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선왕의 남총을 처분하는 법: บทที่ 71 - บทที่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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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화. 기운 옷

"단이의 옷을 꿰매 주고 있습니다."선정당 뒤편에 선 현이 보고했다. 산릉에서 돌아온 뒤 강진은 암위장에게 서별당을 살피게 했다. 드나드는 사람뿐 아니라 여울이 무엇을 하고 누구와 말을 섞는지도 빠짐없이 고하라는 명이었다."그자의 옷이 아니라?""궁녀의 저고리입니다. 마루에서 입혀 보고, 팔이 당긴다 하여 다시 뜯었습니다."강진의 손안에서 읽던 문서가 구겨졌다.다친 무릎도 다 낫지 않은 자가, 아이의 팔이 불편할까 바느질을 뜯고 있었다."웃기도 하더냐.""예."강진이 문서를 밀어 버리고 일어섰다. 현은 길을 비켰다. 문밖에 있던 도홍이 급히 다가오자 강진이 명했다."단이에게 옷 세 벌을 내어라. 지금 가져오너라."—단이가 팔을 들자 여울의 소매까지 함께 들렸다. 덧댄 천만 꿰맨 줄 알았는데 제 소매에 한 땀이 걸려 있었다."에에? 다 됐다 하셨잖아요. 오라버니 소매까지 붙었는데요?""그럼 이대로 다녀야겠구나. 가위 좀 다오."여울이 입술을 물고 웃음을 참았다. 단이가 실을 자르자 그제야 두 사람의 팔이 떨어졌다."괜히 놀리지 마셔요. 저는 정말 이러고 다녀야 하는 줄 알았다고요.""가거라. 자꾸 웃지 말고."단이가 돌아서다가 마당에 선 강진을 발견했다. 바느질 상자를 안은 채 주저앉는 바람에 뚜껑이 달칵 울렸다."전하."여울도 일어나려 했으나 강진이 손짓으로 막았다. 여울은 다리를 편 채 허리를 숙였다. 강진은 신을 벗고 마루에 올라 두 사람 사이의 상을 옆으로 밀었다."봉수는.""어깨를 치료받으러 내의원에 가셨습니다."여울의 목소리에서 웃음이 걷혔다. 강진은 단이의 팔꿈치를 가리켰다."네가 기웠다는 것이 저거냐.""예. 해진 데가 있어서……."강진이 단이에게 팔을 내놓게 했다. 성긴 땀으로 붙인 천이 밝은 볕에 드러났다. 한쪽 끝은 비뚤었다. 강진은 그 끝에 눈을 박은 채 입을 다물었다.도홍이 내시부에서 받아 온 옷 꾸러미를 마루에 내려놓았다."세 벌을 갖춰 왔습니다.""저것으로 갈아입혀라."단이는 옷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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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화. 곁자리

“시중을 바꾸라는 명이다.”강진이 가리킨 자리에 여울은 도로 앉았다. 문밖에서 도홍이 단이를 부엌 쪽으로 데려갔다. 발소리가 멀어진 뒤에도 여울은 문에 눈을 두고 있었다.“벌이 아니라도 그 아이는 쫓겨났다 여길 것입니다.”“세답방도 궁 안이다.”“제 곁에서 하던 일을 빼앗기지 않습니까.”강진의 입가가 비틀렸다. 여울은 그 얼굴에서 눈을 내렸다. 바느질하다 남긴 천을 무릎 위에서 움켜쥐었다. 잠시 전까지 실밥을 떼어 주던 아이를 이제 오지 못하게 하라니, 무슨 말을 해야 명이 거두어질지 막막했다.“단이는 제게 동생 같습니다.”“시중 들라고 붙여 놨더니 네가 옷까지 기워 입혀야 하느냐.”여울은 고개를 들었다가 입을 다물었다. 구겨진 천을 상에 놓고 두 손을 모았다. 하고 싶은 말은 있었으나 강진의 얼굴을 마주하고는 차마 입 밖에 내기 어려웠다.“저는…… 여인에게 마음을 두지 않습니다.”말을 끝내고 나서 뺨이 더 뜨거워졌다. 까만 속눈썹 아래로 눈물이 맺혔다. 강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여울은 입술을 한 번 적시고 겨우 뒤를 이었다.“단이가 곁에 있다고 전하께서 언짢아하실 일은 없습니다.”“내가 그 아이를 두고 무엇을 언짢아한다는 것이냐.”여울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제 말이 잘못 나갔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강진이 무얼 싫어하는지도 모르면서 제가 무슨 소리를 했나 싶었다.