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정반대입니까.”봉수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허운이 새 베를 무릎에 감는 동안 입을 열지 않았고, 다 감은 뒤에야 짧게 말했다.“낮과 밤입니다.”그러고는 더 말하지 않았다. 여울도 더 묻지 않았다. 문턱에 선 채로, 베 밑에서 검붉게 비치는 무릎만 보고 있었다.—아침 햇살이 휘정전 뜰의 돌바닥을 반만 데우고 있을 때, 여울은 도홍의 뒤를 따라 그 반을 걸었다.군사 둘이 양옆에 붙었다. 팔은 잡지 않았다. 잡지 말라는 분부가 있었다고 도홍이 담을 지날 때 말해 주었다.흰 옷이었다. 의금부에서 돌아온 뒤로 입는 옷 가운데 제일 낡은 것을 골랐다. 단이가 고르지 말라고 했고, 여울은 골랐다.문턱에 섰다. 전각 안은 지난번처럼 서늘했다.양쪽으로 갈라 선 대신들이 고개를 돌렸다. 지난번처럼 홀이 틀어지고 사모가 기울었다. 다만 숨을 들이켜는 소리는 없었다. 목에 보일 것이 없어서였다.“죄인 하여울, 입시하였사옵니다.”도홍이 아뢰었다. 어좌에서는 아무 말도 내려오지 않았다. 여울은 문턱 안쪽 돌바닥에 눈을 두고 섰다.이헌이 홀을 고쳐 쥐었다.“전하. 지난 조회에는 무릎을 다쳤다 하시어 세우셨습니다. 오늘도 세우시니, 이것이 법도가 되는 것이옵니까?”“된다.”전각 안이 그 한마디만큼 조용해졌다.“처분이 내릴 때까지 죄인은 조회에 선다. 조회가 있는 날은 매번. 도승지는 적어라.”붓 소리가 났다. 한겸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이헌은 숨을 한 번 더 걸고 홀을 내렸다. 윤척이 그 옆에서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대비마마께서도, 로 시작하려던 말이 나오지 못한 채 들어갔다.예조에서 창 사신 귀국 뒤의 답례 예물을 아뢰었다. 병조에서 북도 순시 길의 역참을 아뢰었다. 여울은 서 있었다.서 있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다. 무릎이 당겼다. 발끝에 힘을 주자 덜했다.대신들은 처음에는 여울을 보았고, 그다음에는 어좌를 보았고, 조회가 반쯤 지났을 때는 저마다의 문서를 보고 있었다.여울은 그것을 보았다. 사람들이 저를 보지 않게 되는 것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1-0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