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축하해, 여보. 그런데 그 아이 당신 아이 아니잖아: Capítulo 71 - Capítulo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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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 거짓말의 일부만 고백했다

“저는 결혼 전부터 무정자증 진단을 알고 있었습니다.”강태준은 기자회견 첫 문장으로 가장 오래 숨긴 사실을 꺼냈다.날짜가 찍힌 진단서가 화면에 떴다. 이경과 혼인신고를 하기 넉 달 전이었다.“그럼 왜 서이경 씨가 불임으로 모욕받게 뒀습니까?”“후계자로서 결함이 있다고 낙인찍히는 것이 두려웠습니다.”“가짜 친자 계약도 알고 있었습니까?”태준은 준비한 원고를 내려다봤다.“백세라 씨의 아이가 제 친자가 아닐 가능성을 인지했습니다. 그럼에도 가족의 압박 속에서 아버지 역할을 받아들이려 했습니다.”거짓말을 인정하는 문장 안에 ‘가능성’과 ‘가족의 압박’이 방패처럼 들어갔다.기자가 물었다.“법원 결과 뒤에도 후계자 게시물을 내리지 않은 이유는요?”“혼란 속에서 아이를 버리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 판단은 잘못이었습니다.”그는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월백 고객 이름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윤서진 씨 의상 치수 변경, 미성년자 사진 유출과 합성 음성 제작도 승인했습니까?”태준의 변호사가 마이크를 당겼다.“현재 수사 중인 별개의 사안입니다.”태준이 다시 답했다.“세부 실행은 백세라 씨와 문혜란 이사장 측 실무진이 독단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저는 일반 홍보 예산과 사업 지속만 승인했습니다.”“법무 경고를 열람한 기록이 있습니다.”“보고서에 고객별 불법 행위가 명시됐는지는 감식이 필요합니다.”그는 자기가 불리한 사생활은 인정했다. 회사와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서는 정확히 멈췄다.회견문 마지막에는 ‘서이경 씨에게 상처 준 점을 사과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여덟 고객과 봄, 사고를 당한 직원은 이름도 사건 번호도 없이 ‘관련된 분들’로 묶였다.사과의 범위를 흐리면 책임의 주인도 흐려졌다.회견 뒤 법률 해설자는 ‘선택적 자백’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다른 방송은 ‘불임의 아픔까지 밝힌 재벌의 뒤늦은 책임’이라는 자막을 달았다.태준 측이 사들인 검색 광고에는 눈물 고인 정지 화면이 반복됐다.한주 이사회는 수사 결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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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 돌아오라는 마지막 계약

계약서는 마흔여덟 쪽이었다.첫 장에는 지분 삼십 퍼센트와 독립 경영권이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장에는 밀린 디자인 보수 전액 지급, 월백 직원 고용 승계, 서봄의 학교 보안 지원이 붙었다.읽을수록 선물은 족쇄로 바뀌었다.이경은 민형사상 청구를 취하한다.윤재민 및 수사기관에 추가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여덟 고객 사건을 한주 내부 분쟁으로 규정하고 외부 발언을 중단한다.고객의 사진, 치수, 의료·가족 정보에 관한 모든 원본과 복제본을 한주에 반환한다.해외 ‘월백’ 상표와 판매망은 한주 자회사에 귀속한다.정 실장이 마지막 장을 넘기다 헛웃음을 냈다.“우리를 데려오는 게 아니라 증거를 데려가겠다는 거네요.”