“단이만 챙기느라 전하의 말씀을 가벼이 듣는 것은 아닙니다.”강진은 물그릇을 여울 쪽으로 밀었다. 여울은 손을 대지 않고 말을 이었다.“봉수의 팔이 나을 때까지만이라도 두어 주십시오. 물을 긷고 죽을 끓이는 일도 지금은 단이가 합니다.”“내시부에서 시중을 더 내주면 된다.”“사내를 들이면 전하께서는 마음이 놓이시겠습니까.”강진의 손이 물그릇 옆에 멎었다. 여울은 다른 사내를 들여 달라는 말로 들릴까 봐 황급히 뒤를 이었다.“모르는 사람까지 방에 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른이 치료받으러 가신 동안에는 제가 혼자입니다. 단이마저 보내시면…….”끝까지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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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화. 밑그림

여울은 상에 놓인 실을 집어 바느질 상자에 넣었다. 제 소매에서 떼어 낸 짧은 실이었다. 강진은 상자를 닫으려는 손을 두고 말했다.“무엇이 필요하냐.”“천과 실이 있어야 합니다.”“도홍에게 이르면 된다.”물그릇 옆에는 단이의 옷을 기우다 남은 무명이 있었다. 여울이 그것을 접어 크기를 가늠하자 강진의 손이 상 위로 올라왔다.“그 천으로 만들 셈이냐.”“크기만 보려 합니다. 전하께서 차시던 것을 빌려주시면…….”강진이 허리춤의 끈을 풀었다. 여울은 얼른 두 손을 내밀었다가 도로 거두었다. 강진이 아무 수놓음도 없는 납작한 주머니를 직접 상에 놓고 있었다.“이만하면 되겠느냐.”여울은 주머니를 펼치지 않고 남은 천 위에 얹었다. 접힌 가장자리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는데 강진이 가까이 앉았다. 상 밑에서 두 사람의 무릎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무얼 놓을 것이냐.”“수를 잘 놓지 못합니다.”“옷은 잘도 기우더군.”여울의 손이 멎었다. 조금 전 태워 버린 옷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강진은 천에서 손을 떼지 않는 여울에게서 대답을 기다렸다.“입을 사람이 좋다 하여 기웠습니다.”강진의 눈매가 좁아졌다. 여울은 고개를 숙이고 주머니를 돌려놓았다.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던 천에 주름이 잡혔다.“전하께서는 흉하다 하실까 봐 그렇습니다.”“내가 차겠다는데 네가 무엇을 걱정하느냐.”여울은 천을 놓지 않았다. 단이가 좋다던 옷은 태워 버리고, 이제는 제 것을 만들라 했다. 서러워서 입술을 눌렀다.“이것도 마음에 안 드시면 태우실 것입니까.”강진의 손이 멎었다. 여울은 낮춘 고개를 들지 않았다.“내가 찰 것이다. 누구 주려고 만들라는 게 아니라.”강진이 주머니를 여울 앞으로 더 밀었다.“다 만들고 돌려다오.”—도홍이 천을 가져왔을 때는 마루에 든 볕이 기둥 아래까지 물러나 있었다. 강진은 그 사이에도 떠나지 않았다. 펼쳐진 천 가운데 짙은 먹빛 비단을 짚고, 번쩍이는 금실은 보자기 밖으로 밀어냈다.여울이 회색 실을 들자 강진이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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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화. 그 손으로

