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가족사진에서 내 딸을 밀어내고 임신한 불륜녀를 후계자의 어머니로 세운 남편에게, 나는 생중계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 “축하해, 여보. 그런데 그 아이, 당신 아이 아니잖아.”
查看更多“서봄 양은 가족사진에서 빠져 주시죠.”
촬영 감독이 일곱 살 아이의 어깨를 밀어냈다.
이경은 단상 아래로 비틀린 봄의 구두부터 보았다. 아이가 넘어지기 전에 팔을 뻗었지만, 검은 정장의 경호원이 두 사람 사이를 막았다.
한주호텔 창립 오십 주년 기념식이었다. 재계 인사와 기자 삼백 명, 생중계 카메라 열두 대가 황금빛 단상을 향하고 있었다.
그 중앙에 남편 강태준이 섰다.
그의 팔을 잡은 사람은 이경이 아니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임신 스무 주의 백세라가 한 손으로 불룩한 배를 감쌌다. 목에는 이경의 어머니가 만든 진주 장식이 걸려 있었다.
사회자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한주의 새로운 가족, 후계자의 어머니 백세라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
박수가 터졌다.
대형 화면에는 미리 편집된 가족 영상이 재생됐다. 태준과 세라가 아기 침대를 고르고, 혜란이 태교용 구두를 선물하는 장면이었다. 촬영 날짜는 지난달이었다.
그날 이경은 한주 웨딩의 겨울 컬렉션을 마감하느라 지하 작업실에서 사흘째 밤을 새우고 있었다.
화면 마지막에는 네 사람의 가상 가족사진이 떴다. 태준, 세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 혜란.
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잘려 있었다.
봄이 이경의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엄마, 나는 가족 아니야?”
아이는 크게 묻지 않았다. 그래서 이경에게는 더 선명하게 들렸다.
태준은 그 목소리를 들었다. 시선이 잠깐 봄에게 닿았다가 카메라의 붉은 불빛으로 돌아갔다.
“오늘부터 세라 씨는 한주 웨딩의 수석 디자이너로도 함께합니다.”
그가 직접 덧붙였다.
기자 한 명이 소리쳐 물었다.
“강 대표님, 기존 총괄 디자이너는 누구였습니까?”
태준은 한 박자도 쉬지 않았다.
“한주 내부 디자인팀이 공동으로 수행했습니다. 특정 개인의 공은 아닙니다.”
이경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새벽마다 태준이 가져온 수정본, 체형이 다른 신부들의 메모, 행사 직전 터진 솔기를 꿰맨 손가락. 공동이라는 말 안에 묻힌 것은 늘 그녀의 밤이었다.
세라는 화면 속 대표 드레스를 가리켰다.
“제가 한주 가족이 되기 전부터 태준 씨와 영감을 나눴어요. 앞으로는 제 이름으로 더 젊은 감각을 보여 드릴게요.”
저 드레스의 치맛단에는 이경이 어머니에게 배운 초승달 바느질이 숨어 있었다. 세라는 안쪽을 한 번도 본 적 없으면서 창작자처럼 웃었다.
이경이 일곱 해 동안 이름 없이 만든 드레스들이 행사장 양옆에 늘어서 있었다. 한주의 대표작이라 불린 열두 벌이었다. 어느 설명판에도 서이경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세라가 배를 쓰다듬으며 마이크를 받았다.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완전한 가족이 되겠죠.”
봄의 손끝이 차가워졌다.
이경은 경호원의 팔을 밀어내고 단상으로 걸어갔다.
“서 대표님, 생방송 중입니다.”
홍보팀장이 길을 막았다.
“알아요.”
이경은 그의 손에서 보조 마이크를 빼냈다. 스피커가 짧게 울었다.
태준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신이 선택한 가족을 축하하러 왔어.”
이경은 세라의 배를 보지 않았다. 아이는 아무 죄가 없었다. 그녀가 바라본 건 결혼 전 진단서를 함께 읽고도 칠 년 동안 침묵한 남자였다.
“축하해, 여보.”
카메라가 이경의 얼굴을 당겼다.
“그런데 그 아이, 당신 아이 아니잖아.”