“고객 비밀유지 동의까지 제가 대신 보장하게 돼 있어요.”이경은 계약서에 답부터 쓰지 않았다.고객별로 자기 사건과 연결된 조항만 잘라 대리인에게 보냈다. 월백 복귀에 찬성해 달라고 묻지 않았다. 침묵할 권리를 한주에 넘겨도 되는지만 물었다.김수아의 답은 짧았다.‘내 영상은 한주 물건이 아니에요.’윤서진은 치료 기록 반환에 반대했다.‘삭제 여부를 가해 회사가 결정하게 할 수 없습니다.’한지원은 계약 해지의 대가로 자신의 취소 경험을 비밀로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 오미라는 이미 공개하지 않기로 한 고인의 이름을 한주가 ‘관리’한다는 문장부터 거부했다.영숙은 손해배상을 받되 말할 권리는 팔지 않겠다고 했다.하린과 란은 공동 창작 기록의 소유권을 한 회사에 넘기지 않았다. 주희와 우진은 아이들 사진 원본을 반환이 아니라 완전 삭제해야 한다고 답했다.소담은 수어 영상으로 보냈다.‘내 목소리를 훔친 회사가 침묵까지 소유하게 할 수 없어요.’여덟 답은 이경이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는 찬반표가 아니었다. 각자 자기 경계를 결정한 기록이었다.이경은 봄에게는 마흔여덟 쪽을 보여 주지 않았다. 상담사와 상의해 아이와 관련된 두 조항만 쉬운 말로 설명했다.“한주가 학교 경비를 대 주는 대신 엄마가 그 회사로 돌아오래.”봄은 한참 색종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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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 혼자 켠 월백의 불

“판매를 즉시 중지하지 않으면 해외 매출 전액을 가압류하겠습니다.”복귀 계약을 돌려보낸 다음 날, 전날 도착한 통지서의 조치가 실제로 시작됐다.발신인은 싱가포르의 ‘문화이트 브라이덜 홀딩스’였다. 해외몰마다 판매 중지 표시가 붙었고, 영문 표기뿐 아니라 초승달과 매화가 겹친 문장까지 월백과 같았다.등록일은 여섯 해 전이었다.이경이 한주 안에서 이름도 없이 도안을 고치던 때였다.“한주 복귀를 거절한 날 바로 왔어요.”정 실장이 이를 악물었다.“우연일 리 없죠.”이경은 통지서를 접지 않았다. 분노부터 증거로 남기듯 한 장씩 촬영했다.다음 날은 월백 독립 매장 개장일이었다.철거도 못 한 낡은 재단대, 벽 한쪽에 그대로 드러난 벽돌, 직원들이 직접 칠한 문. 화려한 리본 대신 출입구에는 고객이 고른 세 가지 높이의 손잡이가 달렸다.첫 회의에서 이경은 지분 계약서를 내밀었다.“직원 참여지분 18퍼센트입니다. 받고 싶은 사람만 받습니다.”막내 재봉사가 손을 들었다.“대표님이 준 지분이면 대표님 의견에 찬성해야 하나요?”“아니요. 오히려 제가 원칙을 바꾸려 할 때 막으라고 만드는 지분이에요.”촬영 없는 피팅, 미성년 고객의 별도 동의, 치수 이중 확인, 취소할 권리, 공동 창작자의 이름. 여덟 고객에게 배운 원칙은 정관 부속서에 들어갔다.대표 혼자 없앨 수 없도록 직원 의결권 삼분의 이가 있어야 수정되는 조항도 붙였다.정 실장이 물었다.“회사에 손해가 나면요?”“그래서 오늘 서명하지 않습니다. 외부 노무사 설명을 따로 듣고, 지분 대신 성과급을 골라도 돼요. 좋은 뜻이라는 말로 위험까지 떠넘기지 않을게요.”첫 표결에서 이경의 안은 바로 부결됐다.해외 주문을 받기 위해 야간조를 만들자는 안이었다.“지금은 낮 주문도 벅찹니다.”“상표 분쟁 때문에 끊기기 전에 물량을 빼야 하지 않을까요?”“고객 불안을 이용해 서두르면 한주와 다를 게 없습니다.”직원들의 반대 앞에서 이경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회의록에 적었다.‘대표안 부결. 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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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 도움을 빚으로 만들지 않는 사람

