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부처럼 보이게 해 주세요.”김하린의 시어머니가 상담 시작 오 분 만에 말했다. 하린은 무릎 위의 붉은 천 보자기를 더 세게 안았다.“어머님, 저는 한국 사람 맞아요.”“그런 뜻이 아니라 사진이 깔끔해야 한다는 거야. 시아버지 손님들이 많은데 굳이 외국 느낌을 앞세울 필요 없잖니.”영상 통화 속 하린의 어머니가 베트남어로 물었다. 하린은 바로 옮기지 않았다.“엄마는 뭐래요?”이경이 하린에게 물었다.“할머니 천을 안 쓰면 결혼을 반대하겠대요. 사실은 반대보다… 제가 우리 쪽을 부끄러워할까 봐 무서운 거예요.”보자기 안에는 금색 새와 물결이 짜인 오래된 아오자이 천이 있었다. 하린의 외할머니가 젊을 때 직접 염색하고, 어머니의 결혼식에 다시 수놓은 천이었다.시어머니가 손끝으로 천을 들어 보았다.“색이 너무 세요. 안감에 조금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영상 속 어머니가 목소리를 높였다. 하린은 통역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두 집은 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어느 가족을 보이게 하고, 어느 가족을 안쪽으로 숨길 것인가.이경은 천에 손을 대기 전에 하린을 보았다.“신부님은 무엇을 입고 싶습니까?”“그걸 모르겠어요.”하린의 대답은 작았다.“여섯 살부터 한국에서 살았어요. 베트남어는 엄마랑 싸울 때 제일 잘하고, 회사에서는 제 이름 때문에 영어부터 쓰는 줄 알아요. 어느 쪽 옷을 입어도 설명을 요구받을 것 같아요.”하린은 회사 송년회에서 아오자이를 입어 달라는 부탁도, 베트남 친척 결혼식에서 한국식 화장을 해 달라는 부탁도 모두 들어 왔다. 거절하면 어느 쪽을 부끄러워하느냐는 질문이 따라왔다.“이번만큼은 대표처럼 보이고 싶지도, 문화를 소개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아요. 그냥 결혼하는 제가 있고 싶어요.”“설명하지 않는 옷을 원하세요?”“네. 그런데 둘 중 하나를 버린 것처럼도 안 보였으면 해요.”이경은 곧바로 혼합 디자인을 그리지 않았다. 문양의 방향과 용도를 알지 못한 채 서양식 드레스에 붙이면 예쁜 장식으로만 소비할
Last Updated : 2026-09-21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