행사장이 얼어붙었다.
실시간 댓글이 화면 아래에서 폭발했다. 사회자가 마이크 전원을 찾았지만 이미 전국으로 송출된 뒤였다.
세라의 손이 배 위에서 멈췄다.
“무슨 소리예요? 태준 씨, 저 여자 좀—”
“강태준 씨는 결혼 전에 무정자증 확정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경은 병명을 낮고 분명하게 말했다.
태준이 마이크를 잡으려 다가왔다.
“그만해.”
“당신 어머니가 나를 불임 며느리라고 부를 때도 그 말을 했어야지.”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집?”
이경은 단상 끝에 혼자 서 있는 봄을 돌아봤다.
“당신은 방금 그 집에서 내 딸을 밀어냈어.”
기자석에서 질문이 쏟아졌다.
“백세라 씨의 아이 친부는 누구입니까?”
“강 대표는 진단 사실을 인정합니까?”
“서이경 씨를 불임이라고 발표한 재단 자료는 허위였습니까?”
혜란이 무대 옆에서 목을 그었다. 홍보팀장이 태준에게 중단 승인 화면을 내밀었다.
‘생중계 종료 시 후계자 공개 행사 전면 실패. 즉시 종료하시겠습니까?’
태준은 이경과 봄을 한 번씩 보았다. 그리고 ‘승인’을 눌렀다.
스피커가 꺼지는 순간에도 그의 입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법무팀을 불러.”
가족보다 회사를 고르는 데 걸린 시간은 삼 초였다.
태준은 홍보팀장을 향해 손짓했다. 송출 화면이 한주 로고로 바뀌었지만 현장 기자들의 휴대전화는 그대로 켜져 있었다.
“행사를 중단합니다.”
그 순간 이경의 휴대전화에 메일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한주 법무팀이었다.
‘이혼 합의서.’
첨부 파일을 연 이경의 눈이 한 문장에서 멈췄다.
재산 분할표보다 먼저 적힌 조항이었다. 월백의 향후 디자인권은 한주가 우선 협상하고, 이경은 혼인 중 알게 된 의료정보를 평생 발설하지 않는다. 그 아래에 아이의 거처가 거래 조건처럼 붙어 있었다.
‘피입양아 서봄은 가문 이미지 보호를 위해 해외 시설에 위탁한다.’
마지막 장 아래에는 이미 강태준의 전자서명이 찍혀 있었다.
“저 숫자는 제 보조기 일련번호예요.”서진이 한주 영상을 멈췄다.검은 마커로 가렸지만 마지막 네 자리가 남아 있었다. 가족과 병원 직원이라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서진의 직장 동료가 이미 메시지를 보냈다.‘혹시 영상 속 신부 선생님이에요?’그 한 줄로 익명은 끝났다. 서진은 다음 주 환자 교육 강의를 취소했다. 몸의 기록이 알려진 것보다 동료들이 말하지 못한 채 자신을 확인하는 시선이 더 견디기 어렵다고 했다.“삭제돼도 저 사람 머리에서는 안 지워지겠죠.”이경은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유출 사실과 남은 복제본 수를 그대로 기록했다.세라의 ‘유니버설 드레스’ 안쪽 도면에는 오른쪽 무릎의 가동 각도와 통증 발생 시간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누구에게나 맞는 옷이라면서 한 사람의 몸을 통째로 훔쳤다.이경은 한주에 삭제와 공개 중단을 요구했다. 개인정보 담당자는 위험성을 인정했지만 최종 결재가 보류됐다고 했다.“누가 보류했습니까?”잠시 침묵 뒤 답이 왔다.“강태준 대표님입니다.”한주 본사에 도착했을 때 태준은 세라의 출시 행사를 검토하고 있었다.행사 기획서에는 보조기 사용자 모델 열 명을 세워 ‘한계를 넘어 걷는 신부’로 연출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모델에게 실제 설계가 맞는지 확인한 기록은 없었다.“이 패턴은 한 사람에게 맞춘 겁니다. 양산하면 다른 몸을 비틉니다.”