“월백 지분을 담보로 잡지 않겠습니다.”선우는 투자계약서가 아니라 세 묶음의 서류를 내려놓았다.첫째는 로안이 월백에 지급하지 않았던 접근성 자문료. 둘째는 상표 전문 법무법인 명단. 셋째는 개인적인 편지였다.“섞지 말고 하나씩 보죠.”이경은 편지부터 밀어냈다.“급여가 닷새 남았다고 들었어요.”“정 실장님이 말했습니까?”“거래처가 외화계좌 정지 사실을 알려 왔습니다. 월백 안에서 들은 정보는 아닙니다.”선우는 자문료 산정표를 펼쳤다. 월백이 만든 취소 조항과 촬영 동의 절차를 로안 예식장 여섯 곳이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원래 지급했어야 할 노동 대가입니다. 호의도 선지급도 아닙니다.”이경은 금액을 훑었다.급여는 맞출 수 있었다. 그러나 액수가 너무 컸다.“고객 사례 한 건당 비용은 빼세요. 그 사연은 우리가 팔 수 있는 자산이 아니에요.”“교육 시간과 적용 지점 수로 다시 계산하겠습니다.”“지급 뒤 로안이 월백 이름을 공동 사용한다는 문장도 삭제하고요.”“동의합니다.”이경은 도움을 받되 조건을 정했다. 법무법인도 선우가 고른 한 곳에 맡기지 않고 세 곳에서 의견을 받기로 했다. 비용은 월백이 내고 로안이 가진 해외 계약 자료는 정식 증거제공 계약으로 받는다.“내 사건을 대신 싸우지 마세요.”“그러지 않겠습니다.”선우는 곧장 대답했지만 이경은 마지막 서류를 가리켰다.“그럼 이 편지는 왜 가져왔어요?”그가 잠시 손을 멈췄다.“제가 왜 처음 서 대표를 도왔는지 다시 적었습니다.”네 해 전, 선우의 의붓여동생 유나는 폭력을 행사한 약혼자와 결혼할 뻔했다. 가족들은 예민한 신부의 불안으로 치부했고, 선우도 처음에는 ‘식이 끝난 뒤 이야기하자’고 했다.멍을 본 이경만 피팅실 문을 잠글 수 있게 해 줬다.“서 대표가 경찰을 부르는 동안 저는 체면이 무너질까 봐 십 분을 망설였습니다.”“그날 도망친 사람은 유나 씨예요. 내가 구한 서사로 만들지 마세요.”“압니다. 그래서 이 빚은 유나에게도, 서 대표에게도 갚는다는 말을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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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 해외 주문서의 낯선 도장

“이 도장은 우리 것이 아니에요.”이경은 주문서를 확대했다.초승달 아래 매화 세 송이. 어머니가 쓰던 월백 직인은 꽃잎이 오른쪽으로 기울었지만, 서류 속 꽃잎은 반듯했다.너무 반듯해서 더 낯설었다.주문 날짜는 여섯 해 전 3월 18일이었다. 이경이 결혼 뒤 한주 웨딩의 창고 같은 디자인실로 밀려난 첫해였다.파리의 편집숍에 월백 드레스 스물네 벌을 납품한다는 계약이었다.“그때 월백은 해외 판매를 한 적이 없어요.”정 실장이 장부를 넘겼다.“국내 주문도 대표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멈췄고요.”그런데 주문서에는 월백 대표로 ‘서명경’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 서명희의 ‘명’과 서이경의 ‘경’을 섞은 이름이었다.이경은 웃지 못했다.“사람 이름까지 짜깁기했네요.”프랑스 편집숍은 이미 폐업했다. 남은 법인 주소는 우편함뿐이었다. 주문서 끝에는 한주상사 유럽법인의 지급보증 코드가 붙어 있었다.보증이 실행된 기록도 있었다.월백이 납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주 유럽법인이 48만 유로를 대신 지급했고, 그 대가로 해외 상표와 디자인 사용권을 가져갔다.“존재하지 않은 주문을 못 지켰다고 보증금을 낸 겁니까?”직원이 물었다.“그리고 채권 대신 이름을 가져갔죠.”이경은 날짜를 따라갔다.계약 당일, 태준의 임원 계정에서 ‘브랜드 잠금 완료’라는 한 줄짜리 결재가 났다. 하지만 첨부파일은 삭제돼 있었다.세라가 한주에 들어오기 전이었다.더 오래 준비된 함정이었다.이경은 태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먼저 당시 통역자, 운송사, 공증인 명단을 만들었다.“왜 강태준에게 바로 묻지 않습니까?”법무팀이 물었다.“그가 대답을 준비할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아요. 