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축하해, 여보. 그런데 그 아이 당신 아이 아니잖아: Chapter 41 - Chapter 50

90 Chapters

41화 — 신부의 몸을 팔지 마

동민의 실명 댓글이 올라간 뒤 사진은 더 빠르게 퍼졌다.‘재혼 말린 효자.’‘어머니 관리부터 시켜라.’사람들은 영숙의 몸뿐 아니라 자녀와 죽은 남편까지 찾아냈다. 동민은 사태를 멈추려 신원을 밝혔지만, 알고리즘은 새로운 이야깃거리로 삼았다.영숙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당장 지워.”“엄마 편들려고 한 거야.”“내가 네 편들어 달랬어? 왜 또 내 얘기를 네가 결정해?”동민은 할 말을 잃었다.이경은 모자 사이에 끼어 화해시키지 않았다. 다만 월백 법률대리인이 동민의 이름까지 검색 결과에서 내릴 수 있도록 신청 범위를 넓혔다.“선의로 공개했어도 결과는 같을 수 있습니다.”이경이 직원 회의에서 말했다.“우리가 고객을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고객 대신 말할 때도 똑같아요.”보안업체가 초소형 카메라의 원격 접속 기록을 복구했다. 접속자는 한주 홍보 협력사 계정이었다. 같은 계정에서 보정본 파일이 생성됐고, 세라 개인 지시용 메신저로 전송됐다.경찰은 장비와 서버 보존에 들어갔다. 한주는 외주업체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다.외주 촬영기사는 처음에는 세라를 만난 적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계좌에는 수아 영상 유출 때와 같은 업체에서 두 차례 돈이 들어왔다. 서로 다른 고객의 몸을 하나의 지시 계정이 골라 공격한 흔적이었다.수아에게도 수사 확대 여부를 물었다. 이경은 이미 공개된 사건이라고 마음대로 이름을 보태지 않았다. 수아는 자기 영상 원본이 다시 재생되지 않는 조건으로 계정 연결만 허락했다.그러나 광고 결재 파일에는 태준의 승인과 세라의 수정 지시가 나란히 있었다.‘배 부분 30퍼센트 축소. 팔 주름 정리. 원본 대비 효과 강조.’한 기자가 월백 앞에서 물었다.“피해자가 직접 나와야 여론이 움직이지 않겠습니까?”이경은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여론을 움직이려고 피해자의 몸을 다시 전시하지 않겠습니다.”“그러면 백세라 씨가 계속 부인할 텐데요.”“부인은 증거로 반박합니다. 고객 얼굴로 반박하지 않습니다.”월백은 광고 제작 흐름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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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 마음껏 먹고 춤추는 드레스

“신부가 국밥을 두 그릇 먹어도 드레스가 잠겨 있습니까?”영숙이 마이크로 묻자 하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이경은 테이블 끝에서 엄지를 들어 보였다.“세 그릇까지 시험했습니다.”“그건 내가 아니라 마네킹이 먹었겠지.”영숙은 붉은 꽃이 흐드러진 드레스를 입고 직접 국을 떴다. 허리를 숙여도 몸판이 조이지 않았고, 팔을 뻗을 때마다 이어 붙인 좁은 레이스가 가지처럼 펼쳐졌다.한주가 공급을 막은 흔적을 숨기지 않은 옷이었다.배기철은 낡은 조리복 대신 짙은 남색 정장을 입었다. 두 사람은 주방 입구에서 서약했다. 식당을 누구 자녀에게 넘길지, 서로 아플 때 가게를 어떻게 닫을지까지 생활의 문장으로 약속했다.동민과 수진은 맨 앞에 서지 않았다. 손님들 사이 자기 자리를 골랐다. 사진사가 가족사진을 제안하자 영숙이 먼저 물었다.“같이 찍고 싶은 사람?”수진은 손을 들었고 동민은 잠시 망설이다 옆에 섰다. 오지 않은 친척 자리까지 억지로 채우지는 않았다.첫 춤은 느린 음악이 아니었다. 영숙이 식당에서 매일 틀던 트로트가 울렸다.“엄마, 조심해.”동민이 말하자 영숙이 치맛단을 들었다.“내 옷은 조심하라고 만든 게 아니야.”영숙은 양팔을 올리고 몸을 크게 돌렸다. 옆 여밈은 벌어지지 않았고 자수도 접히지 않았다. 하객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났다.영숙이 공개를 허락한 사진은 단 두 장이었다. 국밥을 먹는 손과 춤추는 치맛단. 얼굴과 몸 전체가 보이는 사진은 가족에게만 남겼다.월백은 그 범위를 계약서대로 지켰다.행사 뒤 기자들은 영숙의 인터뷰를 요청했다. 영숙은 식당 문에 손글씨를 붙였다.‘결혼하느라 오늘 쉽니다. 몸 이야기는 내일도 안 합니다.’대신 소송은 계속했다. 광고 삭제 뒤에도 남은 복제 사진은 열세 장이었다. 승리 기사와 함께 숫자도 공개됐다.이경은 작업실 회의에서 새 가격표를 벽에 붙였다.‘사이즈 추가금 없음.’그 아래에는 원단 배치와 실제 추가 공정의 기준이 적혔다. 큰 체형을 위해 만든 패턴은 별도 특별 주문함에 숨기지 않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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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화 — 두 나라의 한 벌

