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심지가 한 번 튀었고, 담 너머에서 밤바람이 처마 끝을 건드리고 지나갔다.강진은 여울에게서 빠져나와 몸을 일으켰다.여울은 눈을 뜬 채였다. 떠라, 하는 말에 뜬 눈을 감으라는 말이 없어서 그대로 두고 있었다. 강진이 그 눈꺼풀을 엄지로 쓸어내렸다.“자라.”감긴 눈 안쪽에서 발소리가 멀어졌다. 마루로 나가는 소리, 쪽문 빗장이 빠지는 소리. 담 밖 우물에서 두레박이 물을 치는 소리가 났을 때 여울은 눈을 다시 떴다.왕이 우물에 갔다. 곤룡포 차림으로.돌아온 강진은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채 물동이를 들고 있었다. 화로에 올린 물이 미지근해지는 동안 그는 여울 곁에 앉아 여울의 발목을 쥐고 있었다. 물이 데워지는 내내 그 손은 풀리지 않았다.젖은 천이 목에서 시작했다. 어깨, 겨드랑이, 옆구리. 허벅지 안쪽에서 여울이 다리를 오므리자 강진은 무릎을 손바닥으로 눌러 도로 폈다. 베를 감은 자리는 피해 갔다.천이 지나가는 곳마다 살이 오소소 돋았다. 여울은 그것을 감출 수 없었다.천은 한 곳만 지나쳤다. 턱 아래, 옷깃이 닿지 않는 자리였다. 강진은 그 자리를 닦지 않고 엄지로 한 번 눌러 보았다.“아직 붉군.”깨끗한 속옷이 여울의 팔에 꿰였다. 고름을 매던 강진의 손이 잠깐 멈췄다. 그는 저고리 깃을 한 번 끌어 올렸다가 도로 내려놓았다. 자국이 드러나는 자리까지.“날이 밝으면 의금부 사람이 온다. 도홍도 같이 보낸다.”“……예.”“조회에서는 서 있어라. 무릎 꿇지 말고.”곤룡포 자락이 이부자리를 쓸고 나갔다. 쪽문이 닫혔다.여울은 손을 들어 제 목을 만져 보았다. 뜨거운 데가 손끝에 걸렸다. 날이 밝으면 이 자리를 대신들 앞에 그대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여울은 알고 있었다.—“오라버니, 이게 뭐예요!”세숫물을 들고 온 단이가 대야를 쏟을 뻔했다. 아이는 대야를 마루에 내려놓고 여울의 턱을 두 손으로 받쳐 들었다.“이걸 어떻게 가려요. 분이라도 바를까요? 분이 어디 있다고. 수건, 수건을 두르면…….”“단이야.
Dernière mise à jour : 2026-10-3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