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 여보. 그런데 그 아이 당신 아이 아니잖아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 - チャプター 10

21 チャプター

1화 — 축하해, 그 아이 당신 아이 아니잖아

“서봄 양은 가족사진에서 빠져 주시죠.”촬영 감독이 일곱 살 아이의 어깨를 밀어냈다.이경은 단상 아래로 비틀린 봄의 구두부터 보았다. 아이가 넘어지기 전에 팔을 뻗었지만, 검은 정장의 경호원이 두 사람 사이를 막았다.한주호텔 창립 오십 주년 기념식이었다. 재계 인사와 기자 삼백 명, 생중계 카메라 열두 대가 황금빛 단상을 향하고 있었다.그 중앙에 남편 강태준이 섰다.그의 팔을 잡은 사람은 이경이 아니었다.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임신 스무 주의 백세라가 한 손으로 불룩한 배를 감쌌다. 목에는 이경의 어머니가 만든 진주 장식이 걸려 있었다.사회자가 환하게 웃었다.“그리고 한주의 새로운 가족, 후계자의 어머니 백세라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박수가 터졌다.대형 화면에는 미리 편집된 가족 영상이 재생됐다. 태준과 세라가 아기 침대를 고르고, 혜란이 태교용 구두를 선물하는 장면이었다. 촬영 날짜는 지난달이었다.그날 이경은 한주 웨딩의 겨울 컬렉션을 마감하느라 지하 작업실에서 사흘째 밤을 새우고 있었다.화면 마지막에는 네 사람의 가상 가족사진이 떴다. 태준, 세라,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 혜란.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잘려 있었다.봄이 이경의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엄마, 나는 가족 아니야?”아이는 크게 묻지 않았다. 그래서 이경에게는 더 선명하게 들렸다.태준은 그 목소리를 들었다. 시선이 잠깐 봄에게 닿았다가 카메라의 붉은 불빛으로 돌아갔다.“오늘부터 세라 씨는 한주 웨딩의 수석 디자이너로도 함께합니다.”그가 직접 덧붙였다.기자 한 명이 소리쳐 물었다.“강 대표님, 기존 총괄 디자이너는 누구였습니까?”태준은 한 박자도 쉬지 않았다.“한주 내부 디자인팀이 공동으로 수행했습니다. 특정 개인의 공은 아닙니다.”이경은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새벽마다 태준이 가져온 수정본, 체형이 다른 신부들의 메모, 행사 직전 터진 솔기를 꿰맨 손가락. 공동이라는 말 안에 묻힌 것은 늘 그녀의 밤이었다.세라는 화면 속 대표 드레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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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 사진 밖으로 밀려난 딸

“내 딸을 시설에 보내겠다고 당신이 서명했어?”이경이 휴대전화 화면을 들이밀었다.태준은 문장을 읽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 무표정만으로 누가 미리 합의서를 봤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당장 보내겠다는 뜻이 아니야. 상황이 가라앉을 때까지—”“봄이한테는 버려지는 데 기한이 없어.”혜란이 경호원 사이를 가르며 다가왔다.“말을 알아듣게 해도 소용이 없구나. 네가 아이를 데리고 있으면 한주의 모든 기사가 그 애 출생을 물고 늘어질 거다.”“그래서 보호가 아니라 추방을 골랐어요?”“우리 집 아이도 아니잖니.”봄의 어깨가 움찔했다.이경은 아이의 귀를 막는 대신 옆에 무릎을 꿇었다.“봄아, 엄마랑 먼저 나갈래?”“엄마도 같이 가?”“응. 절대 혼자 안 보내.”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경은 행사 매니저 정 실장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다시 단상으로 올랐다.세라가 태준의 뒤에 몸을 숨겼다. 목의 진주 장식이 조명 아래 번쩍였다.이경은 그 앞에 멈췄다.“그거 벗어 주세요.”세라가 장식을 감쌌다.“태준 씨가 선물한 거예요.”“내 어머니가 월백 첫 전시 때 만든 작품이에요. 대여 목록 열일곱 번. 소유권은 월백에 있고요.”“지금 사람들 앞에서 목걸이 하나 뺏겠다는 거예요?”“장물처럼 보이고 싶지 않으면 직접 돌려주세요.”기자들의 카메라가 한꺼번에 세라를 향했다.세라는 웃음을 유지하려 했지만 입꼬리가 떨렸다. 잠금쇠를 풀지 못해 손톱이 진주를 긁었다.이경이 손을 뻗었다.“제가 하죠. 제 어머니가 만든 잠금 방식은 제가 아니까요.”작은 초승달 모양 고리를 누르자 장식이 풀렸다. 이경은 진주를 흰 천에 감싸 가방에 넣었다.혜란이 이를 악물었다.“그 드레스들도 한주 자산이다.”“전시와 대여권만 오늘 자정까지였어요.”이경은 정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회수 시작해요. 열두 벌 전부. 입고 중인 의상은 고객 동의를 받고 예식 뒤에, 나머지는 지금.”“대표님, 한주 쪽에서 화물 엘리베이터를 잠갔습니다.”“소방 통로를 막을 수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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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옷장 안의 아이