단이가 뒷방으로 건너간 뒤 여울은 무명 위의 소나무를 한 번 더 들여다보다가 접었다. 먹이 손끝에 남아 있었다. 물그릇에 손가락을 넣어 문질렀는데 잘 지워지지 않았다.쪽문이 열렸다.낮에 마루에서 나간 사람이 밤에 다시 온 것은 처음이었다. 여울은 먹 묻은 손을 등 뒤로 감추고 엎드렸다. 강진은 문을 닫고 곧장 이부자리 앞에 앉았다. 검은 도포 자락이 여울의 무릎에 닿았다."손을 내라."여울이 손을 내밀었다. 강진이 그것을 잡아 등잔 쪽으로 돌렸다. 검지 끝에 먹이, 엄지 안쪽에 바늘에 찔린 자리가 있었다. 낮에 단이의 저고리를 기울 때 난 것이었다.강진은 그 손을 오래 들여다봤다. 기운 저고리는 낮에 태워졌고, 기운 손은 남아 있었다. 여울은 손을 빼려다 그만두었다."이 손으로 남의 옷을 기웠지.""……아이 옷이었습니다.""안다."강진이 여울의 검지를 제 입에 넣었다. 여울의 어깨가 튀었다. 뜨겁고 젖은 안에서 혀가 먹 묻은 손끝을 훑었다. 먹이 지워지는 게 아니라 다른 것으로 덮이고 있었다. 강진은 그 손가락을 빼고 다음 손가락을 넣었다. 바늘에 찔린 엄지까지."전하, 그건……."여울의 목소리가 끝까지 나오지 못했다. 강진의 입 안에서 엄지가 빠져나올 때 여울의 배 안쪽이 저 혼자 조여들었다. 뭐야, 이게. 손가락 하나에.옷이 벗겨졌다. 강진은 여울의 무릎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아직 다 아물지 않아서 굽히면 당기는 무릎이었다. 여울을 앉히고, 제가 뒤에 앉아 등을 제 가슴에 붙였다. 여울의 두 다리를 앞으로 곧게 펴게 했다."다리는 펴라. 굽히지 말고."뒤에서 강진의 손이 여울의 배를 지나 아래로 갔다. 여울의 것이 그 손에 잡혔다. 강진은 잡은 채로 다른 손으로 여울의 오른손을 끌어당겨 제 것 위에 얹었다. 크고 뜨거운 것이 여울의 손바닥 아래 있었다."잡아라.""…….""그 손으로 남의 옷을 기웠으니, 내 것도 잡아 봐야지."여울의 손이 떨렸다. 잡지도 놓지도 못하는 손을 강진의 손이 위에서 덮어 감싸 쥐게 했다. 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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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답서

단이는 여울이 가린 먹선을 따라 손가락을 세웠다.“이 가지가 너무 길어요. 요만큼만 줄이면 어때요?”여울은 무명을 뒤집었다. 뒷면에 비치는 선 가운데 단이가 짚어 준 가지는 빼고 다시 그렸다. 봉수가 저녁상을 받으러 가자 단이가 붓 씻은 물을 들고 일어섰다. 여울은 밑그림을 말리며 빌린 주머니를 상 안쪽에 옮겼다.—선정당 문이 열리고 민해가 답서를 들여놓았다. 조회를 마친 강진은 익선관도 벗지 않은 채 글을 펼쳤다. 밤사이 예조에서 고친 문서였다.“사신이 무엇을 보태라 하더냐.”“색적자의 거처를 정하면 조정의 근심도 그칠 것이라 하였습니다.”강진은 글 가운데 한 줄을 손끝으로 눌렀다. 사신의 뜻을 받들어 죄인의 처분을 의논 중이라는 대목이었다.“누구와 의논했느냐.”민해의 입이 닫혔다. 한겸이 문서를 받아 그 줄을 읽더니 예조 쪽으로 돌려놓았다.“이대로 보내면 인도를 허락하신 뒤 날짜만 남은 것으로 읽힙니다.”“우문표는 청을 거절당한 글로는 고명을 재촉할 수 없다 합니다.”강진은 붓을 받아 해당 줄을 지웠다. 붓끝이 종이 밖으로 나갈 때 먹이 상에 묻었다.“재촉할 수 없다는 말도 그대로 적어라. 내 뜻을 바꾸어 적지 말고.”민해가 글을 거두려는데 윤척이 안쪽에 끼운 종이를 먼저 꺼냈다. 혼사를 준비할 때 살필 가문을 예조에 알리겠다는 대신들의 청이었다. 아직 여식들의 이름은 없었다.“전하께서 내전을 비워 두시니 대신들도 앞일을 준비하려는 것입니다.”강진은 내민 종이를 받지 않았다.“예조가 청했느냐.”민해가 아니라 답하자 강진이 윤척을 향했다.“그럼 우상에게 온 글이구나. 예조의 답서에 끼워 넣지 마라.”윤척이 대신들의 청을 따로 거두자 한겸이 고명 청원 글만 강진 앞에 놓았다. 강진은 남은 문장을 끝까지 읽고 수결했다. 국혼 이야기에 밀려 식은 점심상은 내관이 도로 물렸다.—서별당 마루에서 단이가 실을 풀고 있었다. 도홍은 발을 올리지 않은 채 봉수에게 강진의 말을 전했다.“사신관에서 부르는 일이 있으면 곧바로 선정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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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갈 곳

