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잔 기름이 바닥을 드러내고 창호가 희어지기 시작할 무렵, 담 밖으로 첫 순찰이 지나갔고, 강진은 끝내 감기지 않은 눈으로 이불 밖에 나온 여울의 손을 보고 있었다.반쯤 쥐어진 손이었다. 소매 끝으로 손목의 붉은 자국이 비어져 나와 있었다.제 손가락 자국이었다. 그 손목을 쥐고 이름을 부르라 했고, 돌아온 것이 저하였다. 첫 밤에 부르다 그쳤던 그 말을, 이번에는 끝까지 들었다.쥔 손을 보다가 강진은 그 손이 처음 저렇게 쥐어지던 날을 떠올렸다.열 살 무렵, 시강원 뒤뜰이었다. 세자는 글자를 막 익힌 배동의 손바닥을 펴고 손가락으로 제 이름자를 썼다. 비 우(雨) 아래에 별 진(辰)을 받친 글자였다.“읽어 봐라.”여울은 손바닥 위의 글자를 내려다보다가, 그 위로 손가락을 오므렸다.“저하 글자는 읽는 게 아니랬어요. 아버지가요.”세자는 그날 해가 지도록 여울을 집에 보내지 않았다. 손을 펴 보라고 몇 번을 졸랐는데 여울은 끝내 펴지 않았다.억지로 펴려 들면 금세 울상이 되어서, 그다음은 세자가 달래야 했다. 저녁 무렵 여울은 쥔 손 그대로 세자 곁에서 잠이 들었다.세자는 잠든 아이의 주먹을 손가락 하나씩 펴 보았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세자는 그 빈 손바닥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도로 접어 주었다.창호가 조금 더 희어졌다. 이불 밖의 손은 그때와 같은 모양으로 쥐어져 있었다.아비가 죽은 지 다섯 해가 지났는데도, 그 아이는 아비의 말을 지키고 있었다.강진은 이불 밖의 손을 이불 안으로 넣어 주었다. 붉은 자국도 같이 들어갔다. 손을 거둔 뒤에도 손바닥에 그 주먹의 모양이 남아 있었다.—쪽문을 나서자 담 그늘에서 현이 무릎을 꿇었다. 도홍은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곽명이 서관에 들었습니다.”“관아로.”“관아에는 인계 문서만 들어갔습니다. 몸은 동문 밖 객주에 들었고, 그 객주를 거처로 정한 것은 관찰사입니다.”“관찰사.”“이문입니다. 좌상의 큰아들.”강진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웃음이라기에는 눈이 너무 찼다.“좌상
آخر تحديث : 2026-11-04 اقرأ المزي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