“봄아, 대답해!”기자들이 문을 두드리는 사이 봄이 사라졌다.이경은 복도에 떨어진 구두를 집어 들고 잠기지 않은 방들을 하나씩 열었다. 화장실에도, 창고에도 없었다.“서봄 양이 어디로 갔습니까?”“시설 위탁은 사실인가요?”문짝이 울릴 때마다 신생아집중치료실의 기계음이 겹쳤다.정 실장이 기자들을 밀어냈다.“아이가 없어졌습니다. 촬영 중단해 주세요!”오히려 휴대전화가 더 높이 들렸다.이경은 마지막 피팅룸으로 뛰어들었다. 커튼 뒤에는 빈 옷걸이와 낮은 붙박이장이 있었다.손잡이를 당기자 안에서 무언가 걸렸다.“봄아. 엄마야.”대답은 없었다.이경은 억지로 열지 않고 바닥에 앉았다.“문 안 열어도 돼. 엄마 여기 있어.”한참 뒤 가느다란 숨소리가 났다.“카메라 갔어?”“아직 있어. 엄마가 못 오게 할게.”“나 해외에 버려?”목 안이 타들어 갔다. 이경은 장롱 문에 손바닥을 붙였다.“안 버려. 누구도 너를 데려갈 수 없어.”안쪽에서 걸고 있던 옷걸이가 떨어졌다. 문틈이 열리고 봄의 젖은 눈이 보였다.아이는 빨간 비상 가방을 품에 안고 있었다. 과자, 물, 얇은 양말. 이경이 어느 장소에 가든 챙겨 두던 가방이었다.낡은 플라스틱 팔찌와 가느다란 노란 리본이 함께 굴러나왔다.‘아기 서봄. 1.42kg. NICU 89일.’일곱 해 전, 봄은 이경의 손가락 하나도 다 쥐지 못했다.투명한 보육기 안에서 작은 손이 허공을 더듬을 때마다 이경은 손을 넣어 줬다. 의사는 오늘 밤을 넘겨야 한다고 했고, 언니 지안은 심장중환자실에서 산소호흡기를 쓰고 있었다.열이틀째 되는 새벽, 지안의 심전도는 멈췄다.지안은 마지막으로 눈을 떴을 때도 자기보다 아이를 먼저 물었다.“봄이, 오늘은 몇 그램이야?”“어제보다 십팔 그램 늘었어.”이경은 웃으며 대답했지만 손에는 입양 상담 안내서가 구겨져 있었다. 아이 아버지는 연락을 끊었고 병원비 독촉장은 쌓였다.“미안하다고 하지 마.”지안이 힘겹게 말했다.“네 인생으로 내 몫 갚지 마.”그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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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내가 엄마라고 서명한 밤