“한국 신부처럼 보이게 해 주세요.”김하린의 시어머니가 상담 시작 오 분 만에 말했다. 하린은 무릎 위의 붉은 천 보자기를 더 세게 안았다.“어머님, 저는 한국 사람 맞아요.”“그런 뜻이 아니라 사진이 깔끔해야 한다는 거야. 시아버지 손님들이 많은데 굳이 외국 느낌을 앞세울 필요 없잖니.”영상 통화 속 하린의 어머니가 베트남어로 물었다. 하린은 바로 옮기지 않았다.“엄마는 뭐래요?”이경이 하린에게 물었다.“할머니 천을 안 쓰면 결혼을 반대하겠대요. 사실은 반대보다… 제가 우리 쪽을 부끄러워할까 봐 무서운 거예요.”보자기 안에는 금색 새와 물결이 짜인 오래된 아오자이 천이 있었다. 하린의 외할머니가 젊을 때 직접 염색하고, 어머니의 결혼식에 다시 수놓은 천이었다.시어머니가 손끝으로 천을 들어 보았다.“색이 너무 세요. 안감에 조금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영상 속 어머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하린은 통역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두 집은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어느 가족을 보이게 하고, 어느 가족을 안쪽으로 숨길 것인가.이경은 천에 손을 대기 전에 하린을 보았다.“신부님은 무엇을 입고 싶습니까?”“그걸 모르겠어요.”하린의 대답은 작았다.“여섯 살부터 한국에서 살았어요. 베트남어는 엄마랑 싸울 때 제일 잘하고, 회사에서는 제 이름 때문에 영어부터 쓰는 줄 알아요. 어느 쪽 옷을 입어도 설명을 요구받을 것 같아요.”하린은 회사 송년회에서 아오자이를 입어 달라는 부탁도, 베트남 친척 결혼식에서 한국식 화장을 해 달라는 부탁도 모두 들어 왔다. 거절하면 어느 쪽을 부끄러워하느냐는 질문이 따라왔다.“이번만큼은 대표처럼 보이고 싶지도, 문화를 소개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결혼하는 제가 있고 싶어요.”“설명하지 않는 옷을 원하세요?”“네. 그런데 둘 중 하나를 버린 것처럼도 안 보였으면 해요.”이경은 곧바로 혼합 디자인을 그리지 않았다. 문양의 방향과 용도를 알지 못한 채 서양식 드레스에 붙이면 예쁜 장식으로만 소비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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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 모른다고 말할 용기