도홍은 문턱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무슨 일로 뵈려 하십니까.”“사신께서 청한 일입니다. 제가 직접 아뢰겠습니다.”봉수가 물그릇을 옆으로 옮기며 여울 가까이 앉았다. 도홍이 돌아간 뒤에도 바느질은 다시 시작되지 않았다. 들창 쪽 빛이 옅어지자 봉수가 비단을 상자에 넣었다.“가기 싫은 데라면 가겠다는 말도 마십시오.”여울은 대답 대신 무릎 위에 남은 실밥을 털었다. 봉수의 다친 팔은 여전히 받침에 걸려 있었다.“어른까지 데려가지는 않을 것입니다.”“그러려고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봉수가 성한 손으로 상자 뚜껑을 닫았다. 단이가 그 곁에 붙어 앉았으나 여울은 아이에게도 웃어 주지 못했다.쪽문이 열릴 때 봉수가 먼저 일어났다. 강진은 갈아입을 틈도 없이 온 듯 곤룡포 차림이었다. 불을 켜지 않은 방에서 붉은색은 검게 가라앉고, 들창의 흰빛을 받은 어깨의 금실만 드러났다. 문밖에서 도홍이 시중을 물렸다. 방 안에는 아직 불을 켜지 않아 들창 쪽만 희었다.강진은 상자를 옆으로 밀고 앉았다.“말해라.”여울이 펴 놓은 다리를 모으려다 멈췄다. 강진의 손이 상 끝을 움켜쥐고 있었다.“저를 창으로 보내십시오.”강진은 움직이지 않았다. 넓은 소매도 무릎 위에 겹친 자락도 그대로였다. 비단 스치는 소리 하나 나지 않았다. 강진의 얼굴에서 표정이 걷혔다. 여울은 그 눈을 오래 마주하지 못하고 무릎 위로 고개를 낮췄다.“사신께서 저를 데려가시면 전하의 책봉에 힘을 보태겠다 하셨다 들었습니다.”“그자가 탐나더냐.”여울의 입술이 벌어졌다. 산릉에서 제 앞을 막고 섰던 강진과, 그 어깨 너머로 따라오던 사신의 눈길이 겹쳤다.“그런 뜻이 아닙니다.”“그럼 그자에게 가서 무엇을 할 셈이냐.”말을 찾는 사이 강진이 상을 밀어냈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것이 없어졌다. 여울은 물러나지 않고 무릎 옆의 옷을 쥐었다.“저 때문에 고명이 늦어진다면…….”“내게 허락을 구하러 부른 것이냐. 작별을 고하러 부른 것이냐.”여울이 얼굴을 들었다. 가까이서 마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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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화. 남은 말

서율은 조회 뒤 도홍을 따라 선정당으로 들어갔다. 문을 닫는 내관에게 강진이 밖에서 기다리라 했다. 서율은 강진 앞에 무릎을 꿇고 소매를 모았다.“산릉에서 사신이 청한 일을 네가 전했느냐.”“예. 따로 부르더라도 응하지 말라 이르면서 전했습니다.”“내가 거절한 것도.”“함께 전했습니다.”강진은 서율의 얼굴을 마주한 채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상에는 고명 청원 글을 베낀 것이 펼쳐져 있었다. 서율은 거기 눈을 주지 않고 기다렸다.“하여울이 창으로 가겠다고 하더군.”서율의 손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 강진은 그 반응을 끝까지 살폈다.“사신이 데려가면 뒤탈이 없으리라는 말을 좌상도 하더군. 너도 그리 여기느냐.”“그리 여기지 않습니다.”“네가 문을 지키는 자라는 것을 잊지 마라.”서율이 허리를 곧게 세웠다. 강진의 뒤 들창으로 볕이 들어 얼굴의 한쪽을 밝히고 있었다.“사신이 데려갈 수 없도록 지키겠습니다.”“산릉에서도 경고만 하면 될 일을, 가마 문을 붙들고 한참 서 있더군.”“사신이 찾는 까닭을 물어 답한 것입니다.”“여울이?”“예.”강진이 상에 펼친 글을 접었다. 모서리가 비뚤어져 다시 눌렀다.“앞으로는 내가 답하마.”절을 마친 서율이 일어섰다. 문까지 가기 전에 강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여울이 네게 무얼 부탁하더라도 먼저 내게 고해라.”서율은 문고리를 잡지 못한 채 멈췄다. 담 너머에서 여울이 자기뿐 아니라 도총관과 시중들까지 위험해진다며 거절하던 목소리가 떠올랐다.“명 받들겠습니다.”그가 나가자 현이 뒤편 문으로 들어왔다. 