“왜 스물여섯 살 미혼 여성이 이 아이의 엄마가 되려 합니까?”입양 심사관의 질문에 이경은 곧바로 답하지 못했다.일곱 해 전이었다. 창밖에는 장맛비가 내렸고, 이경의 손에는 신생아실 출입증과 파리 연수 합격서가 함께 들려 있었다.봄은 아직 보육기 안에 있었다.언니 서지안은 이경보다 일곱 살 많았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대학을 포기하고 교복 입은 동생을 키웠다. 낮에는 월백 작업실에서 재봉을 하고 밤에는 이경의 입시 원서를 확인했다.그런 지안이 박도윤에게서 도망쳐 돌아왔을 때, 손목에는 오래된 멍이 겹쳐 있었다.“이번엔 진짜 끝냈어.”지안은 웃었지만 대출 독촉장은 매일 작업실로 왔다. 도윤은 지안 명의로 돈을 빌리고 연락을 끊었다.임신 스물아홉 주에 지안이 쓰러졌다. 아이를 먼저 살리기 위해 응급 수술이 시작됐고, 봄은 1.42킬로그램으로 태어났다.열이틀 뒤 지안은 산후심근증으로 세상을 떠났다.도윤은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다. 한 달 뒤 병원비 분담을 요구하자 변호사를 통해 친권행사 포기 확인서와 입양 동의서를 보내왔다.‘향후 치료비 및 양육비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서명 아래에는 도박 채무를 독촉하지 말라는 조건까지 적혀 있었다.법원은 도윤의 폭력과 치료·양육 거부를 심리해 친권상실을 확정하고, 이경을 봄의 임시후견인으로 세웠다. 이경은 그 결정과 동의서를 심사관 앞에 내려놓았다.“언니한테 빚을 갚으려는 거라면 입양하지 말라고 했습니다.”“그럼 왜 결정했습니까?”“팔십구 일 동안 저 아이가 제 손가락을 잡았습니다.”보육기 문이 열리는 시간마다 이경은 캥거루 케어를 배웠다. 체온이 떨어지면 가슴에 안고, 분유 한 밀리리터를 삼킬 때마다 기록했다.파리 연수는 포기했다. 어머니 작업실 절반을 정리해 치료비를 냈다. 누구도 요구하지 않은 선택이었다.“퇴원하는 날 다른 보호자에게 넘기는 걸 상상해 봤어요. 안 됐습니다.”이경은 심사관을 똑바로 바라봤다.“저 아이를 남의 아이로 두고 살 수 없는 사람이 이미 저였습니다.”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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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 그가 나를 찾은 이유

“계약보다 먼저 밝혀야 할 개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선우는 서명란을 이경 쪽으로 돌리지 않았다.어머니 작업실의 오래된 테이블 위에는 세 종류의 자료가 놓였다. 로안과 월백의 시험 동업안, 한주와 거래를 끊을 때 예상되는 손실표, 그리고 네 해 전 결혼식 사고 보고서였다.신부 이름은 차유나.선우와 피를 나눈 남매는 아니었다.“제 의붓여동생입니다.”선우는 사진을 한 장 꺼냈다. 드레스 차림의 젊은 여자가 피팅룸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팔에는 손가락 자국 같은 멍이 보였다.“양가가 합병을 위해 정한 결혼이었습니다. 유나는 약혼자가 휴대전화를 검사하고 방문을 잠근다고 여러 번 말했어요.”“그런데 결혼식이 진행됐군요.”“저도 결혼 전 불안이라고 치부했습니다.”선우는 잘못을 과거형 핑계로 덮지 않았다.결혼식 당일, 유나는 꽉 조인 코르셋 때문에 숨을 쉬지 못했다. 한주 직원들은 신부가 도망칠까 봐 문부터 막았다.익명 수선 담당으로 불려 간 이경만 달랐다.이경은 코르셋을 잘라 유나가 숨 쉴 틈을 만들고 피팅룸 문을 안에서 잠갔다. 유나가 결혼하기 싫다고 말하자 호텔 지시를 거부하고 경찰과 보호기관에 연락했다.“그날 차 대표님도 문밖에 계셨죠.”“들어가게 해 달라고 소리쳤습니다.”“유나 씨가 싫다고 했으니까 안 열었어요.”선우가 고개를 숙였다.“서 대표가 제게 말했습니다. ‘도망친 신부가 아니라 살아남은 고객입니다.’”결혼은 취소됐다. 유나는 다른 도시에서 치료와 일을 시작했다. 한주는 사고 보고서에서 이경의 이름을 ‘외부 보조 인력’으로 지웠다.선우는 휴대전화에서 짧은 음성 메시지를 재생하기 전 이경에게 허락을 구했다.“유나가 자기 이야기 중 어디까지 전해도 되는지 직접 녹음했습니다.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이경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흘렀다.‘그날 문을 잠가 준 분이라면, 제 이름을 말해도 괜찮아요. 다만 그 사람이 제 인생을 구했다고 쓰지는 마세요. 결혼을 취소한 건 저였으니까요.’메시지는 거기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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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엄마 성으로 살게요