“이 번역으로는 계약 못 합니다.”란이 한국어 계약서 화면을 가리켰다. 자동 번역본에는 ‘공동 디자이너’가 ‘제작 보조원’으로 바뀌어 있었다.이경은 서명을 미뤘다.“전문 통번역을 다시 받겠습니다. 납기가 늦어져도 잘못된 계약부터 고치겠습니다.”통역사도 이경이 임의로 고르지 않았다. 란에게 후보 세 명의 경력과 비용을 보내 선택하게 했고, 하린 가족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인지 확인했다. 통역비는 숨은 부대비용이 아니라 공동 작업 원가로 계약서에 올렸다.“천은 기다리지 않아요. 염색 날짜를 놓치면 열흘 뒤예요.”란은 냉정했다. 이름만 올린 채 실제 결정은 서울에서 하려는 협업을 여러 번 겪은 사람이었다.이경은 자신이 그린 시안을 보여 주었다. 한국의 달항아리 곡선과 베트남 자매 새 문양을 연결한 몸판이었다.란은 한눈에 잘못을 찾았다.“왜 달이 새보다 위에 있습니까?”“위아래 의미로 그린 건 아닙니다.”“보는 사람은 그렇게 봅니다. 한국은 중심이고 베트남은 가장자리라고.”이경은 변명하려다 입을 닫았다. 예쁘게 균형을 잡았다는 말은 누구의 눈으로 보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모르겠습니다.”직원들이 화면을 바라봤다. 대표가 고객 앞에서 쉽게 하지 않던 말이었다.“어디에 놓아야 같은 무게가 되는지 제가 모릅니다. 하린 씨와 선생님이 정해 주세요.”하린도 바로 답하지 않았다.“저도 몰라요. 어느 쪽을 더 크게 해야 공평한지 계속 계산했거든요.”란이 종이를 한 장 꺼냈다. 두 상징을 섞지 않고, 걷는 방향에 따라 각각 나타나는 겹자락 구조를 그렸다.“같은 자리에 억지로 붙이지 않아도 한 옷일 수 있어요.”하린의 눈이 밝아졌다.“앞에서는 달 선이 보이고, 돌아서면 물결과 새가 보이는 거죠?”“네가 움직여야 둘 다 보이지.”최종 구조는 하린이 골랐다. 란은 문양과 직조, 월백은 몸판과 움직임을 맡고 어느 한쪽도 상대 영역을 임의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새 계약서는 한국어와 베트남어를 같은 크기로 나란히 배치했다. 란의 보수는 일회 자문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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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 백세라의 ‘이국적인 신부’

“서울 여자가 베트남 문양을 먼저 발표했네요.”란은 화를 내지 않았다. 화면 속 금빛 새를 보며 작업실 전원을 끌 준비부터 했다.세라의 영상 제목은 ‘이국적인 신부’였다. 밝게 보정된 베트남계 모델이 새 문양 드레스 옆에서 미백 화장품을 들고 있었다.‘낯선 아름다움도 한주에서 완벽한 신부가 됩니다.’하린은 영상을 끝까지 보지 못했다.“완벽해지기 전에는 제가 뭐였다는 거예요?”영상 설명에는 문양을 ‘연인을 위한 베트남 전통의 새’라고 적었다. 자매의 재회를 뜻한다는 란의 설명은 사라졌다. 공동 창작자 이름도 없었다.이경은 접근 기록을 확인했다. 보관함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란이 항공 운송사에 보낸 통관용 견본 사진이 한주 물류 대행사 서버를 거쳤다.한주는 그 사진을 세라에게 넘기고, 월백 화물이 ‘문화재 가능 물품’이라는 이유로 추가 검사를 받도록 신고했다.세라가 물류 대행사 직원과 통화한 녹취도 남아 있었다.“폐기하라는 게 아니에요. 사흘만 묶어 두면 됩니다. 결혼식이 지나면 진짜든 가짜든 의미 없으니까.”직원이 허위 신고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세라는 캠페인 자문 계약을 늘려 주겠다고 했다. 실수가 아니라 납기를 겨눈 거래였다.예식까지 닷새인데 천은 공항 창고에 묶였다.태준의 구매팀은 하린이 예약한 행사장에도 공문을 보냈다. 한주 광고와 유사한 디자인을 사용하면 지식재산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고, 발송 승인란에는 강태준의 전자서명이 찍혀 있었다.행사장은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하린은 이미 해외에서 오는 친척들의 숙박 취소비를 물어야 했다. 온실로 장소를 옮기더라도 좌석이 줄어 열두 명에게 참석 취소를 부탁해야 했다. 그중 외할머니의 여동생은 건강 때문에 다음 기회를 장담할 수 없었다.“옷을 지켜도 못 오는 사람이 생기네요.”이경은 괜찮아질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손실 목록에 항공·숙박비와 초대 취소를 적고 한주에 청구할 자료로 남겼다.“원본을 훔친 쪽이 우리를 표절로 막는 겁니까?”정 실장이 물었다.이경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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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 이름을 함께 수놓다