강진은 낮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물었다.“담 밖에 선 자들은 여전하냐.”“의금부 사람은 남아 있습니다. 사신관에서 온 자가 도총부 군사에게 거처를 물은 일도 있습니다. 안으로 들이지 않았습니다.”“출입을 물으면 내게 보내라. 누가 청했는지 이름을 받아 두고.”현이 물러가려는데 강진이 붙잡았다.“그자는 지금 무엇을 하느냐.”“봉수와 마루에 있습니다. 올 때는 수를 놓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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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손끝

여울은 손을 소매 안으로 감췄다. 바늘에 찔린 자리보다 강진 앞에서 그런 실수를 한 것이 더 신경 쓰였다.“조금 찔렸습니다.”강진이 내민 손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여울은 머뭇거리다 검지를 내놓았다. 강진은 손목 아래를 받쳐 볕 쪽으로 돌렸다. 손끝에 맺힌 피가 번지자 옆의 깨끗한 무명을 집어 눌렀다.“무얼 그리 급히 하느냐.”“오셨기에 놀라서 그랬습니다.”“내가 오면 매번 다칠 셈이냐.”여울은 고개를 저었다. 강진의 손에 얹힌 제 손이 너무 작아 보였다. 빼려 하면 더 번질까 잠자코 있었는데 강진의 엄지가 손등을 받친 채 움직이지 않았다.부엌에서 봉수가 나왔다. 여울은 얼른 몸을 바로 했다. 강진은 그제야 피가 멎은 손끝에서 천을 뗐다.“바늘을 치워라. 지금은.”봉수가 상자를 가져가자 두 사람 사이에는 주머니 모양으로 자른 비단만 남았다. 강진이 그것을 들어 올렸다. 소나무 가지가 가운데서 한쪽으로 치우쳐 있었다.“고치겠습니다.”여울이 받으려는 손을 내밀었다. 강진은 비단을 돌려 주지 않고 들창 쪽으로 펼쳤다.“어디를 고치려고.”“왼편이 비었습니다.”“그대로 차겠다.”“수가 곱지 않아서…….”강진의 눈이 천 위로 들렸다. 여울은 뒷말을 잊었다. 강진은 그 얼굴을 잠깐 마주하다 소나무 아래에 손가락을 댔다.“여기까지 네가 놓은 것이냐.”고개를 끄덕이자 강진은 천을 상에 내려놓았다. 삐뚤어진 가지를 펴는 손길이 뜻밖에 조심스러웠다. 여울은 그 손이 떠난 자리를 한참 내려다보았다.“정말 차실 것입니까.”“그럼 장에 넣어 두려고 시켰겠느냐.”여울은 소나무 끝을 손가락으로 펴 보았다. 강진이 쳐다보고 있어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한쪽이 자꾸 접힙니다.”강진은 천을 받아 안으로 말린 끝만 펴 주었다. 여울이 조심스럽게 웃었다. 강진은 돌려주려던 천을 잠시 더 들고 있었다.“뭐가 우습냐.”“손수 펴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내 것인데 남이 만지게 두랴.”끝이 도로 말리지 않게 손바닥으로 눌러 건네면서도 천 한쪽을 놓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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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화. 남은 자리

최령이 문을 닫고 나왔을 때 자경전 회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소매가 구겨진 곳을 펴다 그만두었다. 서별당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 제 방으로 들어갔다.—여울은 들창을 내리려다 쪽문에서 나는 발소리를 들었다. 낮에 가져갔던 상자를 봉수가 방에 돌려놓은 뒤였다. 수놓다 만 비단은 접어 두고 빌린 주머니만 펼쳐 모양을 살피고 있었다.검은 도포 자락이 문 앞에 멎었다. 여울이 주머니를 내려놓자 강진이 신을 벗고 들어와 등잔 옆에 앉았다. 단이는 저녁 시중을 마치고 봉수 뒷방으로 물러가 있었다.“바늘은 안 잡았습니다.”강진의 눈이 손끝에 잠깐 닿았다. 그는 대답 없이 상자 뚜껑을 덮었다. 여울은 그 옆에 놓인 실타래까지 거두었다.“어떤 향을 넣으면 되겠습니까.”“도홍에게 받아라. 선정당에서 쓰는 것으로.”