“강씨가 되면 아무도 널 가짜라고 못 불러.”태준이 교실 한가운데서 봄에게 새 명찰을 내밀었다.‘강봄.’교실 뒤에는 한주 홍보팀과 기자 두 명이 서 있었다. 학교장은 기부금을 약속받은 사람처럼 허리를 굽혔다.이경은 문을 열자마자 카메라 렌즈부터 손으로 가렸다.“미성년자 촬영 동의한 적 없습니다. 전부 나가세요.”“가족이 아이를 달래는 장면입니다.”홍보팀장이 항변했다.“가족인지 결정하는 사람도, 찍힐지 정하는 사람도 당신들이 아니에요.”선우가 복도 끝에서 경비를 불렀지만 교실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이경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기자들이 나가자 이경은 봄 옆에 앉았다. 아이 손등에는 연필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누굴 밀었어?”봄이 고개를 숙였다.“민준이가 내 팔찌 뺏었어. 엄마도 가짜라고 했어.”“그래서 밀었어?”“응.”“네 물건을 뺏은 건 민준이가 잘못했어. 밀어서 다치게 한 건 봄이가 사과해야 해.”태준이 목소리를 높였다.“지금 애를 혼낼 때야? 내가 해결하잖아.”“성을 바꾸면 누가 한 잘못이 해결되는데?”이경은 학교장에게 면담 기록을 켜겠다고 알렸다. 담임은 처음 신고가 들어왔을 때 홍보팀이 ‘가족사 오해’로 조용히 끝내 달라고 요구했다고 털어놓았다.“기부 예정액이 큰 행사라서 학교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아이 안전보다 기부금이 먼저였다는 공식 답변입니까?”담임이 책상 아래에서 작은 종이 상자를 꺼냈다. 봄의 사물함에 들어 있던 쪽지들이었다.‘진짜 엄마도 아니면서.’‘아기 생기면 너는 외국 간대.’기념식 생중계가 끝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다. 어른들이 만든 문장이 아이들 손글씨로 바뀌어 있었다.이경은 한 장씩 사진을 남기고 봉투에 넣었다. 당장 찢고 싶었지만 학교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게 할 증거가 필요했다.“봄이는 오늘 수업을 쉬게 하겠습니다. 하지만 전학 여부는 아이가 진정된 뒤 함께 정할게요. 피해를 당한 아이부터 내보내는 방식으로 끝내지 마세요.”학교장은 처음으로 고개를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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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막힌 원단 창고

“월백과 거래하면 한주 물량 전부 끊겠습니다.”강태준의 공문은 원단상 열한 곳에 같은 시각 도착했다.이경은 새벽부터 전화를 돌렸다. 삼십 년 거래한 업체조차 미안하다는 말 뒤에 주문을 취소했다. 한주 연회장 커튼과 객실 침구 계약은 월백 한 달 매출보다 컸다.“먹고살아야 해서요, 대표님.”“이해합니다. 이미 받은 계약금은 오늘 돌려주세요.”화를 낸다고 천이 생기지는 않았다.낡은 작업실 한가운데 남은 원단을 펼치자 온전한 롤은 다섯 개뿐이었다. 열두 신부의 드레스를 끝내기에는 절반도 모자랐다.정 실장이 퇴직서를 들고 들어왔다.“남겠다는 직원이 여섯 명, 한주로 돌아가겠다는 직원이 네 명입니다.”“붙잡지 마세요.”“혜란 이사장이 퇴직금 두 배를 제안했답니다.”한 직원은 아이가 고등학생이었다. 다른 직원은 전세 대출 갱신을 앞두고 있었다. 이경은 네 사람을 불러 직접 말했다.“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받아야 할 급여와 작업 크레디트 목록은 오늘 드릴게요.”막내 재단사가 울먹였다.“대표님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요.”“생계를 지키는 건 배신이 아니에요.”문이 닫힌 뒤 작업실은 더 넓고 조용해졌다. 떠난 자리까지 마음으로 메울 수는 없었다.선우가 장비 임대 목록과 금융 제안서를 가져왔다.“로안 명의로 필요한 원단을 전량 사들일 수 있습니다. 결제는 월백 수익이 생긴 뒤로 미루고요.”“한도를 정하지 않은 지원은 못 받습니다.”“오늘 납품을 못 하면 고객이 떠납니다.”“그래서 더 정확히 받아야 해요.”이경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확정 이전 고객 네 명의 착수금, 남은 원단, 직원 여섯 명의 근무 가능 시간. 가능한 드레스는 세 벌이었다.“한 벌은 한 주 미뤄야 합니다.”그녀는 고객에게 직접 전화했다.“원단 공급이 끊겼습니다. 비슷한 천으로 예정대로 진행하거나, 원래 원단을 구할 때까지 일주일 미룰 수 있습니다. 둘 다 싫으시면 위약금 없이 취소하겠습니다.”첫 고객은 취소했다. 두 번째는 국내산 원단을 직접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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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수석 디자이너 백세라