“새를 떼지 않고 변색도 숨기지 맙시다.”하린이 먼저 말했다. 이경과 란이 동시에 하린을 보았다.“왜 망가진 부분은 실패처럼 감춰야 해요? 서울까지 오는 동안 생긴 흔적도 이 옷 시간이잖아요.”이경은 습기 자국을 살폈다. 그대로 두면 얼룩이 번질 수 있어 안정 처리는 필요했지만, 잘라 낼 이유는 없었다.란이 변색 부분 위에 베트남식 금사 보강선을 놓는 방법을 보여 주었다. 월백 재단사는 그 선이 몸판의 하중을 받도록 한국식 겹솔기와 연결했다.“그럼 이건 누구 디자인이에요?”막내 직원이 물었다.이경은 완성되지 않은 옷을 둘러봤다.“란 선생님의 문양, 하린 씨의 선택, 재단팀의 구조가 모두 들어갔어요. 제 이름 하나로 부르면 안 됩니다.”작업 카드 첫 줄을 네 칸으로 나눴다. 의뢰인 김하린, 문양·직조 응우옌 티 란, 구조 설계 서이경, 재단·봉제 담당자들의 이름이 차례로 적혔다.첫 시제품에서 월백 재단사가 금사 보강선을 반대 방향으로 눌렀다. 겉보기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란은 자매 새의 귀환 방향이 뒤집힌다고 했다.직원은 납기를 이유로 안쪽이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려다 작업을 풀었다.“안 보이는 곳도 선생님 작업입니다. 다시 배우겠습니다.”란은 꾸짖는 대신 실이 돌아가는 영상을 천천히 찍어 보냈다. 다음 교대 직원까지 같은 방법을 확인한 뒤에야 재봉이 이어졌다.하린은 자기 이름이 ‘모델’이 아니라 의뢰인 겸 최종 선택자로 적힌 것을 확인했다.“제가 마음을 바꾸면요?”“예식 전까지 공개와 착용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이미 지급된 노동비와 취소 비용은 계약대로 계산하고요.”“가족이 반대해도?”“가족은 계약 당사자가 아닙니다.”장소는 하린이 다니던 대학교의 작은 온실로 정해졌다. 학생 시절 장학금을 받으며 야간 식물 관리를 했던 곳이었다. 화려한 호텔보다 하린이 실제로 버틴 시간이 있는 장소였다.학교 측은 ‘다문화 신부 특별 예식’이라는 홍보 문구를 달면 대관료를 줄이겠다고 했다. 하린은 할인을 거절했다.“제 결혼이 학교 홍보 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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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화 — 번역되지 않아도 같은 약속

“이 문양을 누구에게서 배웠습니까?”판사의 질문에 란은 화면을 똑바로 보았다. 통역이 란의 대답을 옮기기 전, 세라 측 변호사가 끼어들었다.“전통 요소라 개인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하린이 이경의 소매를 잡았다. 이경은 대신 답하지 않고 발언 신청서를 하린 앞으로 밀었다.“이 문양 전체가 한 사람 소유라는 주장이 아닙니다.”하린이 말했다.“란 선생님이 새로 그린 선과 배열을 한주가 통관 자료에서 가져간 겁니다. 전통이라 이름을 지워도 된다는 말은, 한국 전통 자수를 베껴도 장인 이름은 필요 없다는 뜻입니까?”법정이 조용해졌다.란의 직조 영상에는 날짜와 작업 순서가 남아 있었다. 한주 영상보다 열하루 빨랐고, 통관 대행사의 열람 기록은 세라 지시 계정으로 이어졌다.법원은 한주 컬렉션의 광고·판매를 임시 중지하고 월백 완성품 사용을 막아 달라는 신청은 기각했다.세라 측 변호사는 항고를 예고했다. 승리해도 빼앗긴 장소와 손상된 천, 줄어든 하객은 돌아오지 않았다.하린은 법원 계단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을 보자 멈췄다.“한국과 베트남 중 어느 정체성이 더 강합니까?”“시댁과 갈등이 해결됐습니까?”“전통 의상의 의미를 설명해 주세요.”하린은 처음에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평생 같은 질문에 좋은 답을 해야 인정받는다고 배웠다.이번에는 고개를 저었다.“오늘 제 정체성을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도둑맞은 디자인의 제작자 이름만 기사에 정확히 써 주세요.”란은 베트남어로 짧게 덧붙였다. 통역사가 마이크를 들었지만 란은 번역을 원하지 않는다고 손짓했다.하린이 웃었다.“선생님이 오늘 결혼 축하한다고 하셨어요. 그건 기사에 안 쓰셔도 돼요. 우리끼리 들었으니까.”두 사람은 기자들 사이를 빠져나왔다.온실 예식에는 서른일곱 명이 왔다. 시어머니 자리는 끝까지 비어 있었다. 하린은 그 빈자리를 꽃으로 가리지 않았다.민석은 어머니에게 마지막까지 참석 여부를 물었지만 하린에게 대신 전화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빈자리 때문에 식을 실패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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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화 — 넘어진 임신부