“공장 패턴사가 조정할 거야.”“원리를 모르는 채 사이즈만 키우면 더 위험해.”세라는 손톱으로 기획서 표지를 두드렸다.“사람들은 원리보다 이야기를 사요. 월백은 한 명 붙들고 두 달 쓰지만 한주는 천 명에게 기회를 줄 수 있고요.”세라에게 고객은 또 하나의 화면 배경이었다.이경은 서진의 요청서를 세라 앞에 놓았다.“고객이 삭제하라고 했어.”“소송 중인 디자인의 선행 자료라 보존해야 해.”“보존과 공개는 달라. 모델 번호와 의료 치수까지 영상에 나갔어.”법무팀장이 경고 의견을 냈다.“민감정보 무단 이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영상을 내리고 접
“신부 입장은 꼭 걸어서 해야 하나요?”윤서진이 상담 의자 옆에 지팡이를 세웠다.오른쪽 다리에는 무릎부터 발목까지 보조기가 있었다. 한주에서 받은 기존 스케치는 풍성한 치맛자락으로 장치를 완전히 가리는 디자인이었다.“가족분들은 걸어 들어오길 원하시나 봐요.”“기적처럼 보일 거래요.”서진은 마른웃음을 지었다.“저는 이미 매일 걸어요. 다만 오래 서면 통증이 오고, 급하게 돌면 무릎이 잠겨요. 결혼식에서까지 누군가 감동하라고 버티고 싶지는 않아요.”서진의 어머니는 상담실 밖에서 계속 전화했다. 화면에 ‘이번만 참고 걸으면 평생 사진이 남는다’는 메시지가 떴다.“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안 하면 작업실로 올 사람이에요.”서진은 짧게 ‘내가 정할게’라고 보내고 휴대전화를 껐다.이경은 가족과 함께 다시 상담하는 선택을 제시했지만 서진은 오늘만큼은 혼자 결정하고 싶다고 했다. 동행하지 않은 가족의 뜻을 드레스 요구사항에 몰래 넣지 않았다.이경은 줄자를 내려놨다.“어떤 식으로 들어가고 싶으세요?”“아직 모르겠어요. 지팡이를 쓸 수도 있고, 중간부터 의자에 앉을 수도 있어요. 아픈 날이면 처음부터 앉고요.”김수아의 소매가 떠올랐다. 마음이 바뀌어도 완성되는 옷이 필요했다.이경은 서 있는 치수부터 재지 않았다. 낮은 받침대와 팔걸이 의자를 놓고 서진이 평소 하는 동작을 보여 달라고 했다.앉기, 일어나기, 오른쪽으로 돌기, 지팡이를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기기.“치마를 손으로 들 수 있어야 해요.”“들어 올리는 고리를 안쪽에 달죠.”“손목 힘이 빠질 때도 있어요.”“그럼 고리만으로는 안 되겠네요.”처음에 이경은 치맛자락 안쪽으로 보조기를 완전히 숨기는 덮개를 그렸다. 서진이 그림을 보고 물었다.“왜 보조기를 안 보이게 하셨어요?”“사진에서 시선이—”이경은 말을 멈췄다. 한주가 수아의 흉터에 했던 판단을 자기도 반복하고 있었다.“또 먼저 정했네요. 보이게 둘까요?”“장치는 보여도 괜찮아요. 천이 걸리지만 않으면요.”이경은 덮개를
“복귀 조항은 삭제해 주세요.”이경이 최종 합의서 마지막 문장을 두 줄로 그었다.태준은 조정실 맞은편에서 펜을 굴렸다.“마지막 선택지는 남겨 두자는 뜻이야.”“당신 선택이지 내 선택이 아니야.”합의서에는 대저택 지분과 거액 위자료가 적혀 있었다. 이경은 대저택을 포기하고 자신이 낸 초기 자금과 법정 몫만 받았다.대신 월백 상표·원도안·완제품 소유권, 직원 미지급 수당, 고객 기록 분리, 봄의 정보와 학교 위치 비공개 조항을 한 줄도 양보하지 않았다.태준이 금액표를 두드렸다.“이 돈이면 다시 시작할 필요도 없어.”“다시 시작하려고 필요한 것만 받는 거야.”“월백이 얼마나 버틸 것 같아? 원단도 사람도 장소도 한주가 만들었어.”“그렇다면 내가 나간 뒤에도 잘되겠지.”태준의 손이 멈췄다.월백 직원 열 명의 야근수당과 익명 처리됐던 제작 기여도도 별첨됐다. 한주는 서른 날 안에 각 직원 이름으로 지급하고, 과거 수상 기록을 정정해야 했다.“집안일 도운 사람들까지 창작자로 올리겠다는 거야?”