“이 도안은 어머니 장례식 전날 완성한 겁니다.”이경이 화면을 멈췄다.세라가 공개한 은빛 드레스는 한쪽 어깨가 낮고 치맛자락이 오른쪽으로 흐르는 비대칭 구조였다. 제목까지 원도안 메모에 적힌 ‘기울어진 달’을 그대로 썼다.정 실장이 입을 막았다.“한주 서버에는 완성 스케치가 없었어요.”“종이 원본을 본 사람이 가져간 거예요.”어머니 작업실 안쪽 서랍은 행사 전까지 한주 보안팀이 관리했다. 태준의 승인 없이는 출입 기록도 열 수 없었다.화면 속 세라는 기자들에게 손바느질 철학을 설명하고 있었다.“몸의 불완전함을 달의 곡선으로 감싸는 디자인이에요.”이경의 얼굴이 굳었다.저 비대칭은 불완전함을 가리기 위한 장식이 아니었다. 십 년 전 오른쪽 어깨를 다쳐 팔을 높이 들지 못하던 고객을 위해 움직임을 확보한 구조였다.어머니는 도안 가장자리에 적어 두었다.‘몸을 고치려 들지 말 것. 옷이 따라갈 것.’세라는 그 문장을 읽고도 몸을 흠처럼 팔았다.“지금 표절 입장을 내죠.”정 실장이 초안을 열었다.이경은 전송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종이 원본을 공개하면 고객의 어깨 손상 기록도 함께 나가요.”“이름은 가리면 됩니다.”“나이와 수술 연도, 신체 치수만 합쳐도 아는 사람은 알아볼 수 있어요.”쉬운 증거일수록 누군가의 몸을 대가로 요구했다.이경은 원도안 봉투에서 고객 기록 부분을 분리했다. 상표 등록 당시 제출한 축소 도면과 어머니의 공증 일지만 남겼다.“이걸로 먼저 대응해요. 부족하면 법원에만 비공개로 원본을 냅니다.”같은 시각 한주 측은 세라의 경력을 대대적으로 뿌렸다. 파리 유학, 신진 디자이너상, 유명인 의상 제작.그러나 수상기관의 홈페이지에는 백세라 이름이 없었다. 유학 학교는 단기 여름강좌 수료만 확인됐다.기자가 세라에게 패턴 제작 과정을 묻자 세라는 웃으며 말을 돌렸다.이경이 경력 오류를 짚으려 하자 선우가 확인 자료만 보냈다. 발표 여부를 묻는 문장이 덧붙어 있었다.“경력부터 터뜨리면 표절이 가려져요.”이경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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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 바느질을 모르는 사람