세라가 무너지는 순간 이경은 두 팔을 뻗었다.임신한 배가 바닥에 닿지 않게 몸을 틀어 받치자 손목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났다. 세라의 구두는 투명 패드 위에 반쯤 걸려 있었다.“왜… 왜 저를 미셨어요?”세라가 배를 감싸며 울었다. 카메라 셔터가 기다렸다는 듯 한꺼번에 터졌다.이경은 해명부터 하지 않았다.“119 불러 주세요. 임신 주수 서른네 주 전후, 옆으로 넘어졌고 의식 있습니다.”그녀는 재킷을 접어 세라 옆구리에 받치고 몸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세라 측 촬영자가 바닥 가까이 렌즈를 들이밀었다.촬영자의 휴대전화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고의 제목과 해시태그가 임시 저장돼 있었다. ‘태아를 노린 전처’, ‘질투가 부른 비극’. 그는 넘어지는 순간 제목을 불러오기만 했다.“촬영 내리세요. 환자 동의부터 받으십시오.”“본인이 밀어 놓고 착한 척하네요.”세라가 이경의 소매를 잡았다. 손톱이 살을 파고들었지만 이경은 뿌리치지 않았다.“지금은 아이 안전만 봅시다.”“내 아이 걱정하는 척하지 마.”박람회 진행자는 방송을 끊으려 했지만 세라 팀의 개인 생방송은 계속됐다. 화면 제목은 넘어지고 채 일 분도 되기 전에 바뀌었다.‘백세라, 전처에게 밀려 태아 위기.’미리 준비한 문장이었다.태준이 귀빈석에서 뛰어왔다. 바닥에 앉은 세라를 받치던 이경을 보자마자 그 어깨를 거칠게 밀쳤다.“손 떼.”이경이 중심을 잃었다. 아픈 손목으로 난간을 짚는 순간 숨이 막혔다. 선우가 한 걸음 다가왔지만 이경은 다른 손으로 스스로 일어났다.“세라 씨 몸부터 확인해.”“네가 밀었어?”“그게 지금 첫 질문이야?”태준은 수행비서에게 눈짓했다.“서이경 못 나가게 해. 경찰 올 때까지.”통로가 막혔다. 이경은 휴대전화 녹음을 켰다.“현행범도 아닌 사람을 감금하겠다는 지시입니까?”카메라가 수행비서에게 돌아가자 그는 주춤했지만 태준은 명령을 거두지 않았다.“도망가면 인정하는 꼴이야.”“조사에는 응합니다. 당신 허락을 받아 남는 건 아니에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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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 밀지 않은 손