문서가 먼저 말하게 할 겁니다.”프랑스 운송사에서 회신이 왔다. 드레스 스물네 상자는 파리로 간 적이 없었다. 부산 보세창고에서 홍콩으로 목적지가 변경됐다.수령인은 문화이트 브라이덜의 전신 회사였다.직원들이 술렁였다.“실물이 있었던 거예요?”“월백에서 만든 실물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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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 이름이 두 개인 신부

“어느 이름을 드레스에 넣어야 할지 모르겠어요.”아홉 번째 고객 윤가람은 커다란 여행가방을 끌고 월백으로 들어왔다.한국에서 태어난 이름은 윤가람. 여섯 살에 미국으로 입양된 뒤 양부모가 준 이름은 그레이스 밀러였다.청첩장에는 두 이름이 함께 적혀 있었다.Grace Miller · 윤가람.“미국 가족은 그레이스라고 불러요. 친생가족을 찾고 나서는 가람이라는 이름도 좋아졌고요. 그런데 양쪽에서 하나만 진짜라고 해요.”이경은 상담지를 꺼냈다.“한국 예식에는 가람만 겉에 새기고 그레이스는 안감에 숨기죠. 미국 피로연에서는 덧치마를 뒤집어 반대로 보이게 하고요.”가람의 표정이 굳었다.“결국 장소마다 한쪽을 숨기라는 뜻이네요.”이경의 펜이 멈췄다.고객의 두 삶을 배려한다고 생각했다. 실은 보기 좋게 나눠 놓고 있었다.“맞아요. 제가 편한 방식으로 정리하려 했습니다.”변명하지 않고 상담지를 새로 꺼냈다.“두 이름이 동시에 보이길 원합니까?”“네. 그런데 반반으로 잘라 붙인 드레스도 싫어요. 제 인생이 절반씩인 건 아니니까.”“어느 이름을 누가 지어 줬는지 설명할 의무도 없고요?”가람이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냥 둘 다 저예요.”“예식 서약에는 어느 이름을 쓸 건가요?”“그것도 하나만 고르래요. 법적 이름은 그레이스지만 한국 가족은 가람으로 서약해야 진심이라고 하고요.”이경은 서약서까지 디자인으로 정리하려던 메모를 지웠다.“옷이 그 갈등의 정답인 척하지 않게 할게요. 사회자와 법률 서류는 따로 협의하고, 드레스에는 가람 씨가 보고 싶은 방식만 남깁시다.”이경은 이름을 장식으로 쓰기 전에 소리와 글자를 물었다. 영문 필기체, 한글 자모, 발음할 때 가슴에 남는 느낌까지.가람은 드레스 겉면에 큰 글자를 새기는 건 원하지 않았다.“사람들이 또 이름의 의미부터 물을 테니까요.”“그럼 본인이 볼 수 있는 곳은요?”두 사람은 안감에 두 이름을 한 줄로 잇되 가운데 점도 사선도 넣지 않기로 했다. 어느 쪽도 번역이나 부연이 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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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 이미 팔리고 있는 월백

“이 사진은 지금 여기서 찍혔어요.”가람이 화면과 상담실을 번갈아 봤다.사진 각도는 드레스가 걸린 옷걸이 높이였다. 직원이 전자 태그를 투명 봉투에 넣자 안쪽 금박 사이로 바늘구멍만 한 렌즈가 드러났다.해외 판매자가 관리용이라고 붙인 택은 촬영장치였다.동작 감지식 렌즈와 초박형 배터리, 전송용 이심이 들어 있었다. 전원은 드레스 커버의 위장 충전단자에서 공급됐다.이경은 문부터 잠그지 않았다.“가람 씨, 지금 이 방에 남아 있어도 되고 먼저 나가도 됩니다. 경찰 신고와 사진 삭제 요청도 각각 고를 수 있어요.”“신고할게요. 그런데 제 이름과 입양 이야기가 또 기사에 나오는 건 싫어요.”“월백 사건의 증거가 되려면 얼굴을 공개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가람은 대리인 진술과 비공개 증거제출을 골랐다. 이경은 직원들 휴대전화부터 걷지 않았다. 누가 유출했는지 의심하기 전에 상담실 출입 기록과 공유기 접속 목록을 보존했다.장치는 가람이 미국에서 드레스를 받을 때부터 켜져 있었다.두 달 동안 가람의 침실, 호텔, 피팅 모습이 해외 서버로 전송됐다. 광고에 공개된 것은 열두 장이었지만 서버 목록에는 영상 백여 개가 더 있었다.