“당신은 아직도 일을 도움이라고 부르네.”이경은 직원들이 남긴 공정 기록을 펼쳤다. 누가 패턴을 수정했고 누가 새벽 수선을 맡았는지 날짜와 서명이 있었다.조정위원이 태준에게 물었다.“내용을 이해했고 자발적으로 서명합니까?”법무팀장이 귓속말했다.“직원 정정 범위는 향후 수상 취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축소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태준은 경고를 들은 뒤 이경을 봤다.“돌아오면 이 정정도 필요 없어.”“그 말을 하는 한 당신은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거야.”태준은 끝내 서명했다. 사과해서가 아니라 오늘 이혼이 미뤄지면 더 많은 서류가 공개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다.합의가 조정조서에 적히는 순간 법적 효력이 생겼다.칠 년의 혼인은 종이 한 장 넘기는 소리와 함께 끝났다.이경은 전자 이혼 신고가 접수됐다는 알림을 확인했다. 곧 갱신될 증명서에서 배우자 칸은 비어도, 봄의 모친 칸은 전과 똑같이 서이경일 터였다.무언가를 잃은 종이와 아
“봄아, 엄마를 좋아한다고 말해야 집에 갈 수 있어?”아이의 질문에 조사실이 조용해졌다.한주 기사 댓글에서 본 문장이었다. ‘입양아가 직접 행복하다고 증명하면 된다.’이경은 무릎을 굽혀 봄과 눈을 맞췄다.“아니. 외운 말은 하나도 안 해도 돼. 싫으면 대답하지 않아도 되고.”조사관은 보호자와 아이를 따로 면담하겠다고 했다. 이경은 봄에게 어떤 답이 유리한지 설명하지 않고, 문밖에서 기다릴 사람만 고르게 했다.“정 실장 이모가 좋아.”봄은 선우가 아니라 오래 알고 지낸 정 실장을 골랐다. 선우는 서운한 표정 없이 대기실 끝에 앉았다.이경의 면담에서는 작업 시간, 주거 환경, 학교 출석, 병원 기록을 확인했다.“아이가 밤늦게 작업실에 머문 적이 있습니까?”“있습니다. 납기 직전 제가 돌봄을 따로 구하지 못한 날들이었습니다.”“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습니까?”“그래서 지금은 근무 상한과 돌봄 일정을 분리했습니다. 잘했다는 뜻은 아닙니다.”완벽한 엄마처럼 보이려고 과거를 지우지 않았다.“강태준 씨가 아이를 양육했습니까?”“같은 집에 살았고 생활비를 부담했습니다. 학교 행사에는 주로 촬영이 있을 때 왔습니다. 법적 공동입양은 일곱 번 미뤘습니다.”“아이와 만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요?”이경은 해외 위탁 조항, 학교 촬영, 허위 신고 승인서를 냈다.“호칭을 가졌다는 이유로 아이 정보를 사용할 권리는 없습니다.”봄의 면담은 사십 분 뒤 끝났다. 조사관은 구체적인 대답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아이가 시설로 보내질까 반복해서 두려워하고, 카메라와 문 두드리는 소리에 불안 반응을 보인다고 했다.“가족 갈등 노출을 줄이고 상담을 이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이경은 그 말을 기록했다. 신고가 기각되는 것만으로 봄이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었다.조사관들은 작업실과 집을 확인했다. 봄의 방, 약 보관함, 학교 준비물, 빨간 비상 가방까지 봤다.“가방은 왜 세 곳에 있습니까?”“신생아 때 응급실을 자주 다녔습니다. 제가 불안해서 만들었고,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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