들어 있었다.광고 심의 담당자는 아동 얼굴과 ‘가족 해체’ 표현을 빼라고 권고했다. 태준은 수정 전후 시안을 모두 열어 본 뒤 원본 집행을 승인했다.‘논란이 커야 월백 쇼 후원이 빠집니다.’그가 남긴 답변이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한 가족 선언이라는 말과 달리, 다른 아이 얼굴을 공격 도구로 쓰는 것까지 계산했다.광고가 나간 뒤 쇼의 아동 출연자 두 명이 빠졌다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23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