“서버 전원을 뽑지 마세요.”이경은 영상 통화로 촬영감독에게 말했다. 한주 보안팀은 카메라실 문밖에서 자산 회수를 주장하고 있었다.“박람회 시설은 한주 협찬 장비라 저희가 가져가야 합니다.”보안팀장이 말했다.“장비 소유와 사건 영상 보존은 별개입니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손대면 증거 훼손으로 기록됩니다.”이경은 담당 수사관에게 현장 상황을 알렸다. 선우가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로안과 한주의 몸싸움으로 만들지 마세요. 감독님과 경찰이 지킬 수 있게 법률 통지만 보내 주세요.”십오 분 뒤 경찰이 카메라실을 봉인했다.복구된 천장 영상에는 통로 전체가 찍혀 있었다. 세라의 매니저가 사고 십 분 전 투명 패드를 내려놓고, 세라가 카메라 위치를 두 번 확인하는 장면도 있었다.세라는 이경 앞에서 자기 발목을 바깥으로 꺾었다. 이경의 손은 세라가 기울어진 뒤에야 움직였다.태준이 이경을 밀치는 모습까지 선명했다. 수사관은 그 행동을 별도 폭행 혐의로 분리했고, 이경은 합의할 뜻이 없다고 진술했다.수사관은 폭행 혐의가 성립하기 어렵다며 세라 측에 고소 취하 의사를 물었다. 세라는 병원 침대에서 영상을 보고도 고개를 저었다.“발을 헛디딘 것과 저 사람이 저를 잡아당긴 건 다른 문제예요.”“영상에는 잡아당기는 모습이 없습니다.”“제 몸이 느낀 공포는 영상에 안 나와요.”그 말은 피해자의 경험을 존중하라는 언어를 빌려 증거를 지우는 방식이었다.한주 법무팀은 태준에게 보고서를 올렸다.‘전체 영상 공개 시 백세라 씨의 고의 가능성이 높으며 고소 지원 시 무고·허위사실 책임이 확대됩니다. 즉시 법률 지원 중단과 정정 권고.’태준은 보고서를 끝까지 읽었다. 영상도 세 번 재생했다.세라가 물었다.“지금 취하하면 내가 거짓말했다는 걸 인정하는 거야. 그러면 후계자 이야기까지 다 무너져.”홍보팀장은 주가 하락 예상치를 화면에 띄웠다.태준은 승인란에 자기 이름을 썼다.‘고소 법률 지원 유지. 산모 보호를 위한 정당한 문제 제기로 통일. 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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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 내 말은 내가 한다

이경은 지분 요구서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지금 답해야 할 것은 다른 사람의 거짓이었다. 선우가 숨긴 일은 기자회견 뒤 당사자에게 직접 묻기로 했다.“백세라 씨는 스스로 발을 비틀었고, 저는 넘어지는 몸을 받았습니다.”이경의 목소리가 회견장에 울렸다.“강태준 대표는 전체 영상을 보고도 폭행 고소의 법률 지원과 허위 보도를 유지하라고 승인했습니다.”화면에는 세라의 몸 대신 시간표가 떴다. 패드 설치, 낙상, 정상 진단, 영상 확인, 태준 승인. 다섯 시각이 한 줄로 이어졌다.“세라 씨와 아이가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임신과 아이를 이유로 공격하지 말아 주십시오. 하지만 임신을 이용해 다른 사람을 가해자로 만든 선택은 별도로 책임져야 합니다.”기자가 선우에게 질문을 돌렸다.“로안은 서 대표를 계속 지원합니까?”선우는 자기 앞의 마이크를 끄고 이경을 보았다. 이경이 대답했다.“월백 계약은 제가 설명합니다. 로안이 저를 보호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고객과 공간을 계약으로 연결한 동업입니다.”“두 분이 교제 중이라는 보도는요?”“제 이혼 뒤 개인사는 오늘 사건의 증거가 아닙니다. 대답하지 않겠습니다.”거절은 짧았다. 선우도 표정을 보태지 않았다.한주 측 기자가 물었다.“산모가 느낀 위협까지 거짓이라고 단정합니까?”“감정은 단정하지 않습니다. 패드를 놓고 발을 비튼 행동, 영상을 본 뒤에도 고소 법률 지원을 유지한 서명은 기록으로 말합니다.”이경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선우가 옆에서 손을 내밀지 않았다. 손목 보호대를 한 이경이 스스로 단상을 내려갈 공간을 비켜 주었다.회견 뒤 세라 계정의 광고 두 건이 중단됐다. 그러나 한주는 산모 보호라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세라의 고소도 유지됐다. 이경은 민형사 절차를 계속 준비해야 했다.월백 앞에는 응원 화환과 함께 항의 팻말도 남았다. 영상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임신부를 이용해 홍보한다고 욕했다. 직원 한 명의 집 주소까지 퍼지자 이경은 임시 귀가와 법률 지원을 제안했다.“대표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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