가람은 의자에 앉아 손을 떨었다.“가짜를 산 제가 바보였던 거죠?”“아니요. 정식 매장처럼 꾸민 곳이 속인 겁니다.”“처음엔 예뻤어요. 그래서 친구들에게도 추천했어요.”“좋아했던 마음까지 가해자에게 줄 필요 없습니다. 환불받고도 그때 예뻤다고 느낀 건 가람 씨 것이에요.”이경은 드레스를 증거로 전부 넘길지, 촬영장치만 떼어 낼지 선택지를 설명했다. 가람은 예식 전까지 옷을 고쳐 입고 싶다고 했다.“그럼 수선과 증거 채취를 동시에 진행하겠습니다. 경찰에도 고객 사용권을 먼저 보장해 달라고 요청할게요.”검색은 더 끔찍했다.뉴욕, 파리, 호찌민, 두바이. 월백 간판을 단 매장이 열네 곳이었다. 온라인 상품은 삼백 벌이 넘었다.수아의 탈착식 소매, 서진의 보조기 여유선, 소담의 빛 단추가 이름만 바뀐 채 팔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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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 어머니가 서명하지 않은 계약

“원본을 확보했습니다.”해외 계좌가 묶인 채 여섯 주가 흘렀다. 국내 수선·복원 매출은 임금과 임차료만 메웠고, 고객 손실금은 채무로 남았다.그사이 재민의 인지·양육 심리는 사업 사건과 분리돼 이어졌다. 아기의 신상과 거처 관련 기록은 봉인됐다.계약서의 중재조항에 따라 국제중재기관에 제출된 봉인 원본이 도착했다.문화이트 측이 월백의 침해를 주장하며 낸 핵심 증거였다. 이경이 고등학생이던 열여섯 해 전 어머니가 해외 독점권을 넘겼고, 여섯 해 전 한주가 보증한 주문으로 권리가 발효됐다는 내용이었다.마지막 장에는 어머니의 이름이 있었다.서명자.붉은 지장까지 찍혀 있었다.“필체 감정은 동일 가능성 78퍼센트랍니다.”변호사의 말에 직원들이 굳었다.이경은 사인보다 계약서에 붙은 천 조각을 봤다. 월백의 기술 표본이라며 흰 비단과 안감이 한 땀씩 박음질돼 있었다.“확대경 주세요.”어머니는 주문 기록이 섞여도 천의 용도를 알아보게 시접 안쪽에 봉제 암호를 남겼다. 짧은 땀 하나는 가봉, 둘은 고객 확정, 셋은 판매 금지 연구본.계약서의 천에는 짧은 땀 세 개가 반복됐다.‘연구본. 판매 금지.’그 뒤에는 오른쪽 한 땀, 왼쪽 두 땀이 이어졌다. 어머니가 이경에게만 가르쳐 준 ‘문서와 천 불일치’ 표시였다.“어머니는 계약 샘플에 이 암호를 쓰지 않아요.”“왜죠?”“계약 자체를 거절할 때 쓰던 표시니까요.”이경은 어머니의 낡은 제작일지를 가져왔다. 같은 주에 적힌 상담 기록이 있었다.‘해외 독점 요구 거절. 이름은 대여하지 않는다. 샘플 반환 요구.’그 아래 천과 같은 세 땀 도식이 그려져 있었다.서명도 자세히 볼수록 달랐다. 어머니는 손가락 관절이 굳은 뒤 마지막 획을 아래로 눌렀다. 위조 서명은 젊을 때의 카탈로그 사인을 본떠 끝이 위로 뻗었다.계약 날짜보다 일곱 해 전의 필체를 가져다 붙인 셈이었다.이경은 오래된 카탈로그 원본과 병원 재활 기록을 함께 묶었다. 사적인 진료기록은 필요한 손 관절 부분만 가리고, 공개본과 법원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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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 강태준의 두 번째 왕좌

“책임을 인정한 경영자만이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습니다.”강태준은 자신의 자백 영상을 이사회 화면에 띄웠다.원래라면 자리에서 끌어내릴 증거였다. 그는 그것을 복귀 명분으로 바꿨다.“저는 국내 피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배상 절차에도 협조했습니다. 이제 해외 자산까지 투명하게 정리하겠습니다.”태준이 고백하지 않은 월백 해외 계약은 ‘전임 실무진이 누락한 자산’이 됐다.문혜란의 의결권 일부가 수사로 묶이고 계열사 채권단이 흔들리는 사이, 태준은 해외 유통사와 긴급 투자협약을 가져왔다.애스터 헤리티지가 한주에 자금을 넣는 조건은 하나였다.강태준의 비상경영위원장 취임.