강진이 상을 벽 쪽으로 밀었다. 여울의 다리를 가로막던 상이 없어지자 방 안이 갑자기 넓어졌다. 그런데도 강진은 바로 옆에 앉았다.여울이 물을 권하려고 그릇을 들었다. 강진은 그 손을 받쳐 상에 도로 내려놓았다. 손을 놓은 뒤에도 몸을 물리지 않았다.“창으로 가면 향낭은 누구에게 보내려고 했느냐.”“전하.”여울이 몸을 돌렸다. 강진은 대꾸 없이 여울의 얼굴을 마주했다. 등불 가까운 갈색 머리칼 끝이 밝았다. 웃는 기색도 꾸짖는 기색도 없어 더 말을 잇기 어려웠다.“오늘은 그 말씀을 드리려던 것이 아닙니다.”“알고 있다.”그러면서도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여울은 제 소매를 만지다 손을 멈췄다. 강진의 목깃이 안으로 접혀 있었다. 한참 그 자리로 눈이 갔다가, 먼저 입을 열었다.“깃이 접혔습니다.”강진이 고치지 않자 여울이 손을 들었다. 목깃을 펴려다 뒤늦게 멈칫했다. 강진은 물러나지 않고 턱을 조금 들었다.여울의 손끝이 검은 천을 잡아당겼다. 접힌 곳을 펴는 일은 금세 끝났는데 손은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가까운 얼굴 때문에 어디로 고개를 돌려야 할지 몰랐다.“다 됐습니다.”강진은 그 손이 내려가는 데 맞추어 고개를 낮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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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화. 매듭

베개에 머리를 댄 여울은 들창 쪽으로 몸을 돌렸다. 강진은 다리를 눌러 놓지 않도록 이불 끝을 비켜 앉았다. 말소리가 잦아들자 마루에서 물그릇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여울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그릇을 돌려주었다. 강진이 그것을 상에 놓는 동안 먼저 눈을 감았다. 물러가는 기척을 듣고 싶지 않아 잠든 체하려 했으나, 고단한 몸이 곧 깊이 잠들었다.축시를 알리는 소리에 강진이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울은 깨지 않았다. 그는 저린 다리를 고쳐 뻗고 한동안 더 앉아 있다가, 바깥으로 나가 도홍에게 아침 조회 준비를 일렀다.—여울은 도홍이 보내온 향 봉지를 빈 향낭 안에 넣었다. 선정당에서 쓰는 향이라는 말과 함께 아침상 곁에 놓고 간 것이었다. 향재를 섞을 줄 몰라 봉지째 넣고 입을 여몄다. 끈을 꿰고 나니 봉지 모서리가 한쪽 귀퉁이를 밀어 불룩했다.“귀퉁이를 안으로 접어 한 번 더 꿰매면 됩니다.”봉수가 상자를 치우며 말했다. 여울은 향낭을 뒤집어 보았다. 소나무는 앞면에만 있었다. 다시 꿰매면 바늘 자국이 하나 더 남을 것이었다. 빌린 주머니를 곁에 놓고 견주었다. 너비가 조금 달랐고, 그것을 맞추자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바늘을 집으려는데 쪽문이 열렸다.강진은 곤룡포 차림 그대로였다. 낮은 문틀에 익선관이 닿을 듯해 고개를 숙이고 들어와, 여울이 마루에 놓아둔 방석에 자락을 걷지도 않고 앉았다. 봉수가 상을 가까이 옮기고 단이와 함께 물러났다.여울이 두 손으로 향낭을 내밀었다.강진이 받아 들었다. 소나무를 엄지로 한 번 쓸고, 뒤집어 뒷면을 보고, 불룩한 귀퉁이를 눌러 보았다. 봉지가 안에서 바스락거렸다. 여울은 거기서 눈을 내렸다.“다시 꿰매겠습니다.”강진은 대답하지 않고 겉자락을 들었다. 옥대 안쪽으로 허리끈이 드러났다.“네가 매라.”여울이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끈을 허리끈에 걸었다. 손등이 비단에 닿을 때마다 끈이 미끄러졌다. 두 번 풀리고 세 번째에 묶였다. 매듭이 한쪽으로 쏠렸다. 여울이 고쳐 매려고 손을 다시 대자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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