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모르십니까?” “모릅니다.” 아르텐시아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허리께에 제대가 닿았다. “아이작입니다, 아이작이에요!” 처절한 음성이었다. “혹, 현자 아이작이십니까.” “맞아요, 접니다. 아이작!” 아이작은 거의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어깨를 펴고 한 손을 가슴께에 올렸다. 그리고 전날의 라리아처럼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후드에 가려진 아르텐시아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제가 미천하여 현자를 몰라뵀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여 주세요.” 결국, 아이작의 목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르텐시아는 아이작에게서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하자 그의 앞에 엎드렸다. 머리 위에서 허둥대는 목소리가 들렸으나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고개를 드십시오. 왜 용서를 비십니까!” “현자를 알아보지 못한 죄를 저질렀습니다.” 아르텐시아는 거의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로 말했다. 정말이지 쓸데없는 시간 낭비였다. 아이작과의 공방은. 그러니 그냥 사라져라. 이곳에서, 다 부서진 나의 성역에서. 비겁하고 더러운 발을 치워다오. 그녀는 자신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그가 사라지길 바랐다. “제발, 고개를 드십시오!” 하지만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제게 하대를 하셔야 합니다.” “아르텐시아!” 오히려 부추겼다. 여신의 말라비틀어진 자비를. 아르텐시아는 엎드린 채 고개를 번쩍 들어 새파란 시선으로 그를 노려봤다. “내 이름은 바리입니다.” 그녀는 아주 조금 남아 있던 그 시절 아이작에 대한 연민이 사라짐을 느꼈다. “현자께서는 나를 무시하는 겁니까?” 감히. 천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땅으로 꺼졌다 한들 신의 이름이다. 비록 이전과 같은 권능과 영광은 없을지라도. 한낱 인간 따위가 마구 불러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자라면, 여신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도 되는 겁니까.” 아르텐시아는 아이작의 의도가 어떠하든 관심 없었다. 그저 이것으로 그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배제하려 했던 그 감정의 크기를 가
Last Updated : 2026-09-17 Read more