표결은 찬성 6, 반대 4로 끝났다.태준은 두 번째 왕좌에 앉았다.취임 기자회견에서 그는 고개를 숙였다.“과거 제 잘못은 사라지지 않습니다.”잠시 뒤 고개를 들었을 때 목소리는 달라져 있었다.“그러나 국내의 월백은 해외에서 여섯 해간 성장한 정식 브랜드의 디자인을 최근 차용했습니다. 사적 혼인 관계 때문에 묵인했던 시장 혼란을 이제 바로잡겠습니다.”화면에는 날짜가 조작된 비교표가 떴다.이경이 먼저 그린 소매와 여유선이 해외 월백 제품을 베낀 것처럼 순서가 뒤집혀 있었다.기자들이 물었다.“전처의 디자인을 본인 실적으로 올렸다고 자백하지 않았습니까?”“국내 한주 웨딩에서 벌어진 일과 해외 법인이 보유한 권리는 별개입니다.”“해외 계약도 본인 계정으로 승인했습니다.”“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수습해야 합니다.”잘못을 인정하는 문법으로 책임의 자리를 차지했다.피해자 이름을 빼고 말하는 법까지 배운 그는, 반성의 모양만 경영 자산으로 사용했다.이경은 생중계를 끄지 않았다. 발언마다 증거 번호를 달았다.‘사적 혼인 관계로 묵인.’‘최근 차용.’‘해외 법인 별개.’모두 향후 소송에서 태준이 설명해야 할 말이었다.선우가 물었다.“로안 이름으로 반박할까요?”“아니요. 월백이 답합니다.”이경은 고객 사진이나 태준의 눈물을 쓰지 않았다. 어머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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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 백세라가 돌아왔다

“두 이름을 모두 불러 주세요.”무대 진행자가 난처한 얼굴로 큐시트를 내렸다.“해외 중계에는 그레이스 밀러만 쓰기로 했습니다. 윤가람은 발음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서요.”가람의 손이 굳었다.이경은 대신 화내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가람 씨는 어떻게 소개받고 싶어요?”“그레이스 밀러, 그리고 윤가람. 순서는 바뀌어도 되지만 하나를 빼진 마세요.”“들으셨죠?”진행자는 방송 시간을 핑계 댔다.“이름 두 개를 읽으면 설명도 필요합니다.”가람이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설명은 필요 없어요. 두 이름 모두 제 이름입니다.”이경은 큐시트의 단독 표기를 두 이름으로 고치지 않으면 출연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월백에는 홍보가 절실했지만 그 절실함을 고객에게 양보의 값으로 청구하지 않았다.행사 측이 먼저 물러났다.“Grace Miller, 윤가람.”두 이름이 같은 크기로 전광판에 떠올랐다.가람은 월백 로고를 떼어 낸 드레스를 입고 걸었다. 입양기관 번호를 풀어 낸 자리에는 희미한 바늘 자국만 남았다.그는 그 흔적을 가리지 않았다.치맛단에는 양어머니 집의 단풍잎이 먼저 이어졌다. 친생어머니는 물결 그림 사용을 거절했기에 이경은 빈 곡선을 남겼다.거절도 디자인의 일부였다.안감의 두 이름은 관객에게 보이지 않았다. 가람이 치마를 살짝 들어 자기 눈으로 확인했다.“둘 다 있네요.”“네. 남에게 증명하지 않아도요.”가람은 웃으며 무대를 끝까지 걸었다.짧은 박수가 터졌다. 해외 계정에는 ‘가짜 월백 신부’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가람은 촬영 동의를 철회한 구간에서 대기실로 돌아갔다.이경은 무대 영상을 월백 홍보에 쓰지 않았다.작은 승리는 가람에게 돌려줬다.그때 행사장 출입문이 닫혔다.예정에 없던 기자회견 안내가 전광판을 덮었다.‘MOONWHITE GLOBAL — 아시아 총괄 브랜드 발표.’강태준이 먼저 단상에 올랐다. 한주와 애스터 헤리티지의 공동 유통 협약서가 그의 뒤에 펼쳐졌다.“해외에서 성장한 정식 월백을 한국에 선보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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