“팔을 들면 옆선이 터질 수 있습니다.”이경은 무대에 오르자마자 모델에게 먼저 말했다.생방송 카메라 앞이었다. 세라는 공개 대결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웃고 있었고, 태준은 한주 대표석에 앉아 있었다.모델 한유리는 이미 ‘기울어진 달’을 입은 상태였다. 오른쪽 겨드랑이 아래 천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저한테는 완벽하게 맞는다고 했어요.”유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불편하면 지금 벗어도 됩니다. 출연료와 상관없이요.”세라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무대 직전에 겁주는 게 전략인가 봐요. 제 드레스가 멀쩡하면 어떡하려고요?”“멀쩡하면 다행이죠. 입은 사람이 안 다치는 게 먼저니까.”이경은 진행자에게 모델 동의서 원본을 요청했다. ‘모든 신체 동작이 가능하며 위험이 없음’이라는 문장 아래 유리의 전자서명이 붙어 있었다.“제가 읽은 문서에는 이 문장이 없었어요.”유리가 자기 휴대전화의 사본을 열었다. 마지막 페이지가 달랐다.객석이 술렁였다.태준이 홍보팀장에게 몸을 기울였다.“방송 끊을까요?”“계속해. 여기서 중단하면 결함을 인정하는 모양이 돼.”그는 모델 안전 경고를 듣고도 손으로 진행 신호를 보냈다.진행자가 유리에게 정해진 동작을 요구했다.“두 팔을 올리고 한 바퀴 돌아 주세요.”유리는 왼팔을 들었다. 오른팔이 어깨 높이에 닿기도 전에 얼굴이 찡그려졌다.이경이 손을 들었다.“중단하겠습니다.”“모델이 아직 중단 의사를 말하지 않았는데요?”세라가 웃었다.“계약에 ‘불편 신호가 보이면 디자이너가 중단할 수 있다’고 제가 추가했습니다.”이경은 카메라가 아니라 유리를 봤다.“벗을까요?”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순간 세라가 치맛자락을 잡았다.“한 번만 돌면 끝나요.”천이 뒤로 당겨졌다. 유리의 중심이 무너졌고 오른쪽 옆선에서 실밥이 연달아 터졌다.이경은 곧바로 무대 장식용 검은 천을 끌어당겨 유리의 몸을 가렸다. 정 실장이 카메라 앞으로 섰다.“촬영 멈춰 주세요. 모델이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송출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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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얼굴 없는 디자이너의 얼굴

“제가 월백의 디자이너입니다.”이경이 카메라 앞에서 처음 자기 이름을 말했다.무대 뒤 화면에 ‘한주 내부 보조 인력’이라는 자막이 먼저 떴다. 홍보팀이 이미 준비해 둔 문구였다.이경은 자막을 보며 원본 드레스를 가져오게 했다. 어머니가 만든 첫 ‘기울어진 달’이었다.두 벌을 뒤집어 놓자 안감의 차이가 선명했다.원본에는 팔이 불편한 고객이 앉을 때 천이 당기지 않도록 숨은 주름이 세 겹 들어 있었다. 세라의 복제품은 겉모양만 베껴 주름을 박아 버렸다.“이 숫자는 무슨 뜻입니까?”기자가 시접의 ‘R +18, L +4’를 가리켰다.“오른쪽과 왼쪽에 더한 여유분입니다. 도안 주인이 의미도 모르는 숫자를 넣을 이유는 없죠.”세라가 마이크를 낚아챘다.“옛날 패턴을 참고해 새로 만든 거예요. 패션에는 영감이라는 게 있습니다.”“참고했다면 출처부터 말했어야죠.”이경은 상표 등록 당시 제출한 축소 도면과 어머니의 공증 일지를 화면에 띄웠다. 날짜는 세라가 파리 단기강좌를 듣기 전이었다.“고객 의료기록이 포함된 전체 원본은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법원에는 비공개로 제출할 겁니다.”“증거가 있다면서 왜 숨깁니까?”“누군가의 몸이 제 결백을 위한 전시품은 아니니까요.”모델 유리가 피팅룸에서 자기 옷을 입고 나왔다. 얼굴 촬영은 거부했다. 진행자는 마이크를 내밀었지만 유리는 받지 않고 미리 쓴 입장문만 직원에게 건넸다.‘위험 설명 없이 동의서가 바뀌었고, 중단 의사를 밝혔는데도 동작을 요구받았습니다. 제 영상 삭제를 요청합니다.’이경은 입장문을 홍보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그 자리에서 서명했다.태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제작 실무 착오는 조사하겠습니다. 그러나 한주가 수년간 투자하고 키운 브랜드를 개인이 독점할 수는 없습니다.”“한주가 키운 건 이름 없는 납품 구조예요.”이경은 월백 상표 원부를 들었다.“상표와 원도안은 혼인 전 어머니에게 상속받았습니다. 한주는 전시·대여 라이선스만 가졌고, 오늘 창작자 허위 표시로 그 계약을 어겼습니다.”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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