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의 걸음이 멈췄다.주차장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조금 앞에서 걷던 사라는 그가 따라오지 않자 돌아봤다. 강수는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전화기 너머에서도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서희는 그 침묵만으로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아니라면 바로 아니라고 했을 사람이다.“맞아?”강수의 시선이 사라에게 향했다.사라는 가방끈을 잡은 채 눈으로 물었다.왜?강수는 짧게 대답했다.“어.”서희는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잊었다.손에서 힘이 빠져 휴대전화가 미끄러질 뻔했다. 겨우 고쳐 잡았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맞다.사라가 임신했다.그것도 강수의 아이를.“……몇 개월인데?”“아직 초기야.”“언제 알았어?”강수는 잠시 말이 없었다.서희의 목소리가 떨렸다.“언제 알았냐고.”“얼마 안 됐어.”“그래서 그날 술 마시냐고 물었을 때…….”말끝이 흐려졌다.그제야 모든 게 확실해졌다.사라가 대답하지 않은 이유도, 강수가 다리가 아프다는 말 한마디에 곧바로 움직였던 것도, 두 사람이 자신에게 말하지 않은 또 하나의 일이 있다는 것도.서희는 헛웃음을 흘렸다.“이거였구나.”강수의 눈이 가라앉았다.“그날 당신이 있다고 했던 거.”“어.”“나한테 말 안 한 게 임신이었어?”“내가 말하려고 했어.”“언제?”강수는 대답하지 않았다.서희의 눈에 금세 눈물이 고였다.“언제 말하려고 했는데?”“정리되면.”“뭐가 정리되면?”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이혼? 아니면 내가 당신이랑 사라 관계를 이해하면?”“서희야.”“나 이해 못 해.”서희는 단호하게 잘랐다.지난 일주일 동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사라가 했던 말도, 강수가 했던 말도 머리로는 무슨 뜻인지 알았지만 자신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그런데 그 사이 아이까지 있었다.“나한테는 집이 왜 중요하냐고 물었어. 내가 지키고 싶은 게 집인지, 결혼인지, 당신인지 묻더라.”서희가 울면서 웃었다.“근데 둘은 이미 아이까지 만들었네
